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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10 11:34:30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타산지석(他山之石) |
* 이 칼럼은 2011년 2월 27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최근 e스포츠에 '실연권'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연애에 실패했다는 실연(失戀)이 아니라. 실제로 연기한다는 뜻의 실연(實演)이라는 말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사실 실연권이 이번에 처음 나온 말은 아닙니다. 작년 10월 저작권 전문가로 알려진 모 교수님께서 프로게이머의 실연권을 주장하였고 최근 문화부 주최 저작권 관련 행사에서 실연권이 다시 언급되면서 세간에 조금 알려지게 되었지요.
조금 어려운 말입니다만, 법이나 사전 등을 찾아 실연권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저작물을 연기, 무용, 연주, 가창, 구연, 낭독 등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행위인 '실연'을 행하는 자에 대한 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연자가 가지는 실연권은 매우 막강한 권리입니다. 실연자는 독립된 인격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근거하여 복제, 배포, 대여, 공연, 방송, 전송 등에서 자신의 실연한 행위에 대해 저작권자와 다름없는 독자적 권리를 가지게 되지요. 그런데 실연자의 실연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위에도 나와 있듯이 실연행위는 '저작물 혹은 저작물이 아닌 것'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실연에 사용되는 것이 저작물이라면 저작물의 허가를 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실연행위에서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그것을 '실연'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런 행위는 '실연'이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런 행위는 '도용'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저작권을 득하지 않고 '실연'이 아닌 '도용'을 하는 이들이 저작권자를 상대로 실연권을 주장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들이 몸소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법은 알지만 게임 및 e스포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지한 권위자 / 권력자를 앞세우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프로게이머를 앞장세워 그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개진하게 하는 행동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있는 사람은 지배하고 없는 사람은 복종하는 권리'가 아니라 '서로 인정해 주고 인정받아야 할 권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e스포츠계가 왜 저작권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을까요. 왜 선수의 권익 침해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을까요. e스포츠의 일부 주체에서 '우리가 이 판을 만들어 왔다'는 생각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e스포츠를 만드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게임'과 '선수'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리와 권익의 인정 과정은 '소통'과도 비교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서로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해 줘야 인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가 존재하는 이유 역시 블리자드와 곰TV라는 '저작권자'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과 스타크래프트 2 게이머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것입니다. 만일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불통이 생기고, 불통은 분쟁을 낳게 되겠지요.
모쪼록,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분들께서는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과 스타크래프트 2 게이머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자신들의 권익은 챙기면서 타 주체의 권익을 인정하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선후 관계를 혼동하고 주객이 전도되는 오만함이 발생하면 어떤 문제와 폐해를 낳게 되는지를 이번 일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항상 경계하고,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The xian -
P.S. 이 글은 e스포츠에서 이슈가 된 실연권의 '실연행위'에 대해 법에 명시된 '권리의 우선순위' 측면에서 언급한 것이므로 실연권에 대해 극히 제한된 부분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 e스포츠 경기 자체에 실제로 실연권이 성립되는지의 여부는 법 규정과 더불어 게임사의 약관, 게임 종목과 관련된 각 주체들의 협약 등과 밀접하게 관계된 부분이므로 다루지 않았으니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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