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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07 12:00:08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3) '이벤트'보다는 '일상'이 되기 |
* 이 칼럼은 2011년 1월 18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된 GSL 2011 코드S 첫번째 투어가 이제 벌써 다음 주 토요일인 1월 2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는 첫번째 투어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기사나 이야기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임요환 선수의 탈락이나 이윤열 선수의 8강 진출, 어뷰징 해프닝 등의 이슈에 집중되어 있고, 결승전의 흥행 카드 등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가 결승전에 가면 분명히 흥행에 좋은 요인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제가 사심으로 응원하는 선수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이라면 모를까, 저는 리그의 앞날을 위한다는 허울 아래 누가 올라와야 한다는 이유로 승부 자체를 즐기는 것을 망각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경기를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e스포츠는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지향하고 '일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부터 제가 말하고 있는 일관된 주제인 -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모두의 리그'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GSL의 주최자인 그래텍의 경우 더 많은 방송기회를 확보해야 하고, 홍보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블리자드 역시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의 판매와 흥행에 있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프로게이머들 역시 프로로서의 자질을 다지고 좀더 양질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연습을 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e스포츠는 게임과 방송, 그리고 프로게이머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보는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건을 만들어내는 요소들 중 어느 하나가 뒤처져도 안 되고, 어느 하나만 앞서 나가서도 안 됩니다. 그런 여건이 고르게 숙성된 상황에서 양질의 경기를 많이 생산해내며 일상에 스며들게 되면, 스타크래프트 2 리그는 좀 더 나은 e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겠지요.
'양질의 경기'라고 하니 팬들이 보통 명경기로 꼽는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경기나 유명 선수의 경기만 나와야 되는 것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가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경기'라는 것이 단순히 '많은 경기'나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년 365일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시도때도 없이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면 저 같이 마니아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 이후에 질릴 수 있는 위험성은 차치하고서라도 - 그 자체만으로도 당연히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일반 팬들도 그렇게 좋아할까요? 적어도 지금까지 치러진 e스포츠의 예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e스포츠 종목 리그에서 주 5일 리그가 열리며 개인리그의 영역까지 침범하자 보고 싶은 팀의 리그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어 오히려 e스포츠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도가 떨어졌던 일이나, 특정 선수의 경기가 한 리그의 결승에서 3번 연속 열리자 지겹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대진 구성상의 문제까지 들먹여지는 일이나, 어떤 리그에서는 내로라 하는 '흥행 카드'들이 초반 탈락했지만 오히려 그 동안 우승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던 이들의 선전으로 인해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일 등을 보면, e스포츠가 '일상'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많은 경기나 유명 선수들의 경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종목을 굳이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는 있지요.)
제가 최근에 본 한 요리만화에 오늘 주장하는 바와 어느 정도 통하는 에피소드가 있어 잠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요리만화이다 보니 그런 만화라면 으레 나오는 요리 대결이 펼쳐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기존의 요리에 자신이 몇 년에 걸쳐 준비한,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갖추지 못한 비장의 재료를 더하여 요리를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기존의 요리 형식을 유지하되 그 재료에 약간의 손질을 가하여 맛을 더하는 방법으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두 요리의 맛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고 판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보통의 요리만화라면 비장의 재료를 요리에 첨가한 사람이 승리하는 전개가 되지만, 그 승부에서 이긴 쪽은 기존의 요리 재료에 손질을 가한 쪽이었고 비장의 재료를 더하여 요리를 만든 쪽은 아예 실격에 가까운 판정을 받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요리는 바로 '라면'이라는, 당장 팔아야 하고, 사람들이 일년 365일 내내 찾아서, 주문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하는 요리였기 때문입니다. 몇 년에 걸쳐 준비한 비장의 재료를 항상 몇백 그릇 이상이 나가는 라면에 쓰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뒤따라야 하지만, 그 사람은 그만한 준비 없이 단지 당장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일년 내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 물론 둘 다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늘 강하고, 임팩트 있고, 화려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만일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부담이 된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승전에 당장 누가 올라오고, 관중이 많이 와서 개막전의 관중 흥행 문제를 불식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 결승전을 치르고 난 다음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어떻게 e스포츠 리그로서 뿌리를 내리고 일상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관계자분들께서 생각할 만한 요소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첫 번째 투어에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일상'이 되는 데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지금도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도 드러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씩 회자되었던 것을 말하자면 방송 기회, 게임의 흥행, 홍보, 그리고 거기에 좀더 더하면 상대적으로 불편한 경기장 교통편, 관람석 규모, 시설, 그리고 권리 문제 등이 있겠지요. 결승전까지 한 번 치러 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도 없거니와, 이른바 베타테스트였던 오픈 시즌은 정식 서비스인 GSL 투어와는 비슷한 일정에 비슷한 방식의 경기를 한다 해도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팬들이 GSL을 '이벤트'나 준비과정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GSL 역시 그렇게 되어 가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해, 저는 지금 치러지는 경기 하나하나가 하루빨리 '일상'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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