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수가 적다 해도 규정상 스타크래프트 II 이야기이니 이 게시판이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주장하고 싶은 말은 제목에 나와 있으니, 다른 설명 없이 이제부터 왜 게임위의 이번 결정을 제가 무지몽매(無知蒙昧 : 아는 것이 없고 사리에 어두움) 하다고 비판하는지에 대해 바로 말하겠습니다.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이번 스타크래프트 II의 등급 결정이 상당히 '정치적'이라는 데에 있고 이 말을 좀 더 풀어 말하면 게임위의
객관적인 심의 기준과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고 게임 외적인 요소에 크게 좌우되어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 결정이 나왔다는 정황이 매우 짙다는 데에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의 등급이라는 것은, 일관성 있고 객관적인 기준 하에 매겨져야 합니다. 물론 그 기준은 영원 불변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발달 과정 등의 게임 내적인 부분부터, 여러 주관적인 요인이나 시대의 변천 등의 게임 외적인 요인까지 모든 요인을 망라하여 계속 진화해야 하겠죠. 그런 발전을 통해 문화 콘텐츠를 영위하는 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들의 정서와, 현행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게임위의 책임과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II의 등급 문제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면 과연 게임위가 다른 게임에 대해서처럼 일관된 자세를 가지고 적용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 먼저 드러난 정황으로는 다수의 기사에서 등급 상향에 대해 '최근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문제 등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인 정서를 고려했다'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따지면 스타크래프트 II는 오랫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을 경우 래더 시스템 등에서 WOW의 휴식 경험치와 비슷하게 보너스 수치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이므로 게임과몰입을 이유로 등급이 상향될 요소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보너스 수치가 무슨 피로도 시스템이냐' 라고 이의제기를 할 분도 있습니다만, 휴식 시스템을 갖춰놓고 게이지가 다 될때까지 보너스 포함 200%를 주고 게이지가 다 소모된 이후에는 100%를 주는 것이나, 게이지가 다 찰때까지 100%를 주고 다 소모된 이후에는 50%를 주는 것이나... 그것은 퍼센트와 관련된 조삼모사일 뿐이고 피로도가 적용되는 것은 어느 경우든 맞습니다. (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기분상 이왕이면 보너스를 준다고 하는 게 낫죠.) 그렇다면,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한 스타크래프트 II가 게임과몰입 운운하며 사화적 정서에 따라 등급이 고려되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높으신 양반들 눈에 거슬렸다'는 이야기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폭력성이나 약물 부분 문제인데, 이것은 출시예정 버전을 제가 볼 수 없는 위치인 관계로 확실하게 잘못이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스타크래프트 II 베타를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이미 15세 이상 이용가를 받은 기존 콘텐츠와 비교해 얼마나 폭력적이기에 등급이 상향되었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이 기사를 보니 모 실무관께서 "공격당할 시 피가 분수처럼 터지는데다 클로즈업까지 가능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는데, 클로즈업 기능(줌인 기능이라고 하나요? 갑자기 정확한 명칭이 생각 안 납니다.)은 지금 베타 버전에도 존재하는 기능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가지고 청소년 이용불가 운운하는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여기에 추가하여,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는 게임위 실무관께서 "15세 이용가로 나가면 그보다 어린 학생들이 PC방에서 게임을 즐겨도 연령을 구별하기 어렵다. PC방이 등급을 준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그런 부분을 우려해서 검토했다"라고 언급했다고 쓰고 있는데 저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일 그 분께서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다면 한마디로 실소할 수밖에 없는 일이며, PC방에서 등급 준수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천박한 책임전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C방은 엄연히 법에 따라 성년자와 미성년자의 출입시간을 구별하고, 이용하는 게임을 제한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등을 구분하여 흡연석과 금연석을 만들어야 하는, 등급 준수 및 법 준수가 요구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초등학생 등의 미성년자가 PC방에서 등급을 준수하지 않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이유로(서든어택 같은 경우는 위반 계정이 약 백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더군요) 법에 따라 게임물의 등급준수가 필요하고 업주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PC방을 - 그것도 게임의 등급을 다루는 기관에 있는 공직자라는 자가 - 되레 '등급준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뒤 그것을 빌미로 게임의 등급을 18세 이상 이용가로 만들어 버린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은 대체 어느 나라의 법도인지 의문입니다.
PC방에서 게임의 등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게임회사의 책임입니까. 아니면 PC방 업주와, 게임위와, 문화부의 책임입니까?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게임위 관계자께서는 전자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웃기는 노릇입니다.
위에서 든 이유들 외에, 스타크래프트 II가 다른 나라에서 동일한 버전으로 12세 ~15세 등급을 받은 점이나,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는 지엽적인 부분의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해의 측면에서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는 최근의 기조 등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저는 제목에 쓴 대로
스타크래프트 II와 관련된 게임위의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 결정이 상당히 무지몽매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산업 발전이나 게임 과몰입 해소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며, 블리자드는 기존에 아무리 원버전이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맞았다고 해도 틴버전으로 수정통과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II를 통한 순기능의 확산만 다른 나라보다 더 느리게 만드는 불행을 자초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스타크래프트 II의 등급 결정으로 인한 득실을 간단히 살피자면 저는 스타크래프트 II가 이대로 성인 등급을 받으면 더 울상을 짓는 쪽은 블리자드라기보다는 다른 게임회사, PC방, 게임방송, e스포츠계라고 생각합니다. 베타버전이 15세였던 스타크래프트 II가 18세 이상 이용가로 되레 등급 상향되는 광경과 게임 과몰입 운운하며 게임을 죄악시하는 풍토 속에서 과연 어느 국산 게임업체들이 등급분류를 심사해야 할 때 꺼림칙해하지 않을지도 의문이고, 스타크래프트 II 효과를 성장 동력삼아 부흥을 잔뜩 기대했던 PC방은 어쩔 것이며, 지금 승부조작 건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고 스타크래프트 I 콘텐츠에 편중되어 있는 게임방송과 e스포츠계는 말할 것도 없지요.
영등위 시절 국내외 게임을 고무줄 잣대로 심판하다가 게임 발전을 저해시키고, 된서리를 맞고 공신력에 상처를 입었던 어리석음을 게임위로 바뀐 지금에 와서도 되풀이하고 싶으신 것인가요? 다른 것 안 바라겠습니다. 제발 등급은 등급답게 매겨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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