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8/19 03:51:56 |
Name |
UnkOwn-MuMyuNG |
Subject |
MBCgame 스타리그 최종 예선 3차전 감상 및 후기. |
3차전...오늘의 메인 이벤트라고 생각했던 서지훈 vs 변은종 선수의 경기가 다소 싱겁게
끝난점을 감안한다면 오늘의 진정한 게임의 재미는 바로 3차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변길섭 선수...온게임넷 네이트배 우승자이자 한빛팀 테란의 계보중 최정상에 있는
선수.불꽃테란이라는 전략으로 이름을 알리고 우승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각종족
상대로 전혀 무리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테란이죠.
변길섭 선수의 특징중 하나는....이른바 테테전 9인방(한웅렬,이윤열,임요환,서지훈,
베르트랑,최인규,나도현,변길섭)에 들어갈 정도로(한웅렬 선수가 은퇴한 자리를 요새는
최연성 선수가...)테테전에 강력합니다.그만큼 그의 테테전 능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고
각종 메이져 대회에서 꾸준히 16강에 드는 모습(비록 온게임넷에서는 2시즌 연속 탈락
이지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를 치른 또 한명의 선수 이병민 선수...
얼마전 엠겜 예선 후기에 소개되었듯이...그야말로 절대 무명이었습니다.이전에 조그만
대회에 몇강에 든것을 송감독님이 픽업하여 키우셨다는것 정도가 세간에 알려진 정보의
전부...
그러나 오늘 3차전은 그야말로 이병민 선수의 판을 짜는 능력이 드러난 한판이었습니다.
3차전 1경기...맵은 짐레이너스 메모리.이병민 선수 4시.변길섭 선수 12입니다.
통상 짐레이너스에서 이런식으로 위치하게 되면 종족간의 상성을 떠나 12시의 선수가
유리합니다.이유는 개스 멀티 확보의 용이성 때문입니다.4시 스타팅에서 가장 가까운
3시 개스 확장기지는 12시 앞마당 언덕에 바싹 붙여서 시즈탱크로 개스통 포격이 가능
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두선수...빌드는 거의 비슷합니다만 초반 scv견제로 변길섭 선수가 미세하게나마
배럭스및 테크트리,벌쳐 생산이 반타이밍 정도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요새 테테전의 유행답게 벌쳐로 마인을 깔고 탱크 추가하여 조여버린뒤(상대가 골리앗
인경우) 멀티하는 전형적인 전략을 변길섭 선수는 들고 나왔습니다.
반면에 이병민 선수는 골리앗 두기를 생산한 이후에 탱크를 언덕위에 배치하여 조이기
라인의 전진을 막고 스타포트를 짓습니다.
앞서 김정민 선수와 나도현 선수와의 경기와 비교해볼때 훨씬 빠른 타이밍이었습니다.
테테전의 특징이 바로 여기서 드러납니다.초중반 심지어 후반이라도 적은 병력으로 최대
한의 수비라인을 갖출수 있기 때문에 테크트리를 빨리 올려도 입구를 내줄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 겠지요.
이병민 선수는 드랍십을 생산하여 골리앗 4기를 태우고 중간에서 변길섭 선수의 병력을
잘라 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1경기의 승부의 분수령이었습니다.변길섭 선수는 조여놓고 멀티해야하는 타이밍
을 놓치게 된것이죠.멀티는 해야겠는데 조이기 라인의 병력이 중간에 커트 당하니
언제 뚫릴지 모르는 불안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이기 라인의 병력이 본진으로 회군하는 순간 이병민 선수의 커맨드는 이미
엄청난 수로 불어나 있었습니다.이미 골리앗 4기에 많은 피해를 본 변길섭 선수는
상대의 4시 확장 개스 수급은 저지시켰지만 그곳에서 채취된 미네랄로 지어지는 커맨드
까지는 저지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병민 선수는 3개의 커맨드를 모두 지켜냅니다.여기서 돋보인것이 이병민 선수의
디펜스 능력이었습니다.정말 신출귀몰한 드랍십 병력 운영으로 6시 확장기지의 공격을
수비해내며 상대의 12시 뒷마당 개스기지 타격...곳곳에 지어지는 터렛과 골리앗 벌쳐
탱크의 병력 운용은 변길섭 선수가 더많은 화력을 쏟아붓고도 손해를 입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동력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변길섭 선수의 패인은 기동력이었습니다.이병민 선수가 드랍십,벌쳐등의
속도감 있는 특전대를 운영했다면 변길섭 선수는 앞마당과 뒷마당을 가져가며 나오는
대규모 병력의 전격전을 기획했었던것 같습니다.(그 증거로 변길섭 선수의 드랍십은
대단히 늦게 나왔죠.조이기 라인 병력이 끊어지며 개스의 압박을 받은것도 한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이후 이병민 선수는 개스가 들지 않는 벌쳐 중심의 부대를 운용하며 개스를 모으고 모아
배틀 크루져를 생산합니다.변길섭 선수는 다급한 나머지 탱크 골리앗 중심의 부대를
드랍십에 편성 이병민 선수의 확장에 타격을 주려 하지만 이병민 선수의 벌쳐 중심의
(탱크와도 맞장뜨는) 부대운용에 개스 소모가 심한 유닛을 '낭비'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10시 확장기지에 교묘한 골리앗 탱크 드랍으로 scv는 거의 전멸하고 병력 역시
궤멸된 가운데 변길섭 선수는 뒤늦게 벌쳐 중심의 부대로 이병민 선수의 후반 방만한
운영을 기대하며 찌르기를 시도하지만 이병민 선수는 꼼꼼한 방어로 단 한군데의 확장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지켜냅니다.
10시가 벌쳐 부대의 강습으로 빈사상태로 갔을때는 이미 게임이 많이 기운 상황.
6시 앞마당 커맨드 센터를 파괴시킨것이 변길섭 선수의 최후의 전과라고 봐도 좋을
상황에서 이병민 선수는 감춰두었던 공1업 배틀 크루져를 변길섭 선수 본진에 깊숙이
꽂아 넣습니다.
결국 변길섭 선수는 더 버티지 못하고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사실 이 경기를 보며 놀랐던 것은 이병민 선수의 완벽한 디펜스였습니다.2차전에서도
정말정말 적재적소에 있는 터렛 때문에 변길섭 선수의 드랍십이 회군한게 수차례였고
병력이 떨어지면 그위를 뒤덮는 이병민 선수의 병력. 변길섭 선수가 타격을 주면 이병민
선수는 변길섭 선수의 자원줄을 끊고 생산 건물을 부수는 플레이로 더큰 타격을 주었습니다.(플레인즈 투힐에서의 앞마당 탱크 위치와 본진 구석구석의 터렛 위치는 정말 아트
였습니다.)
마치 한승엽 선수와 주진철 선수의 경기가 연상될정도로 빈틈없는 방어, 공격의 연속에
변길섭 선수가 리듬을 타지 못하고 그만 경기를 내준 인상이 짙습니다.
그리고 이선수의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동시다발적 확장입니다.짐레이너스에서도
그랬지만 변길섭 선수에게 타격을 들어가며 완성된 커맨드는 4개...한국산 베르트랑
입니다.-_-; 외국인 유저는 거기서 scv를 뽑지만 이병민 선수는 동시에 커맨드만
짓고 scv는 거의 없습니다.그러다 어느순간 보면 활성화가 되어있죠.
오늘 경기를 보고 느낀점은 오랜만에 테란의 스타일리스트가 나타났다! 라는 생각입니다.
임요환-베르트랑 으로 이어지는(연관성은 없고 오직 스타일리스트입니다.)계보에
적자로 들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상 오늘의 엠겜 최종예선 3차전 1경기에 대한 후기였습니다.
ps- 보면서 "와...진짜 말도안돼...진짜 잘한다...어디서 이런 물건(?)이 튀어나왔지.
진짜 잘하네..."라고 중얼 거렸다는...다른건 몰라도 수비력 하나만큼은 정말 엄청나더
군요.(같이 구경하시던 분들도 기대 이상이다...정말 잘하네...라고 평을 내리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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