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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23 11:55:16
Name 에버그린
출처 https://mobile.facebook.com/subusunews/
Subject [기타]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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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바람도 밀어내지 못하는 구름이 있다.




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하늘 끝에서 숨을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저 산 너머 가을은 이미 나뭇잎 끝에 매달려 있다고 바람은 속삭인다.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을 많이 닮은 엄마가 계신다.




가을만 되면 산과들을 다니느라 바쁘시고 가을을 보낼 때가 되면 ‘짚신나물도 보내야 되나보다’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그러시던 엄마가 2년 전 가을, 잦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아다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별일 아닐거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서울구경이나 해보자며 서울길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암3기’라는 판정이 나왔다.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 깨어나야 되는 순간이라 생각이 들 때 아빠가 힘겹게 입을 여셨다.




“혹시 오진일 가능성은 없나요? 평소 기침 외에는 특별한 통증도 없었는데요.”




무언가를 꼴똘히 보던 그때의 선생님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소를 우리에게 보이셨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빛이 차단되는 것 같은 병원을 우리 가족은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가도 우리의 시간은 멈추고만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오는 내내 엄마는 말을 걸지도 하지도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울음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내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워 나도 소리내어 울었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생겨야만 하는 것일까?




엄마는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밖에도 나가시지도 않고 세상과 하나둘씩 담을 쌓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엄마는 어느 날, 우리를 떠나서 혼자 살고 싶다 하셨다.




엄마가 우리에게 짐이 될 것 같다고 떠나신다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엄마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엄마는 그러면 여태껏 우리가 짐이였어?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내 눈물을 보던 엄마가 꼭 안아주었다.




지금도 그 때 왜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아빠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공기 좋은 산골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한 곳은 밤이면 쏟아질 듯한 별들을 머리에 두르고 걷는 곳이며, 달과 별에게도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오지산골이다.




이사할 무렵인 늦가을의 산골은 초겨울처럼 춥고 싸늘하게 여겨졌지만 그래도 산골의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 할머니가 고구마 한 박스를 머리에 이어 주시기도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베트남 아주머니가 봄에 말려 두었던 고사리라며 갖다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함께 아파해 주셨다.




이곳 산골은 6가구가 살고, 택배도 배송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 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 주시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 하셨는데 엄마가 암환자라는 얘기를 들으셨는지 ‘꾸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마시라고 챙겨주셨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의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란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고구마를 주시던 할머니에게서도 봄에 말려두었던 고사리를 주었던 베트남 아주머니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산골까지 오시는 우체국 아저씨에서도 마음속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때문에 엄마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다시금 예전처럼 가을을 좋아하셨음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가을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같아!” 하시며 웃으셨던 그때처럼 말이다.




(경북영양 수비초 6-1 정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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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하나
16/01/23 12:01
수정 아이콘
글 잘쓰는것도 타고 나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즐겁게삽시다
16/01/23 12:08
수정 아이콘
다 씻고 나가기 직전에 왈칵 울뻔했어요ㅠㅠ
도들도들
16/01/23 12:09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하고 감수성이 깊네요.
신예terran
16/01/23 12:09
수정 아이콘
감동적일 정도로 잘쓰네요.
16/01/23 12:12
수정 아이콘
진짜 천재네요... 13살의 필력이 와..
자게로 가도 될거같은데..
비상의꿈
16/01/23 12:15
수정 아이콘
대단한 소년이네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글솜씨를 지녔군요
소리가 있는 겨울 읽으면서 진짜 울컥했습니다ㅜㅜ
아이군
16/01/23 12:15
수정 아이콘
소싯적에 시 좀 쓰겠다고 용 써본 사람 입장에서 저건 진짜 위엄돋네요-_-;;;

지금 당장 책내도 팔릴 수준... 하아...
대구생막장
16/01/23 12:19
수정 아이콘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 필력이네요 한 10여년 지나서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크크
공허진
16/01/23 12:28
수정 아이콘
저게 정말 글이죠
신문사설이나 인터넷에 허세 가득한 쓰레기들만 보다 글을 읽으니 눈이 정화되네요
여자친구
16/01/24 20:24
수정 아이콘
x2 공감합니다.
저수지의고양이들
16/01/23 12:32
수정 아이콘
엄마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엄마는 그러면 여태껏 우리가 짐이였어?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감성이 메마른 사람도 바로 울보로 만들 한 문단이군요.....
몽정가
16/01/23 12:34
수정 아이콘
천재맞네요...
부들부들
16/01/23 12:34
수정 아이콘
예체능은 타고나는게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 중에서도 순수문학을 최고로 꼽습니다.
저런 감수성과 표현은 도저히 알려준다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ChojjAReacH
16/01/23 12:38
수정 아이콘
따뜻하네요.
16/01/23 12:42
수정 아이콘
아... 사람들 다 있는데 '돌'을 읽고 나니까 눈물 주르륵.. ㅜㅜ
Cazorla 19
16/01/23 12:44
수정 아이콘
하..
공짜로 이렇게 읽을 글이 아니네요..
16/01/23 12:45
수정 아이콘
음.. 어.....
이런 표현을 할수 있다는것 자체가 정말 부러울 뿐입니다..
하쿠나마타타
16/01/23 12:46
수정 아이콘
진심이 가득담겨 있는 글이라서 감동이 더 배가 됩니다...ㅠ.ㅠ
16/01/23 12:58
수정 아이콘
지하철에서 눈물이 맺히네요..
16/01/23 12:59
수정 아이콘
천재 인정..
루크레티아
16/01/23 13:04
수정 아이콘
예술이 창작자의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는 말이 맞긴 하군요.....
네오크로우
16/01/23 13:06
수정 아이콘
한 번에 술술 읽히면서 그대로 머릿속에 가슴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정말 아름답게 글을 잘 쓰네요.
하늘하늘
16/01/23 13:16
수정 아이콘
사람들 마음 속 온도를 모두 '따뜻함'으로 맞춰주는 온도조절기같은 아이네요.

소망이 있다면 어머니가 오래오래 가족과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16/01/23 13:18
수정 아이콘
울컥하네요...
인생은혼자다
16/01/23 13:32
수정 아이콘
자게로! 추게로! 간만에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보로미어
16/01/23 13:34
수정 아이콘
이거 본문에 내용 조금만 추가해서 자게로 가면 어떨까 싶을정도로 좋은 글이네요.
tannenbaum
16/01/23 13:41
수정 아이콘
정말 좋습니다.
연습한다고 배운다고 이런 글을 쓸수는 없지요. 비슷하게 흉내는 낼 지언정.... 정말 천재네요.
어렵고 낯선 단어 하나 없이 과장도 허세도 없이 이리도 사람맘을 울리는 건 정말 대단한거지요.
나중에라도 더 좋은 글을 쓰며 살아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분홍돌고래
16/01/23 13:41
수정 아이콘
지난 주였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아이네요. 우연히 채널 돌리다 아이가 쓴 글들 소개해주는 것 보고 울면서 끝까지 봤던 기억이... 패널이었던 김지선씨도 눈물 한 가득 흘리셨었죠.
영상 보시면 아빠도 엄마에게 지극정성, 존댓말쓰며 고이 돌보시고 엄마도 가족들 앞에선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웃으려 애쓰는 모습이 나옵니다.
여민이는 학교에서 말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엄마가 아파할때면 추운 날씨에 집 밖의 의자에 앉아 읽었던 책을 또 읽고 또 읽고 한다구요. 엄마 아픈 모습 보기 괴롭고 엄마도 맘껏 아파할 수 없으니까요.
오지나 다름없는 산골에서 살면서 투정 하나 없이 자연을 노래하던 형제의 모습, 특히 여민이란 아이의 글귀에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좋은 감성 좋은 글로 많이 남기고, 부디 엄마가 꼭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예쁘면다누나야
16/01/23 13:43
수정 아이콘
햐....
사악군
16/01/23 13:45
수정 아이콘
진짜 눈물이 핑 도네요..
블리츠크랭크
16/01/23 13:45
수정 아이콘
문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소름돋을 정도로 잘쓰네요..
미남주인
16/01/23 13:58
수정 아이콘
수준이 너무 높아 아이가 썼다고 생각하기 힘들어서 당연히 반전이 있을 줄 알고 감동을 눌러 놓고 읽어내려왔는데... 그냥 작가네요. 아니, 아주 좋은 작가네요.
리미리미
16/01/23 14:46
수정 아이콘
아.. 눈물이 나네요 ㅠㅠ
16/01/23 14:51
수정 아이콘
허허 이거 타 사이트에서 "천재소년의 마음 속 온도" 라는 제목만 보고 과학에 재능있는 천재인데 나중에 커서 아픈 사람들으 고치는 약을 만들래요 뭐 이런류의 마음씨도 착한 내용이겠지 이정도로 짐작하고 넘겼는데 ㅜㅜ 이런거였군요
구주네
16/01/23 15:24
수정 아이콘
이건진짜... 유게에 있을 글이 아닌데요...
테바트론
16/01/23 15:34
수정 아이콘
성인이 글을 써도 감수성 과잉에 문장 구조 망가져서 확 깨는 결과가 수두룩하게 나오는데...이건 뭐 대단하네요 정말ㅠㅠ
16/01/23 15:54
수정 아이콘
아내가 옆에서 보고는 '윤동주 오빠나 백석 오빠의 후계감이 나왔다'라고 하더군요. 얼굴도 잘생겨서..
16/01/23 15:57
수정 아이콘
훌륭한 작가가 안 되어도 좋으니 어머니랑 오래오래 같이 살았으면 좋겠네요..
16/01/23 16:22
수정 아이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 화가 김민찬군 영상도 꼭 보길 추천합니다.
세월호 관련 작품 나올때 정말 부끄러워지더라구요..
미네랄배달
16/01/23 16:28
수정 아이콘
이 글은 자게로 보내죠.
글 보면서 감탄사만 몇번을 하는건지..
스웨트
16/01/23 16:59
수정 아이콘
진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정도로.. 감동했습니다
글귀 한구절 한구절이 손난로같이 따뜻하면서도 사람 울먹울먹하게 만드네요
시에나
16/01/23 18:10
수정 아이콘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게 아닌데..
초등학생이라니..
경외심이 들면서도 저 아이가 처한 상황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네요.
부디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16/01/23 20:56
수정 아이콘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 추운 겨울,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6/01/24 03:24
수정 아이콘
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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