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을 위시해서 우래옥 을지면옥 흥남집 곰보냉면 등 노포의 냉면을 방문해 인테리어를 보면, 당연히 오래된 포도주 마냥 동시대가 켜켜이 숙성되어 있다.
, 떡만두(국), 골동반(비빔밥) 그리고 냉면 등이 있다. 이 서너 가지 메뉴 들은 모두 강남에 “OO가든”이라고 하며 대형 직화숫불구이 갈비집들이 생기기 이전 시절부터 있었던 레거시 메뉴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좀 클래식하게 보이기는 하다.
내가 뭘 아는 것도 경험도 없어 어리버리 하던 시절이다.
어렵스레 잡은 직장이 명동에 있었다. 그 신입이 회사에서 회식만 하면 신 났다. 접해 본 적도 알지도 못한 음식을 경험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어리버리에게 명동은 각종 형태의 음식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사실은 신세계를 제공해 주었다. 어디나 그렇지만 점심때는 사무실에서 나온 회사원들과 눈에 띄게 늘씬한 아가씨들이 식당에 그득 했다. 명동 칼국수는 여전하고, 그 외에도 뒷골목의 신정, 신정 앞의 함흥냉면 등등이 명동 안에 있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오늘의 점심 상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명동, 북창동 및 종로 등에는 대부분의 은행과 증권 등이 콤팩트하게 포진해 있고, 무역, 해운, 시멘트, 건설, 섬유회사는 물론 대기업 및 국영기업의 본사와 함께 골목골목에 푸짐한 안주를 제공하는 술집이 그득하며 거래처와 주간의 업무는 물론 그 일이 끝나고 해가 지면 더 바쁘게 해야 할 일이 생기며, 이 또한 중구와 종로구 안에서 대부분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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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케이블이 깔리고 여기저기 인터넷에 글을 쓸 곳이 생겨나자, 여러 키보드 워리어 들로부터 냉면 노포들의 특성과 비교 평가가 이어졌다. 사실 이것은 시시비비 보다는 맛에 대한 자기 생각의 표현인데, 이의 동조자와 비판자로 편이 갈리기도 했다. 면이 어쩌고 육수가 저쩌고 비빔은 어떻다는 둥.
목소리는 중구난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나뉘어 몇 개의 노포로 대강의 정리가 되어갔다. 노포의 위상(Social Status)이나 보편성은 지금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순전히 국산 한우만 먹다가 2000년대 초반 쇠고기의 수입자유화가 시작된 영향도 있다. 그로인해 육식이 폭발하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라서 메밀로 만든 저칼로리식은 누구에겐 지금의 별식만큼으로 평가 되었던 시대가 된 것이다.
분명 그 때 맛본 MSG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 혀를 휘감던 냉면육수의 육향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 한일관의 냉면 그 때의 맛과 자태는 아직 내 머리 속안에 박혀있다.
근데 어쩌랴 모든 사람의 혀가 일정한 특성을 가진 균일한 공장제품이 아닌 것을. 청국장, 숙성치즈, 하몽 등 시간이 만들어준 퀴퀴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나 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Slow food에 익숙한 사람과 초딩 입맛과는 서로 선호 영역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기의 혀는 개인의 경험치와 취향에 따라 모두가 Sensing 범위가 다른 것을.
그런데 이처럼 음식은 현재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맛이란 것이, 맛은 현실에서는 형체가 없는, 존재 아닌 존재로 분명 4차원의 무엇이란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머릿속에서 만 존재하는 5감과 Six Sense(6감) 중 어느 곳인가 즈음에 위치한 것이 맛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 평소에는 인식하고 지내지는 않지만, 지나간 맛의 기억에는 "#"나 자바스크립트의
tag 처럼, 기억의 "ID"안에 '태그(Tag)가 붙어 있다.
그 태그에는 음식의 모양에 더하여 향과 식감, 시간, 장소 그리고 그때의 필요, 절실 또는 감동적이었던 느낌이 기억 창고에 데이터베이스로 냉동시켜져 있다가 남모르게 혼자서 꺼내 해동시켜 보고는 혼자 킥킥대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것이 맛의 태그 #들 이다.
그것은 비록 나이가 먹더라도, 한국에 살다가 타국에 가서도 없어지지도 평생 떼어지지도 않는 껌딱지 같은 4차원 디지털 캬메라 메모리 이다. 그 4차원 디지털 카메라는 맛뿐만이 아니고 모양이나 냄새만으로도 메모리가 활성화가 된다.
그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에 마셨던 커피일 수도, 어릴 때 먹었던 퀴퀴한 청국장일 수도, 지금은 맛없어진 수수개떡일 수도, 컴컴한 어둠속에서 소리 안내고 몰래먹던 건빵이나 비스킷일 수도, 아니면 초등학교 앞의 불량 주전부리 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은 눈을 감은 채 스치는 냄새만 맡아도 어릴 적 먹던 그 기억이 살아 돌아와 잠들어 있던 감정을 휘저어 놓을 만큼 강력한 것이어서, 어찌 달리 손볼 수도 없는 부분도 있다.
그 맛이란 그 때 그 시간에 굳어진 향기도 있고, 누구와 같이 존재했던 그 공간과 시간이 기억의 푸딩 한 조각이 되었을 수도 있다. 총 맞은 것처럼 어떻게(How)라거나 왜(Why) 아니면 절대(Never)로 못 잊는 감격에 눈물 젖은 빵도 있겠지.
아무 생각 없던 날 점심으로 간짜장에 양파를 춘장 발라서 잔뜩 먹고 난 어느 날, 콧김에서는 아직도 생양파의 냄새가 풀풀 나는데, 웬걸 모처럼 만난 그녀와 분위가 야릇하게 잡힐 껀 뭐람 같은 것도 있다. 그렇게 그날을 아쉽게 보냈지만 그녀는 내게 삼프 향기를 남겨 놓고 간 그 기억도 나의 아카이브에 있다.
그 중에도 가장 좋았던 것은 누구나의 머리속에 시간이 정지하여 남아 있는, 그 사람과 함께 나누었던, 그 분위기에 취했던 몽롱하고 편안했거나 심쿵했던 그 맛이 아닐까.
지난 청년 시절에 먹은 냉면의 육향은 이렇게 여러 가지 기억을 내게 남겨 놓았다. 이런 맛에 대한 Tag가 많이 달려있는 당신은 이미 인생의 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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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줴~엔 그리운 거슨 그리운대로 내마메 둘거야 ~
그대~에 생가기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두쉬~
흰눈 내리면 들파늘 서성이다~
옛사랑 생가게 그 길 차자가지 -
We will, we will tongue you !!! by Freddie Mercury(1946~1991)
여러분 즐냉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