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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20 03:03:5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1816202071
Subject [일반] 1917 - 전해야할 이야기. (스포)
1. 1917년 4월 6일, 두 영국군 병사는 데번셔 연대 2대대의 공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차출됩니다. <1917>은 이 두 병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살려보자. 2) 이 리얼리티를 최대한 롱테이크로 가져가 보자. 덕분에 영화는 크게 두 테이크로 나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눈속임 장면 전환이 있습니다.) 크게 낮 시퀀스와 밤 이후의 다음날 까지의 시퀀스로요.

2.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시작부터 걸려있는 다음날 동이 트기 전까지라는 시간 제한,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으로 인해서 몰입감이 개인적으로 엄청났습니다. 녹색으로 시작했다가 체리 나무가 가득한 백색, 어둠을 거쳐 불꽃의 적색, 동틀 녘의 청색을 거쳐 다시 참호의 백색을 거쳐 녹색으로 돌아오는 구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독일군에 쫓기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왼쪽에 적, 오른쪽에 십자가를 배치하고 매 순간 주인공이 오른쪽으로 회피함으로써 도망치는 연출까지, 외려 단순한 이야기이기에 최대한의 기교와 솜씨가 발휘된 느낌이었습니다.

3.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건 게임 '배틀필드 1'이었습니다. 물론 1차 대전 배경이라는 공통점, 한 사람의 시점을 따라가는 게임 같은 구성이라는 부분이 작용한 것도 맞지만, 개인적으로 떠올랐던건 'War Stories'라는 제목이 달려있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공격 중지라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된 이야기는 전우의 전사와 함께 다시금 전달해야할 이야기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 자체의 서사도 어떤 의미에선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story'가 되었습니다. (실제 감독 샘 멘데스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영화화 했습니다.)

4. 그래서, 결국 남는 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웅담이라기에는 씁쓸하고 찝찝하고, 반대로 반전 영화로 보기에는 뭔가 애매하고. 결국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은 아무 전쟁도 끝내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그 모든 삶과 죽음의 덧없음을 말하고자하는 영화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이 그날일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속에서 이번 주와 다음 주의 명령이 다르고, 영광이어야할 훈장은 단순한 철제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순간들에도 삶과 죽음은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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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는 이 영화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참 애매합니다. 저는 일-구-일-칠로 읽는데, 배경인 1917년을 생각하면 붙여 읽어야할거 같기도 하고...
p.s. 2. 로저 디킨스옹의 두번째 아카데미를 축하합니다. 이걸 미리봤다면 내기에서 아마 무조건 1순위로 뽑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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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르르
20/02/20 08:07
수정 아이콘
전 삶이란 이런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기 싫은 임무를 맡았지만 그 임무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임무는 본인의 목숨만큼 소중한게 되어버리죠..
이성적으로 임무가 중요해졌다기 보다는 그 과정들을 겪으며 그 임무가 의미있어진거죠..
임무가 끝났을때 남는건 없죠..
우리 삶도 살아가며 삶 자체가 의미가 부여되고 중요해지지만 지나고 보면 허무한게 바로 그 삶이니까요..
20/02/20 08:50
수정 아이콘
버드맨 보고 지렸던 감정을
어제 1917보고 다시 느꼈네요

촬영이랑 편집이 진짜 좋았습니다

근데 메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거때문에 감독도 인물 추가시키고 그런거 같은데
초중반 잠입스릴러 비슷한 그 느낌이 뒤에가서 힘이 많이 빠지네요
aDayInTheLife
20/02/20 08:57
수정 아이콘
버드맨! 도 순간 순간 떠오르더라고요.
중년의 럴커
20/02/20 08:54
수정 아이콘
어제 보고 왔습니다. 촬영과 편집 기법이 특이해서 신선했는데 보면 볼수록 피로감이 커지더군요.
어차피 죽지 않겠지 하다 보니 처음에는 높았던 긴장감이 나중에는 바닥을 치더군요. 역시 기생충
이 작품상을 받은게 정답이었습니다. 불쑥 튀어나왔다가 한번 나오고 사라지는 조연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라 재미있었고, 마지막 부분은 '형이 거기서 왜나와?' 라고 말하고 싶었네요.

기술적인 면에서는 점수가 높은데 스토리나 연출 면에서는 평균이하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밥도 별로 안먹고, 물도 안마시고, 쉬도 안하고...
aDayInTheLife
20/02/20 08:58
수정 아이콘
게임 같다는 게 피로감의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기생충
20/02/20 10:03
수정 아이콘
1인칭 게임 같은 연출 새롭고 좋았습니다
근데 다들 지적 하시듯 연출 스토리에서 봉감독의 손을 들어 주는게 당연해 보압니다
제일 인상 깊은 대사는 주인공이 공격 멈췄다고 1600명 구했다고 안도하는 순간 소령의 이야기였습니다
군인들 죽음으로 보내는건 언제냐일 뿐이지 이유가 중요한건 아니라는 얘기
더하기 나갈때 까지 욕
전쟁의 무모함과 참혹함을 나타내는 연출은 군데 군데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0/02/20 10:33
수정 아이콘
헛된 희망에 대한 대가를 너무 비싸게 많이 치뤄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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