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화성연쇄 살인사건 중에서 8차 사건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당시 경찰의 고문 및 폭력적인 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데요,
그 소식을 접하다 보니 예전에 제가 직접 겪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나이로 46살이고 1974년생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91년 가을이었고, 저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죠.
그때쯤 유행했던 여러가지들 중에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자전거에 기어가 있는 제품은 거의 없었지만 그 즈음부터 앞에 3개의 톱니로 된 15단 이상 기어를 갖춘 자전거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간 2년 동안 조간 신문 배달을 하고 있었으며, 한달 월급 8만원정도를 받았었고 그 돈을 두세달 모아서 자전거를 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15단 이상의 기어를 장착한 최소 15만~20만원 도까지 하던 자전거는 지금에서봐도 고가의 물건이긴 하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강원도 홍천이라는 동네였는데 중고생이면 누구나가 좋던 나쁘던 자전거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많이 보급되다보니 동네 오락실에서 자전거를 도둑맞거나 안장을 빼가거나, 혹은 바퀴 중심축(?) 정도를 잃어버리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죠.
저도 일해서 산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도 있고, 기타 부품들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당시 분위기가 자전거 절도, 혹은 부품절도가 상당히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죄책감은 크게 와 닿지 않는 환경이었습니다.

그 날 새벽, 조간 신문이 오기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랑 근처 주택가에서 자전거 하나를 훔쳤습니다.
가방 하나를 갖고 갔는데 그 가방엔 미리 준비한 드라이버, 스패너, 절단기가 들어 있었죠.
잘못한 일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러다가 시장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들 몇 명을 마주치게 됩니다.
새벽에 학생 둘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수상했겠죠. 가방을 열어보고 거기에서 잇단 공구들이 나옵니다.
당시 시장통에서 절단기를 이용해 열쇠를 끊고 물건을 훔치던 도둑이 문제가 되고 있었나 봅니다.

어찌되었든 저희는 그순간부터 경찰들한테 두드려 맞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파출소까지 200여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대나무 죽창으로 맞으면서 파출소까지 끌려 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각자 수갑을 채우고 친구는 화장실로, 저는 파출소 내에서 2시간여 정도의 폭행을 당했었죠.
시장통에서 뭘 훔쳤냐고....저희는 좀 전에 자전거 하나 훔쳤다고...
그리고 그 맞는 시간 동안에 18년 살아오면서 제가 잘못한 일들을 하나하나 다 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찰들이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는 거죠.
자전거 하나 훔친 거....
얼마 후에 자전거 주인 아저씨가 파출소로 연락 받고 오셨고, 학생이고 나이도 어린데 그냥 봐주시라하셨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고 쇼파에 한쪽에 수갑이 채워진 저에게 전기 충격기 같은 것을 들고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이걸로 고문하겠다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학생 둘을 분리시켜서 열심히 두들겨 팼는데...결국 나온 것은 자전거 하나였지요.
그렇게 맞다가 아침이 되어서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달리 할 말도 없고 수치스럽기도 하고...그 와중에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사주시고 가셨습니다. 배달로...
그 와중에 그들은 몇시간 넘게 폭행을 가하면서 식사 때가 훨씬 지난 저희들에게 식사를 챙겨주기는 커녕 자기네들끼리 무언갈 시켜먹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좀 시간이 되어서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서  거의 하루를 보냈죠.
그러다가 오후 무렵에 풀려났습니다.
(고등학교 3년 개근상을 못탄 이유가 되었죠 쿨럭)

그리고 나서 꼬박 이틀을 앓아누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희한한게...몇 주 후에 춘천 법원까지 다녀왔다는 겁니다.

저와 친구, 그리고 각자의 보호자와 법원게 다녀왔는데 어머니는 일자무식이라 뭘 잘 알지도 못하시고, 그건 친구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검사인지 누군지 면담을 했는데 너희들 또 나쁜짓 하면 가중처벌 받을거라고 조심하라는 말만 듣고 나왔습니다. 7년이라는 말을 들었던 거 같아요.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미성년자가 자전거 하나 훔친게 뭐 7년 동안 가중처벌 받을 만한 나쁜 짓이었던가?
아니면 그들 경찰은 저와 친구를 시장통 금고털이 범인으로 묶었던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면 유치장, 법원까지 왔다갔다 한 이유가 고작 자전거 절도?
가방에서 나온 공구가 문제였을까? 실제 그 공구를 사용해서 절도를 한 것은 아니었고 지니고만 있었는데...
어찌되었든 본인이 관련된 사건에 아는게 없으니 답답하긴 합니다.

저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지나면서 어지간한 폭력을 꽤 겪어봤습니다.
뭐 대학교 때도 조교한테 빠다를 맞아봤고, 군대에선 말할 것도 없고요(소위 죽통을 제대로 맞아서 일주일동안 밥을 못먹은 적도...)
그런데 단언컨대 가장 아프게 맞았고 맞는 시간이 가장 길었으며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웠던 폭력은 바로 경찰들한테 당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과연 그 때 그 경찰들 이름하고 사는 곳 알아내서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왜 그렇게 때려야만 했냐고, 사람 때리는 게 당신들 수사하는 방식인거냐고...

그래서 뉴스에서 화성 8차사건 때 고문과 협박등에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던 윤모씨의 기사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1991년보다 3년 정도 빠른 시기에...동네 규모는 비슷한...
그 이후부터 저에게 경찰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뭐 뻔한 짐작이겠지요.
저는 절대로 경찰들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