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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9 22:31:49
Name 류지나
Subject [일반] [재미있는 전쟁사] 사령관의 전사(戰死)



*이 글은 신불해 님의 목숨 걸고 전쟁하던 옛 시대의 지휘관들(https://pgr21.co.kr/freedom/79042)과 같이 보면 더 재미날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러나 그 희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대체로 장병들, 즉 너, 나, 우리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럼 높으신 양반들은 꼭 안전하느냐?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도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지휘권없이 그냥 얼굴마담이나 해주려고 나오는 무능한 사령관은 오히려 안전했고, 필사적으로 싸워 적을 물리치는 명장들은 굉장한 위험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시대적 환경, 싸우는 문화와 풍습, 사령관의 지위와 배경 등 다양한 것들을 모두 살펴봐야 공정하겠으나, 일단 흥미 위주로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령관급 이상의 인물들을 몇몇 알아봅시다. 사실 그 이하 장군이 전장에서 죽는 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어렵거든요.



[1] 고국원왕과 성왕

백제가 고구려를 위협할만큼 강성해져서, 마침내 평양성으로 쳐들어온 백제군과 맞서싸우다가 고국원왕은 전사합니다. 기록이 많지 않아서 뭐 어떻게 된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난전중에 화살에 맞고 죽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왕이 상대 화살 사거리 안쪽에서 교전을 했다는 이야기. 고국원왕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평양성은 함락되지 않고 백제군이 물러나게 됩니다.

성왕은 좀 더 유명한 사례인데, 한국측 사료에서는 적은 수로 왕이 선봉에 섰다가 급습에 당했다고도 하고, 일본서기에서는 태자의 전투를 치하하기 위해서 소수의 근위병만 이끌고 이동하다 기습당해 죽었다고도 합니다. 대체로는 일본서기측 이야기가 설득력이 높아 많이들 인용됩니다.


[2] 방통, 장합, 주유

삼국지를 아시는 분들은 유명한 인물들. 제일 먼저 주유는 조인과 강릉을 두고 다투다 화살에 맞았고, 그 상처가 악화되는 바람에 사망.
방통은 입촉을 위해 유장을 공격하여 낙성 공성전을 지휘하다가 눈 먼 화살을 맞고 사망.
장합은 북벌 중 후퇴하는 제갈량을 추격하기 위해 나섰다가 제갈량의 매복에 걸려 화살을 맞고 사망.

셋 다 화살을 맞고 죽었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사실 전근대의 사상자 대부분은 활에서 나왔기 때문에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요.



[3]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북방의 사자 구스타브 2세 아돌프

서구 유럽이 낳은 최고의 인간병기 리차드 1세도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았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엄청난 열세에 처했던 십자군 전쟁에서는 불패의 위용을 보였던 그도, 죽음은 대수롭지 않은 성의 공성전을 진행하다 석궁에 저격을 당했고, 그로 인한 상처로 사망했다는 점입니다. 방심하다가 불운하게 화살에 맞았다는 점에서 방통과 유사할지도.

구스타브 아돌프는 좀 더 장렬합니다. 원래도 기병의 선두에 서서 돌격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했던지라 부하 장수들이 뜯어말리기도 했고, 아돌프는 일생에 걸쳐 여러번 전장에서 죽을 뻔 합니다. 심지어 총탄에 맞아 죽다 살아난 이후로, 당시의 기술로는 총알을 뽑을 수 없어 총알이 그대로 몸에 박힌채 상처가 봉합되는 바람에 구스타브는 이후로 갑옷을 못 입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스타브는 변치않고 기병대의 선두에 섰고, 결국 발렌슈타인을 대적한 뤼첸 전투에서 전사하게 됩니다.



[4] 이순신과 미힐 드 로이테르, 그리고 넬슨

충무공 이순신은 너무 유명하니까 생략하겠습니다. 노량 해전에서 누군지 모를 흉탄에 맞아 전사.

미힐 더라위터르(미힐 드 로이테르로 유명합니다)는 네덜란드의 제독으로, 충무공 이순신과 굉장하게 닮았습니다. 불패의 해군 제독이고, 왕에게 미움을 받는 바람에 여러 사지를 경험해야했고, 결국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 까지. 대포에 다리가 잘려나가는 치명상을 입고 전사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는 해군 제독.

넬슨도 유명하지요. 과감하게 근접전으로 치고들어가는 공격적인 전술을 즐겨쓰던 그는, 트라팔가 해전에서 적선과 근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적선의 망루위에 올라가있던 저격병이 저격하는 바람에 죽습니다.

근현대 이전의 해전은 거의 육전 못지 않게 근접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해군 제독은 어찌보면 육군 지휘관보다 더 위험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이순신, 로이테르, 넬슨처럼 과감하게 사령선이 적에게 돌격하는 유형은 더더욱 죽을 확률이 높았죠.



[5] 튀렌 자작, 모로 장군, 바그라티온 장군

튀렌 자작은 30년 전쟁과 대 스페인 전쟁에서 맹활약한 프랑스의 대원수입니다. 적 포병 진지를 시찰하려다 날아온 대포에 목숨을 잃습니다.
모로 장군은 프랑스 혁명기에 이름을 떨친 명장으로,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자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러시아로 들어가 러시아 황제가 신임하는 사령관이 됩니다. 전장에서 황제와 전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날아온 포탄을 맞고 사망.
바그라티온은 러시아의 장군으로 나폴레옹의 러시아 진격에 맞서다가 보로디노 전투에서 포탄 파편에 맞고 전사합니다.

대포에 맞고 죽은 사령관 특집입니다.



[6] 야마모토 이소로쿠, 버크너 중장

2차 세계대전, 미군과의 소모전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서히 밀려가던 일본군은 대규모 항공작전으로 반격하고, 이 전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합함대 총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직접 전선 시찰을 계획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암호 통신이 미국에게 포착되어 해독당하자, 미국은 전투기를 보내 야마모토가 떠나는 시찰 경로를 급습, 야마모토 탑승기를 격추하며 야마모토는 전사.

버크너 중장은 오키나와 전투의 사령관으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 점령전에 연대를 치하하려 나서다 일본의 포격을 받게 됩니다. 포격 자체는 은엄폐하고 있어서 맞지 않았으나 불운하게도 포격에 의해 부서진 산호초 덩어리가 그의 가슴에 꽂히며 사망. 2차세계대전 미군 장성중 최고위 전사자였습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뛰어난 장군은 스스로 선두에 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명장의 자질이란 병사들과의 동고동락, 선두에 서서 전진할 수 있는 용기, 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카리스마와 굳건한 의지, 거기에 쇼맨쉽 기질까지 포함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플러스로 운이 좋으면 명장이 되는 거고, 재수가 없어서 일찍 죽으면 비운의 장군 내지는 역사에 묻히는 수많은 장군 중 한 명...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기마의 선두에 서기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전이 바로 기병의 우회 공격이었지요. 자신이 선두에 선.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불리한 전황이 되자 자신이 방패 하나만 들고 적진에 뛰어들며 휘하의 백부장들의 이름을 불렀다고 하고
조조는 원술의 수춘성을 공성할 때 손수 북을 치며 병사들을 독려했으며
나폴레옹도 다리 건너편에 적이 노리고 있음에도 직접 다리를 건너가려다 부장들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간신히 살아난 일도 있습니다.
(쇼맨쉽이라는 말도;)


패전했음을 깨달았으나 도망가지 않고 죽은 경우도 있지요. 황산벌의 계백 장군이나 삼국지에 나오는 부융, 제갈첨 같은 장군들. 사령관은 직책만큼이나 책임감도 막중하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수한 사례 한 명을 소개하자면

-아군과 불화를 겪으나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함
-자신을 미워하던 아군을 몰아내고 총사령관이 됨
-적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출동
-졸렬한 지휘로 다 말아먹고 도주하다가 전사(?)

원균도 사령관의 전사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면서 이 글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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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사랑해
19/10/09 22:42
수정 아이콘
당시 원균이 전사한건 조선에는 이득 일본에는 손해 같아요
메가트롤
19/10/09 22:53
수정 아이콘
딜중지하는데스 딜중지하는데스
대학생이잘못하면
19/10/09 23:38
수정 아이콘
0/13/1 트롤 베인이 탈주해서 경험치 낭비 없어진 개꿀 상황
세인트루이스
19/10/09 22:43
수정 아이콘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혹시 일본측 기록에는 이순신장군을 쏜 사람이 특정되어있지 않을까요? 조선측에서야 우리의 영웅을 죽인 사람을 치켜세워주기 싫어서 "어디선가 날라온 총알에 맞고 죽음"이라고 기록했지만, 일본에선 어떤 병사를 전쟁영웅으로 기념하고 있을수도??
류지나
19/10/09 22:48
수정 아이콘
사실 모두가 궁금해하는데 일본측 기록에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영원히 묻힐 난제.
세인트루이스
19/10/09 23:16
수정 아이콘
오 - 일본어를 못해서 못 찾아봤는데 답변 감사합니다. 음... 엄청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였다"라고 주장했을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는 밝혀진바가 없군요.
암흑마검
19/10/09 22:5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음모론도 종종 나오는 것 같습니다.
DownTeamisDown
19/10/09 23:39
수정 아이콘
음모론도 그럴싸 한게 만약 살았어도 선조가 살려두지 않았을꺼라 그냥 전사한것으로 위장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 이후에 선조의 행태를 보면 그럴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게...
Knightmare
19/10/09 23:28
수정 아이콘
총을 단체로 일제사격하니까 쏜 쪽에서도 누구 총알일지는 모를 것 같습니다.
세인트루이스
19/10/09 23:49
수정 아이콘
흠흠 - 말씀대로 검증이 불가하기에,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사격의 신동이었으며, 효심이 깊고 용맹하고 애국심이 투철했던 오사카 출신의 xxx가 참전해서 적장 이순신을 쐈다" 등의 영웅 만들기가 있었을 것 같아서요 흐흐 없나보네요 흐흐
눈시BB
19/10/10 00:31
수정 아이콘
아마 그 때 일본은 이순신이 죽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
11년째도피중
19/10/10 08:02
수정 아이콘
당시의 조총 능력으로는 사격의 신동따위 있었을리도 없습니다.
쏘는대로 날아가야 사격의 신동이 나오죠. (...)
카바라스
19/10/10 10:07
수정 아이콘
그런건 관우가 안량을 벤 수준은 되야..
19/10/10 00: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노량해전은 1598년에 일어난 일이고, 그로부터 200년도 더 지난 1805년에 트라팔가르 해전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떤 프랑스 수병이 호레이쇼 넬슨 제독을 전사시켰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근대에 보다 가까운 이 시기에는 임란시기보다도 더욱 많고 객관적인 기록들이, 영국과 프랑스 양측에 남아있습니다. 양측에 각각 어떤 함선이 참가했는지, 각 함선의 승무원의 직급과 이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특정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다만 역시 현대 전투기록처럼 누가 특정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진 않습니다. 특히 귀족 장교라면 몰라도, 평민은 주민등록이 되던 시절도 아니라서요. 프랑스 전함 르두타블 (Redoutable)의 승무원은 643명에 달했고 522명이 다치고 죽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노량해전보다는 자세하게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프랑스 수병 중 누가 이런 '전과'를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신호장교 후보생 (원어: Midshipman) 존 폴라드 (John Pollard)가 남긴 기록에 "내가 넬슨 제독을 저격한 프랑스 수병을 죽였다!"라고 나오긴 합니다만, 역시나 그 역시 그 프랑스 수병과 통성명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요...

다만 폴라드의 기록에서 눈 여겨볼 대목이 있다면 '대강' 어느 쪽에서 총탄이 날아왔는지 쓰러지는 제독 옆에서 알아챘다고 기록한다는 것입니다. 미즌마스트(Mizzen-mast) 그러니까 뒤돛대 또는 3번 마스트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폴라드는 다른 영국 승무원들과 함께 일단 '거기' 있는 놈들은 다 죽였다고 남기고 있지요.

아마 노량해전 당시 조선 수군의 반응도 존 폴라드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저는 한번 생각해봅니다.
세인트루이스
19/10/10 00:44
수정 아이콘
;;;; 이런 엄밀한 답변 아주 감사합니다. 전쟁 역사에 대해선 웬만한 학자/교수들도 아마추어 밀덕에게 못 비빌것 같습니다..
참돔회
19/10/09 22:52
수정 아이콘
정말 여러나라 여러시대 역사에 지식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이네요
감사감사요 흐흐
닉네임을바꾸다
19/10/09 23:29
수정 아이콘
핵심은 막줄...
공식은 전사이나 실제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그 균
갈색이야기
19/10/10 00:16
수정 아이콘
근데 원균은 사실 살아있었을 겁니다.(...) 이후에 살아있는 원균을 봤다는 증언들이 있는 걸 보면 죽이자니 왕 면이 안 서서 그냥 뭉갠 거겠죠.
전자수도승
19/10/10 00:18
수정 아이콘
엉규이.....
19/10/10 00:33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예시도 좋고, 주제도 좋고, 빌드업(?)까지 완벽하네요!

요즘 워해머 토탈워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장군'도 병력의 일부라서 구린 녀석이 있으면 참 속이 탑니다 크크크크... 전장의 소방수 같은 느낌이지요, 한군데가 안 풀린다, 또는 안 좋은 쪽으로 풀릴 것 같다... 싶으면 일단 던져서 '버프'라도 주변에 발라달라고 쓰는데요. 이 '버프'가 현실에서는 그래도 눈으로 보고 발로 뛰면서 뭐라도 풀어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도 못하면 장군이 아니라 정말 구경꾼1이 되어버리는 것이겠지요.

이 교훈은 아직도 현대전에서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은장식
19/10/10 00:54
수정 아이콘
한고조 유방도 황제가 왜이렇게 친정을 자주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직접 나서다가 화살 맞고 죽었죠
으르르컹컹
19/10/10 06:54
수정 아이콘
유방처럼 어그로력 최강인 탱커는 없을겁니다. 중국사상 최강의 딜러 항우상대로 어그로 만랩 탱킹을 하는동안 원딜러 한신과 메즈서포터 팽월이 항우 HP를 계속 갉아먹었으니..
복타르
19/10/10 09:28
수정 아이콘
저는 방연이 나무에 새겨진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는다' 는 글을 읽다가 매복기습에 죽은게 가장 인상적이더군요 크크
밤공기
19/10/10 11:11
수정 아이콘
저도 이거 볼때마다 너무 소설적이라서 사실인지 항상 궁금했어요
세로가로
19/10/10 13:07
수정 아이콘
우리가 죽인 최고의 적장은 살리타이 겠죠?
류지나
19/10/10 14:58
수정 아이콘
아차... 살리타이도 구상했었는데 깜빡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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