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칠년 전 쯤에도 SNS로 어떤 사안에 대해 한두마디씩 툭툭 던지면 네티즌들이 그 것들을 부지런히 퍼날라주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게 이외수, 공지영, 그리고 지금은 법무장관이 된 조국입니다. 이외수, 공지영이야 작품성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사회참여적 작품으로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작가였고, 조국도 사회과학을 전공한 서울대 교수였으니 작가와 교수라는 타이틀이 붙어 권위가 부여되는게 썩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보다 더 이전을 떠올리자면, 각종 지상파의 토론이나 신문의 기고문을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등장했고요. 유시민, 진중권, 고종석 기타 등등. 권위가 없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 눈팅하면서 글을 쭉 보다보니 전혀 못들어본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하더군요. '트위터리안 김빙삼', '송은정 작가', 그리고 '고일석 기자'인가 하는 사람도 있었고, 뒤를 이어 '전우용 역사학자', 지금은 비웃음거리인 황교익도 평론가와 칼럼니스트의 자격으로 잠깐 핫했드랬습니다. 또 '이승훈 PD',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大기자' 도 있었죠. 이 대기자는 개인적으로 존경의 의미로 붙이는건줄 알았는데 일종의 직책으로 기능하는 언론사들도 여럿이더군요. 짬이 되는데도 취재를 하는 그런 경우인가 싶습니다. 교직으로 따지면 수석교사 같은 느낌이겠죠. 군인이면 짬대령이겠고.

특히 저 송은정 작가는 대체 무슨 책 쓴 작가냐고 몇번을 물어봤는데 알려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대기자도 꼬박꼬박 자기들끼리 그냥 기자가 아니라 대기자라고 지칭하는것도 뭔가 웃겼고... 개인적으로 제일 이상했던건 '전우용 역사학자'입니다. 보통 직업을 붙일거면 '야구선수 박찬호' 의 의견 이라고 하지 '박찬호 야구선수' 라 하지 않잖아요? 아님 전우용 박사라고 하든지.

최근엔 급기야 목동 논술학원 강사의 주장이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더군요. 그 사람의 타이틀은 무려 '뭐뭐뭐 입시전문가'. 권위를 부여하려는 의도인 걸 생각해도 너무 어색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요, 저 사람들이 뭔가 깊이 있는 담론을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다 왠지 모르게 하나 같이 잔뜩 화가나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던 사람들입니다.

사실 저 사람들을 애써 권위자로 만드려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최근까지도 듣고 싶은말 들려주는 사람은 그게 누구던 권위를 만들어주고 대단한 사람이다 추켜세워주던 분위기였죠. 하지만 그게 올바른 일일까요? 그 급조된 권위자들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전파하는게 나와 우리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까? 디지털 민주주의로의 전환기에 제가 너무 구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예비 정치신인 데뷔가 일반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