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04 21:50:23
Name 음냐리
Subject [일반] 초딩때의 연애담. (수정됨)
어제인지 그저께인지 유머게시판에 초딩들의 연애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그 게시물을 보는 순간 한참 잊고 지내던 초딩때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피식할만한...덕분에 잠시 타임머신 탔다가 왔고 그 기분에 취할수 있었습니다. 그 기분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적게 되었고요. 다만...사람이 어제 일도 깜박하고 잊는데, 몇십년 전의 일이야 자세하게 생각이 나겠냐만은 그래도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서 써 볼께요.



초등학교 5학년때 전 반에서 인기인이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날조한다고 뭐라고 하실분이 계시겠지만 그런 항의는 저 말고 저의 기억에게 해주세요. 아무튼 제 기억속에서 초5때의 전 인기인이었고 학교가 끝나면 자주 남녀학생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놀곤 했습니다. 때때로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도 우리집에 모여서 잠시 놀다가 등교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평소같이 방과후에 남녀친구들과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무서운 얼굴로 올라오시는겁니다. 그 때 우리집은 2층 주택이었는데 2층이 우리집이고 1층이 외할아버지,외할머니께서 살고 계셨거든요. 시끄럽다고 우리 모두 엄청 꾸중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 모르는 애들이 2층에서 계속 뛰면서 놀았으니 1층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죄송스런 마음이지만 그 땐 그런걸 몰랐죠. 혼나던 중에 우리집에 자주 오던 우리반 반장이던 여자애가 울음을 터트렸고 할아버지께선 당황하셨는지 애들을 보냈습니다. 제가 찌질하게 애들 앞에서 왜 창피주냐고 조~오기 구석에 처박혀 질질 짜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그 반장이 제 얼굴을 보더만 얼굴을 휙 돌리는겁니다. 그 때 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울 뻔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때쯤부터 일껍니다. 반장이 절 괴롭히기 시작한게. 지나가면서 툭툭 친다거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다던가, 뭔가 시비를 건다던가 하는 일을 제게 행해왔고 전 그게 싫었지만 우리집에서 발생한 윈죄가 있어서 감히 반항을 못하고 그냥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아프지는 않아서 참을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나? 제가 주번이어서 정리를 다하고 교문을 통과했는데 뒤에서 반장이 절 확 놀리더군요. 그래서 같이 하교를 했습니다. 그 때 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진 않지만 이 다음에 나올 발언은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이 순간만큼은 다른 희미한 기억과는 달리 아주 또렷히 기억합니다.

"나 니 좋아한다. 우리 사귀자"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싶었는데 제 대답은 곧 나왔습니다.

"싫어!!!"

라고 내뱉고 집으로 막 뛰어갔죠.



그 다음날부터 반장이 제게 말을 안 걸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기분이 좋았습니다. 안 맞아서 그런것도 있고 내가 반장에게 이겼다...라는 기분이 든 것도 있어서요. 지금 생각하면 왜 이겼다는 생각이 든건지 의문이지만 암튼 그 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보냈는데 제가 그 동안 반장에게 조련을 당한것이지 툭툭 건들거나 등을 안 때리거나 하니 뭔가 허전하더군요. 게다가 반장이라는 위치도 있어서 좀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번엔 제가 반장에게 잘못했다고, 나도 니 처음부터 좋아했지만 부끄러워서 거절했다고 뻥을 치고 고백을 했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아, 뻥 친건 잘못했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조련이 참 무섭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사귀고 난 다음에 어디 놀러는 많이 간거 같은데 기억나는건 3군데 정도 밖에 없네요. 제일 많이 한게 같이 자전거 타기 였습니다. 동네 주변에 자전거랑 롤러 스케이트 빌려주는데가 있어서 자주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습니다. 그러다 같은 반 친구에게 들켜서 며칠동안 얼레리꼴레리 많이 놀림 당했던 기억도 있고요.

그렇게 5학년, 6학년을 보내고 저는 남중으로, 반장은 여중으로 진학을 하고 그렇게 어영부영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싱거운 기억이죠. 지금 잘 살고 있는지...그냥 간만에 그리운 기억이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9/04 22:17
수정 아이콘
저도 초등학교때 아랫집 여자애와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여자애가 절 괴롭혀서 싫어했는데, 그 여자애어머님이 수빈이가 너 좋아한다는데 어때? 해서 때려서 싫어요! 했고 그 뒤로 괴롭힘은 제곱이 되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남자들이 늦게 성숙하는게 참 아쉬운거 같아요. 작성자분은 그래도 저보단 성숙이 빠르셨네요. 크크
음냐리
19/09/04 23:42
수정 아이콘
으하하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죠
마스터충달
19/09/04 22:29
수정 아이콘
그.. 유게글.. 내가.. 올렸.. 는데..

주... 주작이어야 해!

이글은 주작이어야 해!!!!!
음냐리
19/09/04 23:37
수정 아이콘
에이 초딩때 연애가지고 뭘 그러세요 ㅠㅠ. 그나저나 님 덕분에 감사해요
김솔로_35년산
19/09/04 22:42
수정 아이콘
앗 괴롭힘은 나도 많이 당했는데 사실은 나도 혹시?!
음냐리
19/09/04 23:38
수정 아이콘
아...님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는데
마스터충달
19/09/04 23:43
수정 아이콘
그럴리가요.
지니팅커벨여행
19/09/04 22:56
수정 아이콘
첫문장부터 날조를...
인기인이라면 반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흑 부러워서 쓴 농담입니다.
음냐리
19/09/04 23:40
수정 아이콘
초딩때라 기억이 희미하네요. 아마 제 기억이 날조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휴면계정
19/09/04 22:59
수정 아이콘
반대로 전 여자애를 대체로 놀리고 괴롭히던 쪽이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어릴때를 떠올려보면 좋아해서 그랬던게 맞는것 같네요
음냐리
19/09/04 23:41
수정 아이콘
그렇죠?
잉크부스
19/09/05 03:17
수정 아이콘
저는 하도 옆에 짝 여자에가 책상에 선긋고 괴롭혀서 모른척하다가 지가 우유쏟고 지자리만 닦아서 치우라고 싸우다가 책바침으로 싸데기를 때렸는데..
다음날 싸데기 맞은 짝이 사귀자고하더군요.
제가 전학가서 흐지부지 되긴했는데 처음 받은 고백의 강렬한기억이..
19/09/05 11:42
수정 아이콘
저는 성골이라 어릴때도 찐따엿습니다
루트에리노
19/09/05 14:08
수정 아이콘
이게 나라냐!
19/09/05 15:20
수정 아이콘
바이럴이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580 [일반] 제13호 태풍 '링링'이 심상치 않습니다. 모두 대비하셔야... [63] 청자켓14004 19/09/05 14004 2
82577 [정치] 여상규 “증인 합의 없인 불가” 어깃장…원내대표 합의 뒤집어 [132] 어강됴리12556 19/09/05 12556 1
82575 [일반] [도서] 美 대통령 루즈벨트(FDR)의 전기 3부작 [1] aurelius5887 19/09/05 5887 0
82573 [일반] [해외] 브라질 대통령의 패륜성 발언 [16] aurelius8521 19/09/05 8521 5
82570 [일반] [창작]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건강한 인간이 부르짖는 영원한 긍정의 뻥이요. [4] 태양연어4708 19/09/05 4708 0
82569 [일반] 국제적 내로남불의 시대 [53] 어느새아재12377 19/09/05 12377 12
82568 [일반] [팝송] 메이블 새 앨범 "High Expectations" 김치찌개5184 19/09/05 5184 1
82567 [일반] 해외드라마 소개합니다. 2탄 [23] 삭제됨6300 19/09/04 6300 1
82566 [일반] 최근 영화 감상평과 추석영화 3파전 예상 [21] 청자켓9524 19/09/04 9524 0
82565 [일반] 초딩때의 연애담. [15] 음냐리5904 19/09/04 5904 2
82564 [일반] 늦었지만 엑시트를 보고 왔습니다. [20] 콩사탕6855 19/09/04 6855 5
82563 [정치] 조국 딸의 'KIST 인턴증명서" 및 "동양대총장표창" 허위발급 정황(총장육성증언+내용추가) [319] 차오루24097 19/09/04 24097 49
82562 [정치]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136] 로빈팍10059 19/09/04 10059 55
82561 [정치] 그분보다 어용지식인,언론인들이 더 신물납니다 [35] Gloomy9556 19/09/04 9556 23
82560 [정치] 홍준표 전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63] 홍준표10428 19/09/04 10428 17
82559 [정치] "대입 재검토는 정시수시 비율 조정 아냐" “정시 확대? 굉장한 오해” [172] 사악군13917 19/09/04 13917 10
82557 [일반] 홍콩 송환법 공식 철회 예정 [46] 오클랜드에이스10188 19/09/04 10188 20
82556 [정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6일 하루 개최 합의 [149] 칸예웨스트12596 19/09/04 12596 4
82555 [정치] 이게 다 자한당 탓이다 [69] 피정8688 19/09/04 8688 15
82554 [일반] 한국(KOREA)형 문화콘텐츠모델 [10] 성상우6034 19/09/04 6034 3
82553 [정치] 미혼 女 후보자에게…"출산율이 문제·기여해달라" [81] 허니드링크12444 19/09/04 12444 14
82551 [정치] 조국 임명, 반대 51.5% - 찬성 46.1% [428] 어강됴리21418 19/09/04 21418 15
82549 [정치] 조국 후보자에 대한 내 심경의 변화를 만든 글 두가지 [98] 곰주12912 19/09/04 12912 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