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는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2. 잘못을 한 아이는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 해야합니다.
3. 잘못이 잘못인 이유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4. 그러나, 아이는 다른이에게 자신의 행동이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5. 그러므로 어른은 아이에게 어떠한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함을, 그 이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부끄러운 행동이기 때문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그것이 왜 부끄러운 일인지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해합니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할 뿐입니다.

1. 아이는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2. 아이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미워합니다.
3. 아이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는 어떠한 나쁜 말도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과응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4. 잘못을 저지른 아이는 죽을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죽을죄를 저지른 이로 취급됩니다. 천하의 용서받을 수 없는 악당으로요.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 있습니다.
- 사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거짓말). 혹은 이것은 잘못이 맞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자기합리화)// 즉 회피
- 모두 내 잘못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며, 사람들의 도 넘은 비난(인신공격등)을 겸허히 수용하며, 거기에서 오는 어떠한 불이익에도 스스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져살기
- 내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되, 내 잘못은 잘못이되 도 넘은 인신공격에 대해서는 분노하기.


잘못을 안하는게 최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잘못을 안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더 적게 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할 뿐입니다.
만약 잘못을 한 상황에서 아이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은 무엇일까요, 얼핏 보면 3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3번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잘못자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잘못에 비해 너무나 큰 짐을 지우는 우리 세상이 그나마 3번을 차선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잘못을 할땐 늘 3번을 택하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웬만하면 잘못을 덜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세상은, 아이는 자기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고, 어른은 그러한 부끄러움은 당연하다는 사실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건 칭찬할만한 일임을 말해주고, 그 부끄러움을 다시 잘못하지 않는 원동력으로 나아가게 유도하는, 그러한 종류의 세상입니다.

우리 세상에 그러한 어른이 너무나 부족함을 느낍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누구나 잘못을 한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2.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많은 용서를 받으며 살았음을 기억한다.
3. 잘못을 하고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인간심리임을 믿는다.
4. 부끄럽게 여겼다고 해도 또 잊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임을 안다.
5. 잘못 -> 부끄러움 -> 잘못 .... 과정에서 결국 어떤 아이던 조금씩 덜 잘못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믿는다.
6. 아이들의 잘못이 자꾸 반복되면, 왜 그것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시스템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서는, 결국 적폐는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어른의 역할 인 것 같습니다. 적폐를 어떤 인물로 규정할 때, 적폐는 끊임없이 양산됩니다. 그러나, 적폐가 어떤 시스템이나 문화이면, 그때서야 적폐는 끊어질 수 있습니다. 인물이 적폐인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경우 보통 공감능력의 심각한 저하 때문에 발생하고, 제 생각에는 바로 위에 서술한 “잘못한 아이의 행동방식 1번인 회피”를 아주 어릴때부터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제가 학생회 인수인계를 할때, 새로 당선된 학생회장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화는 가독성을 위해 조금 재구성해서 편집했습니다.

[후배] : 선배 저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요즘 여자화장실 변기 옆에 붙어있는 학생회 포스터에 자꾸 누가 똥을 묻혀둔다니까요. 그래서 그 포스터 저희가 다 다시 떼고 코팅해서 다시 붙일생각인데, 진짜 왜그러는걸까요.

[나] : 내 생각에는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

[후배] : 아니 누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고, 종이 포스터로 똥을 닦아요. 크크 당연히 미리 휴지를 준비해서 화장실에 들어가야죠. 미리 휴지 준비하지도 않고, 막상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가 없다는 이유로 포스터를 뜯어서 똥을 닦는게 옳은 일은 아니잖아요.

[나] : 후배야, 우리가 그냥 일반 고등학교 학생 1 일때는 그냥 진짜 별 이상한 사람들이 다있군, 하면서 비웃을 수도 있어. 그러나, 네가 학생회장일때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왜냐하면, 그렇게 특정 인물을 적폐로 규정하다보면 학교를 좀 더 다닐만한 곳으로 만들 수가 없어. 그게 학생회장의 역할이잖아. 너는 이미 우리학교를 오래 다녔고, 그러니까 우리학교에는 휴지걸이에 휴지가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잖아.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 휴지가 있는지 없는 지 알 수 없으니까 미리 휴지를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생각을 못한 친구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친구들이 차선책으로 다른 방식을 택한걸 네가 인간으로서는 한심하게 여길수도 있지만, 학생회장으로서는 그렇게 여기면 안돼. 물론 만약 어떤 학생이 버젓이 바로 옆에 휴지가 있음에도 일부러 포스터를 뜯어서 똥을 닦았다면, 그건 솔직히 난 그 학생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그건 정말 개인의 일탈이야. 하지만, 어떤 행위가 진짜 간혹가다 일어난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곳에서 일어난다면, 그때 학생회장은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아야만해. 그리고 이 경우에서 시스템의 구멍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사실이겠지.

물론, 네가 그 과정에서 많은 회의를 느낄 수도 있어. 우리학교에 휴지가 예전에는 사실 있었다는걸 알고있니? 그때, 우리 선배들이 휴지를 꺼내서 던지고, 풀어 헤쳐서 화장실 거울에 물묻혀 붙이고 아끼지 않고 마구 변기에 집어넣었다가 수시로 변기가 막히는 바람에 선생님들이 크게 회의감을 느끼고 휴지를 없애셨어. 나는 선생님들의 그런 회의감에 깊이 공감하지만, 선생님들이 하신 행동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때, 아이들에게 선생님께서는 설명하셨어야해. 휴지를 주기적으로 설치하는건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과 그러한 휴지를 자꾸 낭비하거나 변기를 막히게 하거나 하면 선생님들께서도 자꾸 휴지 설치를 그만두는걸 고려하게 만든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셨어야했어. 그래서 소통이 중요한거고, 학생회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중에 하나인거야.

그런데, 솔직히 참 답답할때도 있어.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애들은 자꾸 잊어버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행정업무를 맡는 입장에서는 절망적으로까지 느껴지는지 잘 알지 못해. 결국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에 지친 선생님들은 “애들은 말로해서는 안들어, 때리고 벌을 줘서 훈육해야지 결국 말을 듣더라니까?” 라는 결론을 내게돼. 학생회장으로서 나도 늘 흔들렸어. 늘 사람을 적폐로 규정하고 싶었어. 하지만 안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어. 그게 학생회장으로서 나를 뽑아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니까. 그리고 그 방향이 결국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데 결론적으로 더 도움이 되니까.

그러므로, 너는 학생회장으로서 단순히 변기 주변 포스터에 자꾸 똥이 묻어있다는 것을 보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애들을 한심하게 생각해서는 안돼. 물론 우리는 계속 인물을 적폐로 규정하고 싶다는 유혹에 휩싸여. 그리고 얼핏보기에 준비성 없는 애들이 잘못했다고 보이기도 하거든. 솔직히 학생회장 타이틀을 떼고 사건을 바라보면, 준비성 없는 애들이 잘못한 게 맞아. 그러나 그러한 잘못이 본질적으로 유도되지 않는 학교를, 그러한 시스템을 만드는게 너의 역할이라는거지.


[후배]: 선배가 무엇을 말씀하려는지 잘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보여요. 이미 선생님들께서는 많은 회의를 느끼셨고, 그분들을 설득하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물론 하려고 노력이야 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제 생각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나]: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아. 예를들면? 선생님께 다시 한 번 필요성에 대해서 강하게 언급하고, 또 학생들이 휴지를 막 사용하지 않도록 학생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어. 각 반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반 회장들을 소집해서 학생회장과 선생님이 갖는 이런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반 친구들한테 말해달라고 할 수도 있어. 이미 대의원회의 (각반의임원들을 불러모아 학생회장이 진행하며 치르는 회의)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서 네가 그런 일을 하기 좋도록 만들어져있어. 찾아보면 더 있을수도 있어. 만약 휴지를 설치하는 그 자체가 너무 어렵다면, 또다른 방법도 있겠지. 화장실 입구에 “우리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어요! 화장실이 급한 당신! 미리 휴지를 준비하셨나요?” 라고 써두는 방법도 있어. 그러면 휴지를 챙기는 조심성이 없는 친구들이 한 번 더 휴지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 학생회장은 늘 소통하려고 해야해. 학생이 가진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해야하고, 어떤 사건이던 늘 그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해야해. 솔직히 나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부분을 놓친 것 같아. 그게 참 아쉽고 나를 믿어준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인수인계에서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적폐는 인간이 아니다”를 깊이 이해했으면 좋겠다는거야. 내가 잘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크크


다음 제시문에서 학생회장의 책임으로 주어진 내용이 결국 어른의 의무와 통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늘 어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완전하지 않고, 우리 자신도 늘 잘못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끔씩 아이일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왕이면 조금 더 어른이려고 노력해야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를 만들어준 많은 이들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학생회장이 자신을 뽑아준 이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듯 말이죠.


짧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러면 제가 하려고 하는 말이 자칫 왜곡돼 들릴까봐 조심스러워 일부러 길게 늘어뜨려 썼습니다. 가독성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생각과 대화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 제 필력이 모자라서 그렇습니다. 또한 글의 의도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제 필력의 문제일 것입니다.
또한 저는 제 논리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저는 알고있고, 그러한 의견이 제 논리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이면 서로의 합치점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혹 그러한 의견이 제 필력의 부족함에서 나온다면 그때는 제 의도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기준에서 지나친 인신공격이 포함되는 덧글에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그 까닭은 본문에서 최선을 다해 설명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각박하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멋진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노력하는 수 많은 어른들이 있고, 그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멋진 어른과, 존경하며 따르는 아이가 있는, 그런 세상을 한 번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