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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3/05 10:17:31
Name 비싼치킨
Subject [일반] 부부싸움, 그 사소함에 관하여 (수정됨)
안녕하세요 16개월 아기 1차 낮잠을 재우고(자랑자랑) 핸드폰을 집어든 비싼치킨입니다
저희 남편은 술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소주 3병은 먹어야 취할 정도로 세긴 한데 싫어해요
그래서 매일 맥주마시는 제 옆에서 한입씩 뺏어먹거나 과일맥주 마시거나 홈메이드 미도리사워같은 거 먹고 그럽니다
그래서 회식도 잘 안가고 그럽니다만...
싸운 날에 회식한다 그러면 가서 술취해가꼬 집에 들어와요
그리고 희한한 짓을 시작합니다
부부싸움하는 원인들을 한번에 다 파악할 수 있어요


1. 신발정리

집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시작됩니다
평소에 신발 벗으면 그냥 얌전히 벗는 게 아니라 집어던지면서 벗는지 하나는 여기 하나는 문 앞에 굴러다니거든요
제가 곱게 두는 것 까지는 안 바라는데 그냥 한 군데에는 모여있게 벗어놔라- 하고 잔소리하죠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쭈그려 앉아서 신발 정리를 하고 들어와요
저는 그 때부터 또 시작이네... 하고 구경합니다


2. 옷정리

옷 벗어놓는 곳이 바로 옷장이다! 라는 신념이 있는데 술만 먹으면 정리를 합니다
드레스룸이 안방에 있어서 아기가 자고 있으니까 작은 방에 가서 옷을 차곡차곡 걸어놓고 바지도 이쁘게 개놓습니다
근데 남편은 현장직이라 매일 옷 빨아입어야되는데 그걸 왜...
전 따라다니면서 옷 가져와서 빨래통에 집어던지죠


3. 수건 정리

수건 쇼파에 걸어놓고 아기 미끄럼틀에 걸어놓고 의자에 걸어놓는 거 극혐...
도대체 화장실 아닌 곳에 걸어놓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한 번 더 쓰려고!!! 라고 대답합니다
그래놓고 의자에 걸린 수건의 존재를 까먹고 화장실에서 새 수건 꺼내쓰죠
아이코 우리 자기는 수건 걸려있는 거 싫어하는데~ 하면서 화장실에 걸린 수건까지 싹 빨래통에 집어넣고 뿌듯해합니다
그거 양치하고 입 한 번 닦은 건데...


4. 거실 장난감 정리

저는 장난감 정리할 때도 나름 룰이 있습니다
짝을 맞춰야 소리가 나는 장난감들이 있는데 걔들은 따로, 아기가 잘 뒤지고 노는 장난감함에 넣어요 찾기 쉽게...
도형 맞추는 것들도 마찬가지구요
아니면 아예 밖에 꺼내놔서 언제든지 가지고 놀게 하는데 그런 것도 그냥 싸그리 눈에 보이는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평소에 아기 재우고 나오는데 거실 정리 안되어 있음 테레비보면서 사부작 사부작 좀 치워달라고, 같이 육퇴하고 쉬면 좋지 않냐고, 애 재우고 나왔는데 또 할 일 널려있으면 싸증난다고 제가 잔소리하거든요
장난감 정리해야지 하고 꿍시렁거리면서 그냥 막 눈에 보이는대로 상자에 집어넣어요
아니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내일 다시 해야 돼....


5. 아기 과자 채워놓기

우리 아들의 최애 과자는 술집 안주로 나오는 마카로니 입니다
문센 친구한테 한 입 얻어먹었는데 너무 잘 먹길래 한 봉지 사다놨거든요
아기가 보챌 때나 잽싸게 하나씩 주려고 거실 테이블 위 그릇에 항상 덜어놓고 봉지는 안 보이는 곳에 넣어놓습니다
보이면 바로 봉지째로 달라고 조르고 봉지를 막 뜯어싸서...
근데 덜어놓은 걸 남편놈이 항상 다 먹어요
그리고 안 채워놓습니다
아놔 딱 주려고 손 뻗었는데 빈 그릇이면 순간 얼마나 욱하는지...
그래서 그걸로 잔소리 좀 했더니 반 정도 차있는 그릇에 굳이 이빠이 채워놔요
드럽게 쓸데없네 차말로


6. 맥주친구 해주기

육퇴하고 전 맥주 좀 마시다 자는데 남편은 일찍 잠듭니다
그래서 애 재우고 둘이 좀 도란도란 하다가 자자고 투덜거렸어요
술먹고 왔으면 그냥 퍼질러 잘 것이지 또 굳이 옆에 와서 치덕거립니다
나 아직 화 안 풀렸거든? 하면 되도 않는 애교 부리다가 나 놀아줬으니까 들어가서 잔다??? 합니다
제발 좀 그냥 들어가라....


7. 아기 옆에서 잠

패밀리 침대를 쓰는데 평소에는 남편이 저쪽 구석에서 자고 한참 떨어진 옆에서 저랑 아이가 잡니다
그래서 애가 자다가 갑자기 은지원처럼 일어나서 앉으면 제가 늘  깨서 토닥거리면서 재워요
남편은 코골면서 자고...
나도 하룻밤동안 안 깨고 통으로 좀 자고 싶다고 하니까 그 술냄새를 풍기면서 애 옆으로 가서 잡니다
제가 맥주 다 먹고 들어와보면 이런 희한한 풍경이 펼쳐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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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싸웠어..?
애는 아빠 술냄새 피해서 엄마 찾아 대피한거고
남편은 일단 애 옆에 눕기는 했는데 곯아떨어진거고...
불쌍한 우리 아기는 엄마 어딨어... 엄마... 하고 엄마 냄새 찾아서 딩굴거리다 잠들었네요
그럼 나만 또 좁게 자야되잖아...?



이게 어젯밤 한시간 반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지인 남자에게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냐, 개기는 건가?? 하고 물어보니까
회식하고 와서 괜히 미안하니까 저러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니 저 행동들이 미안한 건 줄 알면 평소에 좀 잘하지?????
그리고 오늘 출근해서 콩나물국밥으로 해장을 했는지 제 꺼 하나 포장해와서 슥 주고 가더라구요
때릴수도 없고 진짜...

이 글을 읽으시는 솔로 분들은 어떠십니까
결혼은 해야 하는 건가요, 역시 안해야 하는 건가요? 흐흐
위에 언급한 지인은 그게 행복이지 누나~ 하길래 너도 꼭 행복해져라!! 하니까 아니 그건 좀...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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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teful Days~
19/03/05 10:23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 좋은 현실세계입니다 ^^
마이스타일
19/03/05 10:2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재미지게 사시네요
나무늘보
19/03/05 10:29
수정 아이콘
저는 남편인데
와이프가.....
역시 결혼은 행복합니다
영혼의 귀천
19/03/05 10:33
수정 아이콘
저는 깝깝해도 매번 정확히 지정해서 잔소리하고 집안일 시키고 합니다. 11년째 그러고 있습니다. 대신 잔소리한다고 토달지 말라고 말합니다. 나 역시도 완벽하지 않고 남편 성미에 다 차지도 않는데 뭐 상호 마찬가지죠.
11년동안 같이 살면서 싸운건 한두번 정도인데(큰소리로 싸운건 아니고 제가 서운해서 욱한 것) 말하는 방법과 어조가 진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말도 비꼬고 싸우자고 드는 말투로 하면 필히 싸움이 되고 감정을 다치니까요.
Grateful Days~
19/03/05 10:3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그냥 얻어맞습니다.. ㅠ.ㅠ 공격력은 0에요..
19/03/05 10:42
수정 아이콘
우리 애엄마도 일 시킬때 계속 잔소리 해야 되는 입장이라서 공감이 가긴 하는데 문제는 정확히 지정을 못(?)한 다는게 문제네요.
매번 그래서 그걸로 옥신각신 하는데 정확하게 지정해서 일시키는 것도 힘들다고 이젠 너도 그만하면 알때가 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할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걸 어떡하라고 대응하고 있는 절 보면 결혼생활이 길어진다고 마냥 잘 맞춰지는 건 아니고 진짜로 노력을 해야 되긴 하나 봅니다.
시뻘건거북
19/03/05 10:39
수정 아이콘
저도 남편인데. 사진 없었으면 와이프한테 전화할뻔했네요. 크아 행복한 기분이 여기까지 느껴지네요. 이맛에 결혼생활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비싼치킨
19/03/05 10:40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 궁금해요
미안한데 평소에는 왜 안 저래요...?
19/03/05 10:43
수정 아이콘
사실 집안에서는 아내분이 갑인 위치 아닐까요?
근데 아내분의 취향에 맞춰 일하려면 생각보다 똑똑해야 될 텐데 저를 봐도 그렇고 잘 못하는 남편분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술 드시면 호승심에 그럴 가능성도 꽤 높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비싼치킨
19/03/05 10:52
수정 아이콘
맨날 하는 거 보면서 왜 몰라요?? 라고 하면 여기서 엄한 분과 또 부부싸움하게 되겠져
그냥 잔소리하면서 큰소리치고 살랍니다 흐흐
19/03/05 10:57
수정 아이콘
이게 참 애매한게 그게 취향의 문제라 만일 제가 집안일을 제 위주로 하기 시작하면 아내한테 잔소리 무척 할 듯 싶습니다.
그 취향이 개개인에 따라 달라지는게 제일 문제죠.
저도 그래서 아내의 큰소리 대부분 듣고 살긴 하는데 가끔은 욱하게 되는게 문제가... T.T
시뻘건거북
19/03/05 10:45
수정 아이콘
술도 한잔했겠다. 비싼치킨님이 넘나 사랑스러워보여서 이것저것 해주고 싶으신가보죠 크크. 남편분께서 애교부리시다 그냥 들어가서 잔게 화난 포인트신거죠? 응?
시뻘건거북
19/03/05 10:46
수정 아이콘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방구는 쌍방 트셨나요? 남편분 앉아서 볼일보시나요 서서보시나요?
비싼치킨
19/03/05 10:51
수정 아이콘
서로 방구 먹이고 서서 볼일봅니다
윗 댓글 질문에 대한 답은 https://pgr21.co.kr/pb/pb.php?id=qna&no=130273&divpage=60&ss=on&sc=on&keyword=가족 이 글로 대신합니다
저 상황에서 옆구리 찔렀으면 진짜 때렸을 듯
미메시스
19/03/05 13: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부부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이 불완전 하니까요
상대방의 마음을 100%알고 그에맞게 행동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더해서 사람 마음이 잘맞는 부분 10 이 있고 잘 안맞는게 2 있으면 전자는 당연한것이라 인식하고 2개에 집중하며 스트레스 받아하죠 저도 그렇고 크크

상황을 바꿔서 남편분이 집안일 책임지는 입장이고 비싼치킨님이 그에 맞춰야되면 님도 잔소리 엄청 들으실겁니다 흐흐
기쁨평안
19/03/05 11:01
수정 아이콘
애기 궁둥이 귀여워요 ㅠ
비싼치킨
19/03/05 11:06
수정 아이콘
토실토실 알궁뎅이!! 흐흐
발목 주름도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팔불출)
19/03/05 11:06
수정 아이콘
사실 술을 안마시고 맨정신으로 대화하면 해결됩니다...?!?!
(아내나 저나 술을 아예 안마시는 스타일)

그래도 이런게 행복이죠 뭐. 싸우고 화해하고 멋쩍어하고 이런것들..
저랑 아내는 부부싸움을 주로 맨정신으로 서로 말다툼하면서 시작하는데, 먼저 우는 사람이 이깁니다. ?!?!
둘다 담아두는 스타일이라, 한번씩 폭발하면 그렇게 서럽게 울어요. 아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
그럼 토닥토닥 해주다가 잠들고 끝. 다음날은 폭발한거 서로 이해하는 걸로 마무리..
그리움 그 뒤
19/03/05 11:11
수정 아이콘
저도 부인님한테 이거이거는 이렇게 해야지 왜 안하는거야? 를 16년째 시전하고 있고,
부인님도 저한테 도대체 그거 하지 말라는데 왜 계속 하는거야?를 같은 년수째 시전하고 있습니다.
그걸 서로 투덜거리고 말아야지 진심으로 싸우자~ 하면 endless game 이 됩니다.
내 행동이 100% 상대방 마음에 들 수가 없으니까요.

그저 중고로운 평화마을 같은 정경이네요.
Thursday
19/03/05 11:17
수정 아이콘
아마 그런 비혼주의자들은 애초에 이 글에, 마지막 질문에 답글을 잘 안달겠죠.
그래도, 아이 궁둥이 귀엽네요. 토실토실.

비혼주의자지만 아이와 강아지가 뛰어노는 걸 지켜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걸 상상하기는 합니다.
카루오스
19/03/05 12:11
수정 아이콘
하지마?
모나크모나크
19/03/05 12:29
수정 아이콘
이건 너무 행복해보이는 것 아닙니꽈...
아파테이아
19/03/05 12:35
수정 아이콘
제가 깨끗하고 와이프가 덜깨끗한데 집안내력이더라고요. 주말부부인데 금요일에 집에가면 청소부터합니다. 집 더러운걸 보면 스트레스 쌓여서요.
와이프는 현재 집상태로도 잘 살수 있고, 저는 스트레스받으면 제가치워야지 답이 있나요 크크
이른취침
19/03/05 16:20
수정 아이콘
전 와이프가 제 옷 걸어주는 게 행복이라 막 벗어 놓습니다만...
잉크부스
19/03/05 20:43
수정 아이콘
전 반대경우군요..
신혼집 들어갈때 제가 장모님집에가서 짐 실어왔는데 와이프 옷장에 세틱소에서 보낸 옷이 비닐도 안뜯고 가로로 쌓여있는걸 보고..
아 이사가려고 이렇게 둔건가? 했는데
그때 도망쳤어야 했어요
히로&히까리
19/03/07 17:06
수정 아이콘
11살 8살 아들 딸 키우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재로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도망을 치긴 했어야 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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