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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14 00:31:19
Name 이꺼저거저시바
Subject [일반] 나는 왜 가는 회사마다 이모양일까 (수정됨)
해방둥이 기업이었던 전 회사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들었다.
연봉이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높은 편도 아니었다.

28살.. 신입으로 들어갔다가 1년 만에 나온 그런 회사

말은 영업직이었는데 하는 일은 상하차 알바 저리가라였다.
연고도 없는 청주에 가서 낮 35도에 팬티만 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12시간동안 10키로 짜리 물품을 돌돌 말아 1,200개의 박스에 재포장 하고 테이프질을 한 적도 있었고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장판만 깔고 벽지만 붙인 적도 있었다.

한 달 매출의 3배를 대형 거래처에 한 번에 터뜨린 적이 있는데
그거 하려고 전국 140개의 대형마트 중 절반을 돌면서
20키로 짜리 철제 진열대를 혼자 깔고 12개 박스에 들어있는 상품까지 다 진열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동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전라도까지 돌았다. 운전하면서 하루 9개 점포 씩 돌았는데 진짜 울뻔했다.

결론적으로 답이 없는 채널이기도 했고 팀장이 매출이 안되면 해결을 해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무조건 해오라고 하고 매출액만 쳐다보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밀어넣기와 가라 매출이 난무했다.
나도 친한 업체에게 부족한 매출의 900정도를 꿔왔었다. 내가 세금계산서 주작이라니..
근데 히밤 이게 뭔가 싶어 다시는 이런데 안다니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하고 뛰쳐나왔다.


그해 하반기 최종면접을 번번히 낙방하다가 문과 인생 30년만에 공대 대학원 AI 연구실에 합격했다.
그런데 평소에 한 번 다녀보고 싶었던 평균연령 30세 근처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도 합격했다.
세상에 없던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전자는 하고싶은건데 후자는 하고싶은거+돈 이라서 회사에 들어왔다.
하.. 히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과거의 나를 존트 때리고 싶다.

첫 1달 정도는 회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입점 안된 업체에 무조건 입점하라고 콜을 돌린다.
리스트는 알아서 찾아서 만들어야 하는데 하루 30콜이 기본이다. 나도 이 회사의 입점 절차도 모르는데 입점하라고 시켜야된다.
좋아.. 시켰다.. 근데 딜을 만들줄 모른다. 그래도 딜을 만들어야 한다.
좋아.. 딜을 만들었다.. 그런데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행사가 뭐가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행사를 해야한다.
좋아.. 행사를 했다.. 근데 광고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광고를 시켜야한다. 그래서 광고까지 하면 컴플리트다. 훌륭하군.
1달 동안 신규 영업 전화만 600곳 넘게 했다. 개무시는 일상. 목이 쩍쩍 갈라진다.

신입들은 실적순으로 쭈우아아아아악 펼쳐진다. 원하는 부서에는 성적순으로 갈 수 있..
다고 했고 그런줄 알았으나 사실 실마다 TO는 결정되어 있었고 과반수가 넘게 원하는 곳에 못갔다.
나는 애초에 모모업무를 맡고 싶었고 일반인의 눈에 변태같은 카테고리는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들어왔다.
들어오고 나니 해방둥이 기업보다 더 심한 군대문화다. 젊은 기업 문화라며? 히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X월 10일에 입사했는데 오자마자 목표가 있다고 한다. 응? 난 아직 내 업체가 뭔지도 모르는뎅..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4억 5천을 하란다. 어.. 내가 오기 전 달이 3억 후반 정도로 알고 있었다. 어쨌든 한 번 해보지 뭐..
생각보다 매출 만들기가 쉽다. 영업 경험이 아주 무시할 것은 아니었나보다.
가격 세팅에 빈틈이 많은데.. 영업 조건 안에서 조금 빡빡하게 돌려주니 금방 매출이 늘었다.
20일 동안 열심히 했더니 7억이 좀 넘게 나왔다. 스스로 생각했다. 꽤 훌륭하군..
좀만 더 열심히 해볼까? 다음 달이 되어 행사 주간이 되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매출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봤더니 매출이 잘 나온다. 오오.. 10일 만에 10억이 찍혔다. 미친듯이 영끌을 한 결과다.

같은 팀 동기가 농담삼아 '이꺼저시바꺼저시바님은 목표 10억 받으실 것 같아염 크' 라고 했는데
팀장이 부르더니 이번달 목표는 16억이라고 엄근진하게 이야기한다.
저번달 목표 4.5억 -> 이번달 목표 16억
참고로 난 부서 배치 받은지 1달이 된 신입이다.
??? 나는 패닉이 왔고, 갑자기 전 회사의 악몽같은 기억이 떠올랐고, 엄마도 보고싶어졌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히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경기를 일으키며 거품을 물기 직전까지 가자 팀장이 놀라서 회의실로 불렀다.
20분 동안 전 회사 이야기, 목표 과다, 이후 영업 조건이 안좋아지는 이야기 등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며 나 이러면 회사 그만둔다고 했다.
팀장은 너가 지금 10일동안 10억을 했는데 그거보다 낮게 줄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말이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 만에 3배가 넘게 오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을까?

12.5억으로 줄여준다고 해놓고 다음날 되니 목표에 13.5억이 찍혀있다. 히밤 크
그냥 그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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껀후이
18/11/14 00:39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시네요 덜덜...
이꺼저거저시바
18/11/14 00:48
수정 아이콘
그저 우울하네요..
고분자
18/11/14 00:46
수정 아이콘
몸은 괜찮므십니까?
이꺼저거저시바
18/11/14 00:48
수정 아이콘
몸과 마음이 성한곳이 없네요. 잠도 안오고..
사악군
18/11/14 00:50
수정 아이콘
잘하면 보너스를 주라고..일을 더 던지지말고
이꺼저거저시바
18/11/14 00:54
수정 아이콘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을 뿐인데 어디나 똑같은가봐요
하이아빠
18/11/14 09:41
수정 아이콘
잘하면 보너스를 주라고!! (2)
18/11/14 00:56
수정 아이콘
능력자시네요.
이제 성과를 연봉으로 전환만 시키시면 되겠네요.
BetterThanYesterday
18/11/14 01:00
수정 아이콘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은데

외국으로 가셔서 사람 사는게 무엇인지 힐링하셨으면...

제가 그랬었기에... 한국으로 다시 오더라도... 여유를 찾고...

외국도 외국 나름이지만 직원의 행복이 먼저인 곳이 많았네요...
난나무가될꺼야
18/11/16 07:28
수정 아이콘
외국 어디계셨는지 궁금합니다
블루레인코트
18/11/14 01:30
수정 아이콘
회사다녀본적 없어서 그런데 저러면 돈 더주고 승진시켜주나요?
군대같이 잘하면 더 굴리기만 하는거면 대략 안습 ㅜㅜ
Eulbsyar
18/11/14 04:13
수정 아이콘
쥐꼬리만한 인센티브 나오면 다행이죠
명란이
18/11/14 08:13
수정 아이콘
더 주긴 합니다. 쥐꼬리만큼.
이재인
18/11/14 01:41
수정 아이콘
능력자이십니다 그능력을 알아주시는분을만나시길
캬옹쉬바나
18/11/14 02:06
수정 아이콘
이래서 목표치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지만 목표치만큼만 하는 거죠...헬조선은 잘하면 훨씬 더 일을 더 시키니까요...월급은 똑같이 주면서..
착한아이
18/11/14 02:16
수정 아이콘
처음부터 100을 다하면 칭찬하는게 아니라 200을 주더라고요. 그냥 10, 20, 30... 이런 식으로 인사시즌 맞춰서 꾸준히 올리는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성과만큼 수당이 팍팍 오르면 다른 문제겠지만.
정 주지 마!
18/11/14 03:59
수정 아이콘
돈 연결 안시켜주면 그만 두세요. 그런 곳은 평생 돈 안올려줍니다.
18/11/14 06:31
수정 아이콘
돈을 달라고 성과를 돈으로!
미사모쯔
18/11/14 07:21
수정 아이콘
부정적인 댓글이 많은데요.

회사는 한 1년 다녀보면 안 보이던 부분도 보이고 실적이 높으면 지금 DOG소리 하는 간부 위에 떡을 줄 수 있는 선에 이름이 알려지고 어필 할 수 있는 길도 생깁니다.

봉급이 적당하고 알려진 회사라면 장기적인 인생 전략에 나쁘지만은 않을테니 좀 더 다녀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단 2-3년을 다녀도 돈이나 승진이나 아무것도 없을게 확실하고 말로만 꼬신다면 그만둬야 당연하고요. 또 글쓰신걸 보니 그렇게 하실거 같습니다. 또 그때 되면 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데 가거나 창업도 하실수 있을겁니다
처음과마지막
18/11/14 07:48
수정 아이콘
진짜 영업에 자신있으시면 개인사업영업을 하는것도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면 진짜 자신의 능력만큼 벌수도 있으니가요

성과만큼 보수가 없는 영업일은 말만 영업이죠
나한테는 의미가 적으니가요
18/11/14 07:56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100이라는 일을 쳐내야 되는데 200만큼의 일을 해내면
처음에는 우와 200이나 해내는 님좀짱이라고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업무량이 100에서 200으로 늘어나는거 같아요

물론 200만큼 일하는 사람이 아주 약간의 인센티브나 진급이 빨라질 수 있겠지만

내가 200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자라면
1. 역량을 십분 발휘해 일잘하는 직원, 진급, 인금인상 테크트리를 탄다
2. 역량의 50% + a 해야할 만큼보다 아주 약간 잘 해서 몸과 마음이 편하게 간다
3. 200만큼 일을 하면 200만큼 대우를 해주는 회사나 자영업을 찾아 떠난다

셋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강미나
18/11/14 08:27
수정 아이콘
아니 하다못해 인터넷 TV도 대우 안해주면 해지 무기삼아서 옮기는데 이정도 능력되시면서 대체 왜....
그리고 젊은 기업 문화 = 젊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 군대 = 군대문화 이런 지뢰가 꽤 많죠.
18/11/14 08: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1. 신입.. 중고신입이고, 본인은 특정학교 서열론을 언급하며 나는 안될거야 드립이나 예전 공모전 드립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인재셨습니다.
2. 공모전 후 인턴으로 있으셨던 모 금융관련사에서 결국 최종선발에는 실패, 이 글에서 첫번째 언급되는 회사를 가셔서 처음엔 괜찮은듯 했으나 한계를 느끼고 퇴사, 이후 여러 회사에 취업준비 관련글을 올리셨고, 그 과정에서 어디서 어디까지 얼마면 갈수 있나요 같은 글들을 올리기도 하셨고, 중간에 LAB과 현재의 회사를 선택하시는 과정에서 결국 현재 회사를 선택하셨습니다.
3. 열심히 한 결과로 좋은 성과가 나왔는데, 동기들마저 글쓴분은 목표를 과도하게 받을거 같아염 크 나왔다는건, 실적상황이 팀 내에 공유야 되겠지만 꽤 놀라운 성과를 냈다는거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4. 선택은 두가집니다. 사실 10일만에 10억내는거... 쉽지 않을거고, 쉽지 않은거 다들 알겁니다. 목표치 못채운다고 내쫓지는 않고 스트레스야 좀 주겠지만 월 목표를 쿼터 수준에서만 할당하는게 가능하다면 남는 시간이 여유로운 신입.. 아니 그 업계기준으론 빠른 진급이나 다른 성과가 리턴으로 돌아올겁니다. 1달된 신입한테 과도한 일을 맡긴다라는 관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10일만에 10억낸 천직이 그 일인 사람으로 이미 회사내에서 평가받을 수도 있을겁니다.
5. 아니면 회사 그만다닐 생각하고 내부 고충상담팀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을겁니다. 썩 좋은 결과는 안나올겁니다.
6. 사실 팀장기준에선 적절하게 준거 맞긴 맞거든요... -_-;; 위에서 언급된것처럼 200가능하면 아슬아슬하게 160~180 맞춰야 하는거고 가끔 200 내주기만 해도 대단하다고 평가각 세워줄텐데 이건 뭐... 목표내준걸 너무나 손쉽게 상회를 해버렸으니.. 우리 미드 르블랑이 적 미드 묶어놓기만 해도 다행인줄 알것 같은 상성으로 게임 시작했는데, 8분만에 3연솔킬 내놨으면 흘러내리는 탑바텀 다 커버치는거 기대하는거... 당연한거죠.
7. 그나마 그래도 본인이 고르고 골라 좋은곳 가신거일텐데 회사내에서 기록적인 실적 작성시에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잘 알아보시고 그만한 뭔가가 있었다 판단되면 열심히 하시는게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특별승진, 연봉조정, 인센티브 지급 등....)
8. 어느정도는 현재 직무에 역량이 충분해 보이시는데,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히지 말고 한번 더 질러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대학원 피지알러님들이 그래도 지금이 대학원보다 나을걸요 라는 댓글도 나올지 모르거든요..

* 이건 논외인데 위에 새로 테이블 차리고 세팅해서 사업 이야기가 있지만, 회사가 내 이름값보다 낮아지지 않는 한 그거 되게 어려운겁니다. 아무리 그게 별거 아니라고 해도 회사밖에서의 시작만큼 어려운게 없습니다. 지금이야 딜 만들어서 올릴 홈페이지도 고객도 다 세팅이 되어있고, 딜 계약간의 계약서 표준양식도 관련해서 조언받을 사람들도,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돈을 받아서 정리해줄 모든 시스템이 있기에 그만큼의 업무가 가능한 점을 잊으면 절대 안됩니다. 가끔 이걸 잊으면 내가 슈퍼스타란 생각하고 뛰어나왔다가, 그대로 쪽박차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나크모나크
18/11/14 08:42
수정 아이콘
회사의 부조리함보다 본인의 엄청난 능력이 더 인상깊게 남네요. 대단하십니다.
흙수저
18/11/14 08:4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성과면 윗분들에게 말이 안 올라올수 없을것 같네요. 조금만 더 꾸준함을 보이시고 인센티브나 보너스 네고를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그래도 노답이라면 경험과 성과를 베이스로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네요. 힘내세요!
사랑기쁨평화
18/11/14 08:51
수정 아이콘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영업 보통 힘든일이 아니죠.
교육공무원
18/11/14 09:48
수정 아이콘
문과출신으로 공대 AI 랩에 들어가는 의미가 전혀 없는데요.
본인이 영업쪽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것 같은데 조만간 인정받으실겁니다
18/11/14 09:56
수정 아이콘
회사목표가 무섭긴하죠.
저도 영업낀 업무 맡은적있는데, 회사에서 내려오는 목표량 10건해서 달성하면 다음목표는 15건. 달성하면 다음 목표는 20건.
전달대비 상승률을 보기 때문에 달성못하면 부진, 목표 미달성이 되더라구요.

다행히 극 초반에 시스템을 파악해서 적당히? 스스로 조절하는법과, 목표량 할당되면 죽는소리내기, 달성시 생색내기+온동네 소문내기 스킬을 배워서 아주 좋은 고과점수를 받고 마무리 됐습니다.

글쓴분 내용으로 봤을때 엄청난 실적을 내고 계신거같은데 완급조절과 생색내기만 잘하시면 회사생활 엄청잘하실꺼같네요.
18/11/14 10:20
수정 아이콘
뭐라 말씀드리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실 것 같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힘내시란 말밖에 드릴 수밖에 없네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진짜 속담 잘 만들었어요.
지금뭐하고있니
18/11/14 10:31
수정 아이콘
재능이 있으시네요
스트레스만 덜 받는더면 보상만 제대로 된다면...
18/11/14 14:07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다단계쪽도 한번 알아보세요.
사신군
18/11/14 14:49
수정 아이콘
그정도면 다른곳가서도 대성할 인재인데요
인사권만 있으면 저희쪽으로 모시고 싶네요
18/11/14 15:08
수정 아이콘
어 챙길건 챙기고 일하셔야 됩니다. 안그럼 호구되요.
하란대로 하면 일만 늘어요 ;;;
bettersuweet
18/11/15 20:31
수정 아이콘
삼성동 가면 이래저래 마주치는 분중 한분이시겠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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