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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07 13:52:37
Name 글곰
Subject [일반] 분노가 지배하는 사회
  분노는 격렬하면서도 손쉬운 감정이다. 분노는 대체로 선악의 구도에서 생성된다. 선한 자가 악당을 향해 던지는 투사(鬪士)의 무기이자 적에게 내려치는 응징의 벼락이다. 그렇기에 목표를 향해 한바탕 쏟아 붓고 나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구질구질하게 치덕거리는 잔여물은 일절 남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를 선호한다. 일단 간편하니까.

  물론 분노는 필요한 감정이다.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나아질 수 없다. 인간의 역사에서 무수한 이들이 올바르지 못한 현실에 분노하여 떨쳐 일어났다. 그중 절대다수는 거꾸러져 좌절하거나 혹은 그대로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채 파묻혀 버렸지만, 일부는 그 분노를 결집시켜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바꾸기도 했다. 그런 이들을 우리는 혁명가라 부른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치고 과용하면 좋지 않은 약이 없는 것처럼, 오늘날의 우리 같은 인터넷 전사들은 숫제 분노에 매몰된 게 아닐까 싶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판사들이 있다. 선의 입장에서 악을 향해 분노를 쏟아 붓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신의 사도들이 있다. 숨어 있는 악을 찾아내어 처단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사냥꾼들이 있다.

  세상은 대체로 모호하고 복잡하며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엉켜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숨겨진 것들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에 선악을 두부 자르듯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든 선악을 구분하길 원한다. 그래야만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분노를 퍼부을 대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분노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자신이 가진 일말의 정보를 토대로 선악을 구분하고, 자신이 선한 편에 서 있다는 결론을 내린 후, 가차 없이 악을 공격한다. 어쩌면 정의를 실현했다는 얼마간의 만족감과 함께.

  그렇기에 분노는 다른 감정들을 거세한다. 연민. 동정. 주저. 당황. 애틋함. 씁쓸함. 안타까움. 서글픔. 그런 무수한 감정들을 통째로 진공 포장하여 쓰레기통에 처박은 후 마치 유일신처럼 오직 자신만이 존재해야 함을 강변한다. 다른 감정들이 존재한다면 분노의 효용이 줄어들 테니까. 다른 감정은 분노의 온전한 표출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고기 맛을 위해 불알을 잘려 버리는 수소처럼, 그렇게 감정들은 효율적으로 거세된다.

  하여 분노만이 남은 세상에서 분노에 동참하지 않는 자들은 결국 분노의 다음 적이 된다. 이쯤 되면 이미 선악을 구분하려는 약간의 노력조차도 무의미해진다. 남은 건 진영논리뿐이다. 내 편이 아니면 네 편일 수밖에 없다. 너는 왜 분노하지 않느냐! 너는 왜 화내지 않느냐! 너는 나쁜 놈이로구나! 너는 나의 적이로구나! 정의의 이름으로 네놈을 처단하겠다!

  이게 옳은 건가?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익히 배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친구가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는 게 나쁜 행동이란 것쯤은 유치원의 꼬마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인터넷 곳곳에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분노를 강요한다. 분노의 여부로 아군과 적군을 판가름하고, 적으로 판명난 이들에게 자신의 농축된 분노를 쏘아 보내려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을 나는 종종 발견한다.

  정녕 세상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분노가 분노를 공격하고 더 큰 분노가 더 작은 분노를 집어삼키며, 결국 우리는 거대한 분노의 소용돌이 안에서 때로는 분노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분노의 주체가 되며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걸까.

  하지만 그런 세상은 너무 엿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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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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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대상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18/1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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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심리적인 거리는 훨씬 가깝지 않을까요? 500년 전 한양 사는 사람에게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예 전해지지 않았거나 설령 전해졌더라도 딴나라 이야기 같았겠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만큼 분노할 일이 많아졌다는 건 이해합니다. 뉴스라는 게 근본적으로 기쁜 소식보다 화나는 소식을 주로 전달하기도 하고요. 다만 그런 과정에서 무수한 것들이 소멸되고 또 무시되는 것 같아요.
18/11/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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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심리적인 거리가 멀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디아블로에 열내지 않았을테니...
Betelgeuse
18/11/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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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넷플릭스에서 7월 22일 봤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전 블리자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18/11/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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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찾아봤더니 노르웨이 테러 관련이군요. 정치적 증오가 불러온 참극이라니......

하지만 저도 블리자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니 글쎄, 워3리포지드를 예약구매했는데도 준다던 워3 오리지널이랑 확장을 안 주더라고요! 이놈드을!
멀고어
18/11/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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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체수레 탈것을 늦게 줘서 분노하고 있습니..
18/11/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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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라 그렇다 봅니다
18/11/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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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이면 어느 정도 차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수거해야 할 텐데.... 안되겠죠?
Rorschach
18/11/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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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라기보다 매립지인듯요. 그냥 본인 마음속 쓰레기통에 넣다가 종량제종투 차면 인터넷에다 매립...
foreign worker
18/11/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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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할때 분노를 주체할 수 없으면 패드 던지듯이, 두들겨패서 스트레스 풀만한 대상이 토론상대로 낙점된 거죠. 그러니 무조건 이겨야 되고.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다 노후까지 신경써야 하니...걱정과 압박이 많을 수 밖에요.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걸 풀 곳이 마땅치 않으니 분노와 증오가 대세가 된게 딱히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18/11/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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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풀 때 혼자서 푸는 것보다 남들 보는 데서 푸는 게 더 효과적인 걸까요.
저는 보통 집구석에 틀어벅혀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가기도 하네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게 의미가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포프의대모험
18/11/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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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대신 키보드 잡는데 완전 러브앤 피스죠
홍승식
18/11/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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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예전에 죽창 안 잡던 사람들도 키보드를 잡고 있어서 그게 좋은 것만인지는 모르겠네요.
18/11/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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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가 늘어난 대신 규모가 줄어들었는데, 총량을 계산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아마도 표출되는 분노는 더 커지지 않았을까요.
18/11/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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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살인 사건의 대다수가 ‘저 놈은 악하다. 응징해야한다’ 라는 정의감 (의 탈을 쓴 분노) 을 바탕으로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돈 빼앗으려고 혹은 성폭행하려고 죽이는 경우보다 도덕의 탈을 쓴 살인이 훨씬 더 많다는 거죠.
18/11/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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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고딩시절 (괜히 겉멋 부릴 때) 읽은 게 전부지만, 그래도 라스콜리니코프가 생각나네요. 이자놀이하는 노인네를 악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기에 그 돈을 빼앗는 건 좋은 일이라는 사고방식을 구축한 후 살인을 저질렀죠. 하지만 그가 자신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두꺼운 책 두 권 분량의 서술이 필요했다는 걸 감안하면...... 사람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 같습니다.
쭈꾸미
18/11/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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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은 현실 기반 소설인가 보네요.
뜨뜨미지근
18/11/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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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그래왔죠. 인터넷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분노를 확인하는 게 너무 쉬워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18/11/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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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하고, 확인하고, 그리고 또다시 전달하고, 또다시 확인하고... 하면서 끊임없이 커져 가기를 바라겠지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가다...
18/11/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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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이 온 지 좀 되어서, 요즘은 가급적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기+논란이 예상되는 글 혹은 다 같이 욕하자는 글 안 보기+키배 참가 안 하기를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18/11/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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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째 피지알의 모든 글을 읽고 있는 제가 요즘은 자게에서 제목만 보고 스킵하는 글이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쩝.
착한아이
18/11/0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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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으시네요. 최대한 거리감을 두거나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철(34세,무좀)
18/11/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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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커뮤니티의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날로그틱하게 사는게 정신 건강에는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퇴근 후에는 피쳐폰 씁니다. ebook으로 책 보구요.
18/11/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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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창 이북(스마트폰)으로 책 보다가, 아이 옆에서 폰만 보는 게 안 좋을 것 같아서 다시 그냥 책으로 갈아탔습니다.
김철(34세,무좀)
18/11/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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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직 아이가 책을 보면 책을 뺏어가거나 책을 찢어버리는 나이라서...흐흐.
리디북스 전자책 기기로 가끔 보는데...
그마저도 자고 나면 봅니다 ㅠ 아이들이 깨어있을 땐 아이들하고 그냥 놀거나 집안일하구요..
집에 티비도 없애버렸네요 그냥.
그래도 아이패드 하나 있고 해서 첫째는 어찌 알고 그걸 틀어달라고 가끔 때를 쓰기도 합니다.
18/11/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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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분노 전사 혐오를 멈춰주세요!!

그러므로 방특전사를 ... ㅠㅠ
18/11/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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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도 하스도 안해서 뭔 말인지 잘 모르는 1인 여기요.
slay the spire 기준이라면 방특전사는 별로였습니다. 손에 안 맞더라고요.
타카이
18/1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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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톤 카드 잘뜨면 방밀이 안정감 최강이더라구요
방어력 999업적도 있고...
도들도들
18/1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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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분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치적 수단이나 마케팅 수단으로도 아주 훌륭하죠.
자신이 분노에 제압되는 순간 거의 반드시 누군가에게 활용당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18/11/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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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격렬한 감정일수록 누군가가 이용하기에도 좋겠지요.
18/11/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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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특히 더 그런거같아요...정말 비정상적인사회죠..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온갖게 다 비교되고 너무 경쟁이 심하고 그렇다고 그게 상위 하위 가리지않고 계속 비교우열 나누다보니 다 화가차있고 분노에 차있고.. 풀대상을 찾고...
18/11/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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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른 나라 인터넷은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측일 뿐이지만 그건 다른나라도 매한가지 아닐까요. 서로 비교하고 또 분노하고 하는 건.
이른취침
18/11/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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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무용. 죽창엔 혀가 없는 법이죠. 각박한 세상입니다.
이른취침
18/11/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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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데 다들 가해자이기 앞서 피해자이다보니 이해가 되긴 합니다.
18/11/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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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사회에서 필수적인 타협이라는 것 자체가 서로 양보하라는 것, 거꾸로 말하자면 서로 얼마간의 피해를 감수하라는 의미지 않습니까. 그러니 말씀하신 대로 사회에 속한 사람은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단적으로 말해 저는 사무실 옆사람의 산소를 빼앗으면서 옆사람에게 산소를 빼앗기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피해에 분노해야 하는 것일까요.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Zoya Yaschenko
18/11/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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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간편한 도구 없이는 끊임없이 당할 뿐이죠.
18/11/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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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분노는 필요한 감정이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나아질 수 없으니까요.
블루레인
18/11/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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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상황들이 창조한 무의미한 억압에서 벗어나려하는 개개인의 공격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분노 발산을 통해 쾌감을 느끼려 하는 id를 억제하는 Super ego는 더욱 존중돼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 자체가 원망스럽긴 하지만요...
18/11/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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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볼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옛날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고 PGR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마스터충달
18/11/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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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PGR'도 다르지 않죠!
六穴砲山猫
18/11/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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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류가 칼라로 연결되거나 LCL의 바다 속에 녹아서 하나로 섞여버리지 않는 한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세계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안군-
18/11/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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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보다는 증오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혐오라고 하는게 좋겠군요.
분노나 증오의 특징은 상대를 '인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혐오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분노의 대상을 그래도 사람으로 인식하고 나와 동등한 상대라는 인식은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벌레'취급해버리는 것 같아요. 집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처치할때 뭔가 상대와 싸운다는 생각이 아닌, 더러우니까 치워버리자... 라는 개념으로 잡아 죽이듯이 말이죠. 그게 혐오죠.
18/1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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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와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나보다 열등한 다른 존재라고 여긴다면, 그 상대를 향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데 대한 죄악감도 줄어들겠네요.
음. 이 댓글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 닉네임
18/11/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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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도 싸 라는 개념이 제일 문제 같아요. 뭐 대통령정도는 삶에 영향력이 있으니까(솔직히 이것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만) 그러려니 하는데, 무슨무슨 사건에 우루루 달려가서 욕하는건 그냥 자기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거죠. 연예인도 공인이다 라는 개소리도 비슷하고요.
18/11/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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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건에 대한 분노를 퍼부었는데, 인터넷에서 자주 그렇듯이 그게 사실과 다른 걸로 밝혀졌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아니면 가짜 정보로 자신을 속인 사람에게로 분노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물론 그 둘보다도 그냥 별 생각 없이 넘어가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18/11/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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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체 내용에 매우 동감합니다.

그래도 뭐 인터넷과 실제 세상은 또 다르니까요.
실제 세상에서 억눌리던 감정이나 부조리에 대한 반감등이 인터넷을 통해서 모이고 강해지는거 같기도해요.

그런면에서 순기능도 상당히 있다곤 봅니다.
자정작용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아지겠죠
18/11/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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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기능이야 당연히 많습니다. 인터넷이 아니었더라면 저 같은 찐따가 대체 어딜 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러겠습니까.
다만 자정작용...... 그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
김성수
18/11/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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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을 토하는 스탠스가 아니라 누군가의 잘못을 빌미로 위에서 까내리는 스탠스의 분노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을 설득하기 어려워지고 분노의 대상 또한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할 여지를 준다고 보거든요. 항상 상대방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고 상대방을 위해서 잘못을 끊임 없이 추적하고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에너지를 쏟는게 효과적이라 봅니다. 또한 어떤 시스템에 분노가 먹힌다하면 반대로 분노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과도한 처벌, 비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jakunoba
18/11/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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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NBA매니아라는 곳에서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인상깊은 부분이 두 군데 있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손연재는 충분히 비판 받을 만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게 무서운 건 그분들도 충분히 진정성과 논리를 갖고 손연재를 비판한다는 것이죠. 이런 논리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손연재는 잘못했다'와 '손연재는 잘못했으므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쌍욕을 들어도 마땅하다'라는 두 문장이 서로 연결되어선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누군가에게 쉽사리 분노하고, 그 분노를 (그의 SNS에 직접 달려가서 쌍욕을 퍼붓진 않더라도) 어디에서든 풀어내고 싶은 욕망 자체에 대해서 저는 여전히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손연재가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게 '악행'에 속하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환멸을 느끼고, 그녀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글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어떤 도덕적인 사안'에 대해서 왜 그렇게까지 흥분하고 비난하고 싶어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인터넷의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환멸하는 감정' 자체를 즐거워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 누군가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경멸과 모욕의 감정에 중독된 것 같다는 인상도 자주 받습니다.

손택이 원래 글을 좀 오만하게 써서 '성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표현했지만... 뭐랄까, 인터넷에는 분명 누군가의 부정적인 모습, 미성숙한 모습, 그래서 '욕을 먹을 만한 모습'에 '유혹'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악함을 내가 무찔러주고 싶고, 무언가 선하게 교정해주고 싶다는 마음.]


분노와 혐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하고 있네요. 다만 똑같은 분노를 내게 강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분노하지 않으면 악으로 규정하고 단죄의 칼을 들이대는 것을 자주 보게 되네요.
18/11/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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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특히 '분노'와 '분노를 풀어내는 행위'를 구분지은 게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손쉽게 분노를 풀어냄으로써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킬고어
18/11/08 23:00
수정 아이콘
본문 글도 공감할만한 좋은 글이지만, 이 인용글도 정말 좋네요. 나이를 이렇게 먹어도 항상 이런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자신의 태도를 늘 경계해야겠습니다.
복슬이남친동동이
18/11/07 18:01
수정 아이콘
사실 마냥 분노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규정하기에는, 그냥 인터넷만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언제나 인터넷 속에 있는건 사회의 일부분이었고, 보통 멋있고 좋은 부분보다는 반대의 부분이 인터넷에 자리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제가 그래서 요즘엔 현실이 오히려 덜 피곤하고, 행복합니다. 불쌍한 사람들도 안 보고 말이죠.
18/11/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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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면도 있죠. 적어도 제 주변에는 일상생활에서조차 일부 인터넷 워리어처럼 분노를 뿜어내고 다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밖에는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네요.
六穴砲山猫
18/11/07 18:15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과 댓글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이런 이야기도 일종의 허영 같아요. 나는 쉽게 분노하는 니네들과는 달라... 하면서 뭔가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것 같다고 할까요.
이른취침
18/11/07 18: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보단 두려움이죠. 그 칼 끝이 언제 나를 향할지도 모르니...
성숙한 시민사회의 근간이 다양성의 인정 아닌가요?
그런데 니 편 아니면 내 편 이렇게 편가르기에만 집중하니
저처럼 어중띠고 잘 모르면서, 인간적인 유함에서 나오는 연민이 큰 사람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힘들고 무섭네요.

마치 혁명기에 약간 소외된 소시민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다들 인민의 적을 척살하기 바쁜데 혼자 옛 주인 시신 수습해서 장례 치뤄주는 노비의 심정?
六穴砲山猫
18/11/07 18:35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본문이나 여기 달린 댓글들의 내용도 일종의 편가르기 논리로 보인다구요. 어떠한 사안에도 쉽게 분노하지 않는 깨어있는 사람 VS 아무 사안에나 쉽게 분노하는 어리석은 사람 구도로 몰고가기 딱 좋은 논리 아닙니까??
폰독수리
18/11/07 19:07
수정 아이콘
그런식이면 끝도없죠. 六穴砲山猫님도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지적하며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이신건가요? 六穴砲山猫님한테 이 댓글다는 저도 마찬가지구요. 본문이 저격글도 아닌데 맘에 안드시면 그냥 뒤로가기 하시면 되지 굳이 이런식으로 쓰실 필요는 없는거같습니다.
六穴砲山猫
18/11/07 23:29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제가 본문에 나오는 쉽게 불타오르는 종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맥핑키
18/11/07 20:38
수정 아이콘
사실 자가당착인 댓글이죠;
요즘엔 이 메타를 넘어서 현실을 비난하는 깨어있는 자를 보며 냉소하는 쿨한자를 다시 공격하는게 추세에요.
六穴砲山猫
18/11/07 23:26
수정 아이콘
뭐 다른건 다 좋은데, 안타깝게도 저는 끓는점이 낮아서 마음에 안드는 글이나 댓글을 보면 쒸익쒸익거리며 타오르는 타입이지, 쿨병종자는 아닙니다.
맥핑키
18/11/08 00:02
수정 아이콘
본문이 행위나 당위가 아니라 분노 그 자체에 포커스가 있어서 왠만하면 만병통치약 가능할 것 같네요.
루트에리노
18/11/07 21:43
수정 아이콘
뫼비우스의 띠네요
결국 이 댓글도 일종의 허영이 되니까요. 나는 쉽게 분노하는 니네들과는 달라 하면서 뭔가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과는 달라 하면서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과는 달라 하면서....(후략)
18/11/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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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음..... 제가 달려고 했던 덧글을 대신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8/11/0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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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도 분노인것 같아요. 프랑스혁명이나 대한촛불혁명도 결국 분노가 폭발해서 일어난 일이거든요.
루트에리노
18/11/0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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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에 한표입니다
18/11/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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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수단으로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전자에 더 집중하고 어떤 이들은 후자를 더 중요하게 여기죠. 사실 분노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정말 좋은 것도 지나치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분노가 적어도 지금의 인터넷상에서는 상당히 과하게 남용되는 것 같아요.
네버스탑
18/11/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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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중에도 자신의 분노를 무조건 정당화 시키면서 험악한 짓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집니다
애초에 '나는 잘 못 한 것이 없으니 or 내 잘못보다는 늬 잘못이 더크니' '내 분노는 정당하고 절대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요

제 개인적인 경험이고 뼈아픈 경험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 10년, 20년을 사이좋게 지내왔더라도 그런 사람과는 그냥 인연 끊는게 상수다 싶더군요
그리고 그럴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 반응하기보다, 둥글둥글하게 무시하며 '늬 멋대로 사세요' 하는 사람이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다 싶덥니다
문제는 한 모임에 자신의 모든 분노를 항상 정당화 시키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모임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18/1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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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터넷을 제외한 일반적인 현실에서는 그렇게까지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소위 인터넷 워리워와 같은 행동을 지인이 저의 눈 앞 현실세계에서 자행하고 있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꽤 난감해집니다.
18/11/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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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조용히 추천요.
에어컨 같은 기분요.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북극곰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지구의 이상 기온을 심각하게 느끼지만 그렇다고 에어컨을 안틀자니 내가 못견디고 실외기를 통해 옆집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환경에도 안좋지만 나하나 안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것 같은 무력감을 느껴요. 어느새 에어컨은 필수품이 되었고요.

그래도 김치냉장고를 사지 않고 양문 냉장고를 사지 않고 최대한 작은 냉장고를 사는 것으로 최대한 노력한다는 정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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