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라고는 했지만 영화가 어땠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약간의 단서 정도는 드릴 예정이니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방금 보고 왔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다가 중간에 살짝 졸았습니다.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었거든요.

피곤해서 졸았던 걸 수도 있는데, 피곤한 사람까지 정신 번쩍 차리게 만들 만큼 큰 임팩트는 없었다 정도로 평하고 싶네요.
(진짜 살짝 졸았던 거긴 합니다)

임팩트라고 얘기하면 애매할 수 있으니 감흥이 크게 없었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기대보다는 많이 평이했달까요.

솔직히 저는 미드 마인드헌터나 만화 몬스터 같은 심리 스릴러인 줄 알았습니다.

김윤석 vs 주지훈, 형사 vs 싸이코패스 뭐 이런 구도이기도 했으니까요.

인외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뭐 그런 장르인 줄 알았죠. 근데 그것보다 좀 평이한 보통 수사극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윤석과 주지훈의 대립은 표면적으로만,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집니다. 물론 주지훈의 과거에 대해서 단서를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심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죠.

스토리가 그렇다 보니 주지훈은 그냥 시신을 찾기 위한 수단이나 과정 같은 것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 주제의 핵심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더불어 캐릭터성까지 평범해지는 느낌도 있었구요. 아 물론 캐릭터성이 못하다는 건 아닙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진짜 또라이처럼 실감나게 연기도 잘하더라구요.
영화관 나오면서 앞으로 밤길 조심하고 사람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 많이 들 정도였습니다 크크

근데 딱 그 정도입니다. 그냥 또라이. 진짜 실감 나는 개또라이.


그렇게 그냥 실감나는 개또라이로서 사건 속에만 머물러 있고 영화의 핵심 속으로는 들어오지 못한 채 영화의 배경으로만 자꾸 물러납니다. 주지훈이라는 캐릭터에도 임팩트, 즉 감흥이 부족했다는 거죠. 달리 말하자면 캐릭터의 신화성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장르를 착각한 거죠. 계속 하는 말이지만 저는 심리 스릴러 같은 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사실은 건조한 수사극이었던 겁니다(제가 식견이 후달려서 영화적으로 제공된 여러 가지 상징들을 놓쳤던 걸 수도 있습니다)

해서, 그 영화의 핵심 속에는 주지훈 대신 김윤석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름도 없이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밝혀주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히어로 느낌? 그렇기 때문에 주지훈의 존재감이란 사실 사건의 원인 정도밖에는 안 되고, 메인 빌런은 이름도 없이 죽은 사람들을 그렇게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던 현실 그 자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사가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임팩트도 부족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사실주의극들이 보여주는 그런 감흥 같은 것도 없었구요.


무난한 수사극 생각하시고 편하게 가서 보시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자꾸 하는 얘기지만 웰메이드라고는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감흥이 크게 없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