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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22 17:49:32
Name Aquaris
Subject [일반] D&D2의 추억 한조각
처음 던전 앤 드래곤을 접했던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한다.
시장통 건물 2층에 들어선 오락실은 언제나 붐볐고 한 판에 100원 하던 시절 실력만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100원으로 1시간 이상을 떼울 수 있는 아주 멋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 비해 그렇게 붐비던 오락실에서도 유난히 더 사람이 몰렸던 게임이었다. 나도 호기심에 시도해 봤지만 첫 스테이지 고블린 전차를 격파하지도 못하고 패배. 그렇게 하루 500원씩 받던 용돈의 20%를 날리고 나니 다시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라리 땅따먹기나 1945를 더 오래 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그 오락실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1명 있었는데 나이는 내 또래에 매우 중성적인 외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숏컷헤어에 뽀얀 얼굴, 까만 눈동자. 그 사람은 어떤 직업으로든 굉장히 잘했고, 그 사람이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 주변은 구경꾼들로 늘 인산인해였다. 나도 몇 번 얼핏 지나가면서 본 적은 있었지만 얼마 안 지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그 당시에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내가 다시 던전 앤 드래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중학교3학년 정도부터로 기억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사람 많고 붐비는 오락실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근처 어디든 있을 법한, 1층은 비디오 대여점이 들어서고 3층은 피아노 교습소가 있는 3층짜리 자그마한 상가 건물의 2층에 들어선 오락실이 우리 무리의 아지트가 되었고 그 당시 오락실은 어른의 사정으로 찾아 보기 힘들었던 던전 앤 드래곤,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삼국지 컨셉의 게임 - 공명이 숨겨진 캐릭터였는데 던전 앤 드래곤의 마법사 같은 역할이었다... - 이 설치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가성비 끝판왕인 던전 앤 드래곤을 다시금 시도해 보게 되었다.

사람도 없고 간혹 실수로 죽으면 중학생이 되어 인상된 용돈으로 캐시질을 초딩 시절보타는 훨씬 여유롭게 할 수 있었기에 우리 무리는 금새 4인 파티로 1코인 클리어를 심심치 않게 해내게 되었고, 이는 그 당시 우리에게 꽤 큰 유흥거리였다. 보통 오락실에서 1시간을 떼우려면 꽤 지갑이 두툼해야 했는데 우리는 단 500원이면 1시간동안 게임을 하고, 오락실에 딸린 자그마한 코인 노래방에서 1인당 노래 2곡씩 추가로 부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1P자리에 누군가 앉아서 던전 앤 드래곤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직업은 성직자, 스테이지는 이제 전갈 형제를 지나 비공정에서 하피와 전투중. 남색 마이에 빨간 타이 체크무늬 치마. 근처 여상 교복이다. 동네 룰은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던전앤드래곤을 이미 하고 있을 경우, 진행한 스테이지가 그리 길지 않으면 ‘이어도 되요?’ 정도 물어보고 그냥 이어서 했다. 먼저 하던 사람이 실력자라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던전 앤 드래곤을 매우 잘 하는 여자애는 적어도 내 주위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당연히 하피에서 죽을 거라 예상하고 100원짜리 동전을 1,2,3,4 플레이어에 모두 올려 두었다. 그런데 웬걸, 하피도 뱀파이어도 모두 클리어하고 비공정은 스토리를 따라 정상적으로 잘(?) 추락했다. 우리는 내심 뒤에서 구경하며 감탄했다. 그도 그럴것이 1코인 클리어가 가능하다곤 해도 아직 우리 수준은 마법사 2명이 필수고 전사 1명과 성직자 1명 정도의 고정 파티를 했어야 하고 4인 미만 1코인 클리어는 아직 어려운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말 하면 큰일나지만 그 때 우리들 머릿속에는 우리보다 게임을 잘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했기에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성직자로 신까지 깔끔하게 클리어해내고서 그 사람은 일행이 40분 전부터 전세낸 듯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코인 노래방으로 갔다. 가면서 어쩐지 기다리던 우리에게 사과의 목례를 한 것만 같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근데 난 쫌 잘해’ 같은 느낌? 그런데 아뿔싸, 숏컷헤어에 뽀얀 피부, 까만 눈동자, 무표정한데 매력있는 얼굴 - 그걸 요즘 말로 시크하다고 표현하더라 -, 이제야 기억났다. 이 사람, 그 때 그 실력자 사람이다. 그땐 남잔지 여잔지 헷갈렸는데 여자였구나.. 그러니 여상 교복을 입고 있는 거겠지.

애초에 손님도 별로 없는 오락실에, 당시 초딩들은 모두 삼국지 게임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자주 오는 원코인 클리어 가능자들끼리는 서로 얼굴 정도는 알아봤다. 왜냐면 누가 먼저 하고 있을 때 이어할 지 아니면 100원 얹어놓고 죽기를 기다릴 지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력자 목록에 그 여상 누나를 올렸다. 앞으로 그 누나가 하고 있으면 + 대충 중간용 클리어 전이면 그냥 이어서 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 오락실은 재미있게도 1,2,3,4플레이어 자리가 고르게도 고장이 나 있었는데 예를 들면 4P자리는 간혹 조이스틱을 가만히 두어도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3P는 앞으로 빠르게 타닥 하고 조작하면 아이템 사용이 됐다. 2P는 4P와는 반대 방향이었고, 1P는 어떤 증상이 있었더라... 아무튼 1P도 고유의 나사빠진 고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각자 가급적 자신이 앉던 자리를 선호했는데, 그래야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면 3P에 앉는 사람은 평소에 늘 선택된 아이템 슬롯을 비워둔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내가 1P의 고장 증상을 제기억제대로 지 못하는 이유는 그 누나를 만난 이래로 1P는 언제나 그 누나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새부턴가 그 누나를 우리끼리의 은어로 ‘1P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이제 곧 내려야 해서 다음에 이어 쓰겠습니다.;; 딱히 길게 쓸 이야기도 아니고 꽤 진하게 - 수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추억의 농도가 짙어요. 기간이 꽤 길었으니..- 담고 있는 추억인지라 술술 써내려가면 금방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글 쓰기 어렵군요. 다만 재미있어 하시는 분이 아니 계시면 그냥 다시 추억의 상자에 고이 모셔두는 걸로..

대부분은 사실과 기억에 의존해서 쓰고 있지만 의도해서 살짝 꼬은 부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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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2 18:03
수정 아이콘
자 얼렁 다음편!!
18/09/22 18:06
수정 아이콘
아니 왜 여기서 끊나요
구름과자
18/09/22 18:10
수정 아이콘
아.. 빨리 다음편을..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전자수도승
18/09/22 18:11
수정 아이콘
절단마공은 글 잘쓰는 이들의 생래적 성명절기입니까
18/09/22 18:11
수정 아이콘
이분을 꽁꽁 묶어서 키보드만 주어라!!!
18/09/22 18:13
수정 아이콘
1p누나랑 연애하는 그런거 아니죠?
문정동김씨
18/09/22 18:15
수정 아이콘
그 누나 이쁜가요?
비연회상
18/09/22 18:20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 잘못된 관행이 피지알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따
Madjulia
18/09/22 18:34
수정 아이콘
성직자 무덤이 에저홀덴인데 그때까지 템을 다 모아서 가신분이라면 비범하시네요
전캐릭 싱글원코인하는데
드워프랑 성직자가 제일 빡셌던거같은데
18/09/22 22:25
수정 아이콘
최근에 들은건데 성직자가 제일 쉽다더군요..
Madjulia
18/09/23 00:34
수정 아이콘
다른보스는 다 쉬울수도있는데 물리면역보스에서 라이트닝 크리가 안터지면 거의 못끝내는걸로 기억해서요 제일쉬운건 전법1티어 엘프1.5로 기억하는데 새로운 파훼라도 나온건지
18/09/23 00:58
수정 아이콘
가고일이랑 샐러맨더가 힘든데 가고일은 쌩까고 샐러맨더는 얼음쪽으로 가서 버닝오일로 녹이죠.
근데 그거 외에는 주문이나 공격력이나 다 최상급인데다가 모닝스타 들면 아예 버그까지 써지는 클래스라서...
말씀하시는 보스가 라크리로 잡는거면 에저홀덴인데 걔 물리면역이 아니라 슈퍼아머라 경직이 없는거라 패서 잡으셔도 됩니다....
지나가는회원1
18/09/23 14:03
수정 아이콘
에저홀던 직자 원코는 스트라이킹 힐 쓰고 때려잡으면 됩니다. 얘가 입 물고 들어갈땐 피하고, 그 외에는 정량 데미지를 때리면 물기 때문에 마법을 몇 개 교환한다는 개념으로 하면 라이트닝 없어도 잡습니다. 무기는 기본 무기가 스트라이킹 쓸 경우 좀 더 낫습니다.

직자가 진짜 못 깨는건 플레임 샐러맨더죠. 이게 망치랑 라이트닝 컨티뉴얼 라이트 쓰면 깰 수는 잇습니다. 공식 공략은 모닝스타 8천골드 주고 사는거고요.
등산매니아
18/09/23 00:23
수정 아이콘
전 도둑년이 피가 너무짪아서 리치기너무힘들더군요
Madjulia
18/09/23 00:38
수정 아이콘
도둑이랑 드웝으로 전설검을 그땐 제가 잘 만들었습니다 피지컬도 전성기때라..
리치는 잘 앉고 백덤블링잘하는수밖에
말은 쉬운데 그게 제일 어렵죠 ㅜ ㅜ
지나가는회원1
18/09/23 13:58
수정 아이콘
디프면 사거리 길어서 그냥 평타로 때려잡으면 됩니다. 리치 공격 패턴 다 알면 피하는거 어렵지 않아요
Maiev Shadowsong
18/09/22 19:01
수정 아이콘
아놔 다음편은 유료걸제인가
달빛한스푼
18/09/22 19:07
수정 아이콘
결제 어떻게 하면 되죠?
밤톨이^^
18/09/22 19:27
수정 아이콘
음.. 저는 던드보단 삼국전기를 많이 한 편이지만 오락실 추억들은 언제 생각하도 좋아요
고분자
18/09/22 19:32
수정 아이콘
전기수 님 글 잘 보고 갑니다.
La La Land
18/09/22 19:41
수정 아이콘
1p 누나가 그래서 지금 뒤에서 티비보고 있다거나 막 그런거 아니죠?


근데 제가 알기론 클레릭이 젤 사기캐로 아는데 아닌가요?

저는 솔로플레이 원코인은 전사로 밖에 못했습니다.
Thursday
18/09/22 20:42
수정 아이콘
게임을 못해서 언제나 구경했는데... 추억 돋네요
김티모
18/09/22 21:19
수정 아이콘
전 1P 도적누나 너무 이뻐서 도적만 했는데 화염병 꼼수 이런거 있다는건 게임 안하게 된 뒤에 알았고 크크크크
세인트
18/09/22 21:34
수정 아이콘
결제드릴게요 어떻게하면 되죠?
집으로돌아가야해
18/09/22 21:49
수정 아이콘
3P.... 난 썪었어..
18/09/22 22:52
수정 아이콘
앗..
독수리가아니라닭
18/09/22 22:54
수정 아이콘
이게 하이스코어 걸인가 그건가요
18/09/22 22:57
수정 아이콘
전 학원 선생님한테 스타1으로 같은 반 남자애들이 다 발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학원 그만 두시고 남편분이랑 피시방 창업하신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수년이 흘렀..
루크레티아
18/09/22 23:02
수정 아이콘
하이스코어 누나 조아요
22강아지22
18/09/23 00:03
수정 아이콘
던전앤드래곤 오락실게임하면 오락기에 붙여있는 '사차원금지' 문구 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등산매니아
18/09/23 00:24
수정 아이콘
결혼하셨나요?
18/09/23 09:55
수정 아이콘
비공정이 잘(?) 추락했다는 게 무슨 말이죠?

무조건 추락하는 스토리 아니였남...;
링크의전설
18/09/23 11:26
수정 아이콘
텔아린인가 그 보스를 빨리잡아야 선택지가 뜨고 그냥 시간끌리다 잡으면 선택지 없이 무조건 비홀더 만납니다
18/09/23 12:28
수정 아이콘
텔아린을 시간 내에 잡아야 비상착륙을 할수 있어서...
지탄다 에루
18/09/23 10:36
수정 아이콘
이런 걸 너무 재미있네요~
사랑둥이
18/09/23 10:42
수정 아이콘
하 디엔디를 잘하는 상고 누나라니...
18/09/23 12:25
수정 아이콘
클리어 난이도는 법사>직자>전사>엘프>드워프>도적 순 아니였나요?
그래도 뭔가 성차별발언같긴 하지만 여자가 D&D 원코인은 희귀하긴하네요 본적도없어서..
순규성소민아쑥
18/09/23 16:22
수정 아이콘
월드 워리어즈 2였나...27연승 하다가 여중생한테 5연패하고 친구들한테 엄청 놀림받았습니다.
술마시면동네개
18/09/23 20:28
수정 아이콘
공명나오는 삼국지 게임이면 삼국전기 같긴하네유 흐흐
18/09/24 08:31
수정 아이콘
크 추억이네요.. 디엔디는 돈없을때 백원으로 한시간 땨우기 최고였죠. 저도 드워프 도적 정도를 제외하면 원콩니클리어 가능했는데.. 오락실에서 다시 해보고싶다..
유재석
18/09/24 13:43
수정 아이콘
미리보기 결제할게요!
곰돌이우유
18/09/28 08:42
수정 아이콘
저는 법사랑 성직 드웦 원코인 해봤어유 크크 초2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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