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인 이야기는 일단 우주에서부터 시작해 볼까요?
Issac Arthur(아이작 아서)는 제가 아는 이야기꾼 중에서 가장 큰 범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주에서 전쟁을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거주하려면 어떻게 환경을 바꿔야할까 시리즈’
‘행성이나 항성을 ’채굴‘하려면 어떤 종류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할까?’
주로 한 영상에 30~40분 정도 되는 분량입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 거시적인 이야기들이죠? 걱정마세요 골치 아픈 수학공식은 없습니다.
거대한 과학적 창의력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 그리고 달달한 묘사는
다른 모든 채널과 마찬가지로, 집중하지 않을 때는 숙면을, 집중할 때는 재미있는 정보와 좋은 듣기 기회를 주지요.
호흡이 너무 길다고요? 10분 정도 되는 Templin Institute (템플린 연구소)는 어떠신가요?
여러 가지 작품에 나오는 가상의 세계와 가상의 인물의 프로필을 읽어주는 채널입니다.
적당한 배경음악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작품 속 배경화면, 자막이 있는 영어의 조합은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자치령이나 폴아웃의 엔클레이브 같이 익숙한 곳에서부터
젊은 용사들(Red Dawn)의 울버린이나 레지스탕스의 키메라 같은 덜 친숙한 곳까지 다룹니다.
재미있는 줄거리를 읽는다고 생각해도 좋고, 덧글란의 추억에 젖은 만국의 아저씨들을 찾는 맛도 있답니다.
레어 어스는 말 그대로 레어한 이야기, 쉽게 잊혀지는 역사적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아시아의 일본에서 시작되어 이제 남미의 칠레까지 도달한 이 영상물은,
온갖 마을, 섬, 각종 사회에서 있었던 사건을 그 장소를 천천히 걷는 모습과 함께 말해줍니다.
육식이 허용되지 않던 중세 일본에서 대기근이 일어났을 때 생긴 다양한 ‘채소’들의 정체와,
라오스라는 나라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왜 아무도 정글에 가득한 불발탄에 관심이 없는지,
베트남 전쟁에서 어떤 여성들이 게릴라로서, 또는 심지어 장군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백인들이 절멸시키고자 했던 마푸체 야만인들의 국가는 얼마나 합리적이었다고 터가 증언하고 있는지,
제가 이런 나열을 하는 것은 이 채널이 정확히 말하고자하는 바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공통점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도심이나 주류로 대표되는 담론에서 벗어난 취약한 이야기들,
더 이상 말해줄 사람이 없거나, 왠지 맥락 적으로 함께 다루어지기 힘든 주제를 품고 있는 사건들,
동물학자에 관한 어떤 채널입니다. 이름의 뜻은 뇌를 휘젓는 다는 정도가 되겠네요.
주로 두개골이나, 전시, 해부 또는 박제와 같은 박물학자... 아 그래요 동물학자가 아니라 "박물학자"군요!
"박물학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제 몸도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동물의 차이점에 대해서 직접 사체를 만져보면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중간에 기생충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냐고 갑자기 신나서 말하는 걸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사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법도 하지만, 일단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유머감각이 있으면서도,
결코 동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전문적인 동작을 보여준다는 점이 그것을 상쇄해줍니다.
예를 들어 부셔지기 쉬운 나비 같은 경우에는 동작을 제가 정확히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면서 영상을 보니 박물관의 전시가 정말로 엄청난
집중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채널이 그렇지만 열정적인 목소리를 담아서 이야기하면 저는 홀랑 빠져버리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본래는 게임리뷰 채널이고 지금도 가끔씩은 게임리뷰를 합니다.
다만 최신 게임 같은 것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먼 채널이었습니다. 전부 ‘추억의’ 아동용, 또는 청소년기에 했을 게임을
이제 성인이 되고 직장이 있을 ‘아재’들에게 다시 한 번 다루어주는 그런 채널이었지요.
그러다가 소재의 다양화를 위해서, 추억의 TV쇼와, 추억의 패스트푸드(와 광고들)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도저히 알 길이 없는 미국 아재들의 지나간 옛날이야기들이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편집기술이 함께합니다.
진행자 이안(Ian)의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아재말장난과, 초등학교 컴퓨터실 게임몰컴 이야기,
구시대 개그편집기술 (뻔한 농담하고 한 박자 뒤에 박수소리를 넣는다거나)등을 보고 있자면,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어떤 이국적인 사람의 추억얘기를 들으면서 공감해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채널은 ‘눈’이라는 말답게 픽토그램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듯 한 영상이 중심이며,
어른을 위한~ 채널은 주로 짧게 시각자료 없이, 말로만 어떤 주제를 다루는 비디오 블로그(Vlog) 중심입니다.
오스트리아인이 영어로 진행하는 채널이고요. 가만히 듣다보면 영어인지 독일어인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말하고 있는 주제와 주장을 영상에 자막으로 삽입하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출처도 독일어권 사료가 대부분이라, 한국인터넷에서 복사하는 영어권 인터넷 정론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다시 말해 조금 추축국에게 자비로운 자료를 많이 고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가미카제 자폭이 실제로는 제공권이 없는 상태에서 매우 ‘이성적인’ 선택이었다는 영상을 낸 덕에,
더 ‘이성적’이었다면 전쟁을 멈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에, 그런 것은 전쟁 중 선택지로는 아니었다는
독일적인(?) 답변을 단 것으로도 유명해졌지요.
컴퓨터 게임이 전쟁에 대해서 '잘못' 다루는 것.
어떤 발표방식으로 영상을 진행하는 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저렇게 깔끔하게 아는 것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인빅타는 게임 토탈워 시리즈를 다루는 채널에서 역사채널로 옮겨간 경우입니다.
그래서인지 주로 대규모 전투를 다루는데요. 천천히 시작되는 배경설명에서부터 목소리가 막 신나서 저도 즐거워요.
20분 이하의 영상위주 역사 이야기와 40분 이하의 역사학자와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는데요.
게임에서 쓰일 법한 주제 설정과 연출법을 자주 사용해서 눈도 즐겁습니다.
예를 들어 몇 주간 바이킹의 이주 이야기를 열심히 하더니, 마지막 결론은 ‘갓 오브 워’ 스토리 이야기라던가.
로마시대의 대규모 전투 이야기를 하면 전투 장면은 꼭 ‘로마 토탈워 2’에서 재현해서 진행해보고 그럽니다.
역사적으로 치명적인 순간 : 연쇄살인범들
역사와 신화 사이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는 인빅타의 이야기 중에서 고대의 연쇄살인사건들이
온갖 괴물 이야기와 신화의 주제가 되었을지를 다루는 이 영상이 그렇게나 재미있더라고요.
류보스는 독일에 머무는 영국인, 박개대는 한국에 머무는 미국인이지요.
그리고 별로 대중적인 요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화적인 가설을 세우려는 사람들이지요.
“내가 경험한 이 나라는 이런 나라이다.”라고 선언하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다만 류보스의 경우에는 영어로 독일은 어떤 곳인지, 여행한다면 독일인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 하는지,
맥주를 마시려면 어떤 장소에서 어떤 것을 사는 것이 좋은지, 소개하는 영상을 남기고 가끔씩 독일어로
사실여부에 대해서 독일인들이 답글을 달아서 이렇다 저렇다 대답을 해주는 방식인 반면에,
박개대는 한국인에게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인은 미국인과 달리
인내심 있게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되어있어서야‘라고 말하는 영상을 영어와 한글자막으로 남기고,
싸움을 구경하고 있지요. 저는 답글란이 더러우면 구독을 잘 안 하는데요. 가끔 이것도 취소할까 고민한답니다.
그래도요. 항상 저는 인생에서 ‘너무 가까워서 말을 못하고, 너무 멀어서 말을 정확히 못하는’ 그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시도에 대해서 흥미를 느껴왔거든요. 이 두 채널은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미있답니다.
어떤 나라가 충분히 낯설게 읽힐 수 없다면, 정확히 배울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가끔씩 너무나도 정답을 아는
듯한 문장이 같이 달리면 가끔씩은 그런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답니다.
혼스(Hons) 아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오스트리아 고지 사투리 독일어를 사용하는 농부의 말을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듣기는 좋습니다. 잠도 잘 옵니다. 반복재생으로 한 번 사용해보세요.
호쾌한 웃음소리가 항상 함께해서 즐거운 이야기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통스 또한 좋은 채널입니다.
위키‘혀’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제공해주는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채널인데요.
대부분의 경우 자막을 같이 안 보내줘서 자막이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마음이 편해지고, 가끔씩은 학문적 욕구가 타올라서 서로 영상끼리 비교도 해보고,
궁금해서 검색도 해보고, 여러모로 제 삶의 취미 생활이자 재충전의 시작이 되어주는 좋은 기회들입니다.
히벨(Hywel)씨가 웨일스어를 하는 영상인데요. 좋아요. 정확히는... 듣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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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본문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사실 저는 잘 때 한국어로 된 것을 틀어놓으면 자동으로 집중이 되서 오히려 설치더라고요. 그래서 채널이 영어 쪽으로 모였습니다. 이해하는 언어가 아닌 영상도 자주 애용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추천드리기에는 좀 그렇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걸 권하고 본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