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8~9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는 여러가지 이야깃거리를 남겼습니다.
당시 쏟아져나온 미친듯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이라던가, BMW가 신주쿠 코롤라로 불리웠다던가, 하는 잘알려진 일들 이외에도
해외에서 부동산과 고가미술품을 쓸어담고, 도박장의 큰손으로 종횡무진했던 일본인들을 모셔가기 위해 다들 난리법석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소위 "고래" 라고 불리우는 국제적인 VIP였던 카시와기 아키오 라는 일본인 도박사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의 인연 및 해프닝, 그리고 미스터리한 최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도박사 카시와기 아키오
가난한 농촌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하고 후지산에서 관광 안내업을 거쳐 고리대금업에 손을 뻗친 카시와기 아키오는 채무 변제일에 연락을 받지 않는 수법으로 담보를 헐값에 강탈하고 폭력단을 동원한 협박과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악랄한 방법으로 버블경제의 와중에 부동산 갑부로 등극한 사업가였습니다. 이제 돈도 어느정도 모았겠다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했는지 아키오는 해외의 카지노를 전전하면서 바카라에 돈을 물쓰듯하여 업계에서 유명인사로 알려집니다. 아키오를 모셔가기 위해 숙박비, 항공권을 들고 찾아오는 카지노 관계자가 부지기수 였죠.

2. 도널드 트럼프와의 만남
80년대말 트럼프는 이미 성공한 부동산 재벌로 유명인사였죠. 그동안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다준 나와바리였던 뉴욕에서 벗어나
각지의 호텔과 리조트, 카지노와 항공회사 등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카지노와 레저산업은 기존의 강자들과의 싸움이 치열해서 결코 만만한 동네가 아니었죠.
특히 엄청난 돈을 쏟아부운 아틀란틱 시티의 "The eighth wonder" 타지마할 카지노는 큰손은 커녕 잔챙이 은퇴노인들과 어중이 떠중이 관광객들로 연명하는 그저그런 카지노로 전락하는 바람에 점점 손실을 안겨주고 있는 골칫덩이였습니다.
그러던 1990년 2월, 트럼프는 마이크 타이슨과 더글라스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주관하기위해 도쿄를 방문하였고 이때 아키오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아키오는 직전에 호주의 한 카지노에서 무려 2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따고 라스베가스에서는 6백만달러를 쓰는등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아키오의 방문이 타지마할 카지노의 홍보와 수입에 도움이 될것으로 보고 전용기와 펜트하우스, 전속요리사까지 제공하는등의 노력으로 타지마할로 불러들입니다.

그러나 카시와기 아키오는 확실히 첫운빨이 따라주는 바카라 플레이어 였는지 타지마할에 와서 게임을 시작한지 불과 이틀만에 6백만 달러를 땁니다. 그리고는 그만두고 바로 일본으로 출국해버립니다. 트럼프로서는 호구를 데려온줄 알았는데 거꾸로 뒷통수를 맞은 격이었죠.

 아키오 : "아쉽지만 미국음식이노 입에 안맞아서 일찍 가야겠스무니다. 트럼프상 사요나라~ "      

 트럼프 : "으아니? 이 잽스 양심 가출한것 보소...누가 이런 먹튀를 초대하자고 했어! 당장나와! YOU ARE FIRED!!! "
 직원 : "보스가 그러셨는데요? 저희가 말렸지만 듣지 않으셨죠"
 트럼프 : "시꺼!! 저 일본넘 어떻게든 다시 데려와!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반드시 복수한다!! "

다행히 천성이 도박꾼이었던 아키오는 의외로 순순히 제2차전에 응했습니다.
트럼프는 REMEMBER PEARL HARBOR! 를 외치며 절치부심했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정말 애를 썼습니다.
사실 당시 카지노 현금흐름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똑같은 손실을 다시 입었다간 정말 파산할 지경이었죠
미리 플레이룸에 거울방을 설치해서 실시간으로 게임 상황을 보면서 딜러와 전략을 논의할 수 있게 하였고  
심지어 워게임으로 이름난 싱크탱크 RAND 연구소에서 일했던 확률 전문가를 불러 자문을 받기 까지 했습니다.

 트럼프 : "어떻게해야 우리가 이길수 있을까?"
 전문가 : "간단합니다. 확률은 미세하나마 당신들 편이니까요. 아키오를 무조건 오래 잡아두도록 하세요. 그럼 언젠가 이깁니다"

트럼프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플레이 타임의 문제 -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딜러가 유리해지는 - 를 간파하고, 재승부에서는 교묘한 조건을 걸어둡니다. 그것은 바로 어느 한쪽의 손실액이 1천2백만달러가 될때까지는 중간에 그만둘수 없고 게임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75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경우 카지노의 승률은 85%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키오는 확률에 무지했는지 아니면 그전에 끝낼 자신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준비해둔 함정에 순순히 들어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전혀 영어를 못하는 아키오는 그저 조용히 바카라 테이블에서 게임을 시작했고
한번에 무려 25만 달러의 베팅이 오고 갑니다. 트럼프는 거울방 안에서 손에 땀을쥐고 지켜봅니다.
아키오는 역시 첫운빨의 소유자였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계속해서 승리를 가져갔고 트럼프의 손해는 순식간에 9백만달러가 되었습니다.

 아키오 : "아싸 타이 베팅 성공 ~ 스고이~ 2백만 더 가져갑니다"
 트럼프 : "으아아악~아까운 내돈 TT "
 전문가 : "좀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세요. 상황이 곧 바뀔겁니다."  
 트럼프 : "만약 내가 파산하게 되면 자문료는 없었던걸로 하지"

그러나 트럼프는 확률과 수학의 힘을 더이상 믿지 못하고 자신이 원래 곧잘 의지하던 방법으로 돌아갑니다. 바로 미신이었죠.
트럼프는 게임을 잠시 중단시키고 딜러팀원들을 여성들로 바꿉니다. 원래는 전부 남성이었죠.

과연 트럼프의 미신이 먹혔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아키오의 운은 딱 여기까지 였습니다.

아키오는 이제 돈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5일이 지나자 거꾸로 천만달러를 잃습니다.

원래약속대로라면 1천2백만달러까지 게임을 해야했지만 아키오는 현금이 이미 하나도 없었죠.  

6백만달러를 가져와서 다 써버렸고 카지노에서 4백만달러를 추가로 빌린 상태였습니다.

아키오 : "TT 트럼프상..  돈이 없스무니다..  조.. 조또마떼.." 

트럼프 : "니네 경제 이제 거품 다 꺼졌다며 나중에 과연 갚을수는 있는겨? 이코노미석 끊어줄 테니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 짜샤~ "

아키오는 끝까지 더 하기를 원했지만 트럼프는 원래 목적도 충분히 달성했고 슬슬 지겨워졌는지 태도를 바꾸어 더이상의 대출을 거절하고 쫓아내버립니다. 어쩌면 사실 마지막 자비를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키오는 패배하여 일본에 돌아왔지만 그 뒤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계속 재산을 탕진합니다.

그러던중 얼마안가 궁궐같던 자신의 집안에서 끔찍한 변사체로 발견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사인은 과다 출혈로 일본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상이 30여군데 넘게 있었고 집안은 그야말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안에 침입한 흔적은 없었고 돈이나 고가의 물품도 사라지지 않아 그저 폭력단과 관련된 누군가의 원한에 의한 범행을 추정할뿐 결국 영구미제사건이 되어버립니다. 

트럼프와의 게임에서 진 빚 4백만달러도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고요.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돈도 잃지 않고 명승부(?)끝에 홍보효과도 얻은 트럼프였을까요? 

아키오가 죽은 1년후에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은 결국 화려하게 파산합니다. 

트럼프는 재기할때까지 카지노 사업의 실패로 인한 약 9억달러의 빚을 해결하느라 고생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