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저는 이런저런 봉사 활동을 제법 하는 편입니다. 동네에서 가난한 아이들 무료로 수학 가르치는 활동도 좀 해봤고, 동물 보호소에서도 일해봤고, 홈리스 보호소에서도 잠시지만 일해봤고, 지역 학생들 대상 경시 대회도 꽤 오랫동안 해봤네요.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들이 몇 가지 있고, 비슷한 경험한 분들한테 여쭤보고 싶은 것도 하나 있어서 글을 써봅니다. 그냥 사견 가득한 글이고 따라서 고퀄일 수 없으니 미리 양해 구합니다.

1. 봉사 활동 하면서 좋은 점.

불행한 사람들을 (음? 개도 사람인가!!??) 돕는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감정적인 만족감을 주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홈리스 분들한테 식사 대접해봤자 이 분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리가 없고, 동물 보호소에서 아무리 개들 보살펴봤자 내일이 되면 또 그만큼의 학대받는 개들이 생길 겁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일주일에 수학 공부 두 시간 더 한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별로 흔하진 않을 거에요. 물론 '아무리 미미해도 내가 한 일의 효과가 0 이 아니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행동이지' 라고 굳게 믿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다니는 거고, 다니면서 딱하니 행복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봉사 활동을 하면서 얻는 감정적인 만족이 없진 않은데, 그 소스는 봉사를 받는 대상에서부터는 아닙니다. 다른 봉사자들로부터 받지요. 물론 봉사자들 중에는 대학 진학용 봉사 점수 쌓으려고 오는 아이도 있고 음주 운전하다 걸려서 사회 봉사 xx 시간 명령 받아서 온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본인 이득과 관계 없이 온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비교적 높은 확률로 착한 사람들입니다. 착한 사람들하고 있으면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더군요. '너도 봉사하는 착한 사람이잖아? 대충 비슷한 거 아님?' 이라고 물으신다면, 조금 계열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머리가 시켜서 하는 거고, 심성이 착한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2. 봉사 활동 하면서 나쁜 점.

봉사 활동 조직도 고객 상대는 해야죠. 봉사 받는 고객한테 뭐 대단한 감사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적대적인 대우를 받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진 않습니다. 그리고 훈장질하는 사람들도 종종 겪어야 하죠. 웃긴 것은, 훈장질하는 사람들과 실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간에는 교집합이 0 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아니 왜 일을 그런 식으로 해?' 라고 훈수 두는 사람들은 99% 확률로 그 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죠.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훈수를 두더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훈수를 두는데, 경험이 아예 없는 분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달까요? 뭐 초보자의 행운이라는 말도 있으니 경험이 없어도 아는 척이야 해도 됩니다. 근데 경험도 없는 데다가 도와줄 생각도 없는 사람이 훈장질하는 것은 좀 울컥하게 되더군요. (봉사 활동이 없더라도 교회같은 곳을 다녀보신 분들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여름 캠프나 주일 학교 운영할 때 보면 일 하는 사람과 불평하는 사람간에 교집합이 거의 없죠. 같은 현상입니다)

3. 봉사 활동 하면서 궁금한 점.

하나의 조직에서 지역장 비슷한 직위를 맡고 있는데, 새로운 봉사자를 모집하는 행위가 저는 참 어렵더군요. 이 일을 해도 본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을 저 본인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하라고 권하는 행위가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 계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