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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04 17:52:57
Name 네오
Subject [일반] 뒤늦게 돌아본 지난 대선에서의 복지

복지 정책에 대한 논의가 불타오르는 걸 보고 있으니 문득 지난 대선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대선은 복지와 경제에 관한 논의들의 결과에 미치는 중요성이 이전 대선들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긴했지만 그래도 방향성이 확연히 갈리고, 기존의 보수vs진보 구도와는 다른 양태를 띄어 재밌었던 대선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고나 게으름으로 인해 이제서라도 아주 간략히. 월급루팡짓도 할겸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뭐 기껏해야 학사 수준의 글이니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본 글에서는 이질적이었으며 또 일관적이었던 유승민 의원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1. 상황인식
2017년 들어 글로벌 경기가 완연한 회복기에 들어가고 있어, 되돌아보면 무색하지만 2016년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꽤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수위권 국가들에서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이른바 뉴노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유례없이 강력한 통화정책이 시행되었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미국은 2015년 말부터 회복세를 띄긴 했으나 그 외 선진 경제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됬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제 세계적으로도 당연한 현상이 되는가 하는 우려가 파다했습니다.

성장은 아주 거칠게 보면 노동, 자본, 제도+기술 등의 함수입니다. 선진 경제들이 경험하고 있던 저성장 역시 러프하게 이 세가지 변수로 설명해볼 수 있습니다. 노동을 할 인구가 줄거나 정체하며, 투자 역시 규제강화, 미진한 경기 등의 이유로 주춤했으며, 기술 역시 점진적인 변화는 있었으나 획기적인 수준의 혁신은 없었습니다. 성장은 침체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극복방안
뉴노멀 상황에서 해답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일까요?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번안. 저성장을 받아들이고, 이 정도 성장률에도 유지가 되는 사회로의 전환을 꿈꾼다.
2번안. 저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1번안은 강력한 분배 정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2%라는 성장치는 굉장히 낮아보이나, 그게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가치를 창출해낸 사람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갈 권리를 줍니다. 특허권과 지재권 같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정도는 사회별로 상이하죠.
미국같은 사회는 그 퍼센티지가 높고, 복지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낮은 편입니다. 권리가 강할 수록 분명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 반대 급부로 가치를 충분히 창출해내지 못하면 부의 편중현상으로 갈등이 깊어집니다.
반면 성장을 일정부분 포기한 국가는 그 반대 양상을 경향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 기본소득제죠.
뭐 때로는 케인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잠재성장률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유효 수요를 확충해줌으로써 분배국가가 더 나은 성장을 보일 때도 있으나, 장기로 가면 아무래도 성장지향 국가가 더 큰 성장률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2번안은 각각의 변수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될 겁니다.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고, 자본투자를 위해 통화정책을 이용하고 그리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것이구요. 잠깐 사족을 달면 아마 4차 산업혁명만이 일어나기도 전에 명명된 혁명일 겁니다. 필요에 의해 등장하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전 1번안도 2번안도 다 나름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현실에서는 하나만 몰빵하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짬뽕해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니까요.


3. 뼛속까지 성장주의자인 유승민

2번안에서 참 재미난 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로 클래식한 경제 정책들이 요상하게 변화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인구를 늘려야하는데, 이러려면 복지가 필요하게 되었고, 침체된 자본투자를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일단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혁신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 휴식의 보장, 기존 거대 제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 개편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죠.
아이러니하죠. 오히려 거대 제조업들의 존속을 바랬던 건 유승민이 아니라 심상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처럼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위시한 제조업들은 안정된 일자리와 고임금을 가능케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거든요.

그래서 유승민은 그 어느 후보보다도 출산율 노래, 칼퇴근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그게 당연했구요. 변절이나, 성향이 바뀐게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성장을 위해, 경제학자 출신답게 트렌드에 맞는 공약을 주장했던 거 뿐이었죠. 복지 정책 대부분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굉장히 일관적이었죠.


4. 아마도 그래서

아마도 그래서 tv토론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러는 유후보도 복지 주장하지 않느냐라는 공격을 받았는때, 심상정 후보에게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공격을 받았을 때 당황했을 겁니다. 자기와 다른 이들의 공약이 개별적으로는 유사할지 모르나, 큰 틀에서는 분명히 다른데...허허 했을 거에요. 물론 kdi에이스 놀이하실 정도로 똑똑한 분이 거기서 설명을 포기하고 '허허'거리고 한숨쉬는 순간 사실상 토론을 끝난거였지만 말이죠.

5. 아이고 그런데 이런 논의 의미없다

경제정책, 시스템은 대부분 확률을 올려주는 형태를 띕니다. 경제적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더 많은 자원이 정부가 원하는 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거죠. 축구구단에서 효율적인 구단운영을 위해 유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런거 안해도 우연히 우리 동네에 메시가 태어나면 사실 투자 상관없습니다. 투자 한푼도 안해도 최고의 유스 보유하게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뭐 특별히 4차산업혁명 지원책 안해도 올해는 그냥 삼성전자가... 혼자 혁신해서 돈 벌고 3% 성장을 견인했죠. 심지어 대표님이 구속되기까지 했는데!
지금까지의 이런 정책이 어쩌고, 구조적으로 이렇게 개혁해야하고 어쩌고 길게 말을 주저리주저리 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땅 팠더니 석유가 나오고, 알아서 메시가 나오면 되는게 성장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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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짓을 하다보니 벌써 퇴근시간이군요. 글을 급하게 줄이게 됩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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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싯다르타
17/12/04 18: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유승민의 주장이 복지를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거라면 그게 바로 문재인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아닌가요?
지금 경제정책이 그냥 파이나누자가 아니고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내수를 진작시키자는거 아닌가요? 근무시간감소도 추진하고 있고요.
17/12/04 19:57
수정 아이콘
유승민의 주장은 소득주도 성장은 아닙니다. 성장을 통해 소득을 증진시키되 성장을 시키기 위한 핵심요건을 위해 출산율 등을 상승시키자는 쪽이죠
백년지기
17/12/04 19: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본주의의 복지정책은 사회주의와는 달리 결국 체제유지를 위한 지속성장을 목표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두축을 통한 소득보장정책이자, 실업방지책입니다. 이것을 정부를 위시로 공공이 주도를 하느냐 시장에 맡기냐가 반복될 뿐이고 지난 대선주자들의 경제정책은 이것의 변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전 시대의 케인즈와 하이에크가 반복되던 시대적상황들, 30년대 대공황이나 70년대 석유파동, 최근의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국가의 경제성장이 더이상 개개인의 삶의 질을 견인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어떤 한계점이라는 거죠. 이제 삼성이 아무리 경제성장 견인해도 그들만의 리그고 세계적으로 호황기에 접어들어도 청년실업은 사상최악인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성장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것 같았던 지식산업은 그야말로 기술혁신한 소수를 위한 부의 창출만 하고 있고 AI를 위시로 한 또다른 기술혁명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죠. 러프하게 이야기하면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온 기술혁명과 제조업이 오히려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되버린거죠.

결국은 좌든 우든 사회보장정책을 확대하는 방향, 특히 소득조사나, 인구역학적 혹은 취업조건을 완화하고 철페하는 보편적 복지를 통해 체제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이미지와는 달리 사회복지분야의 제정은 꾸준히, 그리고 급격하게 늘었고 2014년 박근혜정부때 100조를 넘어 내년은 아직 국회통과 안됬지만 140조 가량됩니다. 이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의 문제로 싸울 뿐이지 결국은 유승민이든 문재인이건 방향은 같아요...
17/12/04 20:00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 방향의 다름은 문통은 일자리를 위한 공무원의 증원이라면, 유승민은 잠재성장률 증가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이야기 한 점엡니다. 그리고 거기서 세율에 대한 솔직함 정도의 차이고 있고요
백년지기
17/12/04 20:10
수정 아이콘
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 철학의 여러 실천전략 중 하나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인건 맞지만, 좀더 장기적으로 봤을때 아동수당도입, 기초노령연금 확대, 건보 보장성 강화, 최저시급1만원 등이 더 핵심이라고 봐요. 결국 재정지출확대를 통해서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거든요. 유승민과 세부적인 방법 차이가 있을 순 있어도 철학은 같습니다... 이 돈 누가 내느냐는 정치적 입장차이 때문에, 즉 당선 가능성 낮은 유승민은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거고 문재인은 두리뭉실할 수 밖에 없었죠. 결국 간접세건 직접세건 세율 높일 수 밖에 없고, 이거 누가 더 내냐가 정쟁의 핵심입니다..
게르다
17/12/04 20:02
수정 아이콘
기본소득제 도입 의도를 착각하고 계신 거 같아요. 아직 실험단계이니 앞으로 결과야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기본소득제는 과도한 복지비용을 합리화하는 방안으로 '우파'가 주장하는 정책입니다. 기본소득제 도입은 실질적으로 복지 감축 목적이라는 이유로 '좌파'가 반대하고 있구요.
복지가 너무 많아지고 그에 따른 제도와 관리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복지를 유지관리하는 그 비용 자체가 너무 커지니까, 어차피 국민한테 주는 돈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퉁쳐서 정액으로 줘버리면 복지의 효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은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죠. 유럽같은 경우 100원짜리 복지를 위해서 90~100원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하니 아예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닙니다. 그럴바에 그냥 150원 줘버리면 국민은 50원 더 받고 국가는 50원 아끼는 윈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래서 소득주도성장과 기본소득제는 맥락이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의 생산기여분에 대한 분배 강화, 어찌보면 노동가치설에 근거한 자본과 노동 간의 훨씬 클래식한 논리를 따른다고 본다면 기본소득제는 말그대로 복지를 어떤 형태로 제공할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백년지기
17/12/04 20:17
수정 아이콘
기본소득제는 방법론에서 우파와 좌파가 각각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이에대한 논쟁이 있는것이지 어느 한 세력의 기획에 의한 것은 아니에요.. 기본소득의 도입의도는 탈노동입니다.
게르다
17/12/04 20:25
수정 아이콘
지금 탈노동을 목적으로 두고 기본소득제 논의가 이뤄지는 나라가 있나요???
물론 인공지능자동화 생산체제가 완성되고 대다수의 인간이 잉여가 되버리면 기본소득+로봇세 조합으로 인구부양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식의 미래 예측은 있다지만, 이건 미래의 일이지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대답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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