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예전 일입니다.

별 생각없이 뉴스피드를 내리던 중, 참전용사에게 90도 인사하는 문통? 같은 기사가 올라온 걸 보았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고 스크롤을 내리려는데, 페친이 쓴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6.25 참전용사들 보다도 훨씬 고통받는게 우리 여성들입니다 대통령님! 여성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순간적으로,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고통 측정기가 있나? 고통 측정해서 값 비교해본건가?

혹시 6.25에 참전했었는데 환생해서 태어났고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건가?

뭐지? 어떻게 저렇게 쉽게 타인의 고통을 재단하는 걸까?

저 사람들도 노인분들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안 겪어서 세상 참 편하게 산다라는 얘기엔 꼰대라고 분개했을까?
자기들이 하는게 저것과 별 다를바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힐러리 클린턴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이라는 말도 떠올랐습니다.

여성은 가족을 잃거나, 강간을 당하거나 하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자? 라는 논리더군요.

그럼 목숨을 잃는 남자들은 큰 피해자긴 한데 저 피해보단 적은 걸까요?

고통과 차별에 대하여, 대체 왜 비교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성 정책에도 관심가져주세요!"

"전쟁에서 여성은 큰 피해자다"

라는 말만 해도, 여성이 피해를 받았다, 여성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라는게 어필이 되는 것 같은데

왜 굳이 "가장 큰", "참전용사보다 훨씬 더" 같은 표현을 쓰는 걸까요?

정량적 측정이 불가능한 사안에 대하여 비교를 하는 것도 웃기고.

이런 종류의 비교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동반합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타 성별로 살아볼 수 있는거 아니잖아요.

이해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이해를 할 수가 없겠죠. 저도 그래서 여성분들의 실제적 피해사례에 이해한다 같은 표현은 주제넘는다고 생각해서 적지 않습니다.

남자인 저는 애초에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게 맥시멈이겠지요.

이 상황에서 남여가 싸운다면

아마 사회의 입장에선 노예들끼리 쇠사슬에 달려있는 쇠공 무게로 싸운다고 즐거워하겠죠.

서로 힘을 합쳐서 쇠사슬을 잘라낼 궁리는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더욱 웃을겁니다.

타 성별을 공격하기보단 각자가 받는 차별의 원인, 현 사회에서는 가부장제겠지요. 를 박살내는데 집중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