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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2 00:24:08
Name 아타락시아1
Subject [일반]  하늘에 보내는 편지.
  ‘나는 왜 사는 걸까?’

  오늘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저에게 던집니다.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아니 저 어리석은 질문에는 도대체 답이 있기는 할까요? 며칠째, 몇 달, 몇 년 동안이나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냥 가장 많이 하는게 게임입니다. 강박적으로 한다고 해야할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게임을 하면 그냥 시간이 가장 빨리 때워지기 때문에 게임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삶에 아무런 흥미도 없고, 생각도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말그대로 죽지 못하니까 살아가는 딱 그 수준입니다. 한심하죠? 저도 제 자신이 한심한데 다른사람은 오죽할까요?

  마치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어쩌면 당신이 제게서 열정이라는 부분만 싹 도려낸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내내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들을 지냈어요. 그러다 작년에 딱 한 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고, 외모도 바꿔보고, 공부도 했고 천재라고 불렸던 그 시절의 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잘 되지 않았어요. 무력함을 느낀 저는 그 이후 더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사실 이 모든건 핑계일거에요. 저는 원래 이렇게 게으르고 나약한 사람이라 그러는 것 뿐이에요. 그래도 무언가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고 바꿔보고도 싶은데 언제나 작심삼일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게 없으니까요. 이루고 싶은 것도, 나아가고 싶은 방향도 아무것도 없어요 제겐.

  이 하찮은 고민을 나눌 친구조차 없어서, 아니 있지만 이런 사소한 고민을 늘어놓기엔 다들 너무나 바빠서 어쩔 수 없이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접어 이 편지를 날려보냅니다. 혹시나 누군가 본다면 대답해 줄까요? 그렇다면 제가 하늘에 이 편지를 날려보냈듯 큰 소리로 하늘에 외쳐서 대답해주세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제가, 그저 하루하루 보내는 그렇다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는 저는 왜, 무슨 이유로 살아가야 할까요.


발신자 : 나
수신자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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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
17/11/02 00:48
수정 아이콘
큰 질문은 먼 곳에서 메아리처럼 답이 오는 법입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소중함을 느끼시는 연습을 해보세요. 날씨가 맑아서, 길 모퉁이에 작은 꽃을 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거려서 즐겁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하다보면, 굳이 이유를 찾지 않게 됩니다. 그저 하루가 즐거워서 사는 아타락시아1 님이 되길 기원합니다.
블랙숄즈
17/11/02 01:39
수정 아이콘
그냥 살아요.
제가 생각했던 기준보다 못해도, 주위에서 저에게 거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그냥 사는거죠.
박지성 선수도 스스로 더 나은 선수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는데 일반인은 그보다 더 한 후회를 하고 살아 가겠죠.
이렇게 스스로 자위하면서 사는거죠. 너무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로,
Shah Rukh Khan
17/11/02 03:04
수정 아이콘
요즘의 저와 하나도 다르지 않으시네요. 제가 사는 제 주변의 세상에는 저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구요. 제 친구들도 친척들도 엄마친구 자식들도 저처럼 사는 사람은 없어요. 원체 욕심없는 성격을 타고 났는데 살면서 원하고 바라던 것들이 모두 풀리지 않으니까 이젠 아무것도 바라지 않죠. 그래서 실망할 일은 없게 됐는데 기쁠 일도 없어요. 게임도 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할 때가 좋았는데 (심지어 이때는 죄책감도 적었죠.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지금은 그냥 맨날 하는 거니까 하고 있어요. 한 게임에 정착도 안 되어서 돌려막기식으로 이거저거 하구요. 올해는 무기력이 병적으로 심해져서 상담하는 분들에게 문의를 넣어도 봤는데 다들 병원에 꼭 가라고 하네요. 하지만 제가 우울증에 걸렸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고, 전 누가봐도 그냥 쓰레기거든요.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나아지겠다는 의지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왠지 글쓰신 분은 나이가 저보다 한참 적으실 것 같고, 그래서 희망적으로 보이네요. 저처럼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구원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윌로우
17/11/02 03:24
수정 아이콘
답이 나오지않는 질문입니다. 질문을 바꾸시길 권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17/11/02 08:29
수정 아이콘
철학적인 질문이군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누가 가르쳐줄 수 없습니다.
사람의 수가 20억이라면 20억개의 인생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 인생에 대한 답은 본인이 깨달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고..
하고 싶은게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살면 됩니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만 된다고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예전,저도 같은 고민을 하던 시절에 농담처럼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저에게 위로가 된 말이 있었어요.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신해철이 창설한 종교인 산책실렁실렁교라는 것이었는데,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https://youtu.be/3Zhv_xT1xq8
처음과마지막
17/11/02 09: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내가 왜 살아가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건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10살때 부터 한것 같아요 세월이 흐르고 살면서 바쁜현실에 그 질문이 희미해질때도 있고 주변에 삶과 죽음을 보면 그 물음이 더 강해질때도 있었죠 모든 사람이 백이면 백 자신만의 질문과 답변이 나오겠죠 본인이 스스로 문제를 풀고 자신만의 정답을 구할수밖에 없는 문제죠

거의 모든 사람이 한번식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지만 답을 찾기도 전에 어른이되고 가족과 자신을 지키려면 일을하고 현실에 바빠지면서 희미해지는 질문이기도 하죠 그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면 삶이 더 단단해질 겁니다
17/11/02 23:47
수정 아이콘
젊었을 때에는 '내 의견과 관계없이 실재하는 삶의 정답' 이란 것이 있다고 믿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정답을 찾기 위해서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녀봤는데, 결론은 '그런 거 없고, 내가 행복하게 되는 방법이 나한테는 삶의 정답' 이라는 것이었어요.

근데 또 하나 가지게 된 생각은, '나의 행복' 을 성취하는 데 '나의 에고를 만족시키는 것' 은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원글자분도 본인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시면 아마 느끼실 텐데, 사람이 제일 행복한 순간은 남들과 같이 행복할 때인 것 같아요. 우리는 혼자 살도록 생겨먹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같이 행복하게 지냄으로써 나'도' 행복해지는 거지, 다른 사람은 알 바 없고 하여튼 나'만' 행복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가능한 사람들도 있긴 한데, 소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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