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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02 20:13:06
Name 군디츠마라
Subject [일반] 초한쟁패기 당시 실제 중국어 발음은 어땠을까? (수정됨)
상고한어(혹은 상고음)는 제가 이전의 몇몇 글에서도 소개한 바가 있지만, 최소 주나라 시기부터 삼국지 시기까지 사용된 중국어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중국어는 지금 우리가 아는 중국어와는 매우 달랐으며, 오히려 티베트어나 버마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말하는 상고한어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권설음(retroflex)과 경구개 장애음이 없었다
2. 어두자음군이 존재했다
3. 무성 비음과 무성 유음이 존재했다
4. 성조가 없었다(!!)
5. 음절 말 자음이 존재했다

상고한어로 쓰여진 문헌들은 논어(論語), 춘추(春秋), 시경(詩經)과 같은 사서오경과 제자백가의 저서 및 한나라 시기에 쓰여진 사기(史記), 한서(漢書) 등등이 있는데 특히 시경은 노래다보니 운을 맞추기 위한 압운(押韻)이 존재해 상고음 재구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음문자인 한자의 특성상 당대의 발음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상고음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시경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계통이 같은 언어, 특히 고전 티베트어를 참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티베트어의 경우 중국어 다음으로 문자화가 이루어졌고(약 서기 7세기), 오랫동안 고산지대에서 고립된 탓에 원시 한장공통어(Proto-Sino-Tibetan)의 특성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거든요.

또한 한서 지리지 등에 나오는 이민족의 국명이나 지명, 인명의 가차표기를 분석하면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를 나타내는 말인 'Hinduka' 를 한서에서는 天竺(l̥ˤi[n] tug, 한나라 시기에는 l̥ˤ음이 xˤ음으로 변화)으로 표기했는데 이를 보면 당시 天 발음을 '흘린' 혹은 '힌' 에 가깝게 읽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서역의 국가 중 하나인 크로라이나(Kroraina)를 한서에서는 樓蘭(g·roo k.rˤan)으로 표기해 마찬가지로 樓 발음을 '그로' 혹은 '크로' 와 비슷하게 읽었음을 알 수 있죠.


처음으로 상고음의 복원을 시도한 학자는 스웨덴의 중국어학자인 베른하르드 칼그렌(Bernhard Karlgren)으로 그는 중고음(위진남북조 시기부터 송나라 말기까지 사용된 중국어)과 주변국(한국, 일본, 베트남)의 한자음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상고음의 재구를 시도했습니다.

이후 대만의 리팡구이(李方桂)나 미국의 윌리엄 백스터(William Baxter)와 같은 학자들이 중국어와 친척관계인 티벳어나 버마어 등을 바탕으로 상고음을 재구했고, 2003년대에 중국의 언어학자인 정장상팡(鄭張尙芳)과 그의 제자인 판우윈(潘悟云)을 중심으로 상고음의 복구가 이루어졌습니다.


http://ocbaxtersagart.lsait.lsa.umich.edu/ (백스터-사가르가 재구한 한자의 pdf와 엑셀파일을 다운가능)
그래서 한동안은 정장상팡과 판우윈의 재구를 바탕으로 상고음을 연구했었는데 2014년에 윌리엄 백스터와 프랑스의 동양언어학자인 로랑 사가르(Laurant Sagart)가 그동안 연구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이 고대 중국어를 재구성했고 이를 ‘The Baxter-Sagart reconstruction of Old Chinese’ 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상고한어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재구에서 빠져 있던 인두음(목구멍을 혀뿌리로 막아서 내는 소리로 아랍어에만 있는 발음) 표기(ˤ)를 도입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https://pgr21.co.kr/?b=8&n=73329
아래 글은 신불해님의 원글인 ‘한고조 유방이 '알지도 못하는' 한신을 대장군으로 임명하다’에서 인명과 지명, 대사만 최근의 연구(Baxter-Sagart)에 기초해 당대 발음에 가깝게 재구성한 것이며, Baxter-Sagart의 재구음에 없는 한자는 Baxter가 92년도에 재구한 자료와 정장상방의 재구를 참조했습니다.


스흐라흐나르스(楚漢, s.r̥aʔ n̥ˤar-s) 쟁패기 당시, 먼저 끄론뜨룽(關中, [k]ˤro[n] truŋ)에 입성한 머루쁘롱(劉邦, mə-ru pˤroŋ)이 그롱고라(項羽, [ɡ]ˤroŋʔ [ɢ]ʷ(r)aʔ)에게 밀리고 공머르엔스(鴻門宴, [ɡ]ˤoŋ mˤə[r] ʔˤe[n]-s)를 겪은 후 독(蜀, [d]ok)으로 처박히게 되는 일은 유명합니다.

이후 가르스닝스(韓信, [ɡ]ˤar s-ni[ŋ]-s)가 그롱고라 밑에서는 비전이 없다고 여겨 머루쁘롱의 진영으로 도망쳐 오고, 그 가르스닝스는 죄를 짓고 죽을 뻔하다 머루쁘롱의 부하 그라그로엥(夏侯嬰, [ɢ]ˤraʔ [ɡ]ˤ(r)o ʔeŋ)을 설득해 살아남고, 그라그로엥은 가르스닝스와 이야기를 나눠본 뒤 머루쁘롱에게 가르스닝스를 천거합니다. 여기까지 모두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上拜以爲治粟都尉
므당 쁘롯츠 러 고라이 러속타윳,
(m-daŋʔ C.pˤro[t]-s ləʔ ɢʷ(r)aj C.lrə [s]ok tˤa ʔjuts)
머루쁘롱은 그를 치속도위로 삼기는 했으나,

上未之奇也
므당 멋츠 끄라이라이
(m-daŋʔ m[ə]t-s tə N-k(r)aj lAjʔ)
기이한 인물로 여기지는 않았다.

(이하 사기 그뤼크룸그로(淮陰侯, [ɢ]ʷˤrij q(r)um [ɡ]ˤ(r)o) 열전)


이 시점에서 머루쁘롱은 가르스닝스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기는 했지만, 이후 모습을 보면 딱히 제대로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諸將亡者以十數 公無所追 追信 詐也
"타창스 망타 러뜨겁스롯, 콩 마 스크라뜨루이. 뜨루이스닝스 츠락스라이."
(ta [ts]aŋ-s maŋ tAʔ ləʔ t.[g]əp s-roʔ-s C.qˤoŋ ma s-qʰaʔ truj truj s-ni[ŋ]-s [ts]ˤrak-s lAjʔ)
"제장들 가운데 도망친 사람이 수십 명인데, 당신은 이를 쫒아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르스닝스를 쫒았단 말인가, 이는 거짓말이다."


머루쁘롱이 자신의 고향과는 정반대 방향인 흐나르스뜨룽(漢中, n̥ˤar-s truŋ) 지역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자, 매일매일 수많은 부하들이 도망쳤고, 가르스닝스 역시 떠나자 시우가이(蕭何, sˤiw [ɡ]ˤaj)는 그를 따라가 붙잡았습니다. 머루쁘롱은 "시우가이마저 나를 버렸단 말인가." 하고 한탄하다가 시우가이가 되돌아 와 "난 가르스닝스를 잡으러 간 것이다." 라고 대답하자 거짓말 마라라고 대답합니다. 즉 이때까지만 해도 머루쁘롱은 매일이면 도망가는 여타 장수들이 비해 가르스닝스가 무엇이 특출한 인재인지 별로 차이점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王計必欲東 能用信 信卽留 不能用 信終亡耳
"광 낏삣 그록똥, 너롱스 스닝스. 스닝스칙루 뻐너롱스 스닝스 뚱망너."
(ɢʷaŋ kˤij-s pi[t] ɢ(r)ok tˤoŋ nˤə(ʔ) loŋ-s s-ni[ŋ]-s s-ni[ŋ]-s [ts]ik C.ru pə nˤə(ʔ) loŋ-s s-ni[ŋ]-s tuŋ maŋ nəʔ)
"왕이 동쪽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반드시 가르스닝스를 등용 하십시오. 가르스닝스를 쓰지 않는다면 결국 그는 떠나갈 것 입니다."


시우가이는 이런 말로 머루쁘롱을 설득 합니다. 시우가이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머루쁘롱도 가르스닝스를 쓰기로 결정합니다.


吾爲公以爲將
"응아 고라이스 콩러 고라이 창."
(ŋˤa ɢʷ(r)aj-s C.qˤoŋ  ləʔ ɢʷ(r)aj [ts]aŋ)
"내 그대를 보아서 가르스닝스를 쓰겠다."


이 부분을 생각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대를 보아서 가르스닝스를 쓰겠다, 그대의 말을 듣고 가르스닝스를 쓰겠다, 그대를 위해서 가르스닝스를 쓰겠다, 그 정도 늬앙스 차이는 있을테지만 결국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머루쁘롱이 가르스닝스의 진면목을 알아서 그를 쓰겠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시우가이 때문에 쓴다라는 말입니다. 즉 머루쁘롱은 가르스닝스를 잘 모르지만, 시우가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쓰겠다는 소리 입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당신이 추천을 하니 쓰겠다. 이 정도만 해도 시우가이에게 상당한 신임을 보이는 행동이지만, 시우가이는 이렇게 반응을 합니다.


雖爲將 信必不留
"스퀴이 고라이 창스 스닝스 삣뻐루."
(s-qʷij ɢʷ(r)aj [ts]aŋ-s s-ni[ŋ]-s pi[t] pə C.ru)
"비록 장수로 쓴다 해도 가르스닝스는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즉 가르스닝스를 쓰려면 그냥 장수로는 안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냥 장수로는 안된다? 허면 장군을 통솔하는 장군, 즉 대장군의 자리 밖에는 없습니다. 대장군이란 군사의 일에 책임이 막중함으로 절대로 그냥 쓸 수는 없을 자리입니다. 그런데 머루쁘롱의 반응은,


以爲大將
"러 고라이 랏창스."
(ləʔ ɢʷ(r)aj lˤat-s [ts]aŋ-s)
"그럼 대장으로 삼겠다."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전까지 명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흐나르스군에서 오래 짬밥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머루쁘롱은 여기서 보급 쪽의 일을 하던 치속도위를 시우가이의 말만 듣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군을 통솔하는 대장군으로 앉혀 버립니다. 헌데 또다시 나오는 시우가이의 반응은,


王素慢無禮 今拜大將如呼小兒耳 此乃信所以去也 王必欲拜之 擇良日 齋戒 設壇場 具禮 乃可耳
"광 삭스 므랑스 마리이. 끄럼 쁘로츠 랏창스 나 카 세웅에너, 체이너 스닝스 스크라러 크랍스라이. 광 삣 그록 쁘로츠 터, 락 랑닉 츠러이 끄럭(스) 흥옛 단랑 그로스 리이. 너 카이너."  
(ɢʷaŋ [s]ˤak-s mˤra[n]-s ma [r]ˤijʔ [k]r[ə]m C.pˤro[t]-s lˤat-s [ts]aŋ-s na qʰˤa [s]ewʔ ŋe nəʔ [tsʰ]e(j)ʔ nˤəʔ s-ni[ŋ]-s s-qʰaʔ ləʔ [k]ʰ(r)ap-s lAjʔ ɢʷaŋ pi[t] ɢ(r)ok C.pˤro[t]-s tə lrak [r]aŋ C.nik tsˤr[ə]j kˤrək-s ŋ̊et [d]ˤan [l]raŋ [g](r)o-s [r]ˤijʔ nˤəʔ [k]ʰˤa[j]ʔ nəʔ)

“왕께선 본디 오만하고 무례하여 예를 차리지 않습니다. 지금 대장을 배함이 마치 어린아이를 불러 들이는 것 같으니, 이렇다면 가르스닝스는 떠날 것입니다. 왕께선 꼭 그를 배하고자 하신다면, 날을 택해 재계(齋戒)하시고, 단을 설치하고 예를 갖추십시오. 그러면 가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말하다시피, 머루쁘롱은 가르스닝스를 이전까진 잘 알지도 못했는데 오직 시우가이의 추천만 듣고 장군, 그리고 다시 더 나아가 군대를 통솔하는 대장군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는 시우가이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보인 부분이지만, 시우가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무례하다. 왕은 이 일을 어린이 장난처럼 처리하고 있다" 라고 강도 높은 직언을 퍼붓고, 가르스닝스를 제대로 쓰려면 날짜 제대로 잡아서 단을 설치하여 임명하라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참기 힘든 일일 수 있지만, 여기서 대해서 머루쁘롱은,


王許之
광 크라 터.
(ɢʷaŋ qʰ(r)aʔ tə)
왕은 이를 허락했다.


그냥 더 말 안하고 그렇게 해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을 쌓고 날을 잡아 대장군을 뽑는 일이라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자 흐나르스군 내부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어지간한 인물들이라면 모두 자기를 대장군으로 임명해줄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諸將皆喜 人人各自以爲得大將
"타창스 끄리이 크라 닝닝 깍스빗츠 러 고라이 떡 랏창스."
(ta [ts]aŋ-s kˤrij qʰ(r)əʔ ni[ŋ] ni[ŋ] kˤak s.[b]i[t]-s ləʔ ɢʷ(r)aj tˤək lˤat-s [ts]aŋ-s)
제장들은 모두 기뻐하며 사람마다 자기들이 대장군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이 당시 주요 인물 중에 머루쁘롱을 극초기부터 따라다닌 인물들만 해도, 추춤(曹參, N-tsˤu tsʰ]ˤ[u]m), 띠우붓(周勃, tiw [b]ˤut), 반크롭스(樊噲, ban kʰr[o][p]-s), 게퀜(奚涓, [ɡ]ˤe kʷeen), 그라그로엥, 콰르스엥(灌嬰, [C.qʷ]ˤar-s ʔeŋ) 등이 있었습니다. 머루쁘롱이 거병 이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따라온 인물만 해도 쁘라스콴(傅寬, p(r)a(ʔ)-s [k]ʷʰˤa[n]), 껀스크럽(靳歙, kəns qʰ(r)[ə]p), 레그스땅(酈商, reeg s-taŋ) 등 쟁장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전까지 머루쁘롱의 휘하에서 세운 공도 공머르엔스 이후에나 합류한 가르스닝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날 단에 오른 사람은 가르스닝스였던 겁니다. 이때 반응은,


至拜大將 乃韓信也 一軍皆驚
띳츠 쁘롯츠 랏창스. 너 가르스닝스라이. 잇꿔르 끄리 끄렝.
(ti[t]-s C.pˤro[t]-s lˤat-s [ts]aŋ-s nˤəʔ [ɡ]ˤar s-ni[ŋ]-s lAjʔ ʔi[t] [k]ʷər kˤrij kreŋ)
마침내 대장이 정해졌다. 가르스닝스였다. 일군이 모두 놀랐다.

문자 그대로 일군개경(一軍皆驚), 장수고 군졸이고 할 것 없이 전 군대가 o_o!  이런 상태라는 겁니다. 각자 나름대로 머루쁘롱 옆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했는데 얼마 전에나 온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갑자기 자기들보다 높아진 대장군이 되니 모두들 경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信拜禮畢 上坐 王曰 丞相數言將軍 將軍何以敎寡人計策 信謝 因問王曰
스닝스 쁘롯츠리이 삣, 처당 조이 광 괏. "므떵상스 스록 응안 창스꿔르. 창스꿔르 가이러 스끄라우 꼬라닝 낏츠렉?" 스닝스 설럭스 인문스 광 괏.
(s-ni[ŋ]-s C.pˤro[t]-s [r]ˤijʔ pi[t] Cə-daŋʔ [dz]ˤo[j]ʔ ɢʷaŋ [ɢ]ʷat m-təŋ [s]aŋ-s s-rok ŋa[n] [ts]aŋ-s [k]ʷər [ts]aŋ-s [k]ʷər [ɡ]ˤaj  ləʔ s.[k]ˤraw [C.k]ʷˤraʔ ni[ŋ] kˤij-s [tsʰ](ˤ)rek s-ni[ŋ]-s sə-lAk-s ʔi[n] C.mu[n]-s ɢʷaŋ [ɢ]ʷat)
가르스닝스가 임명식을 마치고, 자리에 오르자 왕은 물었다. "승상이 대장군에 대해서 자주 말했다. 그대는 어떤 계책으로 과인을 가르칠 것인가?" 가르스닝스가 감사함을 표하고, 왕에게 물었다.


이후 상황을 보면, 임명식 이후 머루쁘롱은 가르스닝스를 만나 "시우가이에게 말은 많이 들었다. 어떤 계책이 있느냐." 라고 묻고, 가르스닝스는 계책을 말하기 전에 머루쁘롱에게 자신을 대장군으로 임명해준 일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머루쁘롱은 가르스닝스를 등용하면서 따로 가르스닝스를 만나 이후 계획이 어찌되느냐를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렇게 미리 만나 가르스닝스를 알아보면서 어떤 사람인가 간을 잰 적도 없고, 미리 가르스닝스를 불러 "너 대장군으로 삼겠다," 고 한 적이 없으니 가르스닝스 역시 정식으로 대장군에 임명된 후에야 머루쁘롱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입니다. 미리 가르스닝스를 불러 대화를 해보고 대장군으로 삼겠다고 말하고, 그 사실을 숨기고 이미 다 짜고 친 상태에서 임명식을 실시했다면 가르스닝스가 이제와서 감사를 표시할 일도 없는 일입니다.

즉 머루쁘롱은 진짜 시우가이의 말만 듣고 가르스닝스를 대장군으로 삼았습니다. 아무런 여타 작업도 거치지 않고 말입니다. 이후 가르스닝스는 머루쁘롱에게 묻습니다.


「今東郷爭権天下, 豈非項王邪?」
"끄럼 똥 캉스 츠렝 고라르 흘린그라, 커이뻐이 그롱 광 그라?"
([k]r[ə]m tˤoŋ qʰaŋ-s [ts]ˤreŋ [g]ʷrar l̥ˤi[n] gˤraʔ C.qʰəjʔ pəj [ɡ]ˤroŋʔ ɢʷaŋ [ɢ](r)A)
가르스닝스 : "지금 동쪽으로 나가 천하의 대권을 함께 다툴 자라고 한다면, 그롱고라가 아니겠습니까?"

「然」
"난"([n]a[n])
머루쁘롱 : "그렇소."

「大王自料勇悍仁彊孰與項王?」
"랏광 스빗츠 레우스 롱, 가안스, 닝캉 둑 크라 그롱광?"
(lˤat-s ɢʷaŋ  s.[b]i[t]-s [r]ˤew-s loŋʔ ɡaans niŋ N-kaŋ [d]uk m-q(r)aʔ [ɡ]ˤroŋʔ ɢʷaŋ
가르스닝스 : "대왕께서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대왕의 용감함, 사나움, 어질고 굳세기가 그롱고라와 견주어 누가 더 낫다고 보십니까?"

漢王黙然良久, 曰
흐나르스광 먹난 랑꿔. 괏.
(n̥ˤar-s ɢʷaŋ mək [n]a[n] [r][k]ʷəʔ [ɢ]ʷat)
머루쁘롱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한참 지나서 입을 열었다.

「不如也」
"뻐나라이(pə na lAjʔ)"
머루쁘롱 : "전부 내가 그에 미치지 못하오."

信再拝賀曰 : 「 "惟信亦為大王不如也"」
스닝스 처스 쁘롯츠 므까이스 괏 "귀이 스닝스 그락 고라이 랏광 뻐나라이."
(s-ni[ŋ]-s [ts]ˤə(ʔ)-s C.pˤro[t]-s m-kˤaj-s [ɢ]ʷat ɢʷij s-ni[ŋ]-s ɢ(r)Ak ɢʷ(r)aj lˤat-s ɢʷaŋ pə na lAjʔ)
가르스닝스 : (두번 절하고 축하한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말로 가르스닝스는 그롱고라의 단점, 흐나르스군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을 말했고, 말이 끝나자


於是漢王大喜 自以爲得信晩
아데 흐나르스광 랏 끄리, 스빗츠 고라이 떡 스닝스 모르.
([ʔ]a [d]eʔ n̥ˤar-s ɢʷaŋ lˤat-s kˤrij s.[b]i[t]-s ləʔ ɢʷ(r)aj tˤək s-ni[ŋ]-s m[o][r]ʔ)
흐나르스왕은 크게 기뻐하며, 가르스닝스를 너무 늦게 얻었다고 생각했다.


즉 오디션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인 참가자에 대한 감탄을 보이는거나 다름없는데, 차이가 있다면 일단 뽑아놓고 오디션을 본 셈입니다. 그 이전까지 참가자가 어떤 기량을 가졌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소속사와 최고 수준으로 계약을 맺어놓은 겁니다. 오직 시우가이의 말만 듣고 말입니다. 시우가이 말만 듣고 행보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한 수준.

비유하자면 마치 몇년전 축구에서 맨유의 퍼거슨이 말만 듣고 베베를 영입한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튀가 아니었으니 천만다행....


원글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상당히 어색하고 괴이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이 아마 당시의 실제 발음과 가장 비슷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고대 중국어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춘추전국시대나 초한쟁패기나 삼국지를 다루는 매체의 경우, 고증덕후인 멜 깁슨의 영화처럼 당대의 발음대로 대사를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특히 상고음의 경우 성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물론 최근 연구에서는 상고한어에 인두음이 존재했다고 보기 때문에 아랍어에만 있고 발음하기도 힘든 인두음을 반영하는 건 무리고 아마 생략하던지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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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식
17/10/02 20:23
수정 아이콘
아~ 혼란하다. 크크크크크
Janzisuka
17/10/02 20:26
수정 아이콘
뭘 본거지...
Soul of Cinder
17/10/02 20:26
수정 아이콘
가르(韓) 사람이면 제발 호드를... 록타르 오가르~
sen vastaan
17/10/02 20:29
수정 아이콘
성조가 없어 더 편하겠구나 했더니 더 골아픈 게 묻었군요;
최종병기캐리어
17/10/02 20:29
수정 아이콘
사람이름이 노르만족 사람이름처럼 들리네요 허허..
남광주보라
17/10/02 20:31
수정 아이콘
머루쁘롱!! 가르스닝스!! 프랑스인같아
Lord Be Goja
17/10/02 20:38
수정 아이콘
꼬롱꼬롱 가러시
17/10/02 20:46
수정 아이콘
호드를 위하여! 그롱고라 헬스크림을 위하여!
펠릭스
17/10/02 20:51
수정 아이콘
당나라때 한자의 음이 우리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별 근거 없는 이야기였군요.
군디츠마라
17/10/02 20:54
수정 아이콘
초한쟁패기 시기는 상고음 시기로 중고음 시기인 당송 시기와는 약 500년 넘게 차이가 납니다. 위 글은 상고음을 반영한 글이기 때문에 만일 중고음으로 재구한다면 한국 한자음과 매우 비슷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Soul of Cinder
17/10/02 21:01
수정 아이콘
당나라 때 발음이 우리나라나 일본의 한자 발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어 韓의 경우에는 상고음으로는 가르[g]ˤar라고 되겠지만, 중고음으로는 한han이 됩니다. (Baxter-Sagart의 자료를 보면 중고음과 상고음을 모두 나타내고 있습니다.)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투던 건 기원전 200년경이고, 신라나 일본이 당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하던 것은 기원후 7세기, 8세기는 되어야 하니 얼추 따져보아도 800년쯤의 시간을 통해 발음이 변해도 한참 변한 후겠죠.
StayAway
17/10/02 20:54
수정 아이콘
고대 한국어의 발음, 최소한 훈민정음 창제시기와 지금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하긴하네요.
'조선의 궁궐에 온것을 환영하네 낯선이여..' 라고 하면 알아들을런지..
군디츠마라
17/10/02 20:57
수정 아이콘
고려도경의 고려어 어휘를 보면 현대 한국어와 아주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고 훈민정음 언해본을 읽어보면 위 상고음처럼 외계어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소통의 문제보다 어휘의 차이(ex>방송=죄인을 석방하다→broadcasting, 발명=변명을 만들다→새로운 물건/기술을 만들다)가 크겠죠.
유리한
17/10/02 23:53
수정 아이콘
개미핥기
17/10/03 11:09
수정 아이콘
하멜표류기에 당시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옮겨 적은 게 있는데, 사이시옷 같은 걸 그대로 발음했다는 것 같더라구요.
17/10/02 20:55
수정 아이콘
신기해서 완독하게 되는데 머리에 남는게 없어요 크킄
루키즈
17/10/02 22:24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__vHa_JZ_iM
이 영상이 떠오르네요
습유장초라는 한시를 시대별 발음으로 읽는 영상인데 이런 글이 올라올때마다 한번씩 찾아봅니다.
1.5배속하면 아마 제속도일겁니다.
17/10/03 02:24
수정 아이콘
북방민족 만세!! 중화 민족이 이민족의 지배를 받지 않고 상고음 그대로 큰 변형 없이 지금 중국어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중국어 습득에 굉장한 고난이 예상되네요
17/10/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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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충격적이네요. 삼국지 인물 현대중국어로 들었을땐 그러려니했는디
17/10/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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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어원이 인도유럽으로 보면 꽤 이상해 보이죠. 어이가 없지만 맞을 겁니다. 풀. 꽃. 딸 이런 거도 인도유럽쪽 일겁니다. 초기 농경 낱말은 인도쪽이니.
한쓰우와와
17/10/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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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음이랑 비슷하다는 한국 한자음과 비슷한 점을 얼핏 봐서는 거의 찾을수가 없네요.

생각해보면, 저 시대의 음이 약간의 변화를 거쳐 이어져 온게 한나라 시대의 발음일거고,
5호 16국시대의 대격변을 거치면서 한국 한자음과 비슷하다는 당나라 음이 되었을거니,
삼국지도 당시의 한자음으로 읽으려면 저렇게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그쪽 인명도 당시 음으로 들으면 꽤나 충격적일 것 같습니다.
17/10/0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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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스닝스라니 다른나라 얘기를 보는 거 같네요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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