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대통령  문재인”, “원칙 중심 고구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의 문재인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5년 동안 무엇을 준비했고 그의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역시 인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대 비리 고위 공직 전면 배제를 천명하며 참여정부 시기 검증된 인사 시스템을 믿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었더니 어떠했던가?  위장전입, 음주운전, 논문표절, 사문서위조 후 강제결혼, 여성에 대한 편향적인 저술, 방산비리 묵인 의혹, 도로교통법 상습위반, 농지법 위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논문 이중 등록 등 수많은 의혹들이 백화점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범법자들로 점철된 내각 인선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이 정부의 인선이 이명박근혜 정권 10년간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한 문재인의 약속은 당선을 위한 공수표에 불과했던 것인가?

이 정도면 인사 참사 수준이며 국민과의 신뢰를 배반한 것이니 마땅히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민 앞에서 직접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은 야3당의 후보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발목잡기라고 규정하며 단 한걸음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 독선적인 모습만을 보였다.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인수위가 없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없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상대방에게 ‘양해’를 강권하기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5대 비리 원천 배제라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건 야당이 아니라 민주당 본인들이다. 스스로 지키지 못할 원칙이라면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당선되고 나서 부랴부랴 현실론을 펼치는 것은 어설픈 물타기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이에 대해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우호적 의견이 압도적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후보자가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그의 도덕적 흠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반론은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지율이 높으니까 원칙 같은건 아무래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그런 태도라면 정권을 교체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문재인이 내세운 또 다른 원칙은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과 협치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 역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문재인이 조금이라도 소통과 협치의 의지가 있었다면 최소한 야 3당이 입을 모아 문제제기하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며 연이어 이어지는 인선 논란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렇게 문제 투성이인 후보자들 중 단 한명도 지명철회하지 않고 양해만 구하고 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게 무슨 소통이고 협치란 말인가?

국민의 지지율만 믿는 듯한 이런 식의 태도로 어떻게 산적한 개혁입법을 통과시키고 본인들의 역점 과제인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단 말인가? 엄연히 지금은 다당제 정국이다. 2016년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를 통해 거대 양당의 기득권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국회의석이다. 따라서 지금 여당의 이러한 일방통행 행보는 민심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해석하는 것이며 스스로 적폐로 규정하는 박근혜정부와 다를 바 없는 행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틀리면 가장 즐겨하던 말이 야당이 발목잡기해서 일 못한다는 것 아니었는가?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인사가 중요한 일이란 뜻이다.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끼운 문재인 정부가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나 지금까지의 그의 모습은 “준비 안된 대통령”, “원칙없는 고구마”처럼 느껴져 답답할 따름이다.

*:오늘자 청문회 기사들을 보니 안경환을 대체할 백업 카드인 박상기 후보가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으로 종합감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김상곤 후보자는 논문 이중 등록 의혹을 받고 있다. 정말 파도 파도 의혹 백화점인 문재인의 인선이라 할 수 있다. 청문회 대상인 사람들의 도덕성 수준이 이정도이니 청문회조차 거치지 않는 수석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