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를 모으기 시작할 때 스케일 피규어는 절대로 모으지 않기로 다짐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다짐은 싸그리 다 깨졌지만 이 다짐만큼은 어찌저찌 2년 반 동안 잘 지키고 있었죠. 정말 갖고싶었던 알터사의 모모히메나 벨벳+코르넬리어스 같은 제품들이 나오고 매진될때도, 그 이쁘다는 굿스마일사의 세이버 릴리가 재판되었다는 뉴스에도 잘 지켜 나가는 듯 했습니다.


오보로 무라마사 '모모히메 이로나오시(채색수정) 버전'


오딘 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벨벳&코르넬리어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세이버 릴리'(재판)

그리고 지난 여름쯤에, 알터에서 새 피규어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페이트 모바일게임 그랜드오더와 연계된 세이버의 파생 모델 상품이었는데, 흔히 얼터로 불리는 흑화 버전 세이버의 드레스 피규어였습니다. 이 게임은 하지도 않고, 저는 궂이 따지면 릴리나 빨간세이버 쪽이 취향이라 조형공개 전까지는 시큰둥한 상태였는데...

페이트 그랜드 오더 '세이버 / 아르토리아 팬드래건 얼터'

덕계 은어 중에 덕통사고라는게 있습니다. 뭔가를 처음 보고 마치 차에 치이는듯한 느낌으로 강렬하게 반했을 때 쓰는 단어죠. 네. 말 그대로 덕통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잘 나왔다던 굿스마일사의 세이버 릴리를 보고도 전혀 혹하지 않았는데 이건 버틸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바로 지른 건 아니고(...) LATER로 악명 높은 알터니까 퀄리티에 걸맞는 서너번의 발매연기는 기본장착일테니 일단은 심사숙고를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물건을 찜 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흘러 11월 발매예정이던 세이버 얼터는 저의 예상대로 11월에서 12월로. 12월에서 1월까지 발매가 밀리며 새해가 밝았습니다.


12신장 '마키라'

제가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 모바일게임인 그랑블루 판타지에 신년 기념 캐릭터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랑블루 판타지에는 모 국산 가챠게임의 마일리지 시스템과 흡사한 시스템이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간내에 300연챠 돌리면 모이는 결정아이템으로 신캐를 즉시 픽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가챠 내용물이 바뀌면 포인트는 리셋됩니다). 흔히 '정가' 라고 부르는 시스템이지요. 가챠캐릭 하나를 90만원에 뽑다니 미친거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 뿌려주는 티켓이나 보석 등을 잘 이용해서 한방에 90을 꽂는 일은 잘 없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보석과 티켓을 합치면 딱 이 정가픽을 할만한 돈을 갖고 있었지요.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계산이 돌아갔습니다. 플4프로를 살수있는 돈을 가챠에 뿌릴 것인가? 아니면 어짜피 4~5월에는 월 1회 한정가챠로 풀릴테니 원기옥을 한번 모아보는가? 그렇게 약 4일여를 고민한 끝에 저는 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빈약한 인내심은 분명 한정가챠가 사라지기 전 욕망에 패배할 게 뻔했기 때문에 욕망을 틀어막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승리했으나 패배했고, 욕망을 이겨냈으나 다짐을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UV코팅된 피규어용 케이스가 있대서 찾아보는 중인데 이거 무지하게 비싸군요... 허허허.

PS. 제가 올린 사진중에 맨 위에 있는 모모히메가 원래 이번달 발매라 자연스럽게 걸렀었는데 이게 3월로 급 연기되면서... 얘도 살까말까 하고 있습니다. 이거 분명 살거같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