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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12 15:29:59
Name 모모스2013
Subject [일반] 가지뿔영양 (Pronghorn) 과 수렴진화
북아메리카 드넓은 평원에 사는 가지뿔영양 (Antilocapra americana, Pronghorn) 은 영양붙이과에 유일한 동물입니다. 영양이랑 닮았는데 영양도 아니고 사슴도 아닙니다. 차라리 기린이나 오가피에 더 가깝다고 하네요. 수컷은 40–65 kg, 암컷은 34–48 kg 정도 나간다고 합니다.

초기 플라이스토세인 250 만년 전에 출연하여 현재에 이릅니다. 한때 아메리카에는 가지뿔영양과 같은 영양붙이과 동물이 12 종 이나 존재했는데 전부 멸종하고 이 한 종만 남아있습니다. 특히 3종 (Capromeryx, Stockoceros, Tetrameryx) 은 인간이 북아메리카에 이주한 후인 12,000년 전 경 급속하게 멸종되었습니다.

북아메리카 서부에 넓은 초원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지뿔 영양은 최대 99 km/h 까지 달릴 수도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동물들의 스피드를 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동물들도 개체 차가 있을 것이고(우사인볼트 같이 빠른 개체) 단거리를 뛰느냐 장거리를 뛰느냐에 따라 다를 테고 무엇보다 이리저리 방향을 전환하면서 뛰어서 속도를 재기가 힘듭니다.

다른 동물들과 대략 최고 스피드만 비교해보면

1. 아프리카 치타 109.4–120.7 km/h (200m)  
아프리카 치타는 200미터를 평균 시속 103 km/h 로 달릴 수 있습니다. 3초 만에 80킬로에 도달하구요. 하지만 200~300m 정도를 달리고 최고 20초 정도만 달리고 쉽니다. 한 번 뛰면 최소 20분 쉬어야 한답니다. 최고의 스프린터지만 지구력은 떨어져요.  

2. 스프링복 88 km/h
엄청난 점프와 함께 빠르게 달립니다. 역시 치타처럼 지구력이 떨어진다네요.

3. 톰스가젤, 임펠라 등등 80 km/h

4. 사자  80.5 km/h
최대 속도는 이렇지만 200m 정도만 이렇게 달릴 수 있습니다. 보통은 60 km/h

5. 말 70~76 km/h

6. 경주견 그레이하운드 74 km/h

7. 호랑이 64 km/h

8. 우사인 볼트 47.52 km/h

9. 아프리카 코끼리 40 km/h



가지뿔영양 (Antilocapra americana) 은 최고 속도가 99 km/h 까지 기대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구력입니다.

대략 11 km 즉 11,000 m 를 10분 만에 주파하였고
88.5 km/h 의 속도로 800 m 를 달린 게 측정 되었으며
67 km/h 의 속도로 1,600 m 를,
56 km/h 의 속도로 무려 6,000 m 를 달릴 수 있는 동물입니다. 가지뿔영양은 속도도 빠르고 지구력도 좋은 육상 동물 중에서는 가장 빠른 장거리 선수입니다. (가장 빠른 단거리 선수는 치타. 단거리는 치타가 1위 이고 가지뿔영양도 2위권은 됩니다.)



가지뿔 영양은 스프링복과 달리 높은 점프는 못한다고 하네요. 오로지 달리기로 승부 하는 놈입니다. 가지뿔영양은 강력한 하체근육과 길고 가벼운 다리를 가지고 있고 심장이나 폐가 같은 크기의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더 크며 혈액 중 헤모글로빈이 밀도가 높아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데 더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슴이나 영양과 동물과 달리 눈이 튀어나와 인간처럼 정면을 쌍안시로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과 같은 동물과 달리 거리감이 우수하여 높은 속도로 질주 시에 더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아메리카 평원에 남아 있는 포식자는

코요테, 늑대, 쿠거 등으로 새끼나 병든 개체가 아닌 이상 성체 가지뿔영양을 잡을 수 없습니다. 쫓아 갈 수가 없어요. 하지만 모든 생태계가 그렇지만 분명히 포식자가 존재했을 텐데 도대체 누가 가지뿔영양을 잡아먹었을까요? 근래에 멸종한 포식자들 중심으로 용의자들을 물색해보겠습니다.

용의자 1 - 스밀로돈 (Smilodon)

가지뿔영양과 같은 시대인 역시 250 만년  전에 출연해 1 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명 검치 호랑이 (Saber-toothed tiger, Cat?) 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과 달리 표범과에 속한다고 합니다. 몸무게는 최대 400kg까지 나가는 근접전투형 포식자로 메머드도 집단 사냥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빈약한 뒷다리로 인해  달리기 실력은 별로 였다고 하네요. 탈락


용의자 2 - 아메리카 사자 (Panthera Leo Atrox)

34 만년 전에 출연해 1.1 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밀로돈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컸을 거라고 여겨지며 아프리카 사자가 60 km/h (최대 80 km/h) 속도를 내므로 이와 비슷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탈락

용의자 3 - 쇼페이스 안경 곰 (Arctodus Simus)

180 만년 전에 출연해 1.1 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거의 1000kg에 가까운 거구로 사냥보다는 다른 포식자가 잡은 사냥감을 빼앗거나 스캐빈저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역시 달리기는 ...탈락

용의자 4 - 다이어울프 (Canis Dirus)

180 만년 전에 출연해 1 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색 늑대 (Canis Lupus) 보다 약 25%정도 크고 역시 무리를 지어 사냥을 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큰 대형 동물도 잡았을 것으로 여겨지나 덩치가 큰 만큼 회색 늑대보다도 속도가 느려서 역시 확 트인 초원에만 살았던 가지뿔영양을 잡기엔 힘들었을 거에요.

용의자 5 - 아메리카 치타 (Miracinonyx)

맞습니다. 이 친구에요. 260 만년 전에 출연해 1.2 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치타 (acinonyx jubatus) 와 비교해보면 조금 더 클 걸로 여겨지며 아프리카 치타보다는 조금 느렸을 것을 여겨집니다. 그래도 가지뿔영양을 잡을 만한 속도는 되었을 거에요. 72 kg 미만인 아프리카 치타에 비해 아메리카 치타는 70-95 kg 정도 나갔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아프리카 치타와 사촌이라고 생각 되어졌을 때 그린 아메리카 치타가 가지뿔영양을 사냥하는 상상도


아프리카 치타 (acinonyx jubatus) : " 제 사촌이 범인이었군요."

아메리카 치타 (Miracinonyx) : "아니야 난 쿠거나 푸마의 사촌이야. 빠른 사냥감을 잡기 위해 진화 된거지. 인간들은 이걸 수렴진화라고 부르더라."

실제 아메리카 치타  (Miracinonyx) 는 아프리카 치타 (acinonyx jubatus) 와 좀 다르게 생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도...


하지만 화석엔 이런 몸의 털색깔이나 무늬까지는 안나오니까 진짜 어떻게 생겼을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실은 용의자...아니 진짜로 가지뿔영양을 멸종 시킬 뻔한 포식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Homo Sapiens Sapiens) 이 아메리카로 진출한 후에도 가지뿔영양은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거의 유일한 천적이었던 아메리카 치타는 멸종하고 그 빠른 속도와 지구력 그리고 뛰어난 시력을 기반으로 인간의 사냥을 피해 최대 4000 만 마리로 늘어날 정도로 번성하였으나 콜롬부스 이후 유럽에서 진출한 또 다른 인간들이 가져온 총에 의해 멸종 위기에 빠집니다. 1900년 초 겨우 1만 마리만 남을 정도로 줄어들었죠. 모든 포식자보다 인간이 제일 강력하고 위험한 사냥꾼입니다. 현재는 보호 정책 덕에 70만 마리 정도로 늘어나 있다고 하네요.  


수렴 진화

수렴 진화는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생물들이 각각의 비슷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 되는 것을 말합니다. 가지뿔영양를 잡기 위해서 빠르게 달린 아메리카 치타 (Miracinonyx) 와  아시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여겨지며 아프리카 평원에서 빠른 초식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빠르게 달린 아프리카 치타 (acinonyx jubatus) 는 수렴 진화의 예입니다. 더 세분화하면 Convergent Evolution 와 Parallel Evolution로 나눌 수 있는데 치타들의 경우 Parallel Evolution 에 해당합니다.

포유류인 박쥐의 날개와 조류인 새의 날개가 대표적이죠. Convergent Evolution 의 예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포유류와 호주의 유대류를 많이 비교하는데 Convergent Evolution 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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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2 15:59
수정 아이콘
결국 인간이 모든 동물의 적인듯 합니다.
모모스2013
16/10/13 13:26
수정 아이콘
그렇죠. 많은 달리기가 빠른 사슴, 영양류들이 총의 발달로 멸종위기에 몰렸죠. 오릭스 같은....
16/10/12 16:30
수정 아이콘
수렴진화하니까 포유류하고 유대류가 생각났는데 딱 본문에 있군요..
모모스2013
16/10/13 13:25
수정 아이콘
많이들 예를 드는 경우라서요. 일부러 자세히 다루진 않았습니다.
클라우스록신
16/10/12 16:47
수정 아이콘
올리시는 글들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모스2013
16/10/13 13:25
수정 아이콘
아침에 출근해서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다보면 주제가 나오고 내용 전개도 되고 그러네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다음 날 무슨 글이 나올 지 저도 장담하기 힘들어요. 아무튼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의와배신
16/10/12 17:01
수정 아이콘
유대류는 최근에는 포유류 유대목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모스2013
16/10/13 13:2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본문에 유러시아대륙의 태반류대 호주의 유대류 라고 고치면 될까요?
신의와배신
16/10/14 15:07
수정 아이콘
유대류가 포유류의 일부라는 뜻이니까 그냥 포유류 유대목 이라고 하는게 적절해보입니다
하늘건
16/10/12 17:0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모모스2013
16/10/13 13: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지하생활자
16/10/12 17:34
수정 아이콘
마라톤 선수는 20km/hr 의 속력으로 41키로를 뛰는데 동물중에 이보다 더 멀리 뛸 수 있는 종이 있을까요?
16/10/12 21:41
수정 아이콘
지구력 있는 종은 대부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흥미롭게도 이런 대회가 있네요
https://en.m.wikipedia.org/wiki/Man_versus_Horse_Marathon
모모스2013
16/10/13 13:28
수정 아이콘
인간들도 그렇게 뛰기 힘든데 동물 중에도 드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어도 가지뿔영양은 이동거리가 꽤 크고 빠르기 때문에 마라톤 선수보다가 더 빨리 멀리 뛸 것 같은데요. 다만 우리 몸이 부서져라 뛰는 마라톤과 달리 동물들은 본인의 역량내에서만 뛸 것 같습니다.
노름꾼
16/10/12 21:45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도 지구력 면에서 인간을 따라올 지상 동물이 없다고 하네요.
모모스2013
16/10/13 13:30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래서 많은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멸종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살아 남은 동물들은, 적어도 총이 발달하기 전까지 살아 남은 동물들은 인간의 지구력형 사냥방식에도 살아남은 동물들이라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지구력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내일은
16/10/12 23:39
수정 아이콘
인간 몸에 털이 없는 이유가 장거리를 뛰면서 몸의 체온을 식히기 위해서라는 썰도 있을만큼 인간도 장거리 속성에 몰빵한 종이죠.
모모스2013
16/10/13 13:32
수정 아이콘
그렇죠. 수분만 공급 될 수 있다면 인간은 사냥감을 멀리 추적할 수 있죠. 아마도 가지뿔영양 이외의 영양붙이 동물들도 이런 인간의 집요한 장거리형 사냥 방식에 의해 철저하게 사냥을 당해 멸종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메리카의 수많은 대형 포유류들이 인간의 사냥에 멸종되었죠. 가지뿔영양만은 그래도 이런 인간의 장거리형 사냥방식에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에서 아프리카 초원의 대형 포유동물들도 대단한 것 같아요. 거기서도 인간들이 집요하게 사냥을 했을텐데 이를 견뎌내고 살아남았으니까요.
16/10/13 06:12
수정 아이콘
가지뿔영양이 그렇게 특이한 동물이었군요. 미리 알았으면 더 유심히 보는 건데...
모모스2013
16/10/13 13:34
수정 아이콘
원래 이번 글은 가지뿔영양만 간단하게 쓸 생각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보니 어쩌다가 수렴진화까지 이어졌네요. 글을 쓰는 저도 글이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가 될지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모릅니다. 어쩌다가 글을 쓰다보면 머리속에서 저절로 구성이 완성되고 그에 맞게 자료를 찾게 되네요. 요즘 좀 필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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