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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02 03:10:28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포르투칼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1498년 5월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의 선단이 인도 켈커타에 유럽인 최초로 발을 디딜 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므로 오류나 제 추측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정할 부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럽 서쪽 끝에 대서양과 지중해 세계에 경계에 있는 포르투갈은 1253년 레콘키스타(이슬람 세력에게 이베리아반도 탈환) 이후 자국의 영토를 확보하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이슬람권 지배를 종식하고 기독교권의 영토를 수복한다는 종교적·군사적 이데올로기가 강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슬람 국가들과 접촉하여 경제적 발전 이루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순적 편협성과. 공격성을 지닌 모순적인 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1383년 아폰시 왕조의 적통이 끊기면서, 상인계층의 지지를 받는 주앙 1세(1357 ~ 1433)가 등장하며 아비스 왕조가 들어섰습니다. 이때부터 상인계층이 전면에 나서고 나서는 기사들은 몰락하여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되어버렸죠.

주왕 1세의 셋째 아들 `항해왕 엔히크`(1394~1460)가 12살 되던 해 1406년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저서가 아랍어에서 다시 유럽의 언어로 재출판이 되었습니다. (아랍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많은 철학가, 학자들의 사상과 지혜들을 받아들여 아랍어로 번역하며, 많은 발전시켰습니다. 중세 유럽은 조상들을 잊었지만, 레콘키스타 이후 다시 역수입 하고 발전시켜 유럽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르네상스는 조상들의 영광을 재현한 거라 볼 수 있겠네요) 지금 관점으로 보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저서 역시 아프리카와 남극이 연결되어있는 오류가 많은 저서였지만 당시 허무맹랑한 신화와 전설이 가득한 지도에 비하면 매우 현실정 있는 지도였습니다.

상인들의 지지를 받은 주왕 1세는 상인들에게는 이득을 가져다 줘야 했고, 몰락했지만 레콘키스타 정신이 깃든 호전적인 기사들의 지위 상승과 그들의 내란 위험을 막아줄 방편을 찾아야 했습니다. 주왕 1세는. 왕자 엔히크에게 무역항로를 개척할 것을 명합니다. 상인들에게는 이득을 기사들에게는 모험을 통해 지위상승과 호전성을 풀어줄 일석이조의 방법을 찾은거죠.

당시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는 백년 전쟁이 한창이었고, 독일과 주변 국가 역시 원교근공의 전략으로 전쟁 중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의 경쟁자였던 카스티야 왕국 역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 중이었습니다.(무슨 전쟁만 이리하느냐)하지만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인도-아랍-베네치아로 이어지는 아시아의 향신료(후추) 중계무역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은 값비싼 향신료를 직접 구하고 싶어도 오스만제국이 강대해지면서 육로가 막혀 아시아(인도)와는 직접 무역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이 후추에 열광한 이유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의 보관을 위한 보존료 역할, 음식의 풍미를 돋구게 하는 이유겠지요)

엔히크 왕자는 왕과 상인들의 지원에 힘입어 포르투갈 서글레스 지역에 인류 최초의 항해 전문학교와 조선소를 세웁니다. 다양한 문화와 기술을 포용해 천문대를 건설, 중국 나침판을 개선, 당시 사각 범이던 범을 삼각 범으로 바꾸고 여러 개의 범을 달아 항해 능력 키운 카라벨선을 건조했습니다. 단지 상인들만의 이득을 위한 항로개척이 아닌 국가적인 사업에 일환으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415년 여름 포르투갈은 238척에 배에 병사 4만 5,000명을 태우고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채로 해안을 따라 남하했습니다. 하나는 상인들을 위한 상업 이윤을 찾아 아프리카 해안들 찾아 남하하는 것과, 이슬람교도들을 끝까지 추격해 박멸하고 레콘키스타 사업 완성을 위해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세우타를 점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필 세우타다 목표가 된 것은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내륙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고, 10세기부터 금화를 만들어 낼 만큼 풍요로운 땅이었습니다. 주왕 1세의 목적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이었습니다.

21살이던 엔히크 왕자는 상륙 초기 150여 명의 정찰대를 지휘하던 중 거센 저항으로 대부분 병사를 잃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고 서전을 극적인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세우타를 정복한 포르투갈은 세우타인들의 금과 주조시설을 빼앗아 금화를 찍어냈습니다. 곧 포르투갈의 성공은 주변 국가들에 귀에 들이고 엔히크를 그들의 전쟁에서 지휘관으로 나설것을 요청하면서 많은 청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엔히크 왕자는 언제 내란을 일으킬지 모르는 귀족과 기사들이 건재했기에 모든 요청을 거절하고 이들의 힘을 소비할 수 있는 군사적인 모험을 계속합니다.(엔히크 왕자는 평생 솔로로 죽습니다. 항해왕이라 이름 붙은 건 그가 이룬 업적을 기리기 위한것입니다.)

포르투갈의 약진에 육로로 전달되는 아시아와 교역을 독점하여 이슬람 상인들과 통상 관계를 맺고 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고비 때 마다 포르투갈을 견제하려 합니다. 특히 세우타에 상관을 유지하고 있던 제노바는 타격을 받은 뒤 남몰래 이슬람과 손잡고 포르투갈 함선에 뒤통수를 치는 행위를 계속합니다. 주변에 다른 나라들은 자극을 받아 항로 개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부터 대항해시대의 시작이라 볼 수 있죠.

세우타 정복 이후 포르투갈 배들은 엔히크 왕자 주도로 점점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연안 탐험이 별다른 소득이 없자 상인들과 귀족들은 자원만 축낸다고 거센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설 속에 어딘가 존재한다는 기독교왕국 `프레드릭 존`의 기독교 왕국을 찾아 동맹을 맺고 이슬람 세력을 협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전설 속에 왕국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1421년 카라벨선 한 척에 사금가루와 노예들을 데리고 돌아오자 비난은 사그라지고, 이때부터 포르투갈의 해양 정책은 종교적 이유보다는 금과 노예 교역과 아프리카 중요 산물들(상아, 말라게티)의 교역으로 바뀌었습니다.

1460년 `항해왕 엔히크`가 솔로로 사망할 때 즘 포르투갈 배들은 적도를 지났습니다. 당시에 적도 아래는 바닷물이 끈적해지고 뜨거운 햇볕에 바다가 끓어 배와 선원들을 집어삼킨다던 고대의 세계관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포르투칼인들이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지 않고 해안으로 남하만을 한 것은 대게 질병과 아프리카의 군사적 저항 내륙 깊숙이 들어갔을 때 직접적인 이윤 동기가 부족한 점이 그 이유가 되겠습니다. 일부 해안 지역에 거점을 두고 제한적인 거래를 하는데 만족하고 계속 포르투칼은 남하를 합니다.

엔히크 왕자가 죽고 27년 후 1487년 7월 주왕 2세는 다이스 선장에게 범선 세척을 내주고 남하를 지시합니다. 6개월간 남하를 하던 중에 다이스 선단은 폭풍을 만나 13일간 표류한 끝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 도착합니다. 다이스는 `폭풍의 요새`라고 이름 짓지만, 주왕 1세는 우리가 아는 희망봉으로 다시 이름을 바꿉니다. (역시 권력이란)

희망봉을 발견하자 아프리카 서쪽 해안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로 가는 뱃길을 찾을 수 있다는걸 안 포르투칼은 처음에는 생각지 않았던 인도 항해 가능성을 보이자 목적을 인도 항로 개척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 결국, 1497년 바스코 다 가마(1460 ~ 1524)를 원정 대장으로 삼은 세척의 범선이 포르투갈을 출발 인도 항도로 나섭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만난 항해사 이븐 마지드의 안내로 서유럽인 최초로 바닷길로 인도 켈리컷에 도착합니다. 켈리컷에 도착한 바스코 다 가마는 외국어에 능통한 부하 두 명을 먼저 상륙시켜 그곳에 상황을 알아보게 합니다.

놀랍게도 그곳에 아랍 상인들은 유창한 제노바 어를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들은  유창한 제노바어로 바스코 다 가마 부하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염병할 놈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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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2 08:1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스타조아
16/09/02 08:1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근데 중간에 년도가 틀린거 같은데요. " 하지만 그가 1411년 카라벨선 한 척에" => 1415년에 첫 출항을 했으니 그 이후가 아닐까요?
토다에
16/09/02 11:34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살려야한다
16/09/02 08:49
수정 아이콘
참고로 첨언하자면 본문의 엔히크 왕자가 대항해시대 등에서 '엔리케' 왕자로 등장했던 그 분입니다.
부야베스
16/09/02 09:2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마지막이 압권이네요
16/09/02 09:59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니 잠결에 들었던 지대넓얕의 대항해시대편이 생각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삼각형
16/09/02 10:05
수정 아이콘
작년 KBS다큐멘터리 [바다의 제국] 강추드립니다.
토다에
16/09/02 17:25
수정 아이콘
아~ 저도 그거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16/09/02 12:10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또 해보고 싶네요
16/09/02 12:15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의 역사는 언제 읽어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집에 '1421-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라는 책이 있는데, 1421년 당시 중국 정화의 항해가 거의 세계일주의 영역에까지 도달했었다는 내용입니다. 세세히 따져보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억측된 부분도 많지만, 결론의 진위를 떠나서 책에 포함된 방대한 당시의 항해에 관련된 자료들이 정말 유익했어요. 책의 내용을 빌리면 중국의 정화나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 모두 동아프리카를 포함한 인도양 지역의 완성된 해도를 이미 가지고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막막한 대해를 향해 나아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당시 항해가들의 용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의 책은 대항해시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내용이 많더라도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만들어져서 꼭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토다에
16/09/02 15:39
수정 아이콘
만약에 정화 원정대가 유럽을 먼저 발견 했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둥실둥실두둥실
16/09/02 13:18
수정 아이콘
아... 그 분 솔로셨구나.

대항해시대 얘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리스본에서 배 타고 출항하고 싶어졌어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6/09/02 18:48
수정 아이콘
엔히크 왕자 솔로로 죽었다고 해서 불쌍한가? 하고 봤는데 66세에 돌아가셨고.. 늘 승리자였으니.. 승계권때문에 결혼만 안할뿐 여자가 부족한 입장은 아니었겠죠?
토다에
16/09/02 19:09
수정 아이콘
쌓아온 업적과 왕자라는 신분이 있으니 청혼이 엄청 많이 왔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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