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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31 19:22:53
Name 셰리
Subject [일반] 짧지 않은 시간 키보드 워리어 생활을 했습니다.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고민한 후에 이런 식으로 적었습니다만, 저는 사실 '키보드 배틀' 이라는 단어의 적확한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저는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말싸움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키보드 배틀이라고 정의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부터 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욕설과 인신공격이 오가는 말싸움도 키보드 배틀인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싸우는 것이 키보드 배틀인지, 그냥 키보드로 싸우면 다 키보드 배틀인지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은 다를 것 같아서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물론 이건 저의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본문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되었든 제가 이용하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저를 '키워' 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나는 키보드 워리어(였)다" 라고 한다 한들 틀린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특정한 사이트에서 몇백 개씩 댓글을 달며 논쟁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행동을 했던 지난 시간이 아깝다거나, 그런 일을 하느니 좀 더 생산성 있는 다른 일을 하자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특정 주제를 두고 의견이 다르거나 제가 생각하기에 틀린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싸우는 일은 최근까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연애하던, 그리고 연애하는 이들은 제 그런 모습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오늘의 게시판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겠지요. 그런 것들에 대해 써 볼까 합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사귄 애인들은 모두 제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과 말싸움을 한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한 줄을 덧붙인다면, 저는 그것을 이유로 다른 사람과 공격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거나, 더 나아가 말싸움하는 것을 그만둔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비혼주의자고, 어느 날은 지인들과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략 지금의 나에게 결혼은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으며, 모든 사람이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지요. 그 이야기를 보고 당시에 사귀던 애인이 제게 화를 냈습니다. 네가 결혼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짜증나고, 네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가 뭐가 되냐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덧붙이자면 당시의 저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대체 저보고 뭘 어쩌라는 것이었을까요? 저는 그의 존재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남들에게 말하는 걸 꺼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왜 애인이 있다는 이유로 비혼주의자라는 사실에 대해 숨겨야 하는가? 딱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지금의 애인과 10년 후에 결혼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네가 그런 이야기를 못 할 건 없지만 그냥 사귀는 사람 입장에서 별로 듣고 싶지 않다고 답했고, 저는 그 말에 수긍해 그와 만나는 동안 비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제가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사람들과 말싸움을 하고 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제게 지적한 것은 불필요한 간섭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의 부모님이나 그의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과 싸우려 했다면 그의 지적이 단순한 투정 이상의 의미를 가졌겠지요. 하지만 제가 온라인에서 말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는커녕 제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몰라도 그에게 현실적인 피해를 끼칠 일은 없었던 셈입니다. 물론 제가 컴퓨터를 붙잡고 모르는 사람과 싸우느라 애인을 바람맞히거나 데이트에 씻지도 않은 채로 나간 것도 아닙니다. 키보드 배틀을 취미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키보드 배틀은 어느 면에서나 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는 취미였습니다. 그는 단지 싸움으로 보일 여지가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 대단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점에 대해서 도저히 그와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헤어질 때까지도요.

지금의 애인과는 꽤 자주 싸우는 편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그는 제가 인터넷 어딘가에서 저나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과 싸우는 것은 싫어하면서, 정작 저와 자주 싸웁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습니다. 밍고스와 치아킹 중 누가 더 노래를 잘 하는가를 가지고 싸운 적도 있고, 데프트가 원딜 원탑이었던 구간이 언제인지를 가지고 싸운 적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애인도 제가 모르는 사람과 '키배 뜨는' 걸 싫어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키보드 워리어로 보일 만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타당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인 사이는 어지간한 걸 그냥 넘어갈 만한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요. 애인이 "그 구두는 정말 별로니까 나 만날 땐 그 구두를 안 신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다면 저는 데이트할 때 그 구두를 신지 않고 나갈 겁니다. 하지만 애인이 "난 구두 신는 거 싫으니까 나 만날 때는 맨발로 나와 줘" 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대로 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전 애인이 "비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애인으로서 보기 좋지 않으니 자제해 달라" 라고 말한 것을 듣고 그 뒤로 비혼주의에 대해 공격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자제했던 것도 비슷합니다. 전 애인이 "결혼할 생각이 없어도 남들 앞에서는 나와 결혼할 것처럼 말해 달라" 라고 했다면 당연히 무시했을 겁니다.

물론 이렇게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제가 온라인에서 쓰는 글이 제 주위 사람에게 현실적인 영향을 줄 일은 없기 때문이겠지요. 요새는 긴 글을 쓰는 데 자신이 없기도 하고, 남과 논쟁하는 것 자체에 비교적 시들한 편입니다만, 내가 인터넷에서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위 사람에게 현실적인 영향을 준다면 한창 키배를 즐기던 시절의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좀 궁금해집니다.

스크롤을 올려 다시 한 번 읽어 보니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키보드 배틀' 의 정의는 무엇인가? 에 대한 설문 조사 정도만 되어도 이 글을 쓴 시간은 아깝지 않을 것 같네요. 덧붙여, 이 글은 제가 pgr에 처음으로 작성하는 글입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익숙해져 있어 별 것 아닌 글을 쓰면서도 다소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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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쿠폰
15/08/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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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상 모르는 사람과의 싸움의 경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케이스를 거의 못봤습니다. 현실이든, 인터넷이든요.
15/08/31 21:3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긍정적인 결과' 가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로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를 깨닫고 합의점을 찾는 일은 잘 아는 사람과의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더군요.
절름발이이리
15/08/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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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스틸러와 비슷한 시간에 글이 써진 비극이..
오쇼 라즈니쉬
15/08/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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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 글들 없어졌네요
15/08/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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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에 들어와서 댓글을 확인했는데, 정작 씬 스틸러가 뭐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하네요.
저 신경쓰여요
15/08/3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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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포모스도 하셨나요? 음, 어쨌든, 사실 어떤 종류의 논쟁(토론?)거리가 될 만한 화두가 던져진 글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자기 경험을 담담히 토로한 수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는 동안 재밌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5/08/3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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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포모스에서 동일한 닉네임을 썼습니다. 이건 잘 몰라서 묻는 건데, Pgr은 이런 식의 질문이 허용되는 사이트인가요?
저 신경쓰여요
15/08/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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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니 확실히 일반인에게는 대부분 온라인-오프라인의 경계가 뚜렷하기에 온라인에서의 내 행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 신경쓰여요
15/08/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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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결코 캐물으려거나 나쁜 의도는 없었는데, 질문 자체가 불쾌하실 수 있단 생각을 전혀 못한 제 경솔함이 나빴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15/08/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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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습니다. 일부러 포모스 때와 동일한 닉네임으로 가입했으니까요. 다른 사이트의 활동 내역을 묻는 것이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 않고 유저들이 그런 걸 꺼리지 않는 분위기라면 저도 예전에 아시던 분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쭤본 겁니다.
저 신경쓰여요
15/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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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러시군요... 셰리님께서 불쾌히 생각하지 않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지만, 혹시 어떤 사람에게는 이 질문이 불쾌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리리플을 달고서야 추가된 문면을 보고 정말 황망했는데, 셰리님 덕분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을 배웠네요. 고깝게 여기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물으신 부분은, 음, 따로 글을 파서 아는 사람을 불러 모은다거나 하는 건 친목질이 될 수도 있고 하니 물론 안 되겠지만, 규정상으로 어떤지는 잘 몰라도 몇몇 분들이(이번엔 저도) 리플을 달다가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닉네임을 발견하고 반가움을 표하거나, 혹은 혹시 그 분이시냐고 묻거나 하는 경우는 몇 번 보았습니다. 포모스라든가, 싸커라인이라든가, 어떤 힙합 커뮤니티라든가... 하는 식으로요. 지금까지는 이런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말씀을 듣고 보니 이것도 분명 조심해야 할 일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령 쪽지를 이용한다거나 하는 편이 더 적절했을지도... 정확한 답변은 되지 않겠지만, 제가 본 바로는 대강 이러했었어요.
15/08/3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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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듣고 보니, 쪽지가 확실히 더 좋은 방법일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저는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았으니 너무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여튼 포모스 때의 저를 아시는 것 같은데,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15/08/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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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부분의 커플들이 헤어질 걸 알지만, 특히 20대 초반 연애에서 그 커플이 끝까지 갈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서로 이것을 언급하고 사귀지는 않습니다. 사귀는데 헤어짐을 가정하고 만난다는 것도 이상하고요.
조악한 표현력에 한계를 느끼지만, 비혼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우리는 어차피 10년 후엔 헤어져 있겠지. 지금 사귀면서 10년 뒤에도 사귀는 커플은 1프로도 안될걸? 그렇다고 내가 너를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 내가 얘기하는건 확률이야. 내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아니잖아'같은 느낌입니다.
사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말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반대로 '비혼주의자'라는 말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여자친구 귀에 들어가게 할 필요는 없어보이고요. 제 여자친구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그녀의 자유지만, 어떤 경로로든 제가 그 사실을 듣게 된다면 무척 불쾌할 것 같네요.
15/08/3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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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연인과의 관계에서 고를 수 있는 결혼 외의 선택지가 결별 뿐인가요?
사악군
15/08/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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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도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그렇죠. 아니면 상대의 무한한 희생?
15/08/3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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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이 있지 않습니까? 20대 초반부터 연애해서 결혼하는 거나, 20대 초반부터 결혼 적령기까지 쭉 연애하는 거나 말도 안 되게 낮은 확률로 있는 일이겠지만요.
사악군
15/08/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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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라는것이 결론을 얘기하는 것 아닌가요? 계속 연애만 한다는 결론은 상대도 비혼주의자거나, 상대가 희생하거나 한 결과죠.
15/08/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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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역시 비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린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란 이야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야겠네요. 하지만 저는 결혼을 혼자서 당연한 전제로 이야기하고 제가 그 전제를 깼다고 배신감을 느끼는 행위 또한 황당하게 느꼈습니다.
사악군
15/08/31 22:23
수정 아이콘
그보다는 '우리 관계는 더이상 발전가능성이 없어'란 얘기죠.
15/08/31 22:26
수정 아이콘
당시에 제가 들은 이야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원문을 가져와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논할 수 없는 문제겠지요. 적어도 저는 "넌 남자친구(인 나)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악군
15/08/3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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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셰리님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는 논점이 아닙니다. 저는 비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잘잘못을 가릴 생각이 없고 그저 연인관계의 선택지가 결혼과 이별밖에 없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렇다라는 겁니다. 상대방도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15/08/3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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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님// 그 얘기를 하시려는 거라면, 선택지가 결혼과 이별밖에 없으면 헤어져야죠. 실제로도 헤어졌습니다.
존 맥러플린
15/09/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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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님// 사악군님과의 문답을 보면 왜 셰리님의 키배를 말리려 했는가에 대해 감이 잡히네요.
절름발이이리
15/09/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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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영원한 결론이 아니죠. 어차피 법적 계약을 엮은 연애일뿐. 결론을 따지거나 희생을 따지는 건 무의미한 것 같네요. 결혼유지를 위해서는 희생 안하는 것도 아니고. 큰 틀에서 보면 결혼을 하냐 마냐는, 장거리 연애를 하냐 마냐라거나, 성관계가 있는 연애를 하냐, 부모님을 모시고 사냐, 자식을 몇이나 낳냐 마냐와 같은 수 많은 옵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 언제나 '일반적인' 답이 마치 답처럼 취급받고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답이 될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그걸 드러내는 것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 또한 각각 다른 문제긴 합니다.
사악군
15/09/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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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영원한 행복과 사랑의 보장이라는게 아닙니다. 다만 그 시점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공언하고 법적구속을 받는 것을 선택한다는 연애의 발전된 상태죠. 모든 계약이 준수되지는 않지만 계약서가 작성된 계약은 불이행시 따르는 책임때문에 더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가능한한 준수되어집니다. 그냥 말로 한 약속은 가벼운 법이죠.

한쪽만 비혼주의인 연애의 계속은 근로계약서 쓰지않고 계속되는 고용계약과도 같은거죠. 고용주는 자르기 쉽고, 근로자도 그만두기 쉽고, 소득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법적인 보호는 못 받죠. 근로자는 계약서를 쓰고 싶지만 고용주가 그러려면 관두라니 당장 관두기도 어렵습니다. 결혼을 하냐마냐와 그 이하의 것들은 계약서를 쓰냐 안쓰냐 세부사항을 어떻게 정할거냐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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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걸 '발전'이라고 생각 안합니다. 그냥 더 큰 제약과 더 큰 안정성을 택한거죠. 친구랑 더치페이 할거라고 대충 생각하고 밥먹으러 가는 것보다, 사전에 더치페이를 계약하고 가는게 더 발전된 관계인가요? 후자가 나쁘단게 아니고, 그냥 선택일 뿐이란 겁니다.
근로계약서 쓰지 않고 계속되는 고용계약이란 그냥 계약서 안 쓴 모든 연애가 그런 겁니다. 일심동체 수준으로 잘 맞는 연인이 아닌한, 아니 그런 연인조차도 상황과 여건에 의해 '안 맞는' 부분이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고, 그것은 언제나 갈등과 이별의 빌미가 됩니다. 그리고 연애관계는 늘 순식간에 정리될 수 있습니다. 왜 비혼주의만 특별취급을 해야하는지요?
사악군
15/09/01 10:13
수정 아이콘
고용계약에 비유하자면 연애는 임시알바고 결혼은 정규직이라서 그렇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임시직 오래하면 정규직전환을 기대하는데 아 우리회사는 애초에 정규직전환없어요 그럼 화가 나겠죠. 회사정관에 써있잖아 라고 해봐야 입사전에 읽어볼 수 있는것도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전 사람사이의 관계는 구속력이 강해지는 것이 곧 발전이라 생각해서요. 더깊은 결합관계를 가지는 것을 발전이라 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애관계는 언제든지 순식간에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순식간에 정리되지 않는 관계로의 전환이 결혼아닙니까?
절름발이이리
15/09/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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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님// 정규직이 임시직보다 좋다는 건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약자라는 전제를 깔고 가니까 가능한 해석이고, 연애와 같은 P2P 관계에서 정규직이 임시직보다 좋을 건 하등없죠. 개인 취향일 뿐. 물론 결혼을 인생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긴 한데, 걍 본인의 판타지일 뿐 이걸 빌미로 상대 탓을 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구속력이 강해지는게 발전이라 생각하시면 그 근거를 사악군님이 드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깊은 결합을 하는게 꼭 발전인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저는 더 깊은 결합관계를 가지는 건 좋은데, 그건 강한 구속력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15/09/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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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마찬가지죠. 잘나가는 작업자들은 정규직보다 프리랜서를 선호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비혼주의라는 취향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대도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이라고, 서로 비혼주의자면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근로계약에 비유한 것은 강자와 약자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법적구속력 있고 일신종속적인 장기간의 계약관계라는 유사성 때문에
예를 든 것입니다. 그리고 뭐 P2P관계라는 연애에 있어서도 강약관계는 있는 법 아닌가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죠 뭐 크크

애초에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연애의 종착지는 결혼 아니면 이별이라는 말은 맞다는 거고,
'연애의 계속'이라는 것은 도중점이지 종착지가 아니란 겁니다. 비혼주의를 다르게 취급하고 말고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어요.

구속이 강해지는 게 인간관계의 발전이라는데 따로 근거를 들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노래 좋죠..)
첫 소개팅 마친 관계보다는 썸타는 관계가, 썸타는 관계보다는 연애관계가, 비밀연애보다는 공개연애가 발전아닐까요.
iAndroid
15/09/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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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님// 연인관계는 서로 그 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어 합니다. 일반적으로요.
특별한 사람이고자 하는 욕망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포함되구요.
사악군님은 일반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기서 특별한 경우나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오면 이야기가 안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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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님// 상대가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문제가 아니다란 말 자체가 편향적입니다. 반대로 말해볼까요. 혼인주의자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가치중립적으로 말씀하신거라면 제가 오해한 것입니다만, 이런 예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성애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약한 가난은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물질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틀린말이 아니지만 이 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요.

말씀하신 연애의 종착지는 결혼 아니면 이별이란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아무 의미없는 말이란 겁니다. 결혼의 종착지는 뭡니까? 이별 아니면 사망인가요? 그래서 결혼의 지속은 지향점이 아니게 되는건가요? 결혼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그건 결론이 아니야, 그건 과정일 뿐 둘 중 하나가 죽어야 결론이지"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그럴 순 있겠지만, 이 말에서 도대체 뭘 끌어내자는건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모두 과정이다 라는 철학적 결론도 아닐테고..

결국 하신 얘기를 종합하면, 결혼을 연애와는 완전히 차별적인 대상으로 설정해두고, 거기에 맞춰서 논리를 채우고 있다는 심상이 강하게 든다는 것입니다. 연애와 결혼은 계약성 유무를 제외하고 전혀 다를게 없습니다. 희생은 혼인자도 하고 비혼자도 합니다. 연애건 결혼이건 끝이나거나 지속하거나입니다.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혼인관계건 비혼관계건 다 문제가 됩니다.

썸은 연애라고 볼 수 없고, 비밀 연애보다 공개연애가 발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0:40
수정 아이콘
iAndroid 님// 일반론(=혼인주의자.. 이런 말은 없는 것 같은데 여튼)을 일반적이지 않은(=비혼주의자)에게 적용하니 애초에 엉뚱한 접근이 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게 성욕을 가진다는 얘기를 남성동성연애자에게 말하는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iAndroid
15/09/01 10:46
수정 아이콘
절름발이이리 님// 남성동성연애자가 '남성은 여성에게 성욕을 가진다'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이해못하는 건 맞겠죠.
하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은 해 줄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이해와는 별개로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완벽하게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런 행동과 감정들을 인지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이런 내용은 당연 비혼주의자와 비혼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구요.
절름발이이리
15/09/01 10:47
수정 아이콘
iAndroid 님// 아,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마찬가지로 혼인주의자도 비혼주의자의 사고를 인지하고 배려할 수 있겠죠. 그래야 하고요. 결국 제가 처음에 말했다시피 두 연인이 '안 맞아서' 생기는 수 많은 문제중 하나이며, 양자가 조율할 문제인 거겠죠.
iAndroid
15/09/01 10:52
수정 아이콘
절름발이이리 님// 그래서 글쓴이분의 그런 행동은 어찌 보면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었다는 거죠.
비혼주의자인 본인의 입장만 생각해서 정작 연인인 기혼주의자의 생각은 배제를 한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0:55
수정 아이콘
iAndroid 님// 저는 글쓴이의 발언이나 연애방식에 대한 두둔을 하고자한게 아니고,
사악군님의 "연애의 끝은 결혼 아니면 이별 밖에 없으니, 비혼주의는 상대의 희생을 강요한 유지와 결별이라는 결론 밖에 끌어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반발한 겁니다. 저 문장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방식의 주장은 모든 연애/혼인관계, 그리고 모든 문제에서 다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한거죠.
사악군
15/09/01 11:01
수정 아이콘
이성애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동성애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이성애자가 아니라면. 맞습니다. 이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혼인주의자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이 말도 맞아요.

혼인주의자와 비혼주의자가 연애를 하면, 이별과 한쪽의 희생 외에는 답이 없어요.
혼인하지 않고 연애만 계속한다면 혼인주의자의 희생이 있는 것이고
혼인을 하게 된다면 비혼주의자의 희생이 있는 것이죠.

비혼주의자가 혼인주의자와의 연애를 끝내기 싫어 결혼을 택한다면 이걸 희생으로 보지 않으실 건가요?
그렇다면 왜 혼인주의자가 비혼주의자와의 연애를 끝내기 싫어 혼인으로 이어질 수 없는 연애만 계속
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고 보시는 겁니까? 혼인주의자들도 연애기간이 있으니까?

계약성 유무에 의해 결혼과 연애가 서로 다른 것인데 그것만 빼면 결혼과 연애는
똑같다는 말이야 말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1:07
수정 아이콘
사악군 님//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비혼주의만 특정해 비판할 문제가 아니란거죠. 만일 가치중립적으로 뭐든 상대에게 안 맞는 모든 종류의 가치관은 헤어지거나 상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란 말씀이었다면, 이견이 없습니다. 그냥 당연한 말이니까요. 저는 비혼주의가 특별하다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느꼈었습니다.
15/08/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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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는데, 글을 쓸때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면 너무 길어지고 논지가 흐려지는 느낌이어서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훈훈한 미담처럼 친구로 남아 서로를 응원한다던지, 서로 결혼을 하지 않고 연인으로만 지낸다거나, 브로크백마운틴같은 관계였다거나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연인에게 결혼과 이별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요?
절름발이이리
15/09/01 09:30
수정 아이콘
네. 그냥 오래 사귀지만 비혼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혼도 아니에요. '생활동반자법' 발의와 관련 된 글들을 보시면 이런 류의 삶에 대해 조금 엿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법이 포함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만, 어쨌건. 물론 전체적으로 드뭅니다. 그러나 드무니까 제낀다는 건 소수자에게 꽤 불편한 상황이겠죠. 물론 '일반적인 상황'을 상정하는게 잘못은 아닌데, 비혼주의자 본인에게 비혼주의자들이 지향하는 삶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제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더불어 말하면 결혼도 이별과 존속 외의 경우는 없습니다. 연인간의 그것처럼. 결혼 생활을 십년 넘기면 슈퍼결혼을 하고 이런 게 아니죠. 결혼과 연애를 대단하게 구분해야 할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사악군
15/09/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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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언과 구속력이죠.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천만원을 주기로 하는 증여계약과 '내가 너 천만원 줄께'라는 구두약속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거죠.
계약서를 써도 안 주고 떼먹을 수 있고, 말만 했어도 진실된 마음으로 실제로 천만원을 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 해도 두 관계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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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구별이죠.
사악군
15/09/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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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도 구별되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행위자 본인의 의사'도 구별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9/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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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별이 법적인 구별을 뛰어넘어 합리적인 구별이냐는 겁니다.
15/08/3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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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아무런 맥락 없이 잘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 앞에서 "아 참고로 난 비혼주의자라구 훗훗" 같은 스탠스를 취한 것은 아닙니다. 아는 사람들과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던 도중에 그 이야기가 나온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생각을 숨겨야 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15/08/31 22:06
수정 아이콘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친구들이 '너는 여자친구가 다 좋니?'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거나 곤란하면 이야기를 회피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나,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죠. 그것을 일일이 다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하지만요.
여자친구도 저를 최고의 남자친구라고 말하지만 분명히 이것저것 불만이 있겠죠. 제가 알면서 고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저는 모르는데 여자친구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그런 느낌 전체를 이야기하지 않고 만난다고 해서 서로를 속이는 관계라거나 잘못된 관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생각의 차이일 것 같습니다. 저는 '굳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네요. 셰리 님이 잘못한 부분은 없지만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는 또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5/08/3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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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단점을 예로 들어서 말씀하시니 SG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네요. 그 이후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에도 썼지만 싫다는데 굳이 얘기해서 뭐 하나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피곤해서요.........
절름발이이리
15/09/01 09:45
수정 아이콘
헤어짐을 언급하며 사귀거나, 끝을 예상하며 사귀는 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특이하다고 할수는 있겠죠. 물론 특이하건 어쩧건 결국 당사자들간의 조율 문제겠죠.
15/09/01 15:35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일반적으로 "너의 성향을 밝히는 것 자체가 파트너에게 실례이니 숨겨라" 같은 말을 하는 태도는 '조율' 이란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15/08/31 22:10
수정 아이콘
담백한 글로 읽혔는데 비혼으로 **포로 빠지는군요.

글에서 저는 셰리님 혹시 여성분이 아니실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도 짧고 정리도 못하고 글도 못 쓰기에 키배는 언감생심 댓글도 제대로 못 쓰지만, 키배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을 넓혀주고 글 솜씨, 깡다구 모두 키워주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아닐까요?
15/08/31 22:24
수정 아이콘
어떤 부분에서 여성이 아닐까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쓴 글이니 여자가 쓴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키배가 재미있을 때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키배는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눈뜬세르피코
15/09/01 02:08
수정 아이콘
저한테도 한때 키배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죠. 피지알은 그나마 한 곳에서 댓글을 계속 달고, 요즘은 계층 댓글까지 생겨서 편하지만...
엠팍, 심지어 디씨 같은 곳에서 키배하려면 정말 피곤하죠.
15/09/01 15:33
수정 아이콘
엠엘비파크는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디씨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특정 주제로 키배하기에 생산적인 사이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댓글에 이어서 댓글을 달 수 없는 구조 때문에요.
세인트
15/09/01 10:52
수정 아이콘
잘 지내시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 과거의 면식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와 별개로, 본문글에 조금 흥미로운 지점이 있군요.
하긴 저의 경우에도 제 전 애인분들은 제가 싸우거나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하더군요.
https://pgr21.co.kr/?b=8&n=59779 이 글과는 상관없는 링크일지도 모르나,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점잖은 분들일수록 싸움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 싸움 자체를 차단하거나 말리는 것에 경기나 알러지 반응에 가까운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키워생활을 아예 접고 (아니 애초에 키워할 능력도 내공도 없었지만) 난 지금조차도
싸움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시시비비 없이 무조건 다 나쁜놈 이러는 분들한테는 아직도 부글부글하는 게 있습니다.
아무튼 그거랑 별개로,
그리하여 만난 이들에게 심지어 지금 지인들에게도
[너의 싸움 자체에 대한 이상하리만치 강한 공격성은 문제가 많다]
라고 수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만, 고쳐지지 않는 거랑은 별개로
지금까지 만난 모든 이들이 저 부분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싫어해서
[정말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저들이 옳은 것일까] 라고 고민한 적도 많았습니다만,
현재의 배우자가 그 부분을 좀 고쳐주었다고 할까요...
불의와 부당을 보고 [이 XX끼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 라며 저보다 더 전투적이 되는 분 덕에
오히려 저도 같이 화내기보다 말리는데 시간을 더 쓸 정도가 되다보니, 몹시 즐겁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성향 차이인 것 같습니다
싸움을 말리거나 혹은 같이 태그팀으로 싸우거나 전혀 불편하지 않거든요. 즐겁습니다? 낄낄낄.
15/09/01 15:42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보자마자 제가 아는 그 분이심을 확신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씀은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링크를 걸어 주신 글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댓글까지 읽고 나니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저 또한 싸움 자체를 경멸스러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은영 시인께서 푸른 쓰레기통에 대한 시를 쓰신 적이 있죠. 모든 것이 안에서 푹푹 썩어 가더라도 뚜껑을 열지 않으면 산뜻하다고. 실제로 진 시인께서는 안에서 썩어 가는 것을 추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쌓인 것이 있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데도 당장의 싸움을 멈추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요. 쓰레기통은 언젠가 비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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