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8/06 14:34:19
Name IoP
Subject [일반] 풋내기를 자멸로 이끄는 여자

'아니, 내가 좋아하는 학문과 사람이 같이 있다니 기회의 찬스는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과로 전과하려는 와중에 그 과에 한눈에 반했었던 여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번호를 따려다 한번 실패한 건 비밀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분하고 같이 강의를 듣고 싶고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 아니 잡념이 또 머릿속을 사정없이 헤집고 있다.


참고로, 지금의 나는

-공과대에 속해있는 학생 주제에 공과수업은 거의 안 들었던 '나'

-뒤늦게 2학년 2학기, 자과대로 가기 위해 필수교양을 이수해야 하는 '나'

-전과를 하지 못하면 2학년을 유급해야 하는 '나' 이다

"........"


이 정도면 어떤 남자도 여자 생각이 안 나기 마련인데 난 또 여자친구가 그 사람이었으면 하고 있다.

차후 진로를 결정하고 버리는 시간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나'의 순간에서도 여자에 대한 사념이 뇌 한켠을 끊임없이 차지하니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진득하니 앉아서 기다리고 뭔가에 대한 깊은 생각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봐 왔던 피쟐러의 이미지와는 나는 정반대 인가보다.

가뜩이나 듣기 싫은 전공을 하나도 듣지 않고 인문교양만 듣다가 자과대가 요구하는 교양을 수강해야 하는 바람에 졸업도 몇 학기 뒤에 하게 생겼는데,

나는 벌써 4월에 본 그녀를 떠올리며 같은 강의를 듣도록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1학년이다. 전과하려는 과에 전화해 1학년 지정반코드를 알아내고 같은 강의를 신청하려 하는 순간

이 얼마나 멍청하고, 줏대가 없고, 여자 하나에 인생이 오락가락하는 내 성격이 무언가 잘못됐다 라고 뼈저리게 느낀다.

전과를 못 한다면 버리게 될 반년인데, 이 전과를 하지 못하면 편입준비 혹은 해외대학 입학준비를 해야 하는데

게다가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

이 반년을 전과를 위해 쓰지 못할망정 또 또 여자 사념이나 가지고 있다니.





게다가, 전과를 위한 교양수강신청 자체도 각 학과 조교들이 이미 1학년을 위해 시간표를 짜줬으니 신청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사실 이미 2개는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그 사람이 무슨 과목을 듣는지 조교를 통해 정보를 캐내며 같은 강의를 신청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지난겨울, 좋아했던 여성 한 분을 잊지 못하고 카톡 프로필만을 바라보며 끝끝내 차단해버린 모습과 함께 나에게 미래를 예측하게 만든다.

-졸업도 이미 늦어
-수강신청은 2개나 늦는 바람에 초과수강신청서를 내야 해
-그렇다고 초과수강을 받아줄 수 있는 확신도 없어
-더 심각한 건 전과를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어
-4월에 처음 본 주제에 관계도 진전 못 시켜.

어리바리 했던 내 성격은 이제서야 확신을 하고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 확실해. 이건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 스스로 自爲하다 자멸하는 꼴이다."

이제서야 내 상황을 자각하다니, 멍청하다 멍청해.
 이 순간은 내가 어리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모자라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혈기만 왕성하지 성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더더욱 느낀다.

심지어 과거의 나는 내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여자친구라는 환상 속 마약을 내 입에 털어 넣어 잠시나마 만족을 느끼려 했다.

'이 얼마나 무지몽매하고 몰지각한 행동인가. 나는 설령 여자친구를 만들더라도 이런 태도를 관철한채 여자친구와 만남을 존속하려 하는가?'

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수강신청을 갈아엎었다.









풋내기의 따끔한 현실지각은 '학업의 매진' 이라는 손발오그라드는 다짐을 하게 만들고 이 글의 맨 밑줄에 있는 행위에 마음을 담아 결의를 표출한다. 

그리고 이제 곧, 처음으로 안전한 방법하나 없이 맞이하는 2학기가 내게 다가온다.

…….








그리고 따오기(2)를 지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인트
15/08/06 14:48
수정 아이콘
핵심은 막줄인건가요... 아, 현자타임이어... 야속한 시간이어...

아무튼, 저런 과감성이 부럽네요. 전 저런 과감성이 없어서 학업을 말아먹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각없는 껄떡쇠' 같은 소리나 듣고 살았지요 흑흑 내가 금사빠였던 거지 껄떡쇠는 아니라고 ㅠㅠ
15/08/06 14:54
수정 아이콘
저 또한 어디서 이런 과감성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걸 공부하자는 마음이 뒤도 없는 선택을 향해 달려가게 할줄은 저도 몰랐지요.
전과를 실패하면 어쩌나 하고 저또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생활을 충분히 하면서 듣기싫은 공부만큼 하기싫은게 또 어딨을까 생각해보면 제가 내린 결단 또한 올바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돈만 벌어서 내면 학기를 벌 수 있는게 대학이니까요.
이 모든 과감성이 현실로 실현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꾸 여자생각이 나서 훼방을 하는 나머지....
세인트
15/08/06 14:56
수정 아이콘
음! 아무튼 멋집니다. 결단내리신만큼 후회없이 좋은 결과만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1종보통
15/08/06 14:53
수정 아이콘
우리는 따오기(2)를 지웠다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따오기 폴더는 살아있는것입니다 여러분.
세인트
15/08/06 14:56
수정 아이콘
헐 예리하시다
15/08/06 15:01
수정 아이콘
요새 취업난이 너무 심해서 그런지 공과대에서 자과대로 옮기려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건 저 혼자인가요 크크크
15/08/06 15:05
수정 아이콘
그 부분도 고민 하고 있습니다. 소위 '전화기'라는 취업깡패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화학과도 취업이 잘되는 것 같더군요.
(이는 화학과 교수님 3분에게 상담을 하며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취업난 이라는게 인문대와 사과대를 향한 단어라고 생각되서 별로 고민은 하지않습니다만, 저는 교수로 갈 생각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고민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금 눈앞에 놓인 현실이 급급해서 ...
파란아게하
15/08/06 15:28
수정 아이콘
원래 사람은 팔자대로 사는 겁니다. 지르세요.
15/08/06 16:40
수정 아이콘
어쩐지 제겐 앞날을 지지해주는것처럼 보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한량남푠
15/08/07 02:33
수정 아이콘
첫 문장의 좋아하는 학문과 사람이 동급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1번으로 하고 열심히 해보세요. 그것만 잘해도 인생 성공 아닙니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240 [일반] "숨진 국정원 직원 수색현장에 국정원 동료들 먼저 갔다" [8] 이홍기6602 15/08/06 6602 0
60239 [일반] [오피셜] 디 마리아 PSG 이적 완료 [67] 아지르6059 15/08/06 6059 0
60238 [일반] 14일 임시 공휴일로 병원비도 공휴일가산 된답니다. [37] 카푸치노9333 15/08/06 9333 0
60237 [일반] 이런 것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인가. [21] 삭제됨5791 15/08/06 5791 1
60236 [일반] 연애의 사건은 봄날에 - 3 [39] aura4861 15/08/06 4861 14
60235 [일반] 나의 왕따 이야기 - 3 (完) [19] leeve3417 15/08/06 3417 8
60234 [일반] [짤평] <베테랑> - 톡 쏘는 첫맛, 밍밍한 끝 맛 [74] 마스터충달6935 15/08/06 6935 4
60232 [일반]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9] 개돼지6870 15/08/06 6870 3
60231 [일반] 구글과 삼성 매월 안드로이드 보안 업데이트 OTA로 배포할 것 [13] CoMbI CoLa7382 15/08/06 7382 0
60230 [일반] 풋내기를 자멸로 이끄는 여자 [10] IoP7456 15/08/06 7456 1
60229 [일반]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전문 [134] 어강됴리14251 15/08/06 14251 5
60228 [일반] [KBO][삼성] 진갑용 17년 삼성 유니폼 벗는다 [151] 조교11025 15/08/06 11025 1
60227 [일반] [해축] 어제의 bbc 이적가십 및 선수이동 [21] pioren4005 15/08/06 4005 1
60226 [일반] 60221번 글을 읽고 ( 살면서 거의 가져본 적 없는 나의 편, 일간베스트 ) [15] 견우야4539 15/08/06 4539 3
60225 [일반] 머니볼 : 스포츠 드라마의 종언(스포일러) [53] 구밀복검10457 15/08/06 10457 17
60224 [일반] 홍어 예찬 [62] 유리한9382 15/08/06 9382 6
60222 [일반] 백조(수) 만화방 [5] 박루미7051 15/08/06 7051 6
60221 댓글잠금 [일반] 살면서 거의 가져본 적 없는 나의 편, 일간베스트 [222] 18959 15/08/05 18959 19
60220 [일반] 처음 세상 헛살았다고 느낄때... [85] umc/uw9766 15/08/05 9766 5
60219 [일반] 연애의 사건은 봄날에 - 2 [22] aura4863 15/08/05 4863 3
60218 [일반] 나의 왕따 이야기 - 2 [9] leeve4201 15/08/05 4201 1
60217 [일반] [야구] 오늘 강정호 선수가 못해서 기분이 좋군요 [28] ESBL9636 15/08/05 9636 1
60216 [일반] [야구] 한화 정현석 1군 합류 [19] 이홍기6643 15/08/05 6643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