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얼마 전 기초단체장인 진주 시장이 서울 시청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여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로 서울 청계천에서 매년 개최 중인 서울 등축제가 진주시의 유등 축제를 모방한 것이며, 이를 중단하라는 요구였는데요. 그 후 진주시에서는 이 일로 계속 해서 문제 제기를 하였고, 서울시에서도 이에 대한 반박을 내놓았습니다.

진주시에서 문제 제기한 것은 유등을 강에 띄우는 방식은 진주시에서 먼저 시작했고, 2009년 오세훈 시장과 협의해서 3년만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조건으로 노하우를 전해줬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에서는 협의와 상관 없이 그 축제를 계속하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며, 축제의 내용 또한 진주시에서 예전부터 개최되어 오던 유등 축제를 그대로 모방하였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서울시에서는 등을 강에 띄우는 방식의 축제는 진주시만의 독자적인 방식이 아니며,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지속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많고, 진주시에서 말한 모방하였다는 내용 중에서는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한 것도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제 견해입니다. 서울시의 등 축제가 진주의 유등 축제를 모방하였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재작년에 진주 유등 축제 당시 그 주변에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인상적인 축제이긴 하였지만 독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주 유등 축제가 흥하게 되었던 것은 그 축제 자체가 독창적이었다기보다는 남강이 도시를 관통하는 진주의 지리적 여건과 남강 주위에 진주성과 같은 잘 보존된 명승지가 있다는 점이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여건을 갖춘 청계천에서 유사한 축제를 개최한다고 하여 그것을 모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울시에서 등 축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지방과의 상생이라는 가치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전국 인구의 20% 이상이 거주하고 경제력으로는 그보다도 월등한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시에서 굳이 지방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제와 유사한 축제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울에서 이런 축제를 개최한다면 사람들은 진주 유등 축제를 보러 가기보다는 당연히 서울 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진주시에서 왜 굳이 시장이 서울까지 와서 일인 시위를 벌이는 무리수까지 던지면서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일까요. 서울시 입장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구경거리 제공이겠지만, 진주시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을 보면서 박원순 시장의 대형 마트에 관한 정책이 떠오릅니다. 서울시 안에서는 소상인과 대형 마트의 상생을 논하면서 대형 마트에 대해 무리하다 싶은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서울시와 지방에 대한 상생에는 무관심한 것일까요. 물론 서울 시장이라면 서울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자신이 내놓은 취지에 대한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압도적인 서울시에서 지방과의 상생을 위해 이 건은 양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하며 개인적인 생각을 마무리합니다.

진주 유등 축제는 한 번 가봤고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서울 등 축제는 아직 가보지 못 하였는데, 올가을에는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3년 간 지방에서 지내다가 서울에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문화 생활 만큼은 서울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서울에서 과연 지방에서와 유사한 축제가 필요할지, 그리고 그것이 지방 도시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