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됩니다."

...

흐흐..진짜에요..

이야기는 인도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종교운동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운동이 아니라

기존의 유구한 명상전통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그 많은 셈족 계통의 종교전통에 기반해서 나사렛의 예수가 종교혁신운동을 펼친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싯다르타의 주변에 가득했던 기존의 종교문화는 무엇이었을까요?

크게 아리안 계통의 힌두교(혹은 훗날 힌두이즘이 되는 어떤 '것', 즉 원형), 그리고 드라비다 계통의 각종 명상전통이 있겠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아리안계통의 힌두전통은 매우 '서양'적입니다.

그리스인들의 주장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만큼 흡사한 양상이 많죠.

반면에 드라비다 계통의 종교문화는 주로 고행+염세문화에 가까웠습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생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들은 그저 수양만 하고, 이들을 존경하는 일반인들이 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안주거나 그렇습니다.

밥을 못얻어먹으면 그냥 이승과 하직하는 거고

얻어먹으면 그냥 먹습니다.

이런 양상은 불교와 사촌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이나교 전통에서도 똑같이 발견되는데요, 여튼 일종의 종교문화로 보시면 됩니다.

각설하고, 이들은 그래서 좋게봐주면 '종교서비스를 제공하고 밥을 얻어먹는 서비스업자'이고, 나쁘게 봐주면 '그냥 걸인 ㅡㅡ;;;'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걸인이라는 말을 정말 나쁜 뜻으로 쓴 게 아닙니다. 석가와 그 추종자들은 모두 걸인정신으로 충만했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굶어죽지 않았죠. 많은 존경을 받았고, 방문하는 곳마다 음식을 받고 환대를 받았으니까요.

각설하고, 걸인의 기본이 뭐겠습니까! 소중한 음식을 받았으면, 그거 버리면 안 됩니다. 절대로 안돼요.

받은 음식은 남김없이, 가리지 않고 먹는 게 기본입니다.

그래서 고기를 받으면? 먹습니다 -_-

물론 계율에 '부정한 고기는 먹지 않는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물론 그 함의는 셈족 계통에서 말하는 '부정한' 과는 다릅니다.

만약 그 고기를 제공한 짐승이 도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그 울음 소리를 '들었' 다면 절대로 먹으면 안 됩니다.

이게 '부정한' 고기입니다.

왜냐하면, 잔인한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네요.



이런 전통이 채식계통으로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중국에 와서입니다.

불교의 중국진출 초기에 그들을 경계하고 비판한 건 유학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포지션이 겹치는 각종 도교 계통 도사들이 엄청 비판해댔었죠.

그 비판의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식습관이었습니다.

알다시피 도교전통에서는 먹는 걸 어마어마하게 가립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수행이 결정적으로 지장을 받거나, 부스트업 하거나 할 정도로 중요하게 보죠.

이런 관념은 당시 중국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일종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불교 승려들의 식육이 꽤 가열차게 공격받았었죠.

그러다가 한 번은 황제가 직접 '너희 비구들은 어째서 고기를 먹으며 수련하느냐'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 질문을 받은 대사들이 '뭐, 그럼 우리도 화끈하게 안먹고 말죠' 하면서

고기를 안 먹게 되었습니다 -_-;;

먹습니다.

먹어도 됩니다.

다만 안먹어온지 워낙 오래된지라 그냥 계속 안먹을 뿐입니다.

그래서 가끔 먹기도 합니다.


**추신: 늘 그렇듯 종파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