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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8 15:21:37
Name 목화씨내놔
Subject [일반] 개인적인 주절거림
남자. 30대 초중만. 연봉 남들만큼. IT회사. 기획자 (사업/IT 전부). 대리 말호봉

1. 회사가 팔렸어요.

대기업 계열사에 있었는데 올초에 팔려버렸네요. 조그만 회사로 팔리다보니 하아 이래저래 힘든 점이 많네요.
복지혜택이 줄고 연봉은 동결, 복잡하고 쓰잘데기 없는 요식행위들과 사장 2명, 부사장 2명, 그 위에 회장이라는 사람까지.
참 정신없고 적응안되는 생활이네요. 전에는 제 할일만 잘하면 됐었는데 말이죠.
그만두는 사람이 점점 생기네요. 증권사로 가니 다음으로 가니 뭐 말들이 많지만
전 직장생활에 지쳐서 이직할 생각은 없네요.

여기 때려치고 사업을 하거나 장사해야되는데 여건이 좀 어렵네요.

2. 나이는 계속 먹어가는데 목표가 없네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한번, 첫회사를 퇴사하고 한번 이렇게 2번 개인사업을 했었는데.
두번 다 잘 안되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는데요.
남들은 좋은 경험이라고 하는데 경험은 개뿔 빚만 6천만원정도 생겼네요.
그나마 아버지가 가진 재산이 좀 있어서 제 밥벌이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서 크게 부담은 안됐어요.
학자금대출 1천7백만원정도 까지 해서 8천만원정도 빚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직장생활 첫 목표가 그거 였어요. 빚만 다 없애자. 일단 족쇄를 풀어야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8천만원 가까이 되던 빚은 지금 2천만원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뭐 월급을 모아서 갚은건 아니고요. 인생한방!!!!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서 그 돈으로 주식투자 해서 매년 1천만원 정도씩 줄여나갔네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주위 사람들은 제가 빚쟁이인걸 아무도 모르데요. 크크

올해 정도면 빚을 다 없앨 것 같네요. 이제 자신이 드디어 0원이 될거 같은데 별 감흥도 없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목표가 없어져버렸네요.

3. 주위 인맥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도 제 주위 인맥들의 도움을 좀 받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네요.
인맥도 능력인지라 제가 능력이 없는건지 대단해보이는 사람들은 저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건지
직장 상사/동료, 관계사/제휴사 지원들, 제 친구들, 친척들 하나같이 제가 도움청하고 손벌릴만한 사람이 없네요.
휴. 원래 다 그런거겠죠? 저만 이런게 아니겠죠. 왜 이렇게 다 저처럼 못난 사람들만 주위에 있는지..

4. 사업을 하자!!!!

2번 실패했는데. 그래도 사업을 할겁니다. 할만한 걸 계속 찾아보는데 마땅한 게 없네요.
괜찮아보이는건 이미 전부 하고 있고, 안 하고 있는걸 겨우 찾으면 펀딩할 사람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리스크가 너무 크고요.

5. 공부해야지.

어플 제작을 위해서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달정도 되었네요.
IT회사에서 기획자로 근무하다보니 용어가 너무 어색하지도 않고 지금 투잡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게 우선 제일 쉽겠다 싶어서 시작했네요.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찾기가 힘드네요.
한 명이 있는데 한 4년 전쯤 그 친구가 같이 사업하자고 할 때 사업 계획을 자다 너무 많이 부딪혀서 제가 안 한다고 때려쳤거든요.
그 친구는 지금 따로 회사 하나 차려서 어플을 10개 정도 만들었네요. 1인회사.
가끔 만나서 얘기하면 힘든가봐요. 그 친구도. 돈은 못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그 친구가 부럽네요. 저도 얼른 공부해야겠어요.

도와줄 사람 없어도 혼자서 잘할 수 있을 거에요.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6. 이건 좀 부록인데.

여자친구가 한명 있는데 8년 만났어요. 저보다 2살많은 연상
결혼 얘기는 전혀 꺼내지도 않았어요. 제가 뭐 가진게 있어야죠. 빚을 많이 줄였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결혼할 때는 조금 도와주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마전에 결혼 얘기를 애둘러서 해봤는데.

멘붕!! 이 친구 결혼 생각이 전혀 없네요. 그렇다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딸 3명 중 막내인데 아버지, 어머니랑 평생 같이 살거라고 하네요. 하아. 이건 또 뭔가요.

그래서 좀 더 얘기해보니 아주 결혼생각이 없는 건 아닌듯.
더 얘기해봐야겠지만 일단 충격적입니다.

제가 빚이 많은 걸 이 친구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혼기가 꽉 찬 상태에서 제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동안 꾹 참고 기다려줘서 너무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젠장!! 아예 결혼 생각이 없었다니. 이건 좀 반전이었습니다.



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너무 갑자기 많은 것들이 바뀌고 목표도 희미해지고 정신없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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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micion
13/04/18 15:24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멘붕하신게 너무 재밌네요.
결혼 생각 안하셨던 분들중에도 결혼후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구요. 힘내세요!
목화씨내놔
13/04/18 16:33
수정 아이콘
하아 그럴까요? 결혼 얘기했떠니 갑자기 왠 엉뚱한 소리냐는 반응이어서 크크크
13/04/18 15:29
수정 아이콘
어플 만드는 기술 자체는 이미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아마 금방금방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분께서는 결혼을 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생각 자체를 안 해본 게 아닌가 싶네요.. 흐흐

마지막으로 말씀은 그렇게 하고 계시지만, 이미 열심히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16:35
수정 아이콘
어플을 쉽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파는 것 같은데. 이거 쓸만할까요? 부분 유료화나 월 정액 과금 형태로 결제 솔루션도 붙어있는게 있겠죠?
13/04/18 15:43
수정 아이콘
30대넘으셨으면 결혼이 최우선입니다.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두셔야되요

저도 비슷하게 30대초반 인생을 허무하게보내다가... 중반에결혼하고나니 책임감과 목표가생기더군요
목화씨내놔
13/04/18 16:35
수정 아이콘
네 명심하겠습니다.
13/04/18 16:03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가 "한명" 있으시군요.. 다른때는 혹시 두분이상이신지요?
주변 결혼하신 선배들 보면 결혼관련해서는 돌직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16:35
수정 아이콘
돌직구라.. 제가 원체 소심한 성격이라 괜히 그러면 결과가 안좋을까봐 걱정되네요. 참고하겠습니다.
안동섭
13/04/18 16:08
수정 아이콘
결혼은 돌직구 던져야해요

결혼 생각 없으면 이만 헤어지자고 하세요

그럼 바로 결혼 성공, 혹은 결혼관이 다른 사람과 조기에 헤어지고 더 좋은 사람 만날 기회 획득 둘 중 하나죠
목화씨내놔
13/04/18 16:37
수정 아이콘
아 너무 어려운 얘기입니다. 저한테는 말이죠.
절름발이이리
13/04/18 16:29
수정 아이콘
사업은 절대 혼자 하지 마십시요. 1인창업은 말이 좋아 창업이지, 그냥 프리랜서인 경우가 허다하고.. 성공확률도 통계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좋은 동업자를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16:37
수정 아이콘
왜 그럴까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절름발이이리
13/04/18 16:44
수정 아이콘
본문에도 쓰셨잖아요. 될만한 일은 펀딩 할 사람이 필요하고, ~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등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죠. 잘 된 사례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인디게임정도고.. 벤처캐피탈은 말할 것도 없고, 인큐베이터조차 1인 회사엔 투자를 거의 안합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17:57
수정 아이콘
음 사실 전에도 사업하면서 말아먹은 경험에 비춰보면 사람이 문제였던건 아닌거 같아요. 뭐 이건 제 생각이고.
또 회사 내에서 사업 기획을 하면서도 느끼는 건

인맥이 넓고 좋으면 기회가 훨씬 많이 생긴다.
인맥이 넓고 좋다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론이 이렇게 2가지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건지 사람보다는 사업자체가 신뢰할 만한가라는게 몇배는 더 큰 거 같고
그리고 사업을 해봤던 경험이 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사람이야 돈만 있으면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을 써먹을 수 있는데

1. 굳이 좋지도 않은 제 인맥에서 꿈틀대면서 비빌 언덕을 찾아야하는가?
2. 그럼 인맥을 형성하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신뢰할만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가?

얘기가좀 엉키긴 했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생각입니다.
절름발이이리
13/04/18 18:08
수정 아이콘
그 사업 자체를 더 잘하기 위해 좋은 팀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인맥에 의존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여기시는 것 같지만.. 그게 사실이더라도, 반대로 말해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그다지 경쟁우위가 없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물론 구상하시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갈릴수는 있는 얘기입니다만.. 일반론입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21:40
수정 아이콘
하아 그렇죠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신감은 항상 문제에요 잘난 것도 특별히 없으면서 이 놈의 자신감은 죽을 줄을 모르네요
저글링아빠
13/04/18 17:16
수정 아이콘
인맥이 없는데 혼자 사업할 거다.. 에서 저도 조금 으응..?했습니다.

주변에 사업한 친구 선배들 중 잘된 사람들은 대부분 인맥이 굉장히 좋고 관리를 잘하더군요.
이리님 말씀대로 사업이라는 게 뭔지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이야기.
원래 좋았다기보단 인맥을 잘 만들고 엮어나간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입니다.
목화씨내놔
13/04/18 18:02
수정 아이콘
참 그게 부럽습니다. 좋은 인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보면 대단한 거 같아요.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이 매일 술을 엄청 먹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데.
결과적으론 저와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궁금하죠. 어떻게 그러는지.

아 사람이 다르니까 그렇겠네요.
목화씨내놔
13/04/18 16:32
수정 아이콘
엉엉 다들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네요. 정말 무기력했었는데 말이죠.
그리메
13/04/18 16:49
수정 아이콘
해도 좋고 안해도 좋으면 해보는게 좋죠. 단지 안해도 좋을만큼 후회는 남기지 말고 하세요.
목화씨내놔
13/04/18 18:00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참 간단한 말인데 큰 도움이 되네요.
케이아치
13/04/18 17:50
수정 아이콘
처하신 상황이 저와.. 다른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닮았네요ㅠㅠ 같이 힘내요 우리ㅠㅠ 화이팅!!
목화씨내놔
13/04/18 18:00
수정 아이콘
엉엉 뭐 괜찮은 거 없나요? 크크 인생 한방이죠!! 아직 만회할 만한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과감하게 해보렵니다.
화이팅 하시죠.
파라돌
13/04/18 18:24
수정 아이콘
전 사업하는 입장인데 체감경기는 안좋아도 여기 별 이득없으면 다른 곳에서 같은 사업하려구요.
나름 남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체감경기나 이 사업의 미래는 암울해서 영....
그래도 저에겐 사업밖에 길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외삼촌이랑 사업얘기하다가 제 명의로 일딴 땅을 샀는데 건물을 안지어놔서 계속 대출금만 빠져나가고.. 이것 때문에
제 용돈은 20만원입니다 하하하... 그 이상 쓰면 적자에요 크크..
여친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지금 수익으론 무리죠. 덕분에 불면증이 생겼습니다.
목화씨님이나 저나 비슷한 연배같은데 제 주변도 그렇고 다들 먹고 살기 힘드네요.
특히 자영업자는 외줄타기 하는 심정이라..
목화씨내놔
13/04/18 21:43
수정 아이콘
하아 다들 어렵네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면 결과는 따라오지않겠습니까 화이팅입니다
인간실격
13/04/18 22:13
수정 아이콘
8년동안 상대방이 결혼생각조차 없었다는 걸 모르다 이제 아신건 너무 무관심하셨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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