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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8 14:16:14
Name 알고보면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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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명릉과 홍릉2- 살아서도 죽어서도 독수공방


  위는 홍릉, 영조의 정비 정성왕후의 능입니다.  보시면 의아한 생각이 드실겁니다.  '왜 저리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사실 치우친 게 아니라 옆에 또 한 사람이 더 묻힐 예정이었습니다.  남편인 영조였죠.  앞에서 영조가 이 홍릉을 조성하느라 너무 돈을 많이 써 한 달 뒤에 죽은 양어머니 인원왕후를 원래 정해놓은 자리가 아닌 명릉 근처에 묻고 명릉에 포함시켜버렸다는 얘기를 드렸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영조는 여기 묻히지 않은 걸까요?
  
  우선 정성왕후에 대해 얘기해야겠네요.  정성왕후는 참 가련한 여인이였습니다.  물론 저 시대 행복했던 여인이 몇이나 됐으며, 또 조선의 왕비 중 행복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서두요.  야사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영조가 연잉군인 시절 정성왕후와 결혼하고 나서 첫날밤에 아내에게 왜 이리 손이 곱냐고 물으니 정성왕후가 일을 하지 않아 손에 물을 묻힌 적이 없어 곱다고 대답하니 영조가 자신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출신을 업신여기는 거라고 여겨 첫날밤부터 소박 맞혔다는 일화죠.  이 야사가 사실인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영조가 아내에게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다는 거였죠.  아니 그냥 무심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정성왕후는 창덕궁에 두고 자신은 경희궁에 머물면서 거의 찾지 않았고(각방이 아니라 각궁!!!), 아내의 환갑 때 양위파동을 벌여 파토냈습니다.  좋은 임금이었을지는 몰라도 남편으로서는 아마 아버지 숙종과 함께 최저 점수를 받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성왕후의 사망 전후가 최악이었죠.  <한중록>에 의하면 정성왕후가 병에 걸렸을 때도 영조는 한번 찾아오지를 않다가 정성왕후가 거의 죽어갈 때쯤 왔는데, 이때도 영조는 아내를 본 것이 아니라 이태껏 정성왕후를 간병하고 있던 사도세자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꾸짖었습니다.  사도세자는 자신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었던 양어머니 정성왕후를 간호하면서 통곡하느라 옷을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정성왕후가 사망한 뒤 장례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 화완옹주의 남편 일성위 정치달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시다시피 화완옹주는 영조가 총애하는 딸이죠.  영조는 신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치달의 집으로 가버립니다.  그리고 그 만류한 신하들은 삭탈관직시키죠.  이는 실록에도 나와있습니다.  정성왕후가 죽은 1757년 2월 15일 기사입니다.
  
  이날 일성위 정치달이 졸(卒)하였다. 예단(禮單)이 먼저 들어오고 조금 있다가 중궁전이 승하하였으므로, 여러 신하들이 장차 곡반(哭班)에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좌의정과 우의정을 입시하도록 명하여 임금이 손을 잡고 말하기를,
“경들은 이 가슴속의 슬픔을 이해하여 한 번 덜 수 있게 하라.”
하자, 좌의정 김상로·우의정 신만 등이 감히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다만 곧바로 나아갔다가 일찍 환궁하라는 뜻을 아뢰고 물러났다. 이때 승정원과 삼사의 신하 및 영의정 이천보가 서로 잇달아 청대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이미 좌의정과 우의정에게 하교하였는데 어찌 이런 일을 하는가?”
하고, 인하여 승지를 입시하도록 명하였다. 승지 이최중이 빨리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이렇게 망극한 시기를 당하여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망극한 일을 하시려 합니까?”
하니, 임금이 잇달아 엄중한 하교를 내렸으나, 이최중이 눈물을 흘리며 더욱 힘껏 간쟁하였다. 임금이 진노하여 이최중에게 물러나도록 명하였는데, 이최중이 말하기를,
“신은 청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감히 물러날 수 없습니다.”
하자, 임금이 이최중의 직임을 체차하도록 명하고, 인해서 합문(閤門)을 닫고 마침내 보련(步輦)으로 연영문(延英門)을 나갔다. 대간과 옥당에서 앞으로 나와 다투어 고집하자, 임금이 또 모두 체임하도록 명하였다. 대사간 이득종이 말하기를,
“신의 관직을 체임하더라도 전하의 이번 행차는 결단코 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삼사의 신하를 중도 부처 하도록 명하였다가, 조금 뒤에 단지 체차하도록 명하였다. 밤 4경에야 비로소 궁궐로 돌아와 영의정 이천보를 총호사로 삼았다.

  ......할 말이 없습니다.  솔직히 홍릉을 그렇게 열심히 조성한 것도 아내가 묻힐 곳이 아니라 자신이 묻힐 곳이었기 때문이었죠.  아내와의 쌍릉으로 조성한 것도 관례가 그러하니까 그런 것일테구요.(실제로 왕릉 중 단릉인 경우는 셋, 태조, 단종, 중종뿐입니다.)
  하지만 영조는 이렇게 열심히 만든 홍릉에 묻히지 못했습니다.  손자인 정조는 할아버지를 다른 곳에 묻습니다.  이는 당시 대비였던 정순왕후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죠.  실제로 정순왕후는 영조와 함께 묻힙니다.  바로 지금의 원릉이죠.
  문제는 그 원릉 자립니다.  그 곳은 원래 효종릉인 영릉(세종의 영릉과는 다릅니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근데 능에 물이 찼다는 얘기가 있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긴 거지요.(근처에 세종의 영릉도 있어서 둘을 합쳐 영녕릉이라고도 합니다.)  즉, 원릉 자리는 파묘자리라는 거죠.  찝찝하지 않나 싶지만 정작 정조 실록을 보면 신하들도 정조의 결정에 모두 찬성하고 있습니다.  권력이란 게 그렇게나 무섭고 강한 건가 싶습니다.
  
  어찌됐건 그 결과 살아서도 외로웠던 왕비 정성왕후는 죽어서도 옆을 비워둔채 누워있습니다.  남편인 영조는 정 반대쪽 동구릉에서 다른 여인의 옆에 누워있구요.  


ps. 한편 인원왕후와 정성왕후의 죽음은 사도세자에게도 불행이었습니다.  이 두 여인은 피라고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양손자, 양아들 사도세자를 아끼고 사랑했으며 사도세자도 친모인 영빈 이씨보다도 이 둘을 더 따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끼고 보듬어주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고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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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4/18 14:21
수정 아이콘
역시 영조 성격은 어딜 봐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콜록콜록
13/04/18 16:38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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