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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06 15:29:02
Name 격수의여명
Subject [일반] 국가는 교육현장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베버의 지배 사회학과 국가이론은 국가가 어떻게 합법적이면서 성공적으로 지배하는지 설명한다. 베버는 권력(Macht)을 저항에도 목적을 실현하는 힘을 의미하며, 행위자가 명령에 복종하는 경우 지배가 행해진다고 보았다. 지배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지배자의 특별한 재능에 의한 피지배자의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카리스마적 지배, 피지배자가 질서 및 권력의 신성함을 믿는 경우 이루어지는 전통적 지배, 그리고 법적이며 합리적인 지배 유형이 있다. 어떠한 지배 유형이건 국가는 주어진 영토 내에서 정당한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주장한 기구라는 게 베버의 국가론이다.



이러한 베버의 이론은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이 있다. 베버의 이론은 영토, 군대, 합리적 관료제와 같은 전체 시스템을 말하는 데에 주로 쓰였지만 작은 부분에 대해서는 잘 쓰지 않았다. 그러나 베버의 이론은 교육현장과 같은 국가의 권력이 미치는 가장 말단 부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교육학의 정의에 따르면 교육이란 사람들의 인격을 도야하고 기존에 있던 문화체계를 사람에게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가, 혹은 사회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구성원에게 질서와 규범, 그리고 지식체계를 학습시키는 일종의 사회화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조선 시대 향교와 성균관에서 현대의 초·중·고·대학교까지 국가는 언제나 교육시스템을 지배하는 데에 관심을 두었다.



우선 표면적으로 학교 교육에 나타나 있는 것은 법적이며 합리적인 지배 유형이다. 교육시스템은 입학에서 졸업까지 법적이고 행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규정되어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교수들도 자격부여·임용 시스템에 의해 자질을 평가·배양 받고 교육현장에 투입된다. 학생들은 학습능력·생활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지식을 교육받고, 나아가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통해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능력은 배양하고, 자질은 선별하고, 결과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교육시스템은 법적·합리적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교육 시스템은 전통적 지배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는 교육 목표와 교과목 내용에 따른 학습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암묵적인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학교의 아침 조회 시간에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인성과 성품에 대한 교육이지만, 선생님들이 학생을 줄 세우고, 소리 지르며 억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통제와 복종에 대한 암묵적인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면적인 교육 시스템은 비합리적이고 전통적인 지배가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중·고등학교는 교복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교칙에 두발 제한이 없는 학교는 손에 꼽는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교복이나 두발제한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둘째 치고라도, 교복 의무 착용이나 두발제한에 학생은 학교라는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통제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이면에 깔렸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앞서 예를 든 조례와 같은 과정 등을 통해 학생들은 전통적 지배 속에서 속박당하는 것이다.




ps. 개론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뭘 써야 한다는 게 머쓱해집니다. 비판·태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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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바나
13/02/06 16:29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합니다. 평소 크게 관심없던 부분에 대해서 얕게나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줘서요
인문쪽으로는 관련지식이 없다시피한 제 짧은 생각으로는 한정된 시간에 필요한 교육을 다수에게 행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을 개인지도 할 수 있는 환경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한명의 교사가 한명의 학생을 담당할 수 있는) 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제도와 그에 따른 상벌 시스템의 확립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이건 현실화 될 수 없는 부분이구요. 즉, '전통적인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또한 주입시키기 위해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구성되었다' 보다는, '현실적인 요건 하에 (위에서 언급한 환경적인 측면 외에도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교육수준이 지니는 가치와 그러한 사회에서 교육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닌 책임감, 그리고 교육기관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수준 등이 있겠네요) 교육시스템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구조를 갖추게 됨은 피할 수 없었다.'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교육방법의 연구와 교육시스템의 개편이 이루어졌음에도 기존 교육시스템의 큰 틀은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이유도 이러한 연유가 아닌가 싶구요.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보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젊은아빠
13/02/06 16:31
수정 아이콘
교과서 같아서 읽기가 힘드네요 흐흐...
태클이라기보다는 문득 든 생각인데 학생들이 통제받고 복종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생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에?
지식의 전달과정에 있어서 지식을 수용해야 하는 사람이 지식 수용을 거부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도 엄연히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진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식을 얻지 않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충분히 존중해줘야 할까요?
법에서 '미성년자'를 구별지어놓은 이유는 뭘까요?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은 왜 범죄에 대한 처벌에서조차 보호받는걸까요?

이 사회에는 수많은 크고작은 통제와 복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라는 것 자체가 그런 통제와 복종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이 곳 PGR만 하더라도 아주 많은 제약들(자음연타 금지 등)과 그를 어길 시 운영진 혹은 회원들에 의한 제제, 즉 통제가 이후어지고 있죠.
회원들은 그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겠구요.
그렇다면 PGR도 결국 회원들을 지배하는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한걸까요?
Abrasax_ :D
13/02/06 17:55
수정 아이콘
제가 늘 관심이 있었던 주제네요.
국가는 교육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부터 지배받고 있지요.
교원 임용시험에서 흔히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되는 '수업능력'이나 '인성, 적성'보다 훨씬 배점이 높은 것이
'국가수준'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라고 쓰고 암기라고 읽음)입니다.
지배의 문화라는 것은 교직사회에도 적용되지요. 상상하는 것보다 교직사회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합니다.
교육과정에 지겹게 나오는 창의적 인간의 육성이나 창의력 육성이 텅 빈 무언가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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