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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05 01:23:32
Name 에이치투
Subject [일반] 무섭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 하고 밤늦게 집에 올 생각이었습니다. 집중이 잘 안 되더군요. 가방을 싸고

저녁 먹을 때쯤 해서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길입니다. 그 길을 가다보면

사각형의 배치로 벤치의자들이 있고 벤치위를 넝쿨로 뒤덮인 철물구조가 있습니다.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가는데 어른 세 명이 서있더군요. 평소에도 어르신들이 그곳에 앉아 계신 것을 자주 본터라

별 생각 없이 지나갔습니다.

"이리 좀 와서 이것 좀 끊어봐요!"

어눌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통화를 하던 터라 잘 듣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목엔 줄이 메여 있고 몸은 축 늘어진채 얼굴은 새까맣게 변한 노인 분의 모습이였습니다.

너무 놀라 우선 119로 신고를 했습니다.

줄을 라이터 불로 끊고 노인 분을 내려놓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더군요.

시간이 좀더 지나자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고,

그 몸을 만진다는게 너무 두려웠습니다.

10여분 정도가 지나고 119와 112가 와서 병원에 실어갔습니다.

힘 없이 축 늘어져 줄에 매달려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이 그 노인분을 처음에 목격한 사람이 나였다면 어땠을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너무 끔직하더군요.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

잠을 자려고 일찍 누웠는데 두시간을 뒤척였습니다. 눈을 감아도  줄에 매달려 있는 노인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눈을 떠도 어두운 천장위에 그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무섭습니다. 이런 무서움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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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3/02/05 01:28
수정 아이콘
아이고... 충격이 크시겠습니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ㅠ_ㅠ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주무시는 건 억지로라도 제쳐두고 재미 있는 예능이라도 몰아서 받아보시는 게 어떨지... 계속 그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구요...
일각여삼추
13/02/05 01:29
수정 아이콘
죽음을 눈 앞에서 접하기 힘든 요즘 세상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쎌라비
13/02/05 01:29
수정 아이콘
자기전에 이런글을 보다니.... 근데 정말 무서우시겠어요. 따뜻한 우유라도 드시고 시트콤같은걸 한편 보고 주무시는게 어떨지요?
Xenospirit
13/02/05 01:39
수정 아이콘
일단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있는게 마음이 더 안정되지 않을까 싶어요.. 충격이 크시겠네요 ㅠㅠ
방구차야
13/02/05 01:39
수정 아이콘
저도 투신자살한 모습을 직접보고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떨어져서 죽는일은 진짜 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계속 생각해봤자 좋을것도 없고 빨리 잊는수밖에는 없습니다. 집중할수 있는 TV나 영화,운동,게임..뭐든지 들여다보거나 움직이세요. 잠이 바로 안온다면 눈을 감고 기다리지 말고 다른 바쁜일을 해보세요. 시간이 지나 희미해지는수밖에는 없는것 같습니다. 그 생각에 자꾸 빠지면 점점 더 의미없는 공포만 스스로 생성하는것 같습니다.
화잇밀크러버
13/02/05 01:50
수정 아이콘
싱숭생숭한 기분 이해합니다.

저도 군생활 할 때 목 메달아 죽은 시체를 줄을 끊을 때 시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껴안고 있어봤고
바다에서 떠내려온 시체를 혼자서 방파제 위로 끄집어 내보기도 하고 갯벌에 있던 시체를 몇 명이서 건져내봤는데
죽은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죠.
이 외에도 교통사고와 추락으로 죽는 사람도 봤는데... 이 중 교통 사고는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았을 정도구요.
가끔 생각하는데 참 시체 볼 일도 많았습니다. -_-;

지금 겪고 계신 심리 상태에 이렇다할 뚜렷한 특효약은 없습니다만 뭐든지 바쁘게 몰아붙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몰입도 높은 영화나 게임 등이 잠시 잊게 만들어주죠.
잠은 이왕이면 극도로 피곤해질 때까지 안 자는 것이 좋아요. 어차피 누워봤자 잠 못 잡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후에도 기억에는 남지만 처음과 같은 기묘한 느낌은 많이 사그라 들죠.
13/02/05 05:55
수정 아이콘
의무소방하셨나보네요...
화잇밀크러버
13/02/05 08:56
수정 아이콘
의무소방이 시체 볼 일이 많나보군요. 전 아니었습니다. 흐...
아래 두 건은 민간인때 겪은 일이었죠. ㅠㅠ
아케르나르
13/02/05 10:33
수정 아이콘
충격이 크셨겠네요. 그냥 떠올리지 마시고 다른 거에 집중해서 잊으시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듯 합니다. 본문 내용 보다가 생각난 거지만, 심폐소생술이 좀 빨리, 널리 보급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사의 기로에 있는 사람을 보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119 대원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만 있는 건 얼마나 무기력한 일일지요.
네오크로우
13/02/05 15:46
수정 아이콘
저 의경시절에 원래 기동대라 시위현장에 나가는 게 기본업무지만 시위가 없을 시절에는 각 경찰서 방범지원근무를 나갔었습니다.
겨울철에 신고받고 어느 오피스텔에 직원 분 한분과 들어갔는데 젊은 여성이 손목을 긋고 욕실에 누워있었죠. 마침 병원이 아주 가까운 거리라서
직원분은 저보고 업으라고 했고.. 도보순찰 중이어서 순찰차도 없고 냅다 뛰었습니다. 손은 대충 옷으로 칭칭 감아놨지만 몸으로 피는
주룩주룩 떨어지고..(사람 피가 무슨 음식 소스 마냥 그렇게 끈적거린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괜시리 무서워서 막 울면서 '죽으면 안 돼요, 죽으면 안 돼요, 병원 다 왔어요.' 막 소리치면서 시내를 미친듯이 질주했었죠. 응급실에 내려놓고 의료진에 인계한 후 신고하신 분이 어머님이라
연락해놓고 직원분이랑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갔는데 손이 떨려서 종이컵을 못 들겠더라고요. 온 몸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얼굴도 피투성이..
그때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팍팍 돋습니다. 막 미친듯이 뛰는데 업힌 분은 제 어깨 위로 팔을 내민 상태고 천으로 감긴 손목에서
피가 막 주르륵 흐르고 옷에 튀고 얼굴에 튀고.. 여태까지 최고로 무서웠던 순간이었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분은 큰 이상없이 사셨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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