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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13 18:35:33
Name 혼돈
Subject [일반] 똥쟁이의 하루(오징어먹물 + 레미제라블)
약 한 2주 전쯤 눈이 많이 온 주말이었습니다.

그날 전 여친이랑 여친동생이랑 데이트가 있었습니다.

나름 신경 써서 괜찮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기로 했죠.

전에 먹었을 때 괜찮았던 오징어먹물 파스타를 시켜먹었습니다.

오징어먹물 파스타...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정말 진한 오징어먹물 소스의 약간 비릿한 맛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절묘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창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맛있는 요리에 나름 괜찮은 데이트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여친과 여친 동생도 맘에들었는지 먹는 내내 웃음이 끈이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저를 보면서요. 저만 보면 그렇게 웃음이 나는 것 같군요.

그리고 나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렸습니다.

진한 오징어 소스가 이와 입술에 잔뜩 끼어있는 모습이 참... 뭔가 제3의 종족같은 느낌이...

아 그래서 여친이랑 여친동생이 나를 그렇게 쳐다 보면서 웃었구나...

제가 민망할까봐 말도 안해주고 보면서 즐기고 있었나 봅니다.

부끄럼쟁이들...

암튼 저는 급히 입을 씻고 여인들과 함께 다음 데이트 코스인 레미제라블을 보러 갔습니다.

뮤지컬식의 영화는 본적도 없고 뮤지컬도 평소 즐겨 보진 않았지만 저는 교양인이었기에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는 악몽같은 영화가 될지는...

대사가 모두 노래로 나오는 것이 익숙치 않고 중반에 좀 지루했지만 저는 교양인 답게 진지하게 음악을 즐기며 영화를 보려했으나

역시 이런 교양있는 영화는 제게 힘들었습니다.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게 되었고 제 옆에 두 여자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도 길고.. 지금 이 타이밍에 화장실이 급하면 정말 시트콤같고 웃기겠다.

그래도 오늘은 장이 얌전히 있어줘서 다행이다 라고...

이 생각을 저의 대장님께서 들으셨던 것일까요...

지금까지가 마치 폭풍전야였던 것 처럼 정말 갑자기 뱃속에서 미친듯한 폭풍이 요동쳤습니다.

영화는 2시간 정도 지났고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화속의 주인공들은 주구장창 노래를 불렀고 제 뱃속도 같이 코러스를 넣어주더군요.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런 강적은...

저는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도 똥쟁이로 통했으며 그만큼 배설에 능통했습니다.

그런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날 같은 경험은 저에게도 그리 상위 1%에 속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험있는 똥쟁이 분들은 아실겁니다.

이 고통은 마치 미니언 웨이브 처럼 주기적으로 온다는 것을...

그리고 점점 강해져서 온다는 것을...

하지만 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숙련자 답게 능숙하고 노련하게 위기를 해쳐나갔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더군요...

하나의 웨이브를 온몸을 꼬아가며 진땀을 흐리면서 버텨내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다음 웨이브는 막지 못한다.

나가야한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제가 제일 안쪽에 있는 상황...

나가기 위해서는 여친, 여친동생을 차례로 지나야했습니다.

먼저 여친에게 언질을 주었습니다.

'자기야.. 나 화장실이 급해...'

'정말? 어떡해... 끝날 것 같은데 조금만 참아봐.'

참을 수 있었으면 얘기도 안꺼냈어! 라는 외침을 꾹 참고 응 알았어^^;; 라고 답하며 애써 심각한 상황을 숨기려했습니다.

하지만 웨이브가 시작되면서 이성이 날아갈것 같았습니다.

마치 저는 수십기의 미니언들 앞에 에너지가 한칸밖에 남지 않은 타워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아 안돼...

저기 적 마이가 보이기 시작한 심정을 뱃속에서 느꼈습니다... 이대론 타워는 물론이고 억제기까지 밀린다...

난 부활을 기다리는 챔피언의 심정으로 타워를 향해 미친듯이 주의를 찍었지만 도와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난 나간다.

결정을 하고 여친한테 얘기했습니다.

'나 나갈게'

여친은 내 표정을 보더니 심각함을 눈치 채고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오빠 어디가?'

여친동생의 말을 뒤로한채 약 5~6명의 사람에게 민패를 끼친후 영화관에서 나왔습니다.

그 영화관은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약 100미터 정도 크게 떨어져 있었는데

아주아주 다행이도 남자화장실은 제가 나온 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만약 남녀화장실 위치가 바꼈다면... 전 여기서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누가봐도 똥마려운 똥쟁이가 몸을 꼬면서 화장실을 가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저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나오게 된것 한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영화가 안끝난 상황이라 화장실은 한적했고 저는 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뱃속은 연이은 전쟁에 이미 폐허가 된 것 같았습니다.

싸도싸도 싼것 같지 않았고 배가 꼬인듯 이상하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제가 변기 위에 앉아있단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10분여가 지나고 전 화장실에서 나왔고 영화는 막 끝난듯 보였습니다.

이윽고 여친동생이 보였고 여친이 제 짐을 갖고 나왔습니다.

짐을 전해 받으면서 약간의 공허함과 미칠듯한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전 숙련된 똥쟁이답게 급하게 영화 얘기를 하며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두 여인들도 저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더이상 그상황에 대한 언급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애피소드는 끝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눈오는 날 구두를 신고 온 저는 여친과 여친동생 앞에서 크게 자빠지는 것을 막타로 맞이해야 했습니다.

0.3초만에 일어난 저는 손가락은 꺾여있었고 들고 있던 우산은 뒤집어져 있는 채로 걱정하는 여인들에게 말했습니다.

'난 괜찮아^^'

혼돈님의 추함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날 두 여인은 집에가서 제가 추하게 넘어진걸 어머님께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고마워... 영화관에서 중간에 똥싸러 뛰쳐나간 것은 얘기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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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리
13/01/13 18:38
수정 아이콘
PGR에서 똥애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13/01/13 19:21
수정 아이콘
제가
까리워냐
13/01/13 19:47
수정 아이콘
한번
토어사이드(~-_-)~
13/01/13 18:40
수정 아이콘
이명박님이 이 글을 싫어합니다
13/01/13 18:42
수정 아이콘
인간이 가장 진솔해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도 감히 돌을 던질 수 없는 이 신성함이란..
13/01/13 18:57
수정 아이콘
크크쿠~정말 남일 같지 않네요ㅠㅠ
13/01/13 19:14
수정 아이콘
글쓴님 닉네임처럼 혼돈의 하루였네요....크크
그래도....잘 해결되셔서 다행이네요.
멀면 벙커링
13/01/13 19:20
수정 아이콘
제가 이래서 영화볼 때마다 통로 바로 옆자리를 선택합니다. 으흐흐흐
좋아요
13/01/13 19:37
수정 아이콘
여러분은 뭐 똥 안쌉니까?
김멘붕
13/01/13 19:48
수정 아이콘
영화관 화장실에서 똥싼적은 없네요. 크크크크크크
천진희
13/01/13 20:21
수정 아이콘
으악 크크크크크크크
언제나남규리
13/01/13 19:53
수정 아이콘
이런 혼돈의 날이라도 오는날이 왔으면........
13/01/13 20:20
수정 아이콘
아... 재밌다. 개인적으로 shit 얘기 안좋아하지만 격하게 추천합니다.
13/01/13 21:36
수정 아이콘
다행히 저는 작은 일이어서 끝날 때 까지 참았네요...두 시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안보이셨다는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하고 합니다. 흐흐
불량품
13/01/14 05:08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영화보러가면 소변이 너무 급해요.. 콜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기죠 ㅠㅠ 요즘엔 영화관 못가본지가 몇년인지...
공무원
13/01/13 21:39
수정 아이콘
2번째 줄의 "그날 전 여친이랑~" >>이걸 보고 똥때문에 여친과 헤어진줄 알고

헤어지는 부분을 계속 찾고있었습니다.
훈훈하게 끝나서 다행이네요
13/01/14 00:47
수정 아이콘
아아 저도 똥얘기 하고 싶네요.
허클베리핀
13/01/14 00:50
수정 아이콘
'몇년후' 자막뜰때마다 힘겨우셨겠습니다 으하하ㅜㅜ
불량품
13/01/14 05:07
수정 아이콘
저도 친구들사이에선 왕성한 장활동으로 중학교때는 학교에서 대변보는게 당연한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똥클럽도 만들었엇고 이런저런
똥에프소드가 많아요 근데 언제나 똑같은 점은 바로 직전에 조심해야한다는 겁니다 집에 올때 갑자기 웨이브를 느껴서 참고 참으며 중간에서
서가면서 괄약근에 힘주고 다시 빠릿빠릿 걷다가 집앞에 도달할때 긴장이 풀릴때즈음에 괄약근 통제가 안될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실 문열고 변기에 앉기 전까지 아직 변기는 멀었다 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조금의 팁이 된다면 좋겠네요
runtofly
13/01/14 09:19
수정 아이콘
블루밍가든 가셨었나봐요 저도 오징어먹물 좋아하는데..
차를 몰고 강남구청역 근처에 있는 한의원에 가던 도중에 급똥이 왔는데 갤러리아 앞에서 신호가 걸렸었어요.... 이대로 차를 버려두고 백화점으로 뛰어갈까 한참 고민하다가... 심리치료 받을 때 배운 자가 최면요법중의 하나를 급히 시전하여.... 한의원까지 무사히 도착했던.. 아찔한 기억이 나네요 크크
13/01/14 09:32
수정 아이콘
후 배변에 능숙하지 않는 저는 이 글이 남일같지 않네요.
사실적인 묘사 좋아요
메지션
13/01/14 16:14
수정 아이콘
그날 '전' 여친이라고 해서 똥과 관련된 사건으로 여친과 헤어진 이야기를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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