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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2 08:35:59
Name AC/DC
Subject [일반]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스포 포함>
【아직 영화를 안보셨고 혹여 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감상을 읽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이토록 먹먹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 후로 아직까지도 이보다 더 애틋하고 여운 남는 작품을 보지 못했습니다.
추억을 다룬 사랑이야기가 많다 한들 이렇듯 우리네 동양적인 정서에 딱 들어맞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요.

'지금만나러갑니다'부터 최근 '건축학개론' 까지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목마른 여운에 입맛을 다시는 것 이상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참 첫사랑이라는 소재가 그리 녹록하지 않나봅니다. 가장 보편적인 소재라도 때로는 가장 표현하기 까다로운 것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굳이 옛사랑, 첫사랑을 한맺힌 그것으로 그쳐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러브레터를 보게 되었네요.

추억은 참 건드리기 까다로운 것입니다. 자칫 건드리면 그 바랜 색감을 망치게 되지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엄태웅의 추억을 흐트려놓았듯 말입니다. 추억은 감성으로 개개인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기에 함부로 타인이 휘저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러브레터는 조금 다릅니다
추억을 찾는 데에 나아가 잃어버린 추억을 덧대어 더욱 아름답게 완성시켜 주지요.
알지 못하는 상대의 부탁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주고 그것은 점점 나의 과거찾기가 되어가며 시나브로 결국에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한 추억찾기가 되어갑니다.

한 남자를 추억하는 같은 얼굴의 두 사람, 둘은 편지라는 우연을 통해 현재속에서 각자의 과거속의 한 남자를 공유합니다.
삼각관계는 사실 엄연히 말하면 한 남자의 입장에서는 첫사랑으로 시작된 단 하나의 이어진 운명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여자의 사정은 다르지요. 한여자에게는 내려놓음이고 한여자에게는 아로새김입니다.

편지라는 장치는 두사람의 만남을 주선할 뿐더러 나아가 남자의 도움없이도 남자를 둘러싼 추억을 이야기하게 해줍니다.
한사람은 편지로써 추억을 묻고 나아가 여행으로써 죽음이라는 이별을 극복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새 출발, 새 시간을 얻게 되지요.
반면에 또 한사람은 편지로써 추억을 메우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으로 과거를 완성합니다.

또한 추억찾기에 마침표를 찍은 한 권의 책이 영화에서 중요한 메타포의 역할을 합니다.
제가 위에 풀어놓은 이야기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의 제목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이 추억여행은 달리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참 교묘하기 짝이 없고, 또 운명적입니다. 책과 편지, 그리고 동명이인, 동면(?)이인이라는 장치를 그야말로 영화답게 잘 엮어 버무려놓았습니다. 게다가 그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시놉시스에 어색함이 없고 몰입하게 합니다.




자칫 포근해 보이는 겨울은 주인공 두명에서 아픈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순백의 겨울은 두사람을 포용하듯 따뜻한 배경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주인공, 은은한 음악까지 어느하나 나무랄게 없는 영화였습니다. 참 신기하고 뭉클하게 이는 마음에 잠못이루고 감상평을 적어놓았다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아침부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습니다. 늦게서야 접한 이 95년도 명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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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Hate
12/10/12 08:47
수정 아이콘
오뎅..다 낐을까?
내려올
12/10/12 09:0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첫플부터 이러시다니
곱창전골
12/10/12 09:0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영화 가운데 최고의 엔딩이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아도 엔딩만은 확실히 뇌리에 박혔죠.
추억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여러 장면들도 많지만
여러 블로거들은 다른 장면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가령 아버지 장례식 때 발견한 잠자리 화석이라던가..)

매년 한번은 보는 영화입니다.
확실히 감독은 난사람입니다. 몇년전 영환데도 촌스럽지가 않아요.
ChRh열혈팬
12/10/12 09:03
수정 아이콘
전 맨 처음 흔한 멜로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서 참 먹먹해지더라구요. 운명적인 사랑, 그런 내용은 하나도 담겨져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그려진 사랑이 온전히 현실적이냐... 그런 것도 아니고. 현실과 운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한 남자를 잊어가는 여자와 찾아가는 여자에 대한 묘사가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그려진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
12/10/12 09:17
수정 아이콘
제 닉네임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기도 하고요.
전 이 영화의 순정 만화적인 감성이 참 좋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두 사람의 추억이 나오는 장면들이 특히 좋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균형잡힌 역사 인식이 마음에 들기도 하구요^^
시크릿전효성
12/10/12 09:4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엔딩은 오겡끼데스까 그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그 부분보다 기억에 남는 것이,
후배들이 책 한권을 갖다주는데, 기록표 뒤에 자기 얼굴이 그려져 있죠.
그리고는 말합니다.

"이 편지는, 가슴이 아파 부치지 못할거 같습니다..."

전 이부분에서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 짜는 것 처럼 먹먹해지더라고요...
12/10/12 09:52
수정 아이콘
저도 열 번은 넘게 본 영화입니다.
짱구 !!
12/10/12 10:03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1학년 감수성 폭발할 시기에 이 영화를 보고 바로 한 일이 ost구입이였죠.

수능 공부할때까지 진짜 수백번은 넘게 돌렸을듯...
시지프스
12/10/12 11:18
수정 아이콘
술취할때 가끔씩 보는 영화에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영화지요. 한국멜로 갑은 글쓴분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헐리웃 멜로 갑은 러브어페어,둘을 제외한 최고의 사랑영화죠. 유난히 많은 추억이 얽혀있기도 하고..
언니는그럴분이아니죠
12/10/12 12:03
수정 아이콘
저는 처음에 히로코와 이츠키가 같은 배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영화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보는 내내 빠져들다보니.. +o+
나중에 보니 여자 둘이 같은 배우?!!!!!
제 인생에서 정말로 엄청나게 큰 충격이었고
한 때 막연하게나마 무모하고 정신나간 꿈을 갖게 해주었던 영화입니다.

눈이 차갑지않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라... 따뜻하기까지 하지 않나요?
시크릿님 너무너무 공감합니다.^^
이직신
12/10/12 15:40
수정 아이콘
PGR에서 영화 얘기 나오면 매번 쓰는 영화..제 생애 최고의 엔딩.
케이아치
12/10/12 16:11
수정 아이콘
ㅠㅠ 마지막 그 장면은 정말 ㅠㅠ 한 번 더 봐야겠네요 주말에.
땅과자유
12/10/12 20:16
수정 아이콘
누가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일까요? 이것이 한동안 이슈기도 했었죠.
응큼한늑대
12/10/12 20:52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도 아마 앞으로도, 제 인생 최고의 영화입니다.
점박이멍멍이
12/10/12 23:17
수정 아이콘
저도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는 영화입니다.
한번씩 TV에 OST가 나올때마다 새록새록 무언가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련해지곤 해요...
백마탄 초인
12/10/12 23:32
수정 아이콘
제 생에 최고의 멜로 영화입니다... 솔로 시절 크리스 마스만 되면 보던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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