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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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6 18:38:02
Name 차약사
Subject [일반] 변변치 못한 제 이야기 올려봅니다
자게의 무거움을 생각해보면 제 이야기를 올리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 일기장이라 여기고 글 올려봅니다
PGR은 제가 임요환의 IS시절때부터 들어오던 유일한 웹사이트여서 제 오랜친구와도 같다고 생각하기때문일까요 뭔가 친한친구에게 술 마시면서 할 얘기를 써볼게요

전 지방에사는 26살 남자입니다 지방사립대 자연대 학생이고 2학년을 마치고 현재 가사휴학을 4학기째입니다 제가 준비하는 시험이 있는데 이과계열 학생이시라면 다들 아실법한 PEET라는 시험입니다 약대가 약학전문대학교로 개념이 바뀌면서 대학교2년 이상을 수료한 학생에게 지원자격이 주어지고 합격시 약대로 편입하는 시험입니다(현재 약대가 6년제인데 합격시 3학년1학기로 시작해서 편입개념입니다)

약대라면 수능컷으로 따지자면 이과계열에서 최상위 등급인데 기껏 지방사립대 자연대학생이 합격하기란 사실 많이 좁은 구멍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 여부를 떠나서 실질적인 경쟁자는 서울상위권 대학교 학생들이다보니 아무래도 기본기나 공부습관, 공부능력에 있어서 많이 차이가 나서 아무래도 전 부족함이 많이 느껴집니다

첫해는 친구와 독서실에서 스탑워치 7~8시간 정도 했습니다 정말 멋모르고 공부했습니다 공부에도 괜시리 허세가 들어있었구요 일주일에 한번은 여자친구도 만났구요 일주일에 1~2번 밤늦게 친구들하고 1시간반정도 풋살차면서 했습니다 사실 뭘 몰라서 한해 더 먼저 공부한 친구따라서 인강들었고 학원다녔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시험장에서 처참히 무너졌죠 완전히 우물안 개구리였습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정년이 사실 얼마 안남았습니다 집에서 모아둔 재산이 있는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평범한 가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학교다니면서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길 바랬지만, 전 어찌보면 제 자존심때문에 이 시험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나름 고1때까진 공부 잘하는 아이였거든요 초등학교때부터 쭉 그렇게 전교권까진 아니었지만 좋은학군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공부잘하는 친구들도 주위에 많았구요 그러다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고2,고3을 놀면서 흘려버렸고 그래도 수능치고 2군데를 붙었지만 거기 다니기엔 제 어렷을때부터 포장되온 공부잘한다는 이미지때문에 거기에 다니기엔 쪽팔린다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아버렸고 결국은 더 입시컷이 낮은 대학에 다니게되었죠

학벌이 다가 아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보니 제가 할줄 아는게 없더라구요 잘살고는 싶은 욕망은 정말 큰데, 장사를 할 능력이 빼어난 것도 아니고 밑천도 아이템도 없고 운동은 잘했지만 선수 할 것도 아니고, 제 주변친구들보다 잘 노는 것도 아니고 잘생긴 것도 아니었구요 결국 점점 의기소침해가는 제 자신을 곧추세울 방법은 다시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겐 이 시험이 패자부활전이었죠 그리고 명예회복의 기회였구요

그래서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결심하고 여자친구도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이미 한번 수능재수를 하면서 부모님 뒤통수를 쳤지만 한번만 더 믿어달라고요 나 정말 고3때 공부안하고 지금 이러는 거 평생 후회할것같다고요 넉넉한 집안 살림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셨어요 이미 한번의 뒤통수를 쳤었지만요 그리고 올해1월달부터 공인영어와 병행하면서 시험준비를 했습니다 학원다니고 스터디도하고 인강도듣고 그러다가 실강하는 학원이 강남에 있어서 강남도 두달정도 있다가 왔습니다 내려와선 통학하다가 그시간도 아까워서 기숙사도 마지막 한달 들어갔구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슬럼프도 물론 많았지만, 좋아하던 축구도 끊고 친구들도 안만나고 카톡도 지우고 SNS도 탈퇴하고 말이죠 힘들어서 술먹고싶은날은 독서실 갔다와서 자기전에 마트에서 맥주 한캔 사서 불꺼진 방안에서 괜히 예능보면서 혼자 마셧구요 어디 스트레스 풀 곳이 없으니깐 혼자 조깅하면서 스트레스 풀었습니다 이시험에 돈도 많이 들어서 군것질도 거의 안했구요

그렇게 용을쓰면서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더라구요 인강의 노예, 복습부족, 문제풀기를 두려워했던것, 틀린문제보다 맞은문제를 보며 혼자 위안삼았던것, 열심히는 했지만 느린 커리큘럼 등등등 많이 부족했죠 전형적인 하위권 학생패턴이었습니다 8월말에 시험을 치고 가채점을 해봤는데 원서조차 못쓸 점수더라구요  점수도 별로 오르지 않았구요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고 주위에 친구들을 볼 낯이 없었어요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걸 좋아해서 술자리도 정말 좋아하고 전화하면 같이 공 찰 사람들도 많았고 해서 난 주위에 사람이 많다 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한단 핑계로 거리를 뒀던 기간이 2년이 다되가는지라 사실 위로받을 친구들도 거의 없었구요 돌아갈 학교는 비싼 등록금에, 과는 취업율은 바닥이었고 비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삶에 좌절이 왔어요 펑펑 울기도 했구요 쥐구멍에라도 숨고싶고 역시 내가그렇지 라는 좌절감이 왔어요 언제부턴가 꼬여버린것같은 인생에 삶을 포기하고도싶었구요 멍하게 사람도안만나고(사실 만날사람도 이젠 별로없었습니다) 몇일 보내고 나니깐 전 그래도 이 길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고 아직 그런용기는 없기도하고 정말 죽을만큼 열심히하지도 않았다는 것도 미련이 남게되네요 그리고 정말 후회가 안남을만큼 해보고 설령 안되면 삶을포기하느니 이런 생각대신 그땐 쿨하게 물러나겠다고 다시금 각오를 다녔습니다 사실 점수만 보면 삼수를 하면안되는 점수긴 한데 그래도 다시 한번만 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힘들게 정말 힘들게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시험끝난지 일주일도 안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도 사실 사람 마음은 간사한지라 편안함을 찾게되고 아직 긴 시험을 준비한 피로가 덜 풀렸어, 남들보다 빨리 시작했으니깐 조금은 쉬어가도되 등등  마음도 잘 못잡고 TV 볼 것 다보고 슬럼프라는 핑계속에 숨기도 많이 숨었습니다 하지만 어젠가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 중에 나보다 절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또 정말 날고기는 학벌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정말 이를 갈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구나라는걸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달려볼려구요 전 축구할때 미친듯이합니다 이기겠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뛰어다니죠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다리에 피가나도 개의치않고 뜁니다 태클도 열심히하고 많이넘어지죠 한게임뛰고나면 이틀동안은 전신에 알이 배겨있을정도입니다 동네축구에선 박지성 부럽지않죠 근데 공부에서만큼은 그런 열정을 보였던 적이 없었던것같아요 구자철 선수도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갔을 때 여기서 더이상 밀려나면 안된다면서 오후에 훈련하고 집에돌아오면 아무리 추워도 밤마다 아우구스부르크 도로를 미친듯이 뛰어다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곳에서 성공했다구요

그래서 다시한번 저도 미친듯이 해볼려구요 여기서 제 꿈을 이루고싶네요 제 초등학교1학년때 장래희망 적어갈때 약사를 적어갔었거든요 좀 늦은 나이긴 하지만 꼭 꿈 이루고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에게있어 부끄러운 아들인데 그 기대 세워드리고 싶구요 그래서 PGR도 1년동안 끊고 자주 들어가던 I LOVE SOCCER도 끊고 해축도 자제하려구요 이 사이트는 학벌 좋으신분들도 많고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사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다들 힘든 과정이 있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제 인생에 RDS가 여기라고 앞으로1년이라 여기고 꼭 좋은 결과를 이룰게요 목표는 수석이구요(꿈은 크게가져야죠 크크) 수석해서 합격수기를 약대가자와 PGR에 올리는걸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숨대신 열정으로 좌절대신 용기로 부딪혀볼겁니다 여전히 전 제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주인공은 해피엔딩일거라고 믿고있습니다 1년뒤에 돌아올게요 설령 또한번 실패하더라도 STOP을 누룬 여자친구에겐 못 돌아가지만 PGR엔 돌아올수있을것같네요 저 말고도 뭔가 좌절속에 희망을 찾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같이 딱 한번만 더 힘을 내서 전속으로 달려봅시다 해뜨기전이 가장 어둡다고 지금이 고비라고 여겨봅시다 내 앞에 남아있는 마지막일 것같은 기회 꼭 잡아냅시다 모두들 파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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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noid Android
12/09/26 18:51
수정 아이콘
원래 행복을 위해 고통속에 산다고 하잖아요.
지금의 고통을 행복을 위한 자양분으로 생각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m]
2막2장
12/09/26 18:53
수정 아이콘
어제 성적이 나왔죠? 저도 압니다. 왜냐면 저도 시험봤거든요 크크크 결과는 시망이지만.. 늦은 나이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어렵게 나왔다던 화학보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다른 과목에서 엄청난 펀치를 맞고 쓰러졌지만, 아무튼 성적이 나온 지금은 외려 편안하네요~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야 다음에 무얼하든 제대로 추진력을 받을 것 같거든요.

마음 다잡고 열심히 하는게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결국에 집중력싸움이고, 체력싸움이고, 압축적으로 핵심을 어떻게 많이 건드리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아무쪼록 열심히 하셔서 내년에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ps 개인적으로 축구 좋아하신다길래 굉장한 친근감이... 크크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고, 지금은 그렇게 안되지만, 집중하면 저는 사람 발이랑 공밖에 안보이는 걸 경험했거든요. 제 체력을 뛰어넘어보기도 했구요.. 셤끝나고 친구들이랑 풋살하기만을 고대했었죠~크크 지금은 호돈신만큼이나 뚱뚱이라서...ㅡㅡ;; 열심히 하세요~
12/09/26 18:58
수정 아이콘
여기 29살 예체능 학생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마세요... 저도 최대한 늦지않았다고 혼자(?)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ㅠㅠ 아무쪼록 열심히 하십시오..!!!
정봉주
12/09/26 19:06
수정 아이콘
열심히 해서, 나중에 웃는 모습으로 만나요.
몇년 뒤 이 사이트에서 다시 약사가 되었다며, 그 때 썼던 글이 마음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날이 오길 잠시 기도해 봅니다.
홍삼먹는남자
12/09/26 20:27
수정 아이콘
오늘은 노래로 자신에게 다독여주세요. 수고했어, 오늘도.
http://youtu.be/KxkKfJCZKO4
12/09/26 22:54
수정 아이콘
성공은 과정이 있기에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지금을 단지 견뎌내야할 고통의 시절로 생각하지 말고 차약사님의 소중한 인생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2/09/26 23:51
수정 아이콘
힘 내시고,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다만, 원하시는 시험에 붙지 못하고 약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나 부모님 뒤통수를 치는 아들이 되지는 않는다는 부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을 빛나게 하거나, 나를 빛나게 하는 직업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닙니다. ^^
몽실이
12/09/27 00:19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이렇게 본인의 의지를 담담하게 풀어나가시는걸보니 다음번 시험에는 꼭 좋은 결과있으실거 같네요~

정말 이런글을 볼때면 고등학교때 공부열심히 하는게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12/09/27 02:53
수정 아이콘
저보다 훨씬 나으신듯 합니다..

힘내세요
켈로그김
12/09/27 10:33
수정 아이콘
먼 길을 돌아서 가는 과정은 힘이 듭니다.

무책임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경우엔 결과가 좋으면 되는거니.. 모쪼록 최선을 다 해 주시길 바랍니다.
12/09/27 21:09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첫 시험때 멘붕 제대로 겪고 4개월정도 방황하고 엄청 고생했습니다.
올해 종합반에서 마음 다잡고 죽어라 공부하니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네요.
기왕 한 해 더 하시기로 한거 꼭 붙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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