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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09 09:06:13
Name 빼꼼후다닥
Subject [일반] 나치를 보았다.
뭐 대한민국에서 나치 추종자나 무덤에서 걸어나온 게슈타포가 한국까지 헤엄쳐서 찾았는데 제가 그걸 우연히 목격했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뭐 하도 관련 글이 많은 것 같아서 좀 찔리기는 하지만, 굳이 타블로 씨 사건만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진 않아서 한번 주절거려 보려고 합니다.

사실상 이번 타블로 씨 사건은 결국 수많은 다수가 이유도 사라진 채로 한 남자와 그의 가족들을 무참히 박살내려 했었고, 이를 겨우 막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마음의 상처가 타블로 씨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생겼을꺼고,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부인인 강혜정 씨는 이제 어린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이신데 더욱 크실 것 같아서 염려스럽군요.

흔히 말하는 나치나 파시스트 등의 군국주의를 말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좀 더 넓은 범위로... 굳이 언급하면 이성을 잃은 다수의 횡포 정도로 해두죠. 몇 명의 선동자에 맞춰서 행동한 그들과 히틀러의 연설에 감동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던 당시 독일 시민들과의 차이도 별로 없다고 생각되고요.

그들의 논리 있는 주장이라 하는 것들은 즉각즉각(몇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전 즉각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증거가 올라오고, 반박글이 올라오지만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점점 주장은 궤변이 되어가고, 궤변은 더도 말고 헛소리였습니다. 그들 말대로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증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왜 그들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주장을 확정지으려 들었을까요?

이미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일명 '왓비컴즈'라는 사람도 무섭지만, 그를 따라 움직였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 카페의 회원 숫자 전부가 활동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들은 넓은 광장 하나를 통째로 채울 수 있을만큼이나 많았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행동에 나선 사람들까지 있었고요. 정말 이 사람들 전부가 왓비컴즈의 의견을 전폭 지지하고 받아들인 것일까요? 아니 타블로 씨가 학력 위조에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 국적이니, 그의 가족에 대한 사항을 건드리는 사람들은 정말 타블로 씨를 의심한걸까요? 아니면 그냥 타블로가 아무 이유 없이 싫었을까요? 검찰이나 방송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은 말로만 떠들었을까요? 언젠가는 타블로 씨의 집에 돌멩이라도 던지고, 심지어 불이라도 지를 사람은 없었을까요?

솔직히 정말 예전부터 그들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왠만하면 기사도 찾아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타블로 씨가 확실히 우위를 거두자, 말이 바뀌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깐 미쳤었던 걸까요? 아니면 이성을 잃고 행동한걸까요? 몇달동안이나 말이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처벌이 두려운 걸까요?

정말이지 이번 사건을 보면서 궤변에 이끌려서 뭉친 사람들의 횡포가 얼만큼 무서운지를 깨달았습니다. 논리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 수준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시덥지도 않은 의견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선동하려 드는 모습은 정말 무섭습니다. 만약에 그들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더 신뢰란 것을 얻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합세했다면? 이를 이기지 못한 타블로 씨가 그냥 포기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저는 그들을 볼때마다 나치를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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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9 09:23
수정 아이콘
괴변->궤변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죠. 저도 옛날에는 자주 틀렸네요. 흐흐

로버트 차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의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란 부분을 읽어 보시면(특히 사이비종교 언급 부분)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네요.
눈시BB
10/10/09 09:47
수정 아이콘
지들끼리만 놀았으면 괜찮았겠지만...
네티즌이 사람 하나를 어떻게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죠.
10/10/09 10:03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분이 계셨군요.

전 나치의 괴벨스가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교묘하게 선동하고, 세뇌 시키는.. 현대에도 그런 세뇌가 통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abrasax_:JW
10/10/09 10:07
수정 아이콘
미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진심입니다. 집단 자살이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10/10/09 12:02
수정 아이콘
나치까지 갈 필요도 없죠.
반세기 전만해도 서북청년단이 날리던 나라였는데요.
New)Type
10/10/09 12:14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인터넷이 정말 무섭습니다.
08년도 이후부터 연예계부터 시작해서 사회 전분야에 걸쳐서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자살한 사람도 여럿이었죠.

당장 최근 2개월만 바봐도 그냥 매 순간마다의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구요.
타블로 사건이 종료되어 가는 시점에 새로 터져나온 걸그룹 이야기에 달리는 리플만 봐도
'이 사람들에게 학습 효과란 없는건가?" 라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정치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참... 무시무시한 시기입니다...
우선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력기관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견되고
코미디보다도 더 코미디스러운 어록은 매일같이 나타나죠.
권력기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커졌길래
'경찰 조직을 통째로 매수한다' 라는 헛소리까지 나오는게 가능할까요.

인터넷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국민 전체가 기본적인 의식을 갖추고 그것이 강화되어야 인터넷의 순기능이 강화될텐데
정반대로 인간의 추악한 속성을 인터넷으로 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도 잘 쓰이면, 특이한 혈액형으로 혈액이 부족한 사람을 살려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단순한 소문의 확대 재생산, 공론화, 그리고 권력기관화 되어버려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켜버립니다.
말 그대로 파멸입니다.

'언론'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끄러운 언론사들도 문제입니다.
시청률, 기사 클릭수를 위해 어떤부분도 검증되지 않은 뜬 소문들을 쫓아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단독으로, 기사가 ~~에 전화해서 확인해본 결과 '~~일지도 모른다' 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라는 식으로 된 내용을 사실처럼 논리전개하고
'~~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만 할 것이다.' 라는 등의 팩트가 아니라 본인의 사견만을 내놓는 기사도 정말 많습니다.
진짜 타블로 사건이 종결되어 가는 분위기가 되자, 바로 다음 사건으로 갈아타서 논란글을 조장하고 있으니...

잉여력이 넘치는 인간들은 스탠포드대에 수백통의 문자, 전화를 하면서 자료를 요구하고...
정말 한국 망신입니다. 스탠포드에서 유학중인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그리고 스탠포드대 졸업생들이 느끼는 한국이란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로 인식될까요.

저는 인터넷 실명제, 종량제에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인데...
파란당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계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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