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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09 10:29:35
Name 아지노스
Subject [일반] 초년생의 푸념
1.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저한텐 4점대나 3점대 후반의 학점 같은 건 없었고, 서류전형만 정말 수 십번 떨어졌었죠.

그나마 운 좋게 면접보러 가보면, 접근불가의 스펙을 갖추신 분들 정말 많더군요
(토익은 900 후반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경우가 부지기수…)


2. 그래도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어떻게든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도 아니고, 복리 후생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저로썬 만족할 수 있는 연봉에 괜찮은 조건이었죠.

매달 대출금 상환하신다고 허리띠 졸라 매시는 어머니.
조금이나마 숨쉬기 편하게 해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3. 어제는 첫 회식이었습니다.

입사한지는 꽤 되었지만, 평소엔 볼 기회도 별로 없는 ‘높으신 분들’이 참석하는 자리.
저는 마른 편이라, 약해보이는 이미지 주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더 많이 먹었습니다.(바보)
성격 무뚝뚝하지만, 계속 웃는 얼굴 유지하고 되지도 않는 개그들 날렸습니다.(가증)
제 깜냥에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습니다.


4. 새벽녘, 자리를 파하고 일어나는 분위기.

옷을 챙겨 입고 나오는데, ‘높으신 분들’이 무심코 던지셨던 말들이 가슴에 남아있네요.

“넌 왜 그렇게 말랐냐? 젓가락질을 잘 못해서 잘 못 먹나? 크크”
“여자친구는 있어? 내가 다른건 몰라도 감은 좋은데, 넌 비리비리해서 시원찮겠다.”
(잠시 말 안하고 있으면) “성격이 원래 조용한건가? 우린 웃긴 사람이 좋은데…”


5. 저는 신입사원이니까요.

징징댈만한 나이도 아니고, 그저 제 노력이(연기가) 부족했던 탓이지요.

마른 체형이지만 전방부대에서 땅개로 구르며 군생활 한 놈이다, 나 사실 친구들 사이에선 입담 좀 있다는 소리 듣는다…
이렇게 핑계 아닌 핑계 대고 싶었지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중요한건 제가 어떤 놈이냐가 아니라,
그날 그런 이미지로 비춰졌다라는 것이겠죠.


6. 오늘도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런데 오전부터 일 안하고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걸 보면, 전 정말 아직 멀었습니다.


7. 이제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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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nysun
10/09/09 10:34
수정 아이콘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마른장작이 얼마나 잘타는데요~

힘내세요.
가만히 손을 잡으
10/09/09 10:30
수정 아이콘
무심코 던진 말은 그냥 무심코 던진 말일 뿐입니다.
살펴봐도 딱히 의미있는 말은 없네요.
직장생활은 길게 보는 겁니다.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연적하
10/09/09 10:36
수정 아이콘
초년생 파이팅입니다!!
버틸수가없다
10/09/09 10:38
수정 아이콘
그래두 저부다 한참 앞서가시네요, 전 아직 사회생활 시작도 안했는데, 술을 안마시겠다는 인생철칙때문에 벌써부터 넌 사회생할 하지마라는 소리 듣고다닙니다.
10/09/09 10:40
수정 아이콘
술자리 끝무렵에 말이라도 걸어주는게 얼마인가요~ 다 관심의 표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있는듯 없는듯 구석에 박혀있다가 알아서 집에가는 이들도 있다구요...ㅠㅠ

에효, 전 오늘 추석근무요청 통보를 받고 이노무 회사 때려쳐야하나 고민들어갑니다. 것도 타 팀 실수로... 고향표 예매하려고 쌩쇼를 했는데, 양보하기 죽기보다 싫네요.
10/09/09 10:43
수정 아이콘
술자리에서 하는 말들은 술김에 그냥 던진 말일 뿐입니다.
아마 높으신 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글쓴 분에게 자기가 뭔 말했는지조차 기억 못하실걸요?
게다가 그 높으신 분들 자주 만날 일도 없을 거고요.
물론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긴 하지만 진짜 술 먹고 진상 부리지 않는 한 큰 영향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업무상 능력이고 성실한 모습입니다.
회식 다음 날 제일 먼저 출근하셨다고요?
출근해서 이런 글 쓰고 있어도 윗분들한테는 그런 성실한 모습이 먼저 각인될 겁니다.
잘하시고 있는 거예요.
10/09/09 10:46
수정 아이콘
술자리에서 던지는...시시껄렁한 말은 가볍게 무시해주시면 됩니다...

정말 본인들은 아무 생각없이 던지는 것들입니다...

화이팅!!!
10/09/09 10:53
수정 아이콘
전 어제 회식할때 먹은술이 깨질않아 오전내내 놀고 있습니다
맥주귀신
10/09/09 10:57
수정 아이콘
'진국'이라는 말 있죠?
화려하게 처음부터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조용 하지만 남들과 조화 잘 이루고 자기 할 일 잘하는 사람이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알아봐줍니다.
와룡선생
10/09/09 10:56
수정 아이콘
원래 신입에게 술 맥이고 말 장난하는건 군대랑 비슷한거 같더군요..
그래도 그때가 좋은겁니다..ㅜㅜ

직장생활이란게 널널할땐 월급도둑 되는거고
바쁘면 착취당하는겁니다..
여유있을때 마음껏 월급도둑질? 하세요..
항즐이
10/09/09 10:59
수정 아이콘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낯선 환경을 만나는 사회 초년생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는 일종의 예능 캐릭터 설정입니다.

낯선 사람과 만났을 때 우리는 그(그녀)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형화된 특성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이해하기도 쉽고, 따라서 다음을 예측하고 공통의 관심사나 장/단점을 파악해서 이를 이용해서 대화를 풀어나가기 좋기 때문이죠. 특히 "재미"가 목적이 되고 그러므로 흐름이 끊어지지 않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회식에서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더불어, 잘 이해되는 특성 중 하나라 할 지라도 예능에서 선호되지 않는 인물형인 내성적, 단답형, 4차원, 맥커터 등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티비를 끄고 돌아앉은 나의 현실은 대출걱정에 집 걱정에 아이걱정에 찌들어 있기 때문에 예능에서는 그것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도 같죠. 집에 가도 걱정, 회사 책상에서도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회식자리에서 만이라도 그런 모든 것들이 "없는 듯" 즐거운 척 하며 진짜로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예능을 보세요. 많이 보세요. 내가 어디에서 웃고 있나를 기억하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해 보세요.

진실된 내 모습은 이런게 아냐 하는 고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에게 진실된 자기 모습 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좀 더 정확히는 "상대가 기꺼이 받아들여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편안한 이야기가 오가는, 흐름따위는 상관없는 진실한 술자리는 오랜 벗들의 몫으로 남겨두어도 충분합니다.

아지노스님은 예능프로그램에 새로 들어온 고정입니다. 역할은 "신입사원"이죠. 수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많은 성공담들이 존재합니다. 어느 것이건 조금씩 아지노스님에게 쓰일만한 캐릭터들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역할인 "선배사원"에서는 좀 더 좋은 캐릭터 설정이 가능하기를 기원합니다.
Zakk WyldE
10/09/09 11:09
수정 아이콘
그냥 일부러 던지는 말일 수 있습니다.
대게 다 그러니까요. 그냥 신입다운 파이팅을 보여 주시면 좋은데, 그렇지 않더라도 업무능력을 보여주면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다 인정해 줍니다.

사회에선 성격이 어떻고를 떠나서 일만 잘하면 땡입니다.
순모100%
10/09/09 11:15
수정 아이콘
회식자리에서는 주사없고. 눈 동그랗게 뜬 채 남의 이야기 잘 듣고 잘 웃으면 다 됩니다.
나중에 친해지면 친해진 사람위주로 앉아 이야기하면 되구요.
처음부터 친해지는 게 쉬울까요?
동호회도 아니고 직장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어떻게 보면 사람하기 나름인데...
학창시절 그렇게 내성적인 친구하나는 지금 회식때마다 노래방사회보고 있다더군요. 특히 나이든 윗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환경이 사람을 만듭니다. 적응하다보면 점차 친해지고 친해지다보면 어떻게 헤쳐나가야할 것인가 노하우가 쌓일거에요.
주위에서 유독 대인관계에 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거울삼아 비슷하게 행동해보세요.
아니면 그 사람 하나만은 내 손(?)에 넣겠다는 심정으로 원타켓 접근법도 좋고. (그 사람 인맥이 고스란히 내것이 되거든요.)
저도 계산적인 인간관계는 싫지만 직장에서만큼은 업무상 효율때문에 전략적으로 대인관계를 조절할 필요가 있긴하더라구요.
10/09/09 11:21
수정 아이콘
아직 학부생이긴 하지만... 주위 형들 말 들어보면, 군생활 생각해보면 여기가 낫다고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말들하더군요.
힘내세요// 처음 자대배치 받았을 때, 100일휴가 나갈때, 일병이 될때, 분대장이 될때... 저도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생활하며 인정받았고, 자주 웃게되었고, 적극적으로 되었었죠. 님도 그러셨겠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너는나의빛^^
10/09/09 11:23
수정 아이콘
웃긴 사람, 예능인, 그런 사람을 술자리에서 찾기는 합니다만.
결국에는 자기 할일 잘하고 성실한 사람을 더 쳐주게 됩니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그런거 같아요.
생활하는 거 보면 다 보이거든요..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회식하고 제일 먼저 출근하신 아지노스님의 모습만 유지하시면..
인정받고 자신감도 많이 생기실듯
10/09/09 11:24
수정 아이콘
직장이건 어디건 신입에게는 패기넘치는 모습을 기대하는게 일반적인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회식자리에서의 일은 회식자리에서 끝내시고 너무 생각치 마세요 ^^

그리고 사소하고 당연한 팁하나 말씀드리자면
상사로부터 지시받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중간보고나 결과보고 등을 상사가 묻기전에 먼저 얘기해주시는게 좋습니다
"그거 어떻게 됐어?" 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보고를 하는게 좋다는 거죠 ^^
발가락
10/09/09 11:27
수정 아이콘
패왕색의 패기를 뿜어보시는건 어떨지.. ^^;;

전 직장생활 9년차입니다만.. 신입때 생각해보면 뭐 그냥 피식 웃지요..

다 지나가는 일입니다. 결국은 자기할일 잘 하고 어느정도 성심성의껏 .. 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면..
웬만해선 마이너스될일은 없습니다.

예체능이나 기타 잡기로 플러스를 쌓는것과 적어도 마이너스 점수를 받지 않는것을
지난 경험을 더듬어서 생각해보면..

마이너스 안되는 쪽이 더 길게 갑니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의사소통이 좀 원만한 분위기는 만드셔야겠지만요..

일 잘하고, 근무태도도 좋은데.. 말은 붙이기가 좀 껄끄러운 부하직원도 마이너스이긴 마이너스죠..

결론은 그 어느 소속에서보다도 가늘고 길게 갈수 있는데가 직장인듯 하더군요..

끝이없는 순환생활.. 후우~
Grateful Days~
10/09/09 11:46
수정 아이콘
신경쓸일과 안쓸일을 구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정도까지 가시면 회사생활 할만하시게 된겁니다. ^^

모든걸 만족하면서 살수없는게 사회생활이죠. 나 자신도 고치기 힘들고 다른사람은 더더욱 고치기 힘들고
The HUSE
10/09/09 12:23
수정 아이콘
일 잘하면 장땡이긴 하지만,
요즘엔 회식 같은 부서 행사에 열심인 사람이 일도 잘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신입 사원이 업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더럽고 치사할지 모르겠지만, 회식자리에서는 그냥 망가지세요.
저같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
스폰지밥
10/09/09 12:55
수정 아이콘
흠흠.. 저는 회식때 선임들이나 높은 사람으로부터 항상 살빼라는 구박과, 목소리가 너무 작은거 아냐? 왜이리 술약해? 평소에 술 잘 안먹지? 라는 구박을 지겹게 들었죠.

그래도 술자리이기에... 술이 깨고 다음날 업무를 같이하면 참 배울점도 많고 인정도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yeoui islander
10/09/09 14:37
수정 아이콘
시간이 약입디다...
주위 신경 쓰는데 시간 허비 마시고 본인 할 일만 딱 부러지게 열심히 하세요..
평판이야 변하게 마련이고 보는 눈이 있던 없던 그게 뭐던 꾸준히 열심히 하시면 좋아지실거예요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은거죠 원래.. 기운 내세요~ 토닥토닥
루미큐브
10/09/09 16:03
수정 아이콘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대들에게 축복이 있으리라~
- 박칼린 쌤
선토린
10/09/09 16:51
수정 아이콘
저도 부쩍 느끼는것은..
이미지도 매우 중요합니다만 회사생활에서는 오직 꿈 꿈 꿈.. 이녀석이 우리의 사업, 업무내용과 관련해서 생각을 키울수 있는 놈이냐? 또 그 영역에 관해서 그 '뇌'를 열심히 단련하고 있는가? 하는데만 초점을 갖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비리비리하게 보이는놈이 몇달 혹은 1년 가지않아 수많은 아이디어와 프로젝에 대해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그사람은 '비리비리하게 보이는데 엄청난 녀석'
이 되는 것이고,
반대라면 ' 뭐할것 같은 인상인데 허당인녀석'
혹은 인상대로 간다면 '비리비리 하게 보이는데 실제 머리도 비리비리한 녀석' 이 되는것입니다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 시킬수 있는 공통조건은 역시 실력이죠..잔머리도 실력을 키울수 있는 방향으로 굴려야지 이미지를 키우는 쪽으로 굴려서는 계속 이미지형 인간으로만 남을 뿐이죠..
얄구지인
10/09/09 18:38
수정 아이콘
그런 작은 말에 반응하지 마세요. 흐흐
별 의미없이 한말입니다. 혹여나, 나이가 정말 많은 사람이라면, 사람 간을 본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신경쓰지 마세요. 그러면 더 쪼그라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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