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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9 02:49:13
Name 한듣보
Subject [일반] # 본격 평범한 대학생 호주여행 다녀온 이야기 - 준비 편 그리고 이전까지 쓴 글들에 대한 변
설득력은 글이 가지고 있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이미 제가 부족한 글을 썼으니 C급 아마추어작가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더라도 오해는 풀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저를 위한 여행이 아닌 500만 원이라는 예산에 짜맞춘 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처음 글을 시작할 때, 그리고 글 중간에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만 전달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실제 그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부터 카우치서핑과 히치하이킹으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훨씬 더 알찬 여행이 될 것이라 쓰면,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않냐고 하실 것 같아, 제 여행계획 시작부터 자세히 써 내려갔습니다. 어차피 매일 글을 쓸 것이어서 곧 자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여행정보 카페에서 중요 여행정보들을 쭉 읽다 보면 카우치서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카우치서핑 웹사이트 접속해도 이용하는 방법은 정말 잘 나와 있습니다. 물론 영어로 설명되어 있어서 약간 무리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전의 도움을 받으면 힘들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께서 카우치서핑을 특별한 사람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셔서, 글 순서의 처음을 저도 경험이 없는 초보임을 보이는 것에 할애하였습니다.

제 부족한 의도와 상관없이 제목만 보고 예산에 대한 정보가 바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셨던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 그땐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경험했던 일들만 최대한 재미있게 그리고 눈곱만큼의 거짓도 없이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호주여행에 대한 글을 쓰지 않으면 6개월이 지나야 쓸 수 있게 되는데 일단 시작한 만큼 꼭 끝내놓고 떠나고 싶습니다. 내용 구성을 대강 해 보니 열두 편이 될 것 같습니다. 악의적 도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니 너그러이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제가 인터넷환경이 좋지 않아 31일까지 댓글을 달기가 많이 힘듭니다만 읽고는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남반구에서 내가 가본 네 곳. 한국인이 가장 많은 네 곳이기도 하다.



2009년 10월 말 뉴질랜드에 어학연수를 간다고 갔는데 3개월은 학원도 잘 다니며 공부를 하다가, 3개월은 외국인 식당도 아니고 한국인 식당에서 일하면서 놀기만 했다. 이대로만 있으면 정말 시간만 버리다가 한국 갈 것 같아서, 나에게 남겨진 9개월 반을 호주에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신청을 했다. 사실 뉴질랜드의 워홀신청은 대학생의 수강신청과도 비슷하나, 호주의 워홀신청은 고등학생의 학원 수강신청과도 비슷하기에 귀찮아서 & 혹시 뉴질랜드 비자 신청 실패할까 봐 그냥 호주를 택한 이유도 있었다. 재수1년, 한국에서 일1년, 외국에서 1년 총 3년을 거기에 군대 2년까지 까먹은 나에겐 지금 여행을 가지 않으면 다시는 언제 가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워홀신청후 3일 깨달았고, 이미 비자신청에 비행기표까지 끊어둔 호주 워홀 따위는 3개월만 다녀오기로 했다.



북반구 올라가면 평생 언제 내려올지 알 수도 없는데 오페라하우스는 찍고 가야겠으니 일단 시드니로 가야 하고, 아는 누나가 작은 유럽이라고 극찬한 멜버른은 두번째로 가기로 했다. 멜버른에는 마침 아는 동생도 있고 하니, 가서 하루이틀 신세 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카우치서핑을 알게 되었고 유럽 가기 전에 뭔지 체험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 신청을 하고 프로필 작성을 시작, 중2 때부터 인터넷 하면서 회원가입할 때 이렇게 프로필 항목이 많은 것은 처음 봤으며, 영어로 프로필을 쓰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인지라 사전 찾아가며 겨우 했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감에 불평은 잠시 미뤄뒀다. 영어에 자신 없으신 분들은 프로필 작성부터 한숨이 나오시리라.....



가입을 드디어 끝내고 카우치 검색을 시작. 검색해서 나오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또 사전까지 찾아가며 꼼꼼히 읽고, 이 사람이 나랑 맞을까 생각도 잠시 해보다가,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남긴 평가도 쭉 한번 읽어보고 여자들은 사진 올라와 있으면 꼭 클릭해서 한번 씩 훑어보고 누구에게 메세지를 보낼지 신중하게 결정. 이제 메세지만 쓰면 된다. 못하는 영작을 머리 굴려가며 힘들게 해서 시드니에 하나 멜버른에 하나씩 쪽지를 보냈다. 다 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일인데, 영어 잘하시는 분께서 보시면 비웃으시겠지만, 그때는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큰일 하나 끝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 끝났다. 수락하는 메세지가 오면 가면 되는 것이구나 하하.



그날 저녁때 영어대화 모임에 가서 자랑을 했는데, 반응들이 썩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누님이 걔네가 도둑으로 돌변하면 어쩔꺼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우리 어머니랑 동갑인 미국에서 오신 아주머니는 우리 어머니도 내가 그거 하러 가는 거 아시냐고 물어보시며, 꼭 어머니께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한단다. 솔직히 거기까지도 생각 안 해봤다. 이전까지는 한국문화가 약간 폐쇄적이고 우리나라에 여행객도 많이 오지 않으며, 배낭여행문화가 없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약간 겁이 나긴 한다.



그렇게 찝찝한 기분을 안고 다음날 답장을 확인하는데, 둘 다 거절이다. 하나는 뭐 내가 올때 부재중이라 거절이고, 하나는 이미 예약이 되있어서 안된단다. 뭐 어찌하나 전부 다시 해야지.. 검색을 해서 프로필을 정독하고 공들여 하나씩 쪽지를 보냈다. 또 거절이다. 약간 짜증나긴 하는데 그래도 참아본다. 또 보냈다. 또 거절이다. 이쯤되면 슬슬 짜증난다. 한번에 여러개씩 보내면 중복 수락되었을 때 내가 다시 말 바꾸기 미안하니까 한개씩 보냈는데 아무래도 몇개씩 보내야 할 것 같다. 세개씩 보냈는데 또 다 거절, 다음엔 다섯개씩 보냈는데 또 다 거절.(시드니는 이쯤에서 되었던 것으로 기억.) 정말 좌절이다. 회원가입 하는 것도 난관이었는데 회원가입이 그냥 커피라면 쪽지보내고 거절받는 것은 T.O.P라 할 수 있겠다.



보낸메세지함 캡쳐 -  이거보고 비웃는 댓글달면 정말 상처받을 수도 있다.

저 페이지 앞뒤로도 정말 많이 보냈다. 보시다시피 전부 14일 15일. 보아하니 처음에는 그냥 보내다가, 나중엔 어떻게든 관심을 끌기 위해 그 사람 프로필에 있는 것중 특이한 것을 제목에 써서 보냈다. 이정도면 거의 발악하는 수준이다. 아 정말 창피하다. 캡쳐하면서 제목부분 가릴까 말까 했는데 글의 재미를 위해 공개하기로 했다.ㅠㅜ 마지막에는 열개 가까이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멜버른에 대략 스무개 정도? 아마 30개 가까이? 보냈을 때 수락 답장이 왔다. 아 어찌나 기쁘던지 정말 그 때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거기다가 내가 일주일정도 있어도 되냐고 물어 봤었는데 일주일 있어도 된단다. 아싸 ! 일주일 있으면서 일자리 구하면 되겠다. 보통의 경우 카우치서핑으로 일주일씩 머무는 것은 드물다. 여행객들도 한 도시에 아주 오래 머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초대하는 사람도 장기간은 부담스러운 듯하다. 2~3일이 가장 일반적.



나중에 들은건데 대부분의 호스트들은 프로필에 다른 사람들의 평-reference이 없고, 사진이 몇 장 없으며, 프로필 내용을 성의없게 쓴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당시 나는 세가지 전부에 해당되었다.-_-;; 더군다나 엄연히 카우치요청 버튼이 메세지 전송 버튼 옆에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몰라서 그냥 메세지 전송으로 보냈다. 그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단연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쓴 것이다. 없으면 그냥 고생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절대 메세지 일괄적으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지는 말자. 다들 경험이 많아서 딱 보면 알 수 있단다.



인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아뿔싸 배낭이 없다. 캐리어를 들고 다닐 수는 없고, 한국가면 있는 배낭을 또 사긴 돈이 아깝다. 여기저기 묻고 묻다가 배낭하나를 빌리긴 했는데 보이스카웃 가방이었다. 으악 창피해. 한국사람이 보면 좀 비웃겠지만 그래도 어짜피 거긴 호주니까 별로 상관 없겠지 싶었다. -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 보이스카웃 마크는 다 똑같다고 뉴질랜드 친구가 한번 비웃어줬다. 처음 여행이니 신중하게 짐을 챙겨야 했다. 무엇을 챙겼는지는 잘 모르겠고 만일을 위해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나 여행경험 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공감 하시리라. 지금 생각해보면 별에 별 잡스런게 다 들어갔다. 짐을 다 챙겨서 혹시나 수화물 규정보다 무거울까 봐 체중게에 올라가서 무게를 재는데 총 27kg이다. 고1 때 성당에서 무거운 배낭메고 도보성지순례도 가봤고, 훈련소에서 완전군장도 해봤는데 (의경출신이라 훈련소에서만 해봤다.) 뭐 이쯤이야 가뿐하지라는 생각으로 전까지 같이 살던 베트남에서 온 룸메랑 눈물의 작별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큰가방부터 뒤에 매고 작은 가방은 앞에 맸다. 크로스백은 목에 걸고 다니다가 목 아파서 큰가방에 매달고 다녔다. 참고로 신발은 사진찍을 때 신고 있던 것 + 슬리퍼까지 총 3개. 난 정말 개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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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29 03:53
수정 아이콘
제목에 이제 예산이 없네요 :D
이래나 저래나 다 애정이 있어서 피쟐분들이 좋은 소리 싫은 소리 하셨던거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한듣보님 계획은 왠만한 피쟐러라면 (자게-질게-유게를 무한루프하는 사람) 다 알고 있었던건데, 굳이 자극적인 제목을 다실 필요 없었겠죠.
아무쪼록 지금까지 써온 글도 주욱 읽어봤고 앞으로의 글도 읽을테니 열심히 쓰시고요!



지금처럼 쓰면 책 출판하기 힘들 것 같으니 더 재미있게 부탁드립니다!!

그럼 여행 준비 잘하시고요, 가시기전에 호주편은 마무리 짓고 가세요 크크


p.s 책 나오면 제가 한 권 사겠습니다.
도라귀염
10/07/29 10:16
수정 아이콘
서점에 가보니까 일본여자가 쓴 얼마 안되는 돈으로 세계여행가기인가 그 책이 있길래 읽어봤는데
회사들 찾아다니면서 세계여행을 하면서 홍보역할을 하겠다던가 해서 스폰을 구해가지고 하던데
그 책 읽어보셨나요?
대구청년
10/07/29 12:37
수정 아이콘
호주그러니까 저랑군대동기중에 저보다 3살이많았습니다.. 호주유학생이었는데.. 선임들이 영어해보라고 하면 맨날 못듣는척하던게
기억나는군요...크크 신혼여행을 푸켓으로 가본거말곤 해외를 가본적이없어서 한듣보님 글보면 많이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10/07/29 19:26
수정 아이콘
뉴질랜드에서 8년, 호주에서 5년째 살고있는 사람으로써
이런글을 보게되니 되게 반갑네요
계속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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