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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8 00:29:01
Name 코리아범
Subject [일반] [잡글] "인연"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간간히 와서 이상한글 띡하니 날리고 가는 코리아범입니다 흠흠
왜 근데 맨날 첫줄을 이렇게 자기 소개로 하는 걸까요..?


각설하고,

여러분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세달 전쯤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우연이 자꾸 겹치니까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무슨 경험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때 썼던 제 일기를 여기다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재미로라도 그냥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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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고양이털이다"



"아 어떻게 보셨네요. 털이 가늘고 하얘서 알아보기 힘든건데"



"나처럼 이렇게 얼굴 바라보는 사람이 없나보죠 크크"





이제 막 지하철을 타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며 그렇게 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쿡 찌른다. 앉은 자세에서 올려다봤더니

어떤 여자가 손에 뭘 하나 들면서 뭐라 말을 한다.



이어폰을 빼고 잠시 바라봤더니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것이었다.



"풀, 풀!"



아.. 내 머리에 풀잎 같은것이 얹어져 있었는데 그 여자가 풀을 덜어준 것 같다.

인사를 꾸벅하고, 다시 책을 보다가 그냥 알 수 없는 생각에

일어나서 그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줬다.



한사코 사양.. 같은건 안하고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며 앉는다.

난 서서 책을 봤다. 보는데 또 누가 나를 쿡 찌른다.



다시 고갤돌려보니, 그 여자가 이번엔 또 뭐라고 하며 손가락을 가리킨다.



이어폰을 다시 뺐다. 아아.. 빈자리 라고.



앉았다. 난 또 고맙다고 했다.  이어폰 한쪽을 이미 빼고 있었다.다시 꽂으려는데

그 여자도 이어폰 한쪽을 뺀다. 말을 하려는것 같았다.



"학생이세요? 학교 가시는 길?"



"네, 아뇨. 도서관 가는 길인데요"



"아.. 근데 그책.."



이번엔 또 책을 가리킨다.



마루야마 겐지의 '산자의 길' 을 보고 있었다. 이 책이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난 바라봤다.

그 여자는 또 한번 웃더니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 마루야마 겐지의 또다른 소설이구나.



"마루야마 겐지 좋아하시나봐요"



"아뇨, 그냥 어쩌다 알게되어서..."



"저는 일본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알고있었는데 마루야마 겐지 아는 사람 많이 없던데"



"아 이거 제가 자주가는 뮤지션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그분이 이 책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누군데요?"



"오지은 이라고, 잘 모르던데 다른 사람들은."



"아 나 오지은 좋아하는데, 그거 알아요? 새 노래 나왔잖아요"



"Life 앨범이요? 요새 잘 듣고 있어요, 가사가 역시 굉장히 좋더라구요"



"어? 들어봤어요? 난 아직인데.. 좋아요? 아 들어보고 싶다."



할말이 끊겼다. 사실 이정도면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많이 섞은것이다.

다시 이어폰을 꽂고, 살짝 목례를 하고 책을 봤다.



또 누가 쿡 찌른다. 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기분 나쁜 찌르기는 따로 있다.



"네?"



"저 혹시.. 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나요..?"



"뭔데요?"



"그 오지은 노래 저 좀 들어보면 안될까요..?"



빼버린 한쪽 이어폰과 그 여자를 번갈아 보다가 잠깐 고민에 빠졌다.



"한쪽으로만?"



"아 아뇨. 저 이거 있는데.."



건네주는걸 받고 MP3 에 꽂고, 내 이어폰과 그 여자 이어폰을 같이 꽂았다.



"아 지금 다른 노래 듣고 있는데 잠시만요."



그 여자 날 살짝 잡더니, 이런다.



"Hiatus 도 좋아하나봐요? 나도 좋아하는데 이거 한국엔 앨범 없지 않나?"



"MP3 니까 겨우 구했죠 뭐."



"근데.. 죄송하네요. 이거 실례인것 같은데"



"이어폰이 뭔 빨대인가요, 나눠쓰면 기분나쁘게"



그 여자 갑자기 막 웃는다. 그냥 같이 웃었다. 오지은의 '겨울아침'을 틀었다.



약 두정거장 정도가 지나고 노래는 끝이났다. 그 여자는 다시 말을 건다.

고양이 털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난 어디까지 자라나 두고 보는 중이라 말을 했다.



"근데, 학교 안가는 날에 도서관 가는 거에요? 봄인데 좀 놀지"



"누구랑?" 내가 되물었다.



그 여자는 "아.. 남자친구있으면 신나게 놀러다닐텐데, 근데 왜 반말이에요?"



"아 죄송해요. 가끔 버릇처럼 나올때가 있어서, 근데 한 스물 한살 정도?"



그 여자 눈이 커지더니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아요? 내 책에 나이는 안써놨는데"



"그냥 그 스물 한살이 어울려보이네요. 남자친구 왜 없을까"



"음... 키가 너무 커서?"



"굽 낮은거 신고 다니세요. 굽있는거 신으니까 내 키랑 거의 비슷해보이는데"



"남자 여자가 키 같은거 남자 싫어하는 거에요?"



"글쎄, 난 안싫어하는데 대부분 싫어할걸요?"



"그냥 키큰여자 좋아하는 남자 만나면 되지 뭐.. 근데 스물 다섯?"



난 고개를 저었다.



"아 세정거장 남았네요. 저는"



"도서관 어디 가시는데요?"



"중앙도서관이요, 서초역에 있는."



"학교 도서관은 잘 안가요?"



"저기가 책도 많고, 넓고 깨끗해서 좋아요. 아마 책 제일 많은 도서관일것 같은데"



"그럼 거기 자주가세요?"



"네, 목요일은 학교 안가니까 거의 가죠. 왜요?"



"아니, 그냥. 나도 오늘 학교 안가는데 공부를 해야지 해서,
나도 중도 가기 싫은데 거기나 다닐까.."



"아.. 남자친구 사귀고 싶다면서? 아까처럼 하면 남자들 좋아해요."



"뭔데요?"



"그냥 풀 붙어있으면 떼어주고, 고양이털 있으면 뽑아도 주고

음 내가 보기엔 이쁜데 왜?"



"그냥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서?"



"그 나이에 벌써? 아직 안나타났겠지"



"그러게요, 마음 맞고, 비슷한 사람 만나면 좋아할것 같은데"



"다들 그래요."





지하철은 교대역을 출발하고 있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 재미있게 했어요, 그쪽이 말을 잘하시네요"



"네 저도, 근데 이름이 뭐에요? 아니 그냥 그쪽 이라고 하니까 이상해서

나 근데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이런 사람??

이제 갈건데요 뭐, 담에 또 마주치면 알려주지 "



"그럴거면 반말을 하지 말던가!!"



"그럼 가던길 잘 가요. 재미있었어요."



"공부 열심히 해요"



"네, 그럼"





난 내렸고, 그 여자는 열차 출발할때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저 여자가 갖고 있었던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간만에 이어폰을 뺀채로, 목적지에 도착한것 같다.


---------------------------------------------------------------------------------------------------------------------------------------------------

위의 일이 있고 난 후, 제가 가던 도서관에서 다시 마주쳤었답니다.

그 후로는 다시 볼일 없었지만, 무언가 아쉽기도 하면서 묘하네요.


여러분들의 경험은 어떤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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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년
10/07/28 00:31
수정 아이콘
제가 인연이라고 느낀사람은 지금 침대에서 자고있는사람이요.....
아리아
10/07/28 00:32
수정 아이콘
두 분다 쿨가이~
동네노는아이
10/07/28 00:39
수정 아이콘
유흥을 즐기는 건 아닌데..-_-;;
가끔 친구들이 쏠때 나이트를 가곤 합니다.
천안으로 친한 친구녀석이 방위산업체를 하고 있는데 그놈 덕분에 평생 한번도 안가본 천안을.. 1년 사이에 10번 정도 방문하게 됐는데
친구가 첫월급을 받고 천안 나이트를 쏜 적이 있죠.
그리고 1년 정도 근무 하고 이번에 훈련소 들어갔따 나온 기념으로 나이트를 쏜다고 해서
정말 1년 만에 다시 천안 나이트를 갔는데..-_-
1년전에 부킹했던 여자를 또 만났네요. 우리는 기억 못했는데 그 여자애가 나이 듣고 기억하더군요(동갑이라서)


뭐 근데 그런다고 인연이라고 느꼈다기 보다는 아 쟤 죽순이네 라고 느낀 쿨럭...

뭐 인연이라고 느낀 건 사람한텐 없고ㅠㅠ 개한테는 있네요.
지금 기르는 개중 한마리가 돌고 돌고 돌아서 결국 다시 우리에게로 왔거덩요.....
10/07/28 00:42
수정 아이콘
그런적 있어요. 원래 아는 사람인데...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여러번 마주칠 때, 딱 그 느낌이 오더라구요.
하늘이 나에게 신호를 주는건가? 하는 그런 느낌...
10/07/28 00:43
수정 아이콘
다음 번에 만나시면 데이트 신청하는 일만 남으셨군요.
ㅤㅇㅢㅇ?
10/07/28 00:53
수정 아이콘
인연을 이미 두번정도 놓친듯 하군요. 뭐 세번째는 잡겠죠 -_-;
유재석과면상
10/07/28 02:14
수정 아이콘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이랑 그렇게 코드가 통하고

대화하기가 쉽지 않는데..다음에 보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거 아닌가요?흐흐
깍깍잉
10/07/28 09:44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이 도서관을 따라오신거 아닌가요?
또 봅니다에 2000원겁니다.크크
진지한겜블러
10/07/28 10:52
수정 아이콘
만나는여자마다 인연이라고 말해줍니다..;;

그게 제일 좋은것 같애요.. 지금도...크크
10/07/28 10:55
수정 아이콘
“이 지구 상 어느 한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폴나폴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에 그 하고 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연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2학년, 그걸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저와 인연이 있기에 만나게 된 거라고 생각해서, 그 사람들 모두 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10/07/28 12:01
수정 아이콘
男男 간의 인연이라 좀 그렇지만ㅠㅠ...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다가 사이가 서먹해지면서 연락이 끊긴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다리 건너 얘길 들었는데 군대를 일찍 갔더라구요. 나중에 저 입대하고 월드컵할 때 제주도 내려갔다가 다리를 다쳐서 군병원에 갔는데 그 친구가 치질(--;;) 수술 받으러 입원해 있더군요.. 병원 로비에서 마주쳤는데 정말 깜짝 놀랬네요.
영원불멸헬륨
10/07/28 12:31
수정 아이콘
중국에 있을 때입니다. 3월 15일 저녁, 친구들과 놀고있다보니 유난히 다음날 수업이 듣기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계획한게.. 'F반(A반이 가장 높고 전 A반 학생이었습니다)에 이상한 차림으로 들어가서 연구생 교생 놀려먹고 장난치기'였습니다.

중국 동북지방 3월..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얼마나 추운지.. 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으니 최소 영하 5도는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친구들은 각각 잠옷등 이상한 차림을 하고 교생을 놀려먹었는데, 그 선생이 쉬는시간에 머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3월 16일(3 16 >> 삼 십육 >> 삼십육계 줄행랑)핑계를 대며 한국엔 이런 날이 있다.. 만우절 비슷하게 노는 날이다.. 라고 교생을 속이며 놀았었는데,
그 교생이 지금 제 여자친구입니다. 지금 한국 귀국했는데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싶네요 ㅠㅠ
티나한 핸드레
10/07/30 16:57
수정 아이콘
너무 늦게 댓글을 달아서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괜히 너무 아쉬운데요...... 말씀하신 이게 특별한 인연이 아니고 뭘까요...

혹시라도 또 만나시게 되면 꼭꼭!! 잘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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