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6/06 16:26:27
Name Eternity
File #1 워렌버핏.jpg (306.5 KB), Download : 1077
Subject [일반]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수정됨)


※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만약 신이 내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제1조건으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아무리 화려하게 급등하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 주도주라도 시장의 대격변기에 쪼그라들어 내 생애 안에 사라져버릴 기업이라면 한주도 보유하고 싶지 않다. 결국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떤 종목의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회사가 내 사후에도 멀쩡할(?) 기업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그러면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그 순간에 탈락한다. 그리고 나선 그 걸러진 기업이 내 생애 동안 현상만 유지할 기업인지, 꾸준히 성장할 펀더멘탈을 가진 기업인지를 생각해본다. 잘 모르겠더라도, 감으로 예측이라도 해본다. 여기서 또 한 번 걸러진다.

물론 나도 평범한 개미 투자자인지라 가끔 단타도 치고, 살 때는 좋아 보여서 가볍게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홀랑 팔아버리기도 한다. 지금 현재 포트에도 언제 매도를 할지 시기를 재고 있는 가벼운(?) 종목들도 많다. 하지만 큰 비중의 금액을 어떤 기업에 묵직하게 장기 투자하고자 한다면, 위의 매수 원칙을 한번쯤 떠올려 볼 일이다.


위대한 투자자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기업은 사고 나서 어느 시점에 팔고 싶은 기업이 아니라, 사고 나서도 계속 더 사고 싶은 기업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데도 든든함을 넘어서서 얄미운 기업. 팔고 싶은 생각은 1도 안들도 한주라도 더 사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기업 말이다.

결국 나 같은 평범한 투자자라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언제나 문제는, 위대한 기업을 선별할 선구안이 내게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위대한 기업을 단박에 파악하고 고르진 못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기업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이 두 가지 매수 원칙,

1.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인가
2. 내 생애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가

이 두 기준만으로도 위대해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어느 정도 추려낼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내 멘탈을 좀먹는 못난이 기업들을 걸러낼 수가 있다.


주식에 MBTI는 없어도 궁합은 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한가지 조건만 더 추가하자면

3. 나랑 궁합이 맞는 기업인가

물론 어디 사주카페나 점집에 가서 삼성전자가 나랑 궁합이 맞는지, 엔비디아가 나랑 궁합이 맞는지 물어볼 순 없는 일이다.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주식을 보유했을 때 내마음이 평온한지, 차트의 출렁거림에 따라 자꾸만 불안하고 불편한지를 살펴보는 것 뿐이다.

결국 주식 매수는 결혼을 위한 맞선처럼,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듯 신중하게 멀리 봐야 한다. 이 여자(기업)과 평생 함께 동행하는 동안 가정환경(매크로 환경)에 어떤 고난과 위기가 와도 손 맞잡고 끝까지 갈 수 있는지(오히려 추매하며 끝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몇십년이나 남은 내 투자생활이 든든하고 평탄할지, 하루하루 가슴 졸이고 속을 끓일지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예시 기업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라고 답하고 싶다. MS가 가진 브랜드 가치와 장기 안정성, 튼튼한 기업 체력, 윈도우로 대표되는 경제적 해자, 미래 산업에 대한 성장 가능성(멈추지 않는 노력) 등등. 예컨대 MS는 지난 20년간 배당을 늘려왔고, 오픈AI와의 협업으로 미래 AI산업과 클라우드 분야의 성장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피터 린치는 그의 저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MS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컴퓨터 제조업체들(델, 휴렛 팩커드, 컴팩, IBM 등)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격렬한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 끊임없는 접전 때문에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빌 게이츠의 회사는 컴퓨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움직이는 ‘연료’를 팔았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中


우리가 유기농 건강식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이렇게 놓고보면 MS는 IT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석유회사인지도 모른다. 고갈되지 않는 컴퓨터 연료를 파는 온라인 석유회사. 그러니 죽어도 내가 먼저 죽지, 아무리 생각해도 MS가 나보다 먼저 죽을 일은 없어 보인다. 나는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고 꾸준한 노력과 발굴을 통해 이런 기업의 숫자와 비중을 포트에서 점점 늘려가고 싶다.

물론 우리들의 포트폴리오가 항상 이런 '평생기업'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일단 이런 기업들의 숫자 자체가 매우 적다. 우리가 찾아내기도 무척 힘들고. 그렇다보니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거나, 당장 좋아보이는 주식들도 포트에 편입된다. 우리가 JYP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유기농 건강식만 먹고 살겠는가? 가끔 자극적인 라면, 치킨, 피자도 먹고 살아야지. 하지만 유기농 건강식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폭락하기 직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지만 아무도 폭락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다. 게다가 시장에서 빠져나와 폭락을 피한다고 해도, 다음 반등장 전에 다시 시장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 확실한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1994년 7월 1일 주식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고 5년 동안 묻어두었다면, 10만달러는 34만 1,722달러로 불어났다. 그러나 그 기간에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 동안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어도, 10만 달러는 겨우 15만 3,792달러가 되었다. 시장에 계속 눌러앉았다면 두 배가 넘는 보상을 받았다는 뜻이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中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결론은 이렇다. 아예 평생 동행할 기업만 포트에 매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 반대로 이런 평생기업을 발견했다면, 팔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예측하지 못한 전쟁이나 경기 침체 등 매크로 환경의 문제로 시장에 거대한 하락장이 왔을 때, 포트의 라면, 치킨 같은 가벼운 주식들은 몽땅 다 팔아도 이런 기업의 주식만은 팔지 말자. 오히려 폭락장의 한 가운데서 더 사자.

전세계적인 침체와 폭락장을 여러 번 겪으면서도 버핏은 1988년에 매수한 코카콜라 주식을 팔지 않았다. 결국 투자로 행복해지려면 이런 위대한 기업과 부부처럼 장기 동행해야 한다. 도파민 터지는 원나잇 스탠드 같은 섹시한 급등주 매매로는, 짜릿할 순 있어도 평생 행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김김
25/06/06 17:08
수정 아이콘
근데 정말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데 안 팔고 장기투자를 한다 했을 때 수익은 언제 얻나요? 언젠가는 수익 실현을 해야 돈이 되는 거잖아요. 
십자포화
25/06/06 17:09
수정 아이콘
보통 장투로 가져간다면 배당주인 경우가 많지 않나요?
김김김
25/06/06 20:50
수정 아이콘
그럼 배당주 아닌 장투를 하고 있는 저는 헛된 돈을... 흑흑 
Eternity
25/06/06 17: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특정 종목에 큰 비중으로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들은 매년 나오는 배당 수익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구요. (버핏의 코카콜라가 대표적.) 또는 해당 주식이 과하게 급등했다고 판단되는 시기에는 일부 분할매도 하기도 하죠. 마치 버핏이 애플 주식을 일부 분할 매도해서 수익을 얻는 것처럼요. 어떤 경우에는 분할매도 했다가 하락장에서 다시 비중을 채우기도 할테구요. 그리고 애초의 예상과 다르게 기업이 성장이 멈추었다고 판단이 들면 어느 시점에는 전부 매도할 수도 있겠죠.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같습니다.
국수말은나라
25/06/06 19:52
수정 아이콘
강남 한강변 아파트 같은 존재죠 안팔면 재건축
HA클러스터
25/06/06 20:44
수정 아이콘
그래서 보통 주식투자를 장기로 할때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막연한 말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까지는 계속 투자하는 것을 많이 권장합니다. 가령 투자목적이 은퇴후 노후생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은퇴할때까지는 계속 투자하고, 은퇴해서 수익이 줄거나 없어지면 그때부터 주식을 분할매도하면서 캐쉬플로우를 새로이 만드는 거죠.
25/06/07 02:04
수정 아이콘
저는 은퇴하면 판다는 생각으로 적립식 매수하고 있네요
메가트롤
25/06/06 17:19
수정 아이콘
저는 도파민 터지는 원나잇 스탠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시장에서라도 해야 합니다 ㅠ
25/06/06 17: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첫번째와 비슷한 이유로 100년 후에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애플보다는 질레트인거죠.
지탄다 에루
25/06/06 19:40
수정 아이콘
내 생애 첫 면도는!!
슬래쉬
25/06/06 19:22
수정 아이콘
코카콜라 +2.2% ...
우상향
25/06/06 20:32
수정 아이콘
???: 삼전, 코카콜라 살 거면 주식 왜함?
???: 삼전, 코카콜라 사서 언제 집 사냐?
???: 나도 버핏만큼 돈 있으면 그렇게 한다...
???: 레버리지가 아니면 평범한 인생을 바꿀 수 없다!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딜리버리(leverage)의 민족 아닙니까?
???: 강원랜드는 멀고 그러니까 여기서 하면 됩니다.
--------
한국인들의 반대 의견 예상해봤습니다 크크
No.99 AaronJudge
25/06/06 20:39
수정 아이콘
제가 그래서 voo를 삽니다.
내가 죽어도 미국은 안 망하겠지

트럼프가 [과연 그럴까?]하고 씩 웃는것같아서 불안하긴 한데
25/06/06 20:50
수정 아이콘
전세계에서 제일 부러운 기업 코카콜라 ㅠㅠ

일화에 나온 코카콜라 레시피를 판 약사는 어떤 생각을 할지
마일스데이비스
25/06/06 20:56
수정 아이콘
근데 정작 피터린치는 코카콜라같은 대형 우량주 기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걸로 압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8] jjohny=쿠마 25/03/16 22756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304612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58448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1550 4
104264 [일반]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를 보고 왔습니다(약 스포) [15] 44년신혼2년2825 25/06/06 2825 1
104263 [일반]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15] Eternity4073 25/06/06 4073 3
104262 [일반] 일상잡담 [8] 로즈마리2584 25/06/06 2584 15
104261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2 [7] Poe2463 25/06/06 2463 22
104260 [일반] 해변에서 우연히 마작을 하게되다. [7] 가위바위보3552 25/06/06 3552 3
104259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10) - 뒤늦은 깨달음, 경시제 유현 (2) [4] 계층방정2305 25/06/05 2305 1
104258 [일반] 개발자, AI보다 싸다. [23] 타츠야11322 25/06/04 11322 4
104257 [일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 해외 생활 넋두리 [31] 쿠쿠다스10416 25/06/04 10416 78
104256 [일반] 웹소설 추천 : 섀도우 슬레이브 [16] 중년의 럴커6044 25/06/04 6044 4
104255 [일반] 영화 [신명] 관람 후기 [22] 아케르나르7654 25/06/04 7654 2
104254 [일반] 프로세카 극장판 감상문 (스포 포함) [3] 일사공사일육4329 25/06/03 4329 0
104253 [일반] 당신이 아무리 일하고 저축해도 확정적으로 "가난" 해지는 이유 [44] 삭제됨9657 25/06/03 9657 5
104252 [일반] <계산할 수 없는> 책 후기 - 계산기의 계산할 수 없는 지평 너머. [2] aDayInTheLife4393 25/06/03 4393 3
104251 [일반] ChatGPT는 'her'를 꿈꾸는가: AI와 연애하는 시대 [33] Eternity6373 25/06/02 6373 6
104250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1 [26] Poe6828 25/06/02 6828 50
104249 [일반] 나스닥, 모두가 튈 준비가 되어있다 [78] Eternity14867 25/06/01 14867 17
104248 [일반]  늙어서 곱씹는 연애의 추억 - 후일담 [18] 밥과글6630 25/06/01 6630 14
104247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어느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야 할까요? [160] 제타스11472 25/06/01 11472 0
104246 [일반] <씨너스: 죄인들> - 이야기와 모티브를 패치워크로 엮어 달린다.(약스포?) [14] aDayInTheLife5918 25/05/31 591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