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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25/03/07 15:14:31 |
Name |
번개맞은씨앗 |
Subject |
[일반] 기술자적 유연성 |
:: 기술자적 유연성 ::
함수 f가 있습니다.
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학曰 : f를 모두 이해하기 전에 이는 진실이 아니므로 쓸 수 없다.
일반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曰 : f에 오류가 있는 이상 이는 불량품이므로 쓸 수 없다.
기술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曰 : f에 a를 넣어보니, b가 나오는군. b가 필요할 때 f를 써야겠어.
— —
학자와 달리,
기술자는 f를 이해를 못해도 쓸 수 있습니다.
입출력만 경험적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일반인과 달리,
기술자는 오류가 나도 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오류가 나도 쓰는지
2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
예시 1 : 반복
오류가 날 확률이 10%입니다.
함수 f가 작동하는데 3초가 걸립니다.
m을 넣어봅니다.
원하는 건 학인데, 학이 나오는군요. 좋습니다.
n를 넣어봅니다.
원하는 건 고래인데, 상어가 나오는군요.
그러면 n을 다시 넣어봅니다.
이제 고래가 나옵니다. 6초 걸려서 해결했습니다.
즉 오류가 나면, 다시 하면 됩니다.
2번 반복한다고 할 때, 오류 확률은 1%입니다.
3번 반복하면 0.1%가 될 것입니다.
예시 2 : 전용
a를 넣으면 토끼가 나와야 하는데,
a를 넣었는데 도끼가 나옵니다.
오류가 나는 걸 자세히 보니,
그건 특징이 있습니다.
실은 a'도 함께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a'가 불량을 일으킨 거죠.
a ∩ a'를 넣었더니 도끼가 나온 겁니다.
내 목적에는 토끼가 나와야 하는데요.
이때 기술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 ∩ a'를 f에 넣으면 도끼가 나오는군. 도끼가 필요할 때 f를 써야겠어.
즉 다른 목적, 다른 용도로
그 오류를 이용할 궁리를 합니다.
특정 목적에 있어서는
버그였던 걸
다른 목적에 유용하게 써먹는 겁니다.
— —
기술자는 언제 어떤 함수라 필요할지 모르니,
f, g, h, j, k ...
함수를 다양하게 수집합니다.
그 기술자가 차고에서 일한다고 해봅시다.
차고의 선반에 함수들이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기술자는 경험에 근거하여
그 입출력을 알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갖다 쓰면 됩니다.
그는 평소에
함수를 모아야 합니다.
도구를 모아야 합니다.
새롭게 시도해보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합니다.
이거 언젠가 쓸모 있겠는데?
그러고 수집해둡니다.
새로운 함수를 찾기도 하고,
이미 있는 함수에
새로운 입력을 넣어보기도 합니다.
함수를 새롭게 하거나,
함수의 도메인을 새롭게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함수를 결합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봅니다.
궁금하니 시도해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억해둡니다.
만약 기억력이 부족하다면,
잘 기록해둡니다.
나중에 찾기 쉽게 잘 기록해둡니다.
그러나 모든 걸 기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건 입출력이 직관적입니다.
그런 건 기록할 수 없습니다.
기억해둡니다.
그가 만약에 기술자적인 몰입을 했다면,
잘 기억되어서, 필요한 순간에 딱 떠오를 것입니다.
— —
기술자는 심지어
타인도 이렇게 봅니다.
기술자적 유연성이란,
타인과 협업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n을 넣어봅니다.
상어를 가져다줍니다. 오류입니다.
n을 다시 넣어봅니다.
고래를 가져다줍니다. 해결되었습니다.
타인을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나는 저 사람이랑 같이 일 못해!
라고 하지 않습니다.
입출력 경험을 쌓으면 될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저 사람은 불량품이야!
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시 요청하면 됩니다.
또는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면 됩니다.
— —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단순화해서 말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학자들 중에도
기술자적 유연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일반인들 중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자적 유연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직업이 기술자인데
유연성이라고는 형편없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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