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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18 14:55:22
Name 깃털달린뱀
Subject [일반] 미국 제외 전세계가 일본경제화 하는가?


엄밀한 글은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요란 참 어렵습니다. 이걸 정의하고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수요의 성장이란 것도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엄청난 경제적 혁명이었다지만 1인당 GDP 증가율은 200여년 간 겨우 연평균 0.5%에 불과했습니다. 기타 후발주자인 현재 구미 선진국들도 영국보단 빨랐지만 어쩄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고성장에 비하면 낮은 성장률로 성장해왔습니다. 단지 그게 오랜 기간 누적됐을 뿐입니다. 이렇듯 한 국가 내의 자체적인 성장은 굉장히 느리고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한국, 대만, 중국과 같은 후발 산업국가들이 빠르게 고성장한 것은 자체적으로 수요를 창출해내서가 아닌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성장한 구미 선진국의 수요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구미 선진국이 전후 베이비붐을 겪고 인구가 증가하며 수요가 증가하였던 시기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로 세계 경제 전체가 저성장에 빠져든 지금은 어떻게 될까요? 저출산 고령화를 한국의 특산물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우리가 정도가 세서 그렇지 전세계가 다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 쪽은 더더욱.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수요가 감소하니 생산을 못하고 성장이 둔화됩니다. 성장이 둔화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입니다. 소비를 줄이면 경제의 약한 부분,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부터 직격타를 맞습니다. 이들을 어떻게든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돈을 풉니다. 돈을 풀면 하위계층은 겨우 연명할 수 있지만, 늘어난 통화가 자산으로 흘러들어갑니다(일본의 경우 국내가 아닌 해외로 많이 흘러나갔습니다만). 국민의 생활은 겨우 유지되지만 자산가격은 오르고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자국통화가 많이 풀리니 통화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오릅니다. 자국 통화로 환산한 명목 GDP는 저성장이지만 환율을 고려한 실질 구매력은 역성장 합니다. 일본이 엔화 기준으로 역성장을 해서 한국에게 1인당 GDP가 역전당한 게 아닙니다. 엔화로는 계속 조금씩이나마 성장했지만 환율이 박살나서 달러 환산 1인당 GDP가 떨어졌기 때문에 역전당한 겁니다.

이게 일본만의 현상인가?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저금리를 유지했고, 지속적인 재정적자를 기록해 정부부채가 막대하게 늘어났습니다. 그나마 정부부채를 타이트하게 관리한 독일의 경우는 아예 유로화 기준으로도 역성장까지 한 상황입니다. 이러고도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해서 유럽의 성장률은 바닥을 기고있고, 달러 환율은 올랐으며, 정부지출은 연금 등으로 더욱 늘면 늘었지 나아질 구석이 없습니다.


자국 내 수요가 답이 없다면 해외 수요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전세계 모두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개도국은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아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나마 성장하는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시장 문을 닫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원래부터 수출, 그러니까 해외 수요에 의존해 성장해온 나라입니다. 그런데 양대 소비축인 유럽과 미국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 하고, 유럽은 늙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은 과잉투자를 통해 우리 먹거리인 제조업의 수익성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수가 괜찮냐고 한다면, 우리야말로 저출산 고령화로 직격타를 맞을 나라 중 하나라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선 똑같겠죠. 금리를 낮추고, 어쩔 수 없이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통화가 절하되고.

일부 살아남은 수출 대기업 및 고수익 직종 종사자는 돈을 벌겠지만 나머지는 현상유지만 겨우 할 겁니다. 그러면? 그들이 수요하는 서울 알짜배기 주요 부동산은 오를 것이고 나머지는 겨우 현상유지하며 양극화가 심해질 것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시장이라 오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일본처럼 해외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제조업으로 먹고 살던 지방은 공동화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릴 것입니다. 망한 지방의 부동산은 자산이라기보단 감가상각되는 내구재에 가까운 물건이 될 것이며, 반대로 수도권 집값은 유입되는 인구로 어느정도는 가치를 방어할 것입니다. 다만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기에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 이유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의 러스트벨트 주민의 포지션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라가 망하고 생활수준이 극도로 피폐해지진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공산품은 싸게 공급될 것입니다. 어차피 지금도 냉장고, TV,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온갖 필수 가전도 한 두 달 일하면 살 수 있잖습니까? 단지 그 이상의 여가, 서비스는 누리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수십년을 바닥을 길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세상입니다.


물론 ['그때 AI닌자가 나타나서 세계경제를 몰살했다'] 엔딩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도저히 예측조차 할 수 없기에 그냥 남겨놓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전체 산출물을 늘렸을진 몰라도 단기적으론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낮춘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주지 않을까싶긴 합니다만... 모를 일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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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투
24/12/18 15:07
수정 아이콘
일본도 30년째 빌빌거리며 버티는 중인데 한국도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요.
여기서 더 성장하긴 어렵겠지만 폭삭 망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FlutterUser
24/12/18 15:13
수정 아이콘
ChatGPT pro 200달러짜리 가격이나, openai 의 최근 모델들의 api 가격 상승세만 봐도.. ai 경쟁의 과실을 미국이 압도적으로 크게 가져갈것 같은 삘이 벌써 오더라구요
api는 아직도 절대적 기준에선 싸다고 생각됩니다만..
huggingface 의 소형 모델들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게 그나마 희망적이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메타가 아직도 라마를 무료로 풀고 있다는것도 정말 고맙기도 하고요.
크레토스
24/12/18 15:20
수정 아이콘
막상 미국도 겉으로 보이는 일부 지표말고 내부 사정은 심각하다 봐서요. 특히 양극화를 저렇게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하면 앞으로 미국사회나 정치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보는데 그럼 미국의 it 산업이라고 멀쩡할 거 같진 않습니다.
깃털달린뱀
24/12/18 15:23
수정 아이콘
미국은 빼고 글을 쓰긴 했는데 사실 미국도 막대한 재정적자 +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자금 + AI버블빨로 버티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인구구조가 괜찮고 세계 기술혁신 최선두라 상황이 낫긴 한데 양극화가 언제까지 안터지고 버틸까 궁금하긴 합니다.
안군시대
24/12/18 15:23
수정 아이콘
너무 거대담론이라 숨막히네요;;
개인적으론, 인플레로 인해 불어난 돈이 자산시장으로 들어가면서 가치를 높혀놓았는데, 과연 이 돈이 액면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든단 말이죠. 예를들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00조고, 만일 삼성전자의 지분 10%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30조의 재산을 가진 것인데, 과연 이 30조를 전부 현금화 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거죠. 만약 어떤 일이 생겨서 삼성 주식을 전부 현금화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게 삼성 주주들 전체가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300조는 다 어디로 갈까요? 그렇다면 저 300조라는 시가총액의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불어난 유동성을 흡수한 자산시장, 이를테면 나스닥 같은 곳에서 단일 회사가 1000조가 넘는 상황이 되었는데, 저 1000조라는 회사의 가치란 대체 뭘 뜻하는 걸까요?
깃털달린뱀
24/12/18 15:31
수정 아이콘
사실 쓸데없이 길게 써서 그렇지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가 길 것이다'라는 굉장히 심플한 내용이긴 합니다. 많은 국제기구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자산가치를 순전히 수급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것도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믿음'의 문제겠지요. 가장 극단이 코인인데 그 코인마저 상상력만을 가지고도 10만달러를 뚫는 세상입니다. 주식은(K증시 제외) 그래도 배당도 주고 최악의 경우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마 주장할 수 있으니 그 믿음이 단체로 일시에 깨질 일은 없겠지요. 사실 뭐 뱅크런 안나는 이유도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헤이주드
24/12/18 15:29
수정 아이콘
수도권 분산, 기업이전, 국회등 행정기관의 이동이 없이 유지된다면, 서울공화국으로 공멸을 걷겠지요.

이미 전라도는 몇개 도시를 빼고는 대부분 인구소멸지역에 들어갔고, 경상도에서도 경남 동부,경북 대부분이 시작되었죠.
강원도는 요즘 전철이 춘천까지 연결이 확장되서, 수도권 확장의 이점을 좀 더 누릴 것 같기는 합니다.

디플레이션, 저금리, 저성장은 한참 전에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겠지요. 한국은행이 올해 결국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내수방어에 한계를 가져왔다고 할겁니다. 다만 일본과 한국의 경제규모의 차이와 일본의 저축규모를 본다면, 일본과 한국은 체급이 다르다고 봅니다.

롯데의 유동성 위기가 롯데 캐미칼부터 시작인데, 미국의 무역공격에 중국의 화학 저가 물량공세가 전방위로 뿌려서 롯데가 부동산을 다 팔고 일시적으로 막는다고 해도, 미래 먹거리를 빨리 찾아야 할 겁니다.

실제적으로 올해 건설사 연쇄 부도의 뇌관들도 아직 완전 봉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롯데까지 유동성이 동시 다발로 터지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불황도, 미래 먹거리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 사단의 해체, 축소, 지방대학의 폐교등은 지역상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고요.

또 IT분야도 R&D 예산 축소와 공공 프로젝트 감소로 인해, 엄청난 직격탄을 때려막고 있죠.
그것과 더불어 무시무시한 공기업 적자규모, 한전의 경우 200조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한전때문에 한국의 금리정책이 바뀔정도라 들었습니다.
그외에도 철도공사의 누적적자(노인 무임승차등)도 문제고, LH주택공사의 방만경영등이 이미 모럴헤저드에 빠져 있죠.

올해 터졌던 라인사태도 아직도 수면아래지만,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과연 누가 있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것인가? 앞으로 관건이라 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교, 서비스, 인프라 감축, 수도권 분산, 징병제도 개선,연금 제도 개선 등등 하나같이 정치인들이 욕먹기 좋은 것들만 남았는데,
욕을 먹어가면서도 우직하게 국익을 생각하고, 진행할 사람이 있을까요?

오래전, 그렇게 진행했던 노무현이 어떤욕을 먹고,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 다들 아니까 몸을 사릴겁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인들에게 기대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안할 것이라고 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각자 최선을 다해, 자산을 모으고, 대출을 최소화 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24/12/18 15:44
수정 아이콘
정치인의 문제는 유권자의 문제이고,
그러니 결국은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거겠죠 ㅠㅠ
헤이주드
24/12/18 16:1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일단 수도권 분산 하자고 하면, 기업이전하라고 하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 집값에 대한 욕망 아시잖아요.

아파트 단지 집값에 민감한 수많은 아낙네들, 무섭죠. 또 젊은이들도 반대할겁니다. 기껏 서울에 올라와 자리잡았는데, 지방으로 가라!
씨알도 안먹히겠죠.

더구나 치명적인 징병문제- 여성징병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겁니다. 대외적으로 30만 이상의 병력은 유지해야 4강의 압박속에서 버티겠지만
2010년대에 넘어오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 남자만 보면 20만명입니다. 복무기간 연장하고, 젊은 남자들 다 끌어모아도 30만을 유지하기 힘들겁니다.

그런데 누가 있어 감히 여자도 군대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하다 못해 연금제도 하나도 몇년째 답보상태인데요.
예루리
24/12/18 15:36
수정 아이콘
S&P 500 기업의 수익 중 40% 정도가 미국 외에서 발생합니다. 아울러 이 기업들 500개가 나머지 미국 기업 전체만큼 영업이익을 올립니다. 어떻게 봐도 미국 경제가 국외와 디커플링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침체 국면에서 미국이 나홀로 비켜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트럼프는 전방위 관세 부과를 외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 이후 미친듯이 풀어댄 돈이 강달러를 만나서 미국인들의 소비를 부추긴 결과 서비스 관리 지수가 상승중인데 (24.12 기준 58.5) 이건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강제로 두 배 넘게 절상되면서 일본인들이 구매력이 폭증해서 돈을 마구 쓰던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일본이 이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생각해보면 미국도 마냥 미래가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수돌이
24/12/18 16:3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개별로 따지면 가장 유망한 국가는 맞지만 홀로 계속 호황일 수 없죠. 올해 기준 미국에 유입된 국제 자금이 1조 달러정도가 된다는데요. 이게 계속 유입될 수는 없고 미국 기업이 세계 경제를 계속 장악한다고 해도 세계 전체 gdp를 넘을 수는 없죠. 언젠가는 조정이 있을것이고 성장이 둔화될것입니다. 미국 자산의 주식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데 이게 조정받거나 하면 미국 경제도 급속하게 얼어붙을 수 있죠. 그게 언제인가 문제이죠. 당장 내일일 수도 있고 몇십년 후 일수도 있고요.
번개맞은씨앗
24/12/18 16:27
수정 아이콘
역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봅니다. 그것에 공포감을 갖는 건 좋지만, 우울감을 갖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 받아들여야, 대처를 더 잘 할 수 있는 거라 봅니다. 긍정적이고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역성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많은 말이 필요할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제 생각에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로 발전욕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정직성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게임 커뮤니티이니, 게임에 비유해보겠습니다. 게임을 했는데 이거 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로드를 해서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세이브파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망한 거 계속 갖고 해야 합니다. 

이때 공포감은 가져도 좋으나, 우울감과 무기력을 가져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게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위기일수록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정직성이 필요하고, 여기에도 역시 용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잘 될 때에는 왜 잘 되는지 몰라도, 혹은 잘못 알고 있어도, 그 관성에 의해 계속 잘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환점에서는 사실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전략적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과감하고 신속한 포기입니다. 미래를 길게 내다보고, 어떤 부분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질질 끌리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해야 하는 걸 얼마나 잘 판단할 수 있는가, 포기해야 하는 걸 얼마나 신속히 포기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려고 결정했으면, 아예 싹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이후에 요긴하게 써먹을 걸 남기는 수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헐값이라도 팔아먹을 수 있는게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포기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저 순간순간의 감정적 직관에 따라 움직이면, 포기하지 못하고 질질 끌리게 됩니다. 

과감히 포기를 하면, 출혈이 있지만, 자본과 인재가 '잉여'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태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잉여자본과 잉여인재와 달라진 태도를 가지고,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나라 경제 전체를 놓고 역성장이라 하는 것이지, 부분을 놓고서는 여전히 활발한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러면 그 경제는 젊은 거라 봅니다. 그러나 변화는 없고 계속 역성장이면 암울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부분적 성장이 활발할 수 있는가 하면, 그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과감하고 신속한 포기라 봅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안일함에 의해서, 혹은 단기적인 이익에 빠져서, 혹은 불안에 빠져서, 포기를 하지 못할 때에는, 어떻게 과감한 포기를 일으킬지, 그 궁리를 해야 하는 거라 봅니다. 우연한 사건이 그걸 가능케 하기도 하지만, 우연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걸 가능케 하는 여러 가지 중에, 추상적으로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비가역적 조치, 이걸 주목해야 합니다. 일단 한번 저지르면, 뒤로 돌아가는게 불가능한 것을 해버리면, 그때 가서는 사람들이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가역적 조치는 생각과 태도의 관성을 바꿀 힘이 약합니다. 

둘째로 권력을 몰아주는 것입니다. 포기를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이유는, 대중적 의견 종합에 의한다고 할 때, 그들은 정보력과 판단력이 부실한 가운데 다수결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는 전체를 읽고 종합판단해야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람 하나하나는 좁은 분야에 전문화된 경험과 생각을 가졌을 뿐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을 몰아주고 카리스마에 의해 제거가 일어나게 하는게,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비가역적 조치도, 권력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는 '안전'한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안전주의'로는 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가 노령화되면, 주로 안전과 관행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입니다. 역성장이 노령화와 엮여서 돌아갈 때, 효과적인 대처가 잘 일어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전주의인 거라 봅니다. 만약 사회가, 활력이 넘치고, 사람들이 정직하고 용감하다면, 역성장하는 가운데서도, 부분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밑바닥을 찍고 새로운 황금기를 향해 다시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헤이주드
24/12/18 16:32
수정 아이콘
혜안에 감탄했습니다. 제가 봤던 수많은 담론 중에 정말 명쾌한 해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존경의 쌍따봉!! 드립니다.

멋집니다. 번개맞은씨앗님
수메르인
24/12/18 16:45
수정 아이콘
개개인은 이미 과감한 포기를 하고 있어요. 결혼포기, 출산포기, 취업포기 등등등(...)
24/12/18 17:01
수정 아이콘
포기해야하는 영역에 언젠가 52시간제가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 24/12/18 17:41
수정 아이콘
3배끼리 잘해보십니다. 반갑습니다 ^^
미국 가즈아!!
자급률
+ 24/12/18 17:12
수정 아이콘
많은 부분 저도 비슷한 쪽으로 예측이 갑니다. 다만 몇가지 세부적인 '다른 분기점의 가능성'이 떠오르네요,

1. 중국 등 보다 유리한 제조업 환경을 가진 몇몇 신흥국으로의 제조업 패권 '이행기'가 끝나고 완벽히 몇몇 신흥국 대기업들의 수중에 세계 제조업 장악이 완료되어, 이 업체들간의 담합 내지는 눈치싸움을 통해 공산품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할' 가능성

2. 공산품의 가격은 다행히도 저렴한 선으로 유지되지만, 식량과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수요증가 및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사용규제 등을 통해 치솟아 생활수준이 피폐해져버릴 가능성


여담인데 지방은 완전히 공동화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나라에서 체면상 광역시 정도는 정부지원으로 숨줄 붙여놓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긴 한데 상황이 정말 어려워지면 이것도 또 너무 나이브한 예측일 것 같기도 하고...잘 모르겠더라구요 크크
깃털달린뱀
+ 24/12/18 17: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중국의 과잉생산은 돈 벌려고 한다기보단 성장과 일자리를 위한 과잉투자의 결과라고 봐서 이게 헤소될까 싶습니다. 생산량 줄이는 건 곧 성장과 일자리의 감소라 중국의 체제가 그걸 용납할 수 있을지... 다만 중국의 고령화로인한 제조업 역량 감소를 생각하면 또 모르겠네요.
식량은 기후 변화, 인구 증가로 부족해질 건 거의 확정된 미래라고 보는 것 같더라고요. 수입하는 식량이 많이 비싸질 것 같긴 합니다. 에너지의 경우는 뭐... 유럽 전기료 오른 거 보면 대충 각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지금도 정치적으로 억누르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나라도 똑같죠. 제가 태양광 예찬론자긴 해도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저장기술 애매 등 생각하면 에너지 가격도 오르긴 할 것 같고...

지방은 충청권 제외 애매한 중소도시들까진 싹다 망하고 광역시는 대충 쇠락한 채로 살지 않을까요. 유럽 보면 보통 지방행정, 경제 중심지 정도는 조그맣게라도 남더라고요.
자급률
+ 24/12/18 17:41
수정 아이콘
과잉투자 하면서도 비싸게 팔아먹는 방법이 없진 않을것 같아서요. 대부분의 신흥국은 남는게 땅인데 어디 남는 땅에다가 쟁여놓고 일부씩만 내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직원들 무급휴가를 탄력적으로 섞어서 생산 페이스 조절해가며 운영할수도 있고...아예 진짜로 2~3개 정도 기업이 해당 품목을 다 장악한 상태가 되면 그 기업들끼리 짬짜미해서 많이 나오건 말건 그냥 가격표 비싸게 매겨버릴 수도 있을 것 같고...
Mea Clupa
+ 24/12/18 17:29
수정 아이콘
지방은 살려 놓을수 있는 방안이 애매해서 진짜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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