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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2/28 21:26:00
Name 몽땅패하는랜
Subject "참 또랑또랑하게 생겼네"
"참 또랑또랑하게 생겼네"

가끔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놈 참 똘방똘방하게 생겼네"
사실 똘방똘방은 또랑또랑의 잘못된 말입니다.(저도 네이버 사전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또랑또랑하다: 부사)조금도 흐리지 않고 아주 밝고 똑똑한 모양. ‘도랑도랑’보다 센 느낌을 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생뚱맞은 단어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저는 앞서 고백했듯이 저질임빠-_-;;;여서 테란 유저들을 좋아라 합니다. 또한 이재훈 선수를 좋아했기에 프로토스 유저에게도
닥(치고;;;)호감을 갖는 눈스타 팬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그 유저들은 조금 관심밖이었군요-_-;;;;

그래도 저그 게이머들 가운데에서는 박성준 선수를 참 좋아합니다.
한참 鬪神으로 이름을 날릴때의 시원하고 박력있는 공격력을 보여주었기에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전투에서의무시무시한 모습보다도 그 선수를 처음 보고, 이 기억력 박약의 머리 속에도 강한 인상을 남겨준 첫 인상이 너무도 강력했기에 아직도 박성준 선수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시 한번 날아오르기를 기대합니다.

1.첫인상- 그때 그가 거기에 있었다

part.1-소년은 울지 않는다

박성준 선수 하면 떠오르는 첫기억은 NHN한게임 스타리그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듀얼 토너먼트때였습니다.
듀얼조 중에 죽음의 조가 아닌 조가 없었지만 당시 박성준 선수는 홍진호 선수, 조정현 선수(꺄아아~~~), 그리고 우리 뜨랑이와 같은 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당시엔 홍진호 선수의 탈락으로 스타판이 발칵 뒤집어지는 바람에 묻혔지만 패자 부활전에서 베르뜨랑 선수와 보여준 패러독스에서의 혈전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저그의 무덤에서, 테란을 버리고 프로토스를 택한 베르뜨랑 선수와 대등한, 어쩌면 패러독스에서의 저플전중 가장 저그가 이길 가능성이 높았던 그 경기, 그러나 한순간의 컨트롤 실수로 경기는 제대로 역전됩니다.
그러나 GG를 치면서 박성준 선수는 웃었습니다.
"서태웅인 것이냐?-_-;;;;"
정우성에게 농락당하면서도 압도적으로 눌리면서도 웃었던 서태웅처럼, 그는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스타리그 진출의 일말의 가능성을 놓치면서도 싱긋 웃었습니다.
"저 친구 큰 물건이 될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부사는 억울한 패배를 당하면,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괴로워하고 서러워합니다.
하지만 소년은, 지금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소년에게 패배는 뒷날의 승리를 위한 보약이고,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척이나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다 이긴 경기를, 한순간의 실수로 날려버렸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가슴을 뜯어내는 통곡 대신 아픔을 누르고 웃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다음에는 안심 스테이크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소년은 울지 않습니다. 자신의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욱 빛날것임을 아는 소년은 더욱 울지 않습니다.

part.2 - 이왕 올라갈 바엔 거물을 이기고.....

그리고 기회는 다시 찾아옵니다.
질레트배 스타리그 진출자를 가리는 듀얼토너먼트.
역시나 그는 또 다시 죽음의 조에 소속됩니다.
전상욱 선수, 박정석 선수.....그리고 임요환 선수-_-;;;;
박정석 선수에게 패하고(결승전 예행연습이었던 것입니다-0-), 패자부활전에서 전상욱 선수를 물리치고  최종진출전에서 그는 10연속 스타리그 진출을 노리던 임요환 선수와 대결합니다. 맵은 성준이야기ㅡ_-;;;
저그 킬러와 떠오르는 신예 챌린저 저그의 대결은 신예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날 저는 집에 돌아와 남자이야기에서 컴저그를 열다섯번 엘리시켰습니다 ㅜㅜ)
응원했던 선수의 패배. 연속진출기록의 좌절.
저로서는 당연히 박성준 선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에이 이번 스타리그 안 봐!!!!!"
옆에서 중얼거리던 한 학생의 말이 딱 제 심정이었습니다.(아프냐? 나도 아프다 ㅜㅜ)
하지만 거물을 이기고, 그토록 소망했을 본선진출에 성공한 박성준 선수의 표정은 담담했습니다.
"내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뭘 그렇게 놀라시나?"라는 듯한 표정.
그 순간 저는 박성준 선수에게 홀딱 반했습니다.
그리고 무심결에 중얼거렸습니다.
"이왕 임요환을 이기고 올라갔으면 우승해라."

내 마음속의 우상을 철저히 파괴하고, 적이면서도 반할수밖에 없는 플레이를 펼쳤던 박성준 선수.
그때 그 자리엔 그가 있었습니다.

2. 묘한 습관 - 저그 유저는 첫인상이다!!!!

그때부터 저는 묘한 습관이 붙었습니다. 저그 유저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린 것이었습니다.
결승 5경기만 되면 이상하게 경기가 안풀리던 홍진호 선수. 정말 잘하지만 어쩐지 딴 생각 하는 듯한 표정의 박경락 선수.
  부담감을 느끼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버리던 조용호 선수(그저 개인적인 만년하수 눈스타맨의 짧은 생각입니다).
기존 저그 강자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 로얄로드를 밟으며 우승해버린 박성준 선수를 보면서 생긴 버릇이었습니다. 새로운 저그의 강자들은 무엇인가 다른 느낌으로 나타날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박태민 선수: 박태민 선수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어떤 "도도함"이었습니다. 거만함과는 다른,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너를
이길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상대를 내려보고 말하는 듯한, 하지만 그것이 조금도 거만하거나 시건방지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묘한 힘을 박태민 선수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마재윤 선수: 마재윤 선수를 이야기하자면 "괄목상대"라는 말과 "빙산"이라는 느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경기를 치를때마다 다시 보게 하는 힘을 가진 선수.
그러면서도 항상 보여지는 면보다는 보여지지 않는 면이 더욱 크고 넓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 바둑기사로 이야기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이창호 사범님이나 임해봉 사범님의 이미지를 가진,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지만 어느 틈에 상대를 손안에 쥐고 흔드는 선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준영 선수: 김준영 선수에겐 도도함도, 새롭게 눈을 비비고 바라보게 되는 획기적인 모습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결같다. 참, 차분하다. 상대의 어떤 도발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외유내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졌다 싶어도 무모한 돌격(패배를 확인하는 작업)보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노리며 끈질기게 저항하는 생명력. 김준영 선수에게선 그런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3. 이제동- 소년에서 신화의 주인공으로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습니다.
얼마전 스타리그 우승을 따낸 이제동 선수.
이 선수를 처음 본 것은 리얼스토리에서였습니다. 르까프 오즈로 창단되기 직전의 플러스 팀의 막내 연습생으로 소개되던 모습.
하늘같은 감독님과 산봉우리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조금은 수줍어하고 카메라를 어려워하던 선수.
하지만 인터뷰를 할때 그 소년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프로게이머로서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얼마나 지옥이고,
승패의 가름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
하지만 자신의 미래는 성공적일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더듬더듬하면서도 할말은 다하는 이제동 선수의 눈은
정말 "또랑또랑"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배시시 입꼬리에 웃음을 물고 저는 박성준 선수를 처음 봤을때의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참 또랑또랑하게 생겼다^^"

연습생 소년에서 팀전력의 주축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로얄로드의 신화를 만들어낸 이제동 선수.
처음 스타리그에 등장했을때 박성준 선수처럼 유명선수들과 경기하는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빛나던 박성준 선수의 눈빛을  다시 발견하게 했던 선수.

우승을 축하합니다.
이제 숨가쁘게 올라온 산 정상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수많은 적수들과의 많은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두려워 말아요.
온게임넷 우승자 징크스도 털어내야 하고,
프로리그 우승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지금처럼만,
언제나 지금처럼만 또랑또랑한 눈을 빛내며 싸워주세요.
이제 소년에서 신화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것처럼
그 신화를 지나간 과거지사로 만들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올 도전자들과 자신의 능력을 다해 응전하시길 바랍니다.

지나온 과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더욱 빛나는 기록으로 장식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상 만년하수 입스타꾼의 잡담이었습니다-_-;;;

((((((((((((ㄴ(-_-)ㄱ;;;; 그래도 공군 화이팅!!!(응?) 걸리면 엘리된닷 텨텨텨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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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7/12/28 21:31
수정 아이콘
공군 화이팅!!!!!(같이 달려요~)
07/12/28 22:35
수정 아이콘
똘방똘방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똘망똘망 아닌가요?
몽땅패하는랜
07/12/28 22:55
수정 아이콘
Mutsu님//
제가 기억력 박약과 함께 사오정이라 ㅠㅠ 똘망똘망을 똘방똘방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OTL
07/12/29 11:16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 저는 스타를 시작할 때 저그로 시작했고 그래서 저그 선수들 중에 좋아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요환 선수의 팬이라서 (이상하게 임요환 선수가 저그를 이길 때는 좋더라구요 -_-;) 박성준 선수의 첫등장이 그리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리그에서 저그가 최저 인원을 기록했죠. 조진락의 뒤를 잇는 변태준이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도 없겠다.. 저그를 대놓고 응원할 수 있는 시즌이었는데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죠. 저는 사실 그때 박태민 선수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오히려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박성준 선수가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거머쥐더군요. 16강 한동욱전에서 4드론을 쓰는 것을 보고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고 4강 최연성전에서는 안 좋은 감정이 호감으로 바뀌게 되었죠.

이제동 선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글쓴 분 말씀대로 똘망똘망하고 귀여운 인상이 박혀서 관심있게 지켜봤었습니다. 프로리그에서만 잘할 때도 언젠가 사고를 칠 선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국 로열로더까지 되었네요. 주변에서 하는 말로는 굉장히 성실한 선수라고 하니 아마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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