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3/12 01:34:34
Name legend
Subject 영웅의 만가.(부제:그 질럿의 선택, 그 드라군의 선택 2부)
시작하기전에...

글을 읽으시기 전에 제가 예전에 썼던 글, '그 질럿의 선택, 그 드라군의 선택'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시면 보는 재미가 업그레이드됩니다. 한번 보시길 권유합니다.(글홍보
인가!?;;;)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영웅의 만가


날라는 당당하게 개선식을 거행하며 들어오는 비수의 군단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묘
한 미소를 지어보인다음 이내 고개를 돌려 인파의 물결을 헤쳐나갔다. 그렇게 걸어나가
다보니 어느새 그는 사람들이 드문 외곽지역에 도착하였고, 좀 더 길을 걷자 이젠 프로토
스의 문명이 더 이상 자리잡지 않은 행성 고유의 천연자연이 날라의 앞에 펼쳐졌다. 어두
컴컴하고 각종 알 수 없는 식물형 생명체들이 곳곳에 자라나고 있는 들판과 숲을 빠르게
가로질러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해가 땅밑으로 꺼져가며 세상이 황혼으로 물
들 즈음 날라는 어느 거대한 나무 앞에 멈춰섰다. 날라도 꽤 큰 키였지만 그의 앞에 있는
이 나무는 그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느껴질정도로 거대한 나무였다. 그리고 날라
는 이 역사의 산 증인 아래서 그의 오래된 친우이자 라이벌을 만날 수 있었다.
나무에 턱하니 기대어 날라가 보이지 않는듯 그의 뒤로 펼쳐진 창공을 바라보던 나무 아래
의 남자가 말하였다.

"오랜만이로군. 몽상가, 아니 이제는 광통령이라고 불러야되나?"

그의 말에 날라는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이름을 부르게나. 자네도 그게 더 편할꺼 같은데. 리치."

상대편의 남자, 한때 날라와 함께 프로토스를 이끌던 자이며 프로토스의 영웅이라 불렸
던 위대한 전설이 기대고 있던 등을 나무에서 떼며 나른한 눈빛으로 날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긴 우리 사이란게 원래 그랬지. 가장 친한, 그러나 가장 달랐던 둘이지."

세월의 풍화에 닳아빠져버린듯한 초탈한 표정과 음성으로 리치는 천천히 날라에게 걸어
왔다.
날라는 그런 리치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띄며 말하였다.

"아무도 나의 발걸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어떤 잊혀져가는 자가 우연히 내가 가
던 길에 나타난것이 정말로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글쎄...우연이라면 우연일수도 있고 아니라면 아닐수도 있겠지. 한가지 정확한건 일부러
널 만나려고 기다린건 아니라는거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겨 날라의 앞에 선 리치가 멈춰섰다. 어느새 뒷짐을 지며 여유롭게
다가오던 리치를 바라보던 날라는 리치의 말을 듣자 빙그레 웃으며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슬쩍 한,두발자국 앞으로 걸어서 리치의 바로 옆에 섰다. 그리고 조용하고 나직한 어조로
리치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다면, 인사도 했으니...우리가 더 이상 같이 해야 할 말은 없는거군?"

그리고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리치를 스쳐지나갔다. 날라의 말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듯한 표정에 약간의 웃음기섞인 얼굴이 피어올랐다. 여전히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
리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신의 뒤로 걸어가는 날라에게 외쳤다.

"나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그 말에 날라의 몸이 멈칫하며 서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 이내 훗하는 비웃음 담
긴 감탄사를 내지르며 말하였다.

"이미 죽어버린 노래로 무엇을 하겠다고?만가는 생명력이 살아숨쉬며 움직이는 노래가
아니라 끝나버린 노래에 슬퍼하며 애환을 달래는 장송곡일뿐이다. 너는 아직도 지금이
그 옛날 푸른 하늘의 가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나?아니면 마에스트로에게 처참히 밟혀
지기 직전으로 자신이 돌아올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몽상가란 칭호는 이
제 네가 가져도 될꺼 같군."

날라의 가시돋힌 날카로운 독설에도 리치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에야 입을 떼었다.

"...그렇게 쉽게 모든것이 끝나버릴 수 있는거라면 우리가 써왔던 전설과 신화는 존재하
지 않았을꺼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것이 다 영원할수도 없는법이지. 패배라는걸 상
상상할 수 없었던 마에스트로가 이제 겨우 깨어난 작은 혁명가에게 무너졌듯이 말야.
그리고 그 자는 마에스트로와의 전쟁 전에 존재하던 부동의 프로토스 지도자였던 자를
물리쳤었지."

"나는 그 녀석에게 잠시 자리를 빌려줬을뿐이야. 이제 다시 받으러 갈것이다."

"만약 받아낼 수 없다면?"

그 말에 다시 웃음지으며 잠시 말을 멈춘 날라는 조금 뜸을 들인 후 답하였다.

"...난 내 자리를 되찾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없다."

날라의 답변에 흥하고 비웃는 탄성을 지른 리치는 차갑게 내질렀다.

"오만하군."

"칭찬 고맙네."

그리고 날라는 다시 발걸음을 떼어 서서히 붉은 노을속으로 녹아들어가며 사라졌다.
날라가 사라진 후 리치는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다 휙하고 나무의
반대편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었다. 그 쪽은 바로 날라가 아까 나왔던 현재 프로토스의
중심지였다. 날라가 걸었던 방향과는 약간 다른쪽으로 향한 리치는 가파른 언덕을 천천
히 올라갔다. 언덕의 정상부에 도착하자 리치의 눈앞에 드넓은 프로토스의 대도시가 펼
쳐졌다. 그곳에서 아주 잘 보이는 곳은 바로 전쟁에서 귀환하는 비수의 개선행렬이 이어
지는 대로였다. 개선행렬을 찬찬히 살펴보는 리치가 갑자기 허공을 향해 말하였다.

"제레스."

누구에게 말한건지 알 수 없는 허공의 말에 놀랍게도 누군가가 답하며 리치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예, 집정관각하.

그 모습을 바로 드라군이었다. 거대한 기계의 몸체를 살짝 드러내며 리치의 등뒤에 선
제레스라는 드라군이 개선행렬을 바라보았다.

"내 노래는 날라가 말해듯이 꺼져가는 불씨와 같은 만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면..."

-각오는 집정관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 날 완전히 마쳤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래, 저들에게 나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게 너무나도 많다. 그게 영웅의 만가라 할지
라도...난 아직 나의 노래를 끝낼 수 없다."

다짐하듯이 강한 어조로 말한 리치는 휙 몸을 돌려 제레스를 스쳐지나가 어둠 속 언덕
아래로 내려가며 제레스에게 말했다.

"그럼 가자. 준비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예, 집정관각하.

제레스도 막 몸을 돌려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 그의 시야에 개선행렬 어느 한부분이
클로즈업되었다. 그가 본 것은 오랜 전쟁을 겪은듯 수많은 상처를 입은 드라군이었다.
그 드라군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제레스는 마치 저 멀리에 당당히 개선행렬을 밟는 드
라군에게 말하듯이 독백하였다.

-카르나자우, 그대는 옳았다. 나는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잊혀졌다. 하지만...

음울하게 독백하던 제레스는 마지막의 한마디를 힘차게 외쳤다.

-나는 돌아왔다.(I am returned.)시대를 거슬러 잊혀진 노래에 다시 한번 화답하기
위해!

그렇게 제레스는 성큼성큼 언덕 아래의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ps.1사실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밑에 있는 글곰님의 글이었습니다. 이 글 초반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디선가 짝퉁(?)의 냄새가 나지요.^^;;혹시 글곰님이 맘에 안드시면 바로 지
우겠습니다.ㅠㅠ(설마 그러시진 않으시겠...크크)
아무튼 여전히 제 글은 새로운 용사보단 과거의 전설에 좀 더 애정과 관심을 주는 글로
많이 써지는군요. 개인적으로 정석님의 광빠이기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언제나 주인공
은 영웅 리치...;;;
어떻게 글을 봐주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써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ps2.마지막 부분의 i am returned.는 드라군의 대사입니다. 게이트에서 생산되어 나올
때 나오는거던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3/12 09: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리치의 광팬이고, 플토의 광팬이기도 해서.
저도 영웅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카이레스
07/03/12 09:55
수정 아이콘
누가 모래도 플토는 박정석!
제 변함없는 믿음입니다.
영웅의 부활을 믿습니다.
07/03/12 12:00
수정 아이콘
저번 신한은행 때 전상욱 이병민 선수를 폭풍러쉬로 물리친 홍진호 선수를 보고 전용준 캐스터가 "폭풍이 살아나나요? 신한은행에 폭풍이 분다는 것은 저그가 살아나는 거에요!" 라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아무리 강민 선수와 김택용 선수가 분전하고 있다지만 프로토스의 지도자 영웅이 부활할떄 비로서 프로토스는 다시 테란과 저그를 밑에 두고 정상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영웅의 등짝
07/03/12 17:59
수정 아이콘
로긴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군요 ㅠ.ㅠ
프로토스의 지도자가 강민선수임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젊은 혁명가 김택용선수가 현존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고 앞으로도 무궁하게 뻗어나갈 것을 반박하지 못합니다.

다만 가장 프로토스 다운 프로토스로, 프로토스와 전설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묵묵히 걸어나가며 다시한번 그 믿음직한 뒷모습을 보여줄 그가 돌아온다는 것 또한 단 한번도 의심한적 없습니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을 유일하게 프로토스의 영웅이라 불리우는 사나이... 그에게 다시 한번 마음 깊은 곳에서의 존경을 표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 글과 legend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뿌니사과
07/03/12 21:35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 그 자체죠 ㅠㅠ 돌아와요~~!!
07/03/13 09:47
수정 아이콘
돌아와요 당신~
플로라
07/03/13 17:37
수정 아이콘
스타를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이 글썽거렸던 스카이 2002의 결승전의 비 오던 풍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난 믿습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당신의 약속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040 케스파컵, 차라리 개최를 말지... [8] 허저비6797 07/03/12 6797 0
30038 향후 '스타'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 몇가지. [22] 사랑해5035 07/03/12 5035 0
30037 협회 비판? 게임단 비판? SK 비판? [35] DeaDBirD6533 07/03/12 6533 0
30036 스타리그가 결코 망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 이유 [6] 한윤형4597 07/03/12 4597 0
30035 영웅의 만가.(부제:그 질럿의 선택, 그 드라군의 선택 2부) [7] legend4755 07/03/12 4755 0
30034 이런일이 벌어 질 수도 있다(1)? [7] AGAPE084290 07/03/12 4290 0
30033 광통령, 그리고 어느 반란군 지도자의 이야기 (3) - 끝 [31] 글곰4538 07/03/11 4538 0
30032 전 이번 케스파컵이 마치 99년도 초창기 경기보는줄알았습니다 [30] PeRsoNa7294 07/03/11 7294 0
30031 옵저버.. 한계.. 그리고.. (경기 승패 스포일러 주의) [16] Casual-5209 07/03/11 5209 0
30030 MBC히어로...누가 막나요? [15] 삭제됨6027 07/03/11 6027 0
30029 테테전 최고의 식스센스급 반전드라마. 염보성 VS 한동욱 블리츠 X. [17] SKY926103 07/03/11 6103 0
30028 협회가 아닌 SKT등 기업에 대한 보이콧. [23] skzl5371 07/03/11 5371 0
30027 저기요........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16] SKY925020 07/03/11 5020 0
30026 김택용이 본좌가 될수 있을까? [23] 블러디샤인6244 07/03/11 6244 0
30024 케스파컵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가관이더군요~~ [9] 다주거써5965 07/03/11 5965 0
30023 기업 스폰은 마약과 같다. [16] 사랑해4583 07/03/11 4583 0
30022 스갤폄]'이바닥 관계자'님의 글입니다. [30] SK연임반대 FELIX10308 07/03/11 10308 0
30021 [ちらし] 불행의 씨앗은 억대연봉자의 탄생 [17] Irin5034 07/03/11 5034 0
30020 스타는 스타일 뿐. e-스포츠가 아니다 [8] 사랑해4193 07/03/11 4193 0
30019 Kespa는 장사하는 법부터 배워야 [44] 한윤형6666 07/03/11 6666 0
30018 cj의 게임체널 진출 및 협회 자체체널 설립이 힘든 이유 [3] 강가딘4698 07/03/11 4698 0
30017 케스파컵 후기 [7] 김효경5719 07/03/11 5719 0
30016 역대 양대리그 4강 진출횟수 + (신한Season3 & 곰 TV) [27] 몽상가저그5160 07/03/11 516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