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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0 11:26:33
Name Zealot
Subject [Zealot] 문명에 대한 나의 이해
뉴욕 타임즈에 국제 테러범들에 대한 성향을 분석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9.11 테러나 런던 지하철 폭탄과 같은 사건을 일으킨 국제 테러범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은 제 2외국어를 하나나 둘은 능통하게 하고 유럽이나 기타 다른 서방 세계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부유한 아랍 이민 2세들이 대부분 이라고 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서구의 문명을 잘 이해하고 편리함을 알 것이다. 그런 그들이 그 문명에 반기를 들고 스스로 목숨을 던진다니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우리들이 갖고 있는 반미 감정도 잘 이해가 안 간다.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들이라고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라고 하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반미 감정이 확산되는 것일까?


나의 이러한 의문점들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사뮤엘 헌팅톤이 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해소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십 년 전인 1996년에 발간된 책이다. 그 때 저자는 마치 5년 후에 일어날 9.11 테러나 작금의 이라크 전쟁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마치 예견이나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여진다.


20세기 들어서며 세계의 문명은 서구가 지배하는 시대를 맞는다. 정치 체제며 경제 모델, 과학, 교육, 예술, 종교, 스포츠 등 어느 분야이고 간에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비 서구권 있는 국가들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 문제이다. 교육과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세계화가 확대될수록 이 정체성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거시적으로는 세계 문명은 서구 문명과 반 서구 문명으로 대립되고, 미시적으로 세분화하면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한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 문명간의 대립의 양상이다.


저자가 가상한 시나리오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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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다. 중국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다. 한반도는 통일이 되고 대만과, 동남아 여러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편에 서게 된다. 중국은 석유 자원 문제로 아랍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문제가 되는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연안에 석유 탐사 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이 일어난다.

중국은 1979년 분쟁에 수모를 보복하고자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헤게모니를 인정할 수 없다. 미국이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 개입한 것은 바로 같은 기독교 문명권의 국가간 분쟁 이였지만 어느 한 나라가 자신의 견제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중국의 영향력을 어떤 형태로든 견제하고자 베트남을 지원하게 된다. 일본은 과거에도 그러 했듯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하고자 한다.

국지전으로 시작된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인다. 미국의 반전 여론이 높다. 특히 남부 히스파냐계의 반전이 강하다. 미국은 서서히 아시아에서 발을 빼게 된다. 그리고 쇠퇴의 일로에 들어선다.”
-------------------------------------------------------------------------------

우리가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6-7천년 전 고대 수메르 문명부터 기원을 찾는다. 그 후 인류 역사에는 많은 문명이 출현했다가 사라졌다. 문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기독교 문명은 1500년경부터 그 틀을 갖춘 것으로 본다. 문명이 전성기에 있을 때는 어느 누구도 그것이 쇠퇴할 것이라 보지 못하지만 역사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신 또한 미국에 대한 생각이 종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었음을 느낀다. 과거 고등학교 시절이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을 무비판적으로 좋아했고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 전쟁과 북한과의 6자 회담에 대한 미국의 행동을 보면서 느끼는 반감은 나 또한 서서히 반 서구적인 문명의 대열에 합류하여 가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Zea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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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브
05/12/20 13:03
수정 아이콘
글쎄요...

반미감정은 '문명'의 충돌이라기보다 착취와 기만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합니다
Ms. Anscombe
05/12/20 13:07
수정 아이콘
소위 반미감정이 착취와 기만에 대한 반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한 갈등을 문명 충돌로 보는 헌팅턴의 시각에 동의하기는 어렵죠.. 워낙에 철지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앨빈 토플러와 함께 한국에서 참으로 과대 평가된 '사상가'(!!)가 아닌가 합니다.(그에 비하면, 피터 드러커는 존경할 만 하죠)
뽀너스
05/12/20 13:15
수정 아이콘
문명충돌론 자체가 냉전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논문입니다. 소련이라는 주적이 없어진 이후 향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만한 세력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헌팅턴은 문명이라는 단지 모호한 개념으로 적이 될 나라들과 친구가 될 나라를 구분하고 있을 뿐입니다. 테러나 북한의 핵문제등이 문명권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 충돌이라 보기는 참 어렵죠.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빚고 있는 반발의 산물이라 보시는게...
아큐브
05/12/20 13:32
수정 아이콘
이런 게시판에 올리기는 위험한 주장일순 있으나

만약 한국에서 미군이나 미국의 행적이 조금만 더 공정했다면
반미감정이 지금처럼 '분노'의 형태를 갖추지 않았을겁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사대적인 외교에 익숙하고 능숙하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슬람권의 서구에 대한 적개심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문명충돌을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충돌론이 철지난것은 사실이나 최근에 다시 조명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헤르메스
05/12/20 13:43
수정 아이콘
문명의 충돌에 대한 반론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컨셉 하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내용상의 정확성이나 엄밀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저자가 내세우는 문명이라는 카테고리가 각양각색의 전세계 나라들을 완연히 구분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헌팅턴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도 중국문명 하에 들어가있죠.

이슬람 문명 내에서도 다양한 세력들이 대립하고 미국에 대한 태도도 각양각색인데 하나의 범주로 엮어버린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천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면 때문에 헌팅턴이 가지고 있는 문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질타하는 논객들의 주장이 힘을 받기도 합니다. 소련이라는 막강한 적이 사라진 시대에 새로운 적을 창출하기 위한 적대적 문명이라는 도구적 개념을 창출한 것이라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명의 충돌이란 테마만으로 문명에 대한 이해와 미국 패권주의의 고찰에 접근하는 것은 성급한 것으로 보이고 때론 위태로워 보입니다.
05/12/20 13:53
수정 아이콘
현재의 한국에서의 반미는 굳이 문명의 충돌로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더욱이 '문명' 의 충돌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의 사고는 서구적이며 미국적이라고 생각되네요.

반미는 적극적인 반미와 심정적인 반미로 나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반미 '운동' 을 하는 사람들과 일반 국민들이겠지요. 반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이 별반 상관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들의 운동이 먹히느냐 안먹히느냐의 문제겠지요.

지금의 반미 운동이 한국에서 조금씩 먹혀드는 이유는 점차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발전은 불행하게도 미국민의 순수한 감정에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버렸고, 또한 기존의 한국과 미국을 끈끈하게 연결해줬던 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강력한 끈이 없어지고, 사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되는 이런 상황속에서 미국은 아직도 한국이 예전과 같은 상황(즉, 국민의 90% 이상이 미국이 아름다운 나라라고 믿고 있는)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 그로 인한 한국의 무시(대표적인 것이 효순, 미선 사건이겠지요)가 반미를 촉발시키는 개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서구적 문명에 대열에 끼고 있다는 것은 좀 과하신 생각인것 같습니다.
05/12/20 14:02
수정 아이콘
그렇죠.

서구기독교라고 하지만 막상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은 또 다르기도 하거니와 미국이 이라크에 - 결국 석유자원때문에 이곳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남미대륙은 새로운 좌파정권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의 모습은 결코 종교라든가, 문명의 시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태풍속에서 지역별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블럭화되고 있는 현상이지요.
05/12/20 16:57
수정 아이콘
2010년도에 중국의 군사력은 그리 강력해지지 못합니다. 미국에 비하면 등대앞의 모닥불 수준이죠. 몇몇 부분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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