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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16 03:03:44
Name Ms. Anscombe
Subject 그저 하나의 스캔들일 뿐..(양해를 구하고 글을 올립니다)
예상대로 관련글이 매우 많군요..  Sulla-Felix 님이 '댓글로'를 외치시며 수고해주고 계시고, 저도 같은 부류의 글이라 여러 모로 염려가 됩니다만, 그래도 약간(정말 약간) 다른 견해를 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최초에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아니 황우석 교수가 관심의 중심으로 떠올랐을 때 부터, 저는 그냥 한 명의 연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말하던 '연구할 수 있게 놓아두는 게 최선'과 비슷한 논리랄까요.(그런 사람들이 '끌어내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황 교수는 어디까지나 그냥 연구하는 학자일 뿐이고, 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면, 그것은 '그의 성과'이고, 우리는 그저 대단한다는 의미에서 칭찬하면 되는 그런 관계일 뿐입니다. 연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죠.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의 과학적인 성취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대단한 성과라고 유명 잡지나 유명 과학자들이 인정해 주는 이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혹은 그가 이루었다고 인정되고 있는 대단한 성과가 국가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혹은 집단들의 말 때문에 그에게 찬사를 보냈을 것입니다. 이것 자체가 그리 잘못되었다고 할 건 없죠. 단순한 개인적 찬사는 누구든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과학적인 성취는 제 분야가 아니라 뭐가 뭔지도 모르기에 감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고, 두번째의 영역(한국인, 경제적 이익)은 별 관심도 없었기에 그냥 '관심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관심이었다면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일 뿐이었죠.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은 과학계에서 일어난 하나의 (꽤 큰) 스캔들입니다. 아마 그 사람이 한국인이고, 그만큼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면 결코 어떤 한국인들의 관심도 뱓지 못했을 그런 일이죠.(물론, 일부 한국인들은 관심이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준 대단한 애정만 아니었다면, 사실 저같은 사람의 관심 축에 들어갈 일은 아닙니다. 그저 어떤 과학자가 논문을 뻥튀기해서 발표했다는 것 뿐이죠. 단지 그 뿐입니다.

여기 계신 대부분의 분들처럼, 저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거나 그것의 과학적인 내용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첨언하자면, '어떻게 언론이 검증을'과 같은 반응은 지극히 반과학적인(고전적인 의미의 비판적 과학 개념을 믿는다면) 사고입니다. 중요한 건 검증의 주체가 아니라 검증의 방법이니까요.)

단순히 과학계의 스캔들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대체 과학에 얼마나 관심이 있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이 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그 시각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과학적 업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학자의 국적과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있는 셈입니다.(위에서 언급한 바) 그런데 단순히 그 과학자와 국적이 같다는 것이 이러한 반응을 가능케 했을지는 모르나 그것을 정당화 할 수 있는지는 심히 의문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이익이 관심사라면 그것이 마땅히 증명될 수 있어야했죠.

문제는 그냥 한 명의 학자와 관련된 일을 국가적인 중대사로,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학자에 대해 신성성을 부여한 데에 있습니다. 언론들이 이에 앞장섰고, '소위 네티즌'들이 그것을 완성시킨 셈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과학(그것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과학)에 따르면, 중요한 건 학자의 명성이나 권위가 아니라 그가 주장하는 내용과 방법입니다. 이번 일에 대해 각종 언론들의 보도나 그에 대한 반응들은 과연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한국 국적의 과학자의 논문 뻥튀기로 나올 일이, 어떤 사람의 입에서 '국치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일이 되었는지요.(너무 당연해서 언급을 안 했습니다만, 모든 혹은 대부분의 원인이 연구팀에게 있다는 건 자명합니다)

'사실'이란 것은 중요하지만, 그 사실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면, 우리는 언제나 'A라면 이렇게 하는 게 옳고, A가 아니라면 이렇게 하는 게 옳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A이건, A가 아니건 별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바라건대, A이건, A가 아니건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던 많은 이들이나 집단들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바꾸고 싶다면 PD 수첩이나 MBC 측에 가해진 이상의 공격을 받아야 하겠죠.(물론, 실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논리적으로가 아니라 기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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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시생)
05/12/16 03:08
수정 아이콘
다들 조금 잘못 알고 있으신데..
황우석교수님의 2004년도 까지의 논문은 잘못된게 없습니다.
문제는 2005년도 논문이지요.
그것도 내용이 틀린게 아니라 확률을 허위 부풀리기 했다는 것입니다.
그전에 황박사님은 250개 정도의 난자에서 한개를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너무 작아 인정을 받기 힘들었고 이런 무리를 하게 된거죠.
05년도의 논문에 대한 댓가는 분명 치뤄야합니다. 이건 도저히 연구자로서 할 수 없는 파렴치한 짓이니까요.
하지만, 05년도 논문때문에 그 전에 까지 이뤄졌던 수많은 연구원과 교수님(물론 황교수님도 포함되야합니다)들의 피와 땀의 결과를 무시하지는 말아야할 거 같습니다.
Nada-inPQ
05/12/16 03:14
수정 아이콘
저는 A이건 아니건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 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말을 바꾸는 건 몰라도, 이번 기회를 들어 자신의 사고 구조를 좀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다수의 사람들이 책임을 운위하시지만, 엠비씨 피디수첩 이전부터 황우석 박사의 찬양일색 때부터 좀 더 침착하게 보는 자세를 유지하자고 했던 저는 책임론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벌 줄 수도 없고, 벌 받을 것도 없고...심한 경우에는 벌 받을 이도, 벌 받을 이유도 없을지 모릅니다..다만, 벌의 문제(그것이 법적이든 혹은 사회적이든)를 떠나서 자기 스스로 이번 사건과 더불어 경솔하지 않았는지, 혹은 주장의 일관성 및 자신의 독단성 여부, 등등을 고려하여 다들 좀 더 성숙한 민주사회의 우둔한 대중이 아닌 영리한 대중 혹은 시민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Ms. Anscombe
05/12/16 03:22
수정 아이콘
흐, 저는 잘못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04년 논문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양치기 소년'이라는 심증 때문이겠죠.

중요한 건 이것이 05년 논문이 상당 부분(어쩌면 총체적인) 거짓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황 교수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모두 거짓이며, 모두 사기라거나, 그의 연구가 모두 거짓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그 연구'일 뿐입니다. 논문의 진실성과 관련해서 따져본다면, 황 교수에 대한 단순 비난은 분노한 과학도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죠.(확실히 A에 대한 비난과 -A(A 아닌 것)에 대한 비난은 맥이 닿아있습니다)

그 이상의 문제는 황 교수가 자신의 성과에 대해 드러낸 태도, 그 성과를 신화적으로 포장한 사람들, 집단들에게 있겠죠.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때 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들이 화를 내야 할 것은 황 교수, 황 교수의 성과에 대한 부풀려진 신화일 것입니다. 이건 과학적인 검증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지만, 과학과는 다른 영역에 있습니다.

책임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입장을 꾸준히 지키거나, 바꿀 때는 납득할 만한 이유와 사과를 기대할 뿐입니다.
05/12/16 03:4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냄비근성 ..
분명 잘못되면 황우석 교수님 매장당할텐데 ..
우리나라가 모그렇지 ..
문희준도 그렇구
그마녀사냥때문에 누가희생양이 될지 ..참 걱정이다
Ms. Anscombe
05/12/16 03:50
수정 아이콘
마녀사냥은 아니죠.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하니 말입니다.
05/12/16 03:52
수정 아이콘
OOv// 자. 전에는 MBC 매장 당했었죠?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황우석씨는 이제 박사도 아니고, 교수도 되기 힘들겁니다.
재기 불능에 국고 날려먹은 죄로 구속까지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냄비근성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요? 잘못이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초록추억
05/12/16 04:08
수정 아이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 지는 상관없습니다. 역시나 냄비근성 맞습니다. 황교수님을 지지하던 사람들을 보세요. 상황이 바뀌니까 금새 꼬리를 내리지 않습니까? 이게 자신의 소관도 없이 언론플레이에 달아올랐다는 것 말고 또 무슨 말이 되겠습니까. 조금만 생각이 있었으면, 논문의 진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무조건적인 지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을 겁니다.
스톰 샤~워
05/12/16 09:3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사람들 냄비 근성이라고 하지말고 '나의 냄비 근성'이라고 합시다. 우리 나라 사람들 냄비근성이라고 하면 그 말하는 사람은 꼭 우리나라사람 아닌 것 처럼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일로 '우리 나라 사람들 냄비근성이 어떻니...' 하는 이야기들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글입니다. 그것보다는 인터넷이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회의 발전에 힘입은 미디어의 다양화와 언론에 의한 여론조작의 가능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가 등이 훨씬 값어치있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스톰 샤~워
05/12/16 10:14
수정 아이콘
이번 일을 보면서 착잡합니다. 제일 난감한 것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줘야 하나' 하는 것입니다. 수학을 잘하고 과학을 잘하는 아들놈에게 '너도 나중에 황우석 박사님처럼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라'라고 했었는데 이제 '그 사람은 사기꾼이었단다. 너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면 안된다'라고 말을 해 줘야 하는 현실이 착잡하네요.

어쨌거나 전국을 휘몰아쳤던 광풍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세상이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선과 악이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딱 보면 이말이 맞고 저 말은 틀렸다라는 것이 쉽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였죠. 하지만 요즘은 정말 어렵습니다. 100분 토론 나와서 하는 말들 들어보면 이 사람 말 들으면 이사람 말도 일리가 있어보이고, 저 사람 말 들어보면 저 사람 말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언론도 예전처럼 무식하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교묘하게 사람들의 생각을 이러저리 몰아갑니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또한 그런 속에서 언론들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회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행동하기도 어렵지만 행동하기 전에 판단하는 것이 더 어려운 사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만큼 올바른 것을 구별하기위해 더욱 침착하게 냉정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글루미선데이
05/12/16 10:25
수정 아이콘
아 멋진 글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박수 쳐드리고 싶네요
책임도 못 질 일을 저질러 놓은 집단들 어떻게 나올 지 하하
sway with me
05/12/16 11:14
수정 아이콘
스톰 샤~워님// 정말 착잡하시겠군요.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공감이 됩디다.
Spiritual Message
05/12/16 11:42
수정 아이콘
이전 댓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처음부터 황교수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는데요.. 황교수를 지지하며 저에게 국익이 어쩌구 했던 분들 지금 반성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Ms. Anscombe
05/12/16 11:49
수정 아이콘
저도 궁금합니다만, 별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05/12/16 12:46
수정 아이콘
Spiritual Message님 그들은 벌써 다른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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